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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이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 35
우종영 지음 / 메이븐 / 2021년 2월
평점 :
나는 나무를 무척 좋아한다. 편안하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는 나무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나무 곁에서만 느껴지는
나무의 향,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이끌림을 느꼈다. 오랜 시간 나무와 함께한 나무 의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 궁금함과 이끌림으로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이팝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생강나무, 모과나무
등 총 25가지의 나무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나무에게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들, 나무의 모습을 보며 깨닫게 된 삶의 이치, 나무로부터 받았던 귀한 위로들, 저자가 가지고 있는 나무에 대한
애정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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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농가 근처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이 나무는 무리 지어 피는 꽃 모양새가 꼭 밥 공기에 수북이 담겨 있는 쌀밥을 닮아서 예전에는 ‘이밥나무’라고 불렀단다. 멀리서 보면 꼭 하얀 밥 덩어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예로부터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게 피면 그해 농사도 풍년이라고 했다.” (p. 32)
저자의 배고팠던 어린 시절, 이팝나무는 ‘이밥나무’로 불렸다고 한다. 작은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나는 모양이 수북한 쌀밥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팝나무 앞에서 배고팠지만
행복했던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는 저자. 앞으로 산책길에서 이팝나무 꽃을 보게 되면 책 속
이야기가 자꾸 생각날 것 같다.
“태백에서 제천에 이르는 길의
소나무를 본 적이 있는지. 산등성이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소나무들은 다들 꿋꿋이 서 있다. 다른 나무들은 태백의 강추위와 모진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소나무에게 자리를 내준 지 이미 오래.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뎌 왔는지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뭇가지가 거센 바람에 맞서느라 휘어져 있으며, 어떤 나무는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소나무만의 푸르름만큼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
가파른 바위틈이나 산등성이에 독야청청 푸르게 자리 잡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결코 그 삶이 순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다.” (p. 37~40)
언제나 푸르른 소나무. 거센
바람에 가지도 휘어지고 뿌리도 드러나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푸르름만은 변함없는 소나무. 저자는 그런 소나무의 모습에서 50대 가장의 모습을 보았다. 가족을 위해 세월의 바람에도 꿋꿋이 견디며 살아가는 아버지들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서 넘어지지 않고 살아낸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며 격려를 보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아무리 좋은 환경에 풍족한 영양분을 주어도 잎을
떨구고 죽어 가는 나무들에 비하면,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은가. 베어 내고 베어 내도 있는 힘을 다 끌어모아 새순을 올리고 꽃을 피우는 아까시나무를 그래서 나는 감히 나무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아까시나무엔 유독 가시가 많은데, 그것은 하도 많은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다 보니 나무가 자기방어책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아까시나무에 달린 가시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래도 꿋꿋이 살 겁니다”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p. 51~52)
따뜻한 봄날, 5월이면
바람에 은은하게 날아오는 아카시아 향기를 참 좋아했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나뭇잎도 참 귀엽다. 내가 계절 중에 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에는 아카시아향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아카시아의 진짜 이름은 ‘아까시’라고
한다. ‘진짜 아카시아나무는 열대 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그 생김새가 아까시와는
전혀 다르다’ (p. 47)고 저자는 말한다.
아까시 나무는 너무나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미움을 받을 때가 많다. ‘아무리 뽑아내도 묫자리까지 뿌리를 뻗어 가는 집요함’에다가, 독성을 뿜어내 주변에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아까시 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칭찬한다. 다른 이들의 미움을 받아도, 베어져도 이내 다시
새순을 내는 아까시 나무는 지쳐 있는 이에게 ‘힘이 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은 이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을 건낸다.
“속 뚫린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인고의 세월, 그 기나긴 애달픔 속에서 나는 이 시대의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도 더 내어 줄 게 없나 찾는 우리들의 어머니 말이다.” (p. 74)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느티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커다란 느티나무를 보다 보면 아래쪽에 구멍이 나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런 구멍을 보면서 ‘이건 왜 이런걸까’, ‘어떤
동물이 집을 지은건가’ 나름의 추측도 해보고, 토토로 같은
귀여운 생김새의 무언가가 그 안에 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것은 단순히 느티나무 속이 썩어서 생긴 구멍이었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하늘소 같은
벌레가 들어가 작은 구멍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썩기 시작해 결국엔 속이 텅 비어 버린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전혀 끄덕도 않고 그 육중한 무게를 버텨 낸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선에서 썩는 게
멈출 때의 이야기지만.’(p.72)
저자는 속이 썩어도 버티고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신의 속은 썩어가도 의연하게 버티고 서서 든든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티나무는
우리의 부모님 모습 같기도 하다. 그저 초록초록한 모습, 편안한
모습에 반해 좋아하게 된 느티나무였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보며 무겁고도 감사한 마음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무에게 땅에 묶여 평생을 사는
게 숙명이라면, 뿌리를 내린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운명이다.
나무란 놈은 워낙에 그걸 잘 알고 있는지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주변의 환경에 강하게 맞선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이
땅 어느 생명보다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 준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나무는 결코
자기 삶에 느슨한 법이 없다.” (p. 249)
아무리 척박한 환경일지라도 나무는 일단 뿌리를 내렸다면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렇게 숙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운명에 맞선다. 그러나
사람은 나무보다 더 나은 조건이 주어짐에도 쉽게 체념하고 포기해버린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발이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이 주어졌음에도 말이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맘 먹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운명에 맞서는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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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푸르른 나무들의 사진도 보니 참 좋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잔잔하고 편안하면서도 때론 무겁기도 했다. 나무들의 사진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산책을 다녀온 기분도
들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숲 속 나무의 숨결을 마시고 있는 듯했다.
그저 조용히, 천천히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들에게도 배울점이 참 많았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끔 이끌어 준 책이었다.
‘나무 의사’가 전하는 나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궁금하다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을 만나면 편안한 쉼을 얻는 것과 더불어 나무에 대한 애정도 커질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