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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은 영국의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의 한국 사찰 여행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그와 스님들 간의 대화를 엮어 만든 내용이다. 사실 ‘영국의
생물학자가 한국 사찰에는 왜?’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책에서는
그가 전부터 ‘불교’ 특히
‘원효대사’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함께 찾아가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지 궁금했고, 의외의 조합이 가져오는 새로움도
기대되었다.
“그래서 처음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들로 여행을 떠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싸게 되었죠. 제 과학적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불교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그 사상을 몸소 실천해오신 스님들을 직접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저는 이 여정을 통해 현대 과학과 불교 사이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유사성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생명의 진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합니다.” (데니스 노블, p. 23)
불교와 과학은 서로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데니스 노블 교수는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수록 불교의 개념과 자신의 관점이 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20년 가까이 불교를 공부해왔다고도 한다.
그는 한국의 사찰에서 성파 스님,
도법 스님, 정관 스님, 그리고 금강 스님을
만나게 된다. 책은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4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어 다섯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 ♣ ♣ ♣ ♣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아래에 소개해본다.
1.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봅시다. 여기 아주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있어요. ‘저 나쁜 놈.’ 부처님도 이것까지는 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저 나쁜 놈’ 하면 곧바로 분노,
증오, 적개심이 이어지죠. 소위 정의감이 강하다는
사람일수록 그런 감정이 더 강하게 표출됩니다. 이게 두 번째 화살인 거예요.
이렇게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맞으면 점점 나의 고통이 불어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사소한 시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아파트 소음 때문에 주먹다짐을
하고, 주차 문제로 살인도 일어납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분명합니다. 대부분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 네번째 화살··· 이런 식으로 계속 화살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도법, p. 38~39)
도법 스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불교 경전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 또는
자기 참모습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은 두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p.37)
고 한다. 눈앞의 것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마음속에서 그것을 움켜잡는 것은 계속해서 화살을 맞아 상처와 고통을 늘리는 것과 같다.
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먼저 내 마음속의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일단 상대방을 현재의 상태 그대로 인정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저럴 수밖에 없었다’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라온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겪은 어떤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을 수 있죠. 지금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모습을 떠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보게 되면 내 마음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금강, p. 43)
금강 스님은 주변과의 인간관계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내가 사람들로부터 마음이 상할 때에는 사실 나 자신이 만든 ‘마음의
틀’로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는 내 마음에 있는
것’(p.45)이란 말을 덧붙인다.
3.
“언어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만든 도구입니다. 본래 하나인 것을 이쪽은 손바닥, 이쪽은
손등이라고 규정한 것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편의를 위해 임의로 규정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느샌가 언어의 틀에 갇혀서, 그 틀로만 바라보고 사고하게 되는
거죠. 결국 실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을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알고 사고하게 된 거예요.” (도법, p. 93)
우리는 본디 하나인 것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고, 서로를 구별하고 다른 것으로 받아들인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회문제들의
다수도 이것과 관계되어 보인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고, 너와
나를 구분하여 생각하기에 서로를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4.
“이걸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합니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를 뜻합니다.
지금 이 만남이 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인연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때가
모두 기회이니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항상 새롭고, 잘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납니다. 언제 어떤 일이든, 어느 사람이건,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당당하게 맞을 수 있어요.
인생에서 좋은 때라는 건 따로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이자 좋은
삶입니다.” (금강, p. 245)
♣ ♣ ♣ ♣ ♣
책 속에는 좋은 말씀이 가득했다.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어 그런지 불교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불교 입문자가
보기에 괜찮은 책이라 생각했다.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큰 줄기의 질문들을 던져 놓고
쉬운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렇지만 무거운 질문의 무게 때문인지 책의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 깨달음이 한순간에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신간 <오래된
질문>을 재미있게 읽어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도 개봉하면 꼭 챙겨 보고 싶다.
쉬운 불교 입문서를 찾고 있다면,
세계적인 생물학자와 한국의 큰스님들과의 만남이 궁금하다면 <오래된 질문>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을 펼치면 편안한 마음, 세상을 향한 좀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다산초당)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