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숲의 레몬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사토 메구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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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 먹지 않는 채소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의 조합이라니!

뭔가 귀엽고 웃겨 보이는 책 띠지 속 과일 채소 히어로즈의 모습이 이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대로 맛있는 숲에 살고 있는 레몬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레몬은 달콤하지도 않고 식탁위의 반찬이 되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과일과 채소들의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다 향신료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맛있는 숲의 히어로가 되어 숲에 침입한 나쁜 적들을 물리치게 된다.



이 책은 귀여운 캐릭터로 엄마의 마음을, 히어로 이야기로 아이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둘 다 매우 만족하면서 읽었음ㅎㅎ) 또한맛있는 숲의 배경 속 숨어있는 채소, 과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아이는 책을 읽으며 반가운 듯이 딸기 꽃, 오이 꽃, 토마토 꽃, 키위 나비, 고추 애벌레 등을 찾아냈다. 한창 작은 것들에 집중하고 관찰하는 재미를 느끼던 아이에게는 이 또한 취향 저격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숲의 레몬>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에게 즐거움과 배움을 같이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채소와 과일이 주인공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향신료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이는 히어로들이 적과 싸우는 과정을 재밌게 읽으며 자연스레 고추나 생강, 레몬이 조리과정에서 하는 역할을 익히게 된다.



아이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던 채소와 과일을 히어로로 만들어 재미있게 표현한 덕분에 아이는 밥상 위의 반찬들을 더 친근하게 느꼈다. 먹지 않았던 채소 반찬들에 괜히 한 번 더 손이 갔고, 그림책 속 내용을 스토리로 만들어 상상에 빠져있는 듯했다. 채소 반찬을 편식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채소와 친해져볼 계기를 만들어주어도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향신료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채소와 과일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싶다면, 아이가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귀여운 그림체의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맛있는 숲의 레몬>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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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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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18세 소녀우나 록하트이다.


그녀는 1982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함과 동시에 자신의 열아홉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친구들과 파티 중이었다. 그녀는 코리, 웨인, 그리고 남자친구인 데일과 함께 밴드를 하고 있었고, 최근 쇼케이스를 마친 후 팩토리 트웰브의 스프링 투어 오프닝 무대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투어가 너무나 좋은 기회였지만 우나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또다른 친구과 함께 런던으로 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앞에 놓인 우나는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에서 1983년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숫자 ‘1’이 지나자, 그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의식을 되찾게 된다.



그 곳에는켄지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있었다. 우나의 개인 비서로 고용되어 있다는 그는 혼란과 공포에 빠져 있는 우나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그게······ 1982년의 당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나도 알아요. 지금은 1983년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새해 첫날이 맞긴 하지만 지금은 2015년이에요. 당신은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됐지만, 생일 축하해요, 어쨌든 당신의 물리적은 몸은 2015년에 해당하죠. 그래서 나이로 치면 당신은······.” 그는 말하다 말고 숫자를 계산하기 시작했지만 우나가 더 빨랐다.

“쉰하나?” (p. 48~49)



18세에서 하루 아침에 51세가 되어버린 우나. 그녀는 자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무작정 뛰쳐나와 지하철을 타게 되고, 지하철 안에서 주머니 속에 있던 편지를 꺼내 읽게 된다. 그 편지는어제의 우나오늘의 우나에게 쓴 것이었다.



해마다 네 생일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정확히 자정에 넌 시간 여행을 하며 네 삶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가서 그때의 네 몸에 살게 돼. 정확히 일 년 동안. 그러고 나면 네가 전에 살아보지 못한 (더 늙거나 더 어린) 또 다른 나이대로리프하게 돼. 물론 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지만 단지 뒤죽박죽인 성인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렴. (p. 59)




우나는 생일때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의 삶으로 타임리프 하게 된다. 언제 어디로 갈 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만약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갈까? 뒤죽박죽 엉망이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아낼까? 주인공 우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래이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이기도 한 그녀의 앞날들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매 해마다 우나는 다음 번의 우나를 위해서 메모를 남긴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대에 오게 된 우나를 위한힌트들이 적혀 있는 메모는 매번 소용이 없게 된다. 우나처럼 뒤죽박죽인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사람에게도 꼭 거쳐야만 하는 경험들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이 나쁜 경험이라 할지라도 나를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그것을 정말 나빴다고 볼 수 있을까. 자신의 타임라인을 앞뒤로 돌아다닐 수 있든 아니든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 나가고 더 나은 나로 거듭나는 과정은 같아 보였다.





어쩌면 네 열병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 네게 필요한 건 2003년의 우나가 필요로 했던 게 아닐 수도 있어. 작년의 네가 뭘 준비해놓았든 지금의 네가 꼭 그걸 따를 필요는 없잖니.” (p. 294)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들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우나처럼 타임리프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는 있다. 시간을 옮겨 다니는 우나의 삶은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네 삶을 세세한 것까지 챙기려 들지 말고 그냥 살아봐. 그러면 기쁨과 의미가 절로 따라올 테니까. 대담한 것도 좋지만 책임을 피하려 들지 말고 그 중간에서 행복을 찾아. 그런 균형 감각을 길러.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너한테 잘해줘. 특히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는 더더욱.

-사랑해, 내가- (p. 322)





소설 속 우나는 미래의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 사건을 피하지는 않았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뻔히 보이는 미래일지라도 한번 뛰어들어보는 것. 당장 맛보게 될 달콤함 뒤에 씁쓸한 맛이 함께 따라오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것. 다가오는 파도를 보며 고개만 절레절레 하고 있지 않고, 좋은 서핑보드를 챙겨와 용감하게 파도를 타보는 것도 삶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면 보드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나의 고장난 시간>은 나에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고, 따라오는 결과는 온전히 받아들이며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삶에 대해 알려주었다.





【 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p. 515)





매년 자신의 생일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으로 옮겨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의미있게 삶을 살아내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우나의 고장난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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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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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당연히보통의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심코 책을 읽어나갔는데, 몇 페이지 읽다가 책을 덮고는 다시 표지를 살펴보았다. ‘? 이 책이 소설이었나?’ 라는 의문이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산문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페이지로 돌아와 읽어 나갔다.



이 책의 주인공은 38세 회사원 서소 씨. 그는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뭔가 억울해 보이는(?) 이유로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아 몇달 동안 휴식기에 들어갔다.


서소 씨는 휴식기의 첫날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시간과 돈을 쓰고 나면 게으르지 않게 하루를 보냈다고 느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는 휴식기 동안 묵혀 둔 책과 새로 산 책을 합해 총 85권의 책을 읽어낼 계획을 세워 열심히 읽어 나간다. 그는 읽다 보니 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에세이를 쓰는 독서 모임에 가입하게 되면서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만, 휴식 기간은 아직 두 달 남짓 남았으므로 일단은, 계속 쓸 것이다. 그가 겪었던 기가 막히는 사연과 ㅡ 이를 테면 시버러버 같은 ㅡ 시시한 사연들을 모아 이백 자 원고지 딱 천 매만큼은 써보고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다. 삼십 대 후반 즈음의 회사원 남자가 갑작스레 갖게 된 오 개월간의 특별한 쉼을 기록하고 싶었다. 일단은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보고 싶었다. (p. 226)





나이를 먹어갈수록 버려야 하는 선택지는 많아지고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적어질 것이다. 신중해야겠지만, 서소 씨는 날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평범한 선택을 해도 평범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p. 365)






그가 들려준 그의 삶은 적당히 잔잔하면서도 사이사이에 적당히 사건이 버무려져 있었다. (‘시버러버에피소드는 빼고..) 그런 보통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좋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이 책은 왠지 그 시간과 잘 어울렸다. 서소 씨의 일상은 뭔가 짠하면서도 잔잔한(때로는 커다란) 유머가 흐른다.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은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큼은 자꾸 웃게 되었다. 그것이 지쳐 있었던 나를 토닥여 주었다.



소설같은 에세이 한 권을 읽어보고 싶다면, 친구의 재미있는 썰풀이를 듣는 듯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을 추천한다.


이 책은 나에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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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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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환경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던 게 아닐까. 새로운 시각에서 환경 파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었다. 얼마 전까지 베스트셀러였던 책 <팩트풀니스>의 환경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듯하다.



요즘은 정치적으로도 환경과 관련된 이슈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이 책은 이런 것들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문제를 더 크고 위험하게 부풀림으로써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있었다. 책에 쓰인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고 환경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조율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 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이 호흡보다 활발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밤에는 호흡만 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생화학적 과정으로 식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바이오매스는 생태학에서 단위 시공간 내에 존재하는 생물의 총체를 뜻하지만, 에너지분야에서는 각종 유기물과 유기체 가스, 땔나무와 숯에서부터 화학적으로 추출한 메탄 같은 바이오가스, 에탄올 같은 바이오알코올, 바이오디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모든 생물 자원을 가리킨다-옮긴이). “따라서 (식물만이 아닌) 아마존 생태계전체를 놓고 볼 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다.”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은 이렇게 지적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시간 단위 (100만 년 미만)에서 보자면 이는 지구상의 어떤 생태계든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p. 87~88)





좋은 소식이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화재 발생 빈도도 낮아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15년가지 매년 화재로 소실되는 숲의 면적은 2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경제성장 덕분이다. 경제 성장은 도시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화전민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경제 성장은 농부가 불을 지르는 대신 기계를 이용해 숲을 개간할 수 있게 해 준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5년간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은 숲이 새로 생겼다. 그 면적을 합치면 텍사스와 알래스카를 합친 정도가 된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에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를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의 숲이 새로 생겨났다.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인 스웨덴에서는 지난 100년간 숲이 2배로 늘어났다. (p. 92~93)





대기 오염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히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는 비닐 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비닐봉투는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0.8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유리병은 음료를 마실 때 느낌이 더 좋을 수는 있지만 유리병을 생산하고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리병은 플라스틱병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 170~250퍼센트의 에너제를 더 소비하며 200~400퍼센트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발생시킨다. 제작 공정상 들어가는 열에너지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p. 140~141)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환경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대안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기도 했다. 책에서 예시로 든 것 중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것 역시 원재료가 친환경적이라고 해서 훨씬 환경적일 것이라 여겼던 것일 뿐, 실제로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더 인간과 자연에 해롭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환경 보호라는 말을 앞세워 행동했던 것들 때문에 환경을 더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할 일은 많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현재의 긍정적인 흐름을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저에너지 농경 사회로 돌아가자는 퇴행적 움직임으로 지금까지 이룩한 발전을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 등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 조장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환경 운동이 키우고 있는 슬픔과 고독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환경 운동의 많은 부분이 잘못되었다. 해소할 길 없는 불안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하며,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p. 538)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면, 지금의 환경 운동들의 문제점을 알고 싶다면 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추천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놀랍고, 흥미롭고, 매우 논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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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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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만의 표현법과 문체를 좋아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나 그녀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글에서는 따뜻한 봄날의 가벼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다. 소곤소곤 부드러운 속삭임을 내게 건네는 것만 같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사실 이 책을 구매할 때 참고했던 서평들에 좋지 않은 말이 많아서 별로이면 어쩌나 조금 걱정을 하긴 했었다. 그러나 책 속에는 내가 그녀를 좋아했던 포인트들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여전히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질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린다.

가령 내가 안녕이라고 쓰면,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큼의 구멍이 내게 뚫려서, 그때껏 닫혀 있던 나의 안쪽이 바깥과 이어진다. 가령 이 계절이면 나는, 겨울이 되었네요 하고 편지에 쓸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그때껏 나의 안쪽에만 존재하던 나의 겨울이 바깥의 겨울과 이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p. 52)





스시 집에서 나는 정종은 조금, 맥주는 많이 마십니다. 신기하게도 스시 집에서 마시는 맥주는 바다를 닮았어요. 맑게 갠 한낮의 정말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파도가 철썩철썩 부딪치며 바위를 씻어 내리는 것처럼, 맥주가 내 목과 내장을 씻어내려, 해변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간간이 마시는 정종은 밤바람 같은 것이죠.” (p. 92~93)





이런 책을 읽는 동안은 어디에 있든, 뭘 하고 있든, 혼의 절반은 그쪽 세계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시 펼칠 때면, 그쪽으로 가는 느낌이 아니라, 그쪽에 돌아온 느낌이죠. 그걸 좋아해요.” (p. 93)





멋진 책 한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 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p. 212)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쓰기’, ‘읽기’, 그리고그 주변’. 각각에 대한 그녀의 생각들을 들려준다. 나에게는 뒷부분보다 앞부분(‘쓰기읽기부분)의 글들이 더 와닿았다. 책 속읽기부분에서 나오는 에쿠니 가오리가 읽었다는 책들의 제목도 하나 둘 메모해 두었다. 이 책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났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느낀 그녀는 섬세하고, 여리고, 조금 엉뚱하기도 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책(특히 그림책)을 매우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아라이 료지와 함께 그림책을 썼구나…)




바깥은 초여름의 날씨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을 느꼈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녀의 글은 내 마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면, 읽고 쓰는 행위와 바깥세상에 대한 그녀만의 시각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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