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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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저자의 신간이었던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와 트라우마를 잘 연관 지어 설명해 트라우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인 책이었다. 저자의 글에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전 저서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중에서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최근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영화를 매개로 하여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라우마란 무엇인지, 그것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트라우마의 증상과 치료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24편의 영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영화들 중 내가 보았던 작품은 <여자, 정혜>, <나비효과>, <포레스트 검프> 3편이 있었는데, 셋 다 매우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들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책을 통해 영화에 대한 기억도 되살리고 트라우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게 되었다.



영화 속 스토리와 연결 지어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하니 더욱 쉽게 와닿았다. 책 속에 언급된 영화를 몇 편 더 찾아보게 되기도 했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삶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 봄으로써 글로 전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영화 속에 묘사된 장면들이 정신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재미있는 경험도 되었다. 저자의 최근 신간에서도 느꼈지만 일반인들에게 트라우마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를 이용한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신간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일부 중복되어 보이기도 했지만,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신간의 내용이 더 좋았다.



트라우마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와 심리학 둘 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도 꽤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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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없는 동물원 - 수의사가 꿈꾸는 모두를 위한 공간
김정호 지음, 안지예 그림 / Mid(엠아이디)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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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주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수의사)이 쓴 동물원 이야기다. 저자는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며 내부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물 이야기를 연민이 묻어 있는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어릴 때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마냥 좋았다.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동물들이 눈앞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은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찾게 된 동물원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기를 잃은 듯 좁은 우리 안에 앉아있던 동물들을 보며 자연 속에서 자유로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을 억지로 가둬 놓고 구경거리로 만들어 놓은 인간의 이기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뒤로는 동물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동물원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다. 동물원에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많았다. (물론 동물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야생에 적응하기 어려운 동물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 동물들에게는 동물원이 조금 좁더라도 먹이와 천적의 걱정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줄 터였다. 또 다양한 환경에서 구조되어 동물원에 들어왔다가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떠나는 동물들도 있었다.




좁은 곳에서 병을 얻은 박람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호랑이사는 이제 그 공간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다. 박람이가 항상 앉아 있던 평상에 나도 앉아 보았다. 그곳에서 박람이가 앉아서 바라보았던 풍경을 찾아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앞산의 양지바른 무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그 숲의 골짜기에는 예전에 호랑이가 자주 나왔던 곳이라 하여 범박골(범바위골)이라 불렸다.” (p. 19)


박람이가 생전에 바라보았던 풍경을 보며 저자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오래전 그곳이 호랑이들이 자유로이 어슬렁거렸던 골짜기였다는 걸 박람이는 알고 있었을까. 좁은 곳에서 평생 바깥을 그리워했을 박람이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인간으로서 미안했다.




이유야 어떻든 동물사 밖을 나온 하니는 자유로웠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하니처럼, 동물원에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p. 49)





그래서 야생동물 진료는 도전의 연속이다. 열정적으로 진료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아픈 동물이 발생하면 열심히 진료해도 폐사되는 경우가 많아 무력감에 자주 빠지게 된다. 어렵게 치료가 되면 그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아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동물들은 치료 중 고통을 받았으니 고맙다는 말 대신 으르렁거리거나 도망가는, 야속한 환자다. 그래도 내일 다시 아픈 동물들을 감당하려는 이유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아니면 살려보려는 시도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p. 195)




저자는 동물원 안팎에서 다치거나 병든 동물들을 치료해 준 이야기들을 덤덤히 전하지만, 그 속에 그들을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묻어 있어 그 따스함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물원에는 동물들의 건강과 더 나은 사육 환경을 위해 애쓰는 고마운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동물원은 조금씩 나은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물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동물원이 없어질 수 없는 곳이라면 그러한 시도들은 필요한 노력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원에 직접 방문해 구경하는 것보다 동물원과 동물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동물원을 좋아하는 이에게, 동물원 수의사가 들려주는 진짜 동물원의 모습을 듣고 싶은 이에게 이 책 <코끼리 없는 동물원>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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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임신일기 1 - 도대체 왜 다 이 모양이야! 분노의 임신일기 1
양자윤 지음 / 향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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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엄마나 친구들도 알려주지 않은 임신의 무시무시한(?) 뒷얘기들을 발랄하게 파헤쳐 보았습니다. 입덧 지옥부터 임신 우울증, 신체 변화, 임산부를 대하는 사회 인식 부족.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지 열 받아서 쓰고 그린 임신 그림 일기입니다.” (p. 5)




결혼 5년 차 난임부부에게 어느 날 선물같이 찾아온 아가딸기’. 이 책은 그들 가족이 딸기를 임신한 시점부터 출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저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그림과 글로 엮어내었다.



겪어보니 드라마에서 그려내던 임신과 실제 세계의 임신, 출산, 육아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나 역시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왜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안 해준 거야?”라는 마음속 빡침을 여러 번 외쳐댔었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 속 내용 중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임부복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임부복은 어쩜 그렇게 예쁘면서도 나에게 딱 맞는 옷을 고르기가 어렵던지... 그리고 저자의 남편 달팽이 영감이 저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칭찬대학생 같아~’(왠지 듣기 좋은 말임ㅎㅎ)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분노 해소 일지라는 특별 선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여기에는 오늘 가장 기분 나빴던 일과 기분 나빴던 정도 및 이유에 대해 기록하고, 오늘의 분노를 날려버릴 분노 해소 방법을 체크해보기도 한다. 임신 중 들쑥날쑥한 기분을 이곳에 기록하면서 마음속 뭉쳐진 말들을 풀어 내보면 기분을 가볍게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분노의 임신일기>는 현재 임신 중인 여성에게는 공감대 형성과 스트레스 해소를, 이미 그 시간들을 지나 보낸 여성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진짜 임신과 출산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임신 및 출산 축하 선물을 고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번 신간에 이어 2, 3편도 출간 예정이라는데, 갈수록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담겨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는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한 법이니까…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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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의 그림 학교 완두
다비드 칼리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박정연 옮김 / 진선아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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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쪼꼬미 친구완두가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돌아왔다. 완두가 그림 학교를 세우는 이야기라는데, 이번 책에서는 또 어떤 귀여움과 따뜻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만들어줄지 기대되는 마음과 함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완두> 시리즈를 꾸준히 보아왔다면 알고 있겠지만, 그림을 잘 그렸던 완두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우표를 그리는 일을 해왔다. 완두는 틈틈이 어린 벌레 친구들의 그림을 봐주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그림 학교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된다.



꿈에 부풀어 열게 된 그림 학교. 신입생들 중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도 있고, 조금 서툰 친구도 있고, 재능이 없어 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완두는 성실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는 친구에게 다른 길을 가라는 말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몇 달 후 학생들의 전시회가 열리게 되고, 거기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번 신간은 귀여운 벌레 친구들이 함께 등장하여 그들을 관찰하는 즐거움이 추가되었다. 특히 벌레 친구들이 미술관에 견학을 가는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쩜 이리도 읽는 이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채워주는지... 보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완두의 그림 학교>는 어른인 내게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어 보였던 친구는 가장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게 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아이의 꿈과 재능을 부모의 눈으로 재단하는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같은 꿈을 꾸는 듯 보여도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 길을 걸어나가게 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그 길을 너무 획일화시켜 바라보고 그것을 함부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아이의 꿈을 지지해 주고 지켜봐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완두는 보여주었다.



<완두>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꿈과 재능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완두의 그림 학교>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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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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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무와 관련된 헤르만 헤세의 글을 모아 놓은 것으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에세이 18편과 시 21편이 실려 있다. 내가 좋아하는헤세나무의 조합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푸릇한 감성이 넘치는 나무들의 일러스트까지 함께 실려 있어 조금의 고민도 없이 구매로 이어진 책이다. 헤세의 글과 함께 초록의 감각을 깊이 느껴보고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 같다. 어떤 약점 때문에 슬그머니 도망친 은둔자가 아니라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이들의 우듬지에서는 세계가 속삭이고 뿌리는 무한성에 들어가 있다. 다만 그들은 거기 빠져들어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오로지 한가지만을 추구한다. 자기 안에 깃든 본연의 법칙을 실현하는 일, 즉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만 힘쓴다. 강하고 아름다운 나무보다 더 거룩하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p. 7~9)




작고 얇은 책이지만 글이 가진 깊이는 상당했다. 쉽게 지나쳐가기 힘든 문장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나무와 그것을 둘러싼 자연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저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고 어렴풋한 인상으로 느끼고 기억했다. 그러나 헤세는 그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들을 찾아내 펼쳐내 보였다. 그것도 글로써 만들어낸 아름다운 표현들로 말이다. 나무와 자연에서부터 이어진 그의 내면의 생각들 또한 밖으로 풀어낸다. 그는 우리와 다른 눈을 가졌던 걸까. 생각의 깊이의 차이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 그의 글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헤세가 쓴 [봄밤]이라는 시였다. 그 시를 읽으면 봄밤에 대한 한 장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감싸고 있던 공기의 감촉까지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봄날이 손에 닿을 것만 같은 그 기분이 좋아 두고두고 반복해서 시를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깊이 있는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책 한 권과 함께 눈과 마음으로 나무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추천한다.


겉과 속이 모두 예쁜 책이었다. 나무와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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