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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평점 :
나는 몰랐던, 그러나
자연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산에는 푸릇푸릇한 식물이 자라고, 가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바다에는 여러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닌다는 것이 내가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거의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자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이 자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끼리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바로 ‘바이오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일 뿐, 그들도 우리처럼 정보를 교환한다. 우리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고요하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책 속 내용중 재미있었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주로 포유동물이 배설물을 통해 정보를
보낸다. 야생토끼 혹은 오소리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똥과
오줌에는 나이, 성별, 짝짓기 준비 정도에 관한 개인정보를
폭로하는 냄새 물질이 들어 있다. 이런 개인적인 냄새 물질은 다양한 분비샘에서 만들어져 똥이나 오줌에
혼합되어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유출한다.” (p. 67~68)
동물들의 배설물은 그들의 개인정보 덩어리였고,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개체였다.
“어떤 버섯은 이런 균사로 올가미 덫을
‘놓는다’. 이 덫은 땅속에서 일종의 차이니즈 핑거 트랩처럼
작동한다. 균사는 땅속에 느슨하게 퍼져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선충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올가미 실이 바짝 조여진다. 버섯의 세포벽이 버둥대는 희생자를 올가미처럼
더욱 옥죈다.” (p. 153)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 버섯도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선충을
먹잇감으로 사냥하는 버섯 종은 최소 160개’(p.152)라고
한다.
“그러니까 코요테담배는 말 그대로 애벌레의
위에 부담을 주어 소화를 막는 물질을 방출한다. 이것으로도 애벌레를 쫓아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다른 천적까지
공격해오면, 담배풀은 즉시 화학 신호를 보내 지원을 요청한다. 지원
요청 신호는 참노린재와 말벌의 수용체에 도달하고, 이들은 즉시 출동한다. 참노린재는 주저 없이 박각시나방 애벌레의 알을 먹어치운다. 그뿐만
아니라, 벼룩잎벌레 혹은 진얼룩뿔노린재 같은 성가신 포식자를 담배풀에서 쫓아낸다. 한편, 말벌은 박각시나방 애벌레 몸 안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새끼 말벌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받는다.”
(p. 159~160)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소통은 종을 넘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공격하는 벌레를 쫓기 위해 천적을 불러들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담배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식물은 물과 빛으로만 살아가는 정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그저 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과학자들은 식물의 의사소통 의도에 관해 더 알아내기
위해 큰쑥나무를 관찰했다. 이 식물 역시 포식자의 공격을 받자마자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이웃 식물들은 이런 화학 정보에 반응하여 포식자를 방어할 수 있는 물질을 더 많이 생산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진짜 흥미로워진다. 이런 반응이 특히 가까운 친척
식물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낯선 식물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이웃 식물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큰쑥나무는 누가 제 식구인지 아는
게 확실하다. ” (p. 180)
근처의 이웃 식물들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큰쑥나무의 경우에는 친척 식물들 사이에서 더 잘 소통을 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식물의 세계이다.
“맛있는 꽃송이가 바로 근처에 있어서 멀어야 100미터 떨어진 곳이라면, 정찰벌이 춤으로 설명한다. 이때 정찰벌은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원을 그린다. 힘차고
생동감 있게 원을 그리며 돌수록 꿀이 많다.” (p. 246)
벌들이 꽃의 꿀을 모으는 일에도 소통이 필요했다. 정찰벌이 돌아다니다 꿀을 발견하면 냄새 샘플을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몸짓을 통해 동료 벌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의사소통은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었다.” (p. 289)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온 것 같다. 동식물들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놀라움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재미있는 비유를 더해 설명해 주는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다!) 이 책을 읽은 뒤로는 자연 속의 생물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새들의 지저귐, 풀벌레 소리, 숲에서 사는 빼곡한 나무들, 그 아래 어딘가 살고 있는 버섯들, 춤추듯 비행하는 벌, 심지어 동물들의 응가도 말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세상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여실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재미있게 쓰인 생물학 책을 찾고 있다면, 생물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궁금하다면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어 보길 바란다.
좋은 책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