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마지막 공부 - 운명을 넘어선다는 것
김승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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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공자는 평생 주역을 공부하고도 모자라 수명의 짧음을 한탄했다. 공자에게는 주역이 그야말로 일생의 마지막 공부였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공자의 마지막 공부라고 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p. 6)

주역은 대자연의 존재 원리와 인간 사회의 섭리를 보여 준다. 이 책에서는 주역의 전문가는 물론이고 처음 주역을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도록 현대적인 논리를 사용하였다. 나아가 공자의 마음을 살펴봄으로써 성인이 가르치고자 하는 바도 밝히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차분히 읽기만 하면 된다. (p. 7)




며칠 전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씽크>를 읽으며 인문고전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지금의 컴퓨터의 시작이 <주역>에서 시작되었음을 듣고는 주역을 언젠가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역을 바로 접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쉬운 입문용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주역을 쉽게 풀이한 신간이 눈에 띄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내게 수명을 몇 년 더 빌려준다면 주역을 더 공부하여 큰 허물을 면할 텐데···.” 공자는 주역을 각별히 사랑했고 연구했으며 그 연구를 다 마치기 위해 수명이 이어지기를 염원했다. 도대체 주역이 무엇이기에 성인인 공자가 그토록 매달렸을까? (p. 32)



문왕, 주공, 공자라는 세 명의 성인에 의해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주역’. 세상의 이치를 모두 담고 있다는 주역 연구를 끝마치기 위해 수명까지 늘리고 싶었다는 공자의 이야기는 이 책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은 1 [공자가 평생의 숙원으로 삼은 공부, 주역] 2 [주역 64괘의 진정한 의미와 공자의 해석을 만나다]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8괘와 주역을 연구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주역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주역의 기원을 이야기하면서 주역의 시대를 앞선 심오한 이치를 보면 이는 외계 문명이 전해준 것이라 생각한다는데...... 그저 그만큼 주역이 현대인의 삶에도 여전히 적용되고 우리에게 필요한 고전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1부의 기초 설명을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64괘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해나간다. 주역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쉽게 설명해주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을 포함한 이 세상은 서로 대립되는 성질을 가진 8괘 천(), (), (), (), (), (), (), ()로 구성되어 있다. 8괘를 조합하여 만든 64괘로 자연의 모습을 읽고 그것에서 인간이 배워야할 것들을 보여준다.




8괘가 자리하는 위치에 따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달라진다.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었다. 하나의 괘 이지만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자연의 모습 속에 우리 삶의 모습이 다 들어있구나, 자연은 나에게 이런 삶의 이치를 알려주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양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주역이 아닌가 싶었다. 세상의 일부일 뿐인 인간도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묻어날 때 모든 것은 막힘없이 제대로 흘러가게 된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삶, 조화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계사전繫辭傳》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글은 말을 다 담을 수가 없고 말은 마음을 다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성인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성인은 상象으로써 모든 것의 구조를 보여 주고 괘상을 설명함으로써 할 얘기를 다 했다.” (p. 299)





<공자의 마지막 공부>는 공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읽는 이를 제대로 서도록 만들고 바르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주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발을 디뎌 보았으니 이제 주역의 가르침에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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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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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감, 소통, 관계 교육 강사이자 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임상 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들을 토대로 상황별관계 연습을 위한 대응법과 해결책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이다.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처받는다고 해서 관계를 피하고만 살 수는 없다. 상처에 아파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또 연결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처도 관계 속에서 받지만 행복 또한 관계 속에서 받는다고 한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함께 살아가야하는 세상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쉽고 구체적인 방법들로 나를 변화시켜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우리에게는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다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남에게 늘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 중에 자신을 잘 챙기며 사는 사람은 드물어요. 남에게 항상 착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 자신에게 자주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p. 17)





마지막 문장이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났다. 남을 위해 자신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상처받은 나는 누가 돌봐 주어야 하지? 나를 제일 사랑하고 우선시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데 말이다.





화가 나면 그 장소에서 도망치세요. 심리학자들은 ‘3을 강조합니다. 최소 3분 이상 그 공간에서 떨어져 있는 게 도움이 됩니다. 화가 난 장소에 머물러 있거나, 내가 화나도록 자극을 준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잠시 멈추고 마음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화는 점점 더 커집니다. 멀리 갈수록 좋고 뛰어가면 더 좋습니다. 화를 가라앉힌 뒤에 나의 마음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p. 25)




3분이상 그 자리를 떠나 내 마음에 집중해 보아야겠다. 저자는 행동하기 전에 잠깐 멈추는 능력을반응 유연성이라고 하며, 이것이 없다면 화가 나가나 짜증이 나는 등의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을 때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한다. 그동안 불쾌한 자극에 즉각적인 반응을 했었던 걸 보면 나는 반응 유연성이 거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 내가 원하는 반응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기 직전에도 불쾌한 자극에 대해 한바탕 퍼부은 뒤여서, 그 일에 대한 내용들을 주어진 항목들에 맞춰 글로 써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 상대방을 비난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짜증뒤에 가려졌던 진짜 욕구는 내가 내뱉은 말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극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으로 나쁜 감정에 휘둘릴 필요는 없었는데... 그 공간에서 멀어져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성별, 연령, 직업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을 알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해요. 인간관계에서는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으니까요.

사람들은 내 기준에서 타인을 받아들입니다. 상대의 말을 상대의 입장에서 해석해서 듣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지옥이 됩니다. 상처도 마찬가지예요. 상대의 의도와는 다르게 큰 상처가 되는 말들이 있지요. 내가 상처받는 진짜 이유는 나의 주관적인 해석때문입니다. (p. 32)





상처받지 않는 인간관계는 없다.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 쉴 시간을 확보했다면, 마음과 몸을 충전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보고 싶었던 영화나 드라마도 실컷 보고,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맘껏 혼자의 시간을 즐겨야 다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관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을 만나는 건 필요해요.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전화로든 문자로든 만나서든 수다를 실컷 떠는 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p. 54)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날, 오랜만에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시간 넘도록 웃고 떠들었다. 오랜만의 연락에도 반갑게 맞아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옛날생각이 자꾸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했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또 다른 관계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공감가는 부분들과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 밑줄이 가득해졌다. 이번에도 역시 이 책이 나에게 찾아와준 것에 감사했다. 동양고전들 중에 인간관계에 관한 글귀들도 꽤나 소개해주어, 이 책 다음으로 (밀린 책들 읽은 다음에;) 동양 고전을 찾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어요.

화를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p. 66)




화가 날 땐 이 글귀를 기억하자. 화상을 입는 것은 결국 화를 손에 쥐고 있는 이다.





크리스태키스 박사는 어느 날, 방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던 중에 비만이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 전염된다는 재미있고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내 친구가 비만해질 경우 2~4년간 내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은 45퍼센트가량 높아진다.

내 친구의 친구가 비만해질 경우 내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은 20퍼센트가량 높아진다.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비만해질 경우 내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은 10퍼센트가량 높아진다.


내 친구의 친구는 이름은 알아도 얼굴은 모를 수 있고,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도 내가 살찌는 데 영향을 끼칩니다.

연구자들은 이 효과를 ‘3단계 영향 법칙이라고 불렀습니다. 3단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 즉 친구(1단계), 친구의 친구(2단계),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서 우리는 직접적 영향을 받으며, 우리 또한 3단계 거리 내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p. 89)





저자가 소개한 ‘3단계 영향 법칙은 흥미로웠다. 내 친구가 나에게, 내 친구의 친구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 친구가 뚱뚱하면 나도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내 친구의 친구가 흡연자여도 내가 흡연자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행복감 또한 이처럼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면내 친구도 체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내 친구의 행복에도 영향을 주겠지? 내가 친구에게 어떠한 영향을 받는 만큼 나 역시 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오래 전 저자가 복용하던 항우울제를 빠뜨리고 독일로 출국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독일 연구실에서 만난 한 연구원에게 항우울제를 두고 와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자, 그는 자신도 비슷한 증상이 있어 처방 받은 약이 있으니 함께 나눠 먹고 회복하자고 했고, 저자는 아기 새처럼 그 약을 매일 한 알씩 받아먹었다고 한다. 그 연구원은 약을 나눠줄 뿐 만 아니라 저자를 데리고 다니며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자연스레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울 증세가 점점 나아졌고 약의 효과가 좋다고 믿으며 한국으로 돌아올 때 그 약을 사 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서야 그 약이 멀티비타민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저자는 공감이 주는 플라세보 효과를 제대로 체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부분을 읽으며 공감이 주는 힘, 믿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 속 내용들 중에 관계를 성장시키는 대화편과 긍정을 이끌어내는 대화 기술 편의 예시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의도와는 달리 속상하고 걱정되는 마음에서 나왔던 말들도 표현에 따라 상대방을 아프게 만들 수 있다. 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예시들로 내가 자주 사용하던 말 습관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칠 점을 찾아보았다.





관계를 살려주는 대화법 중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문제파악 보다는 해결책에 초점을 둔 질문을 하자.

2. ’거울신경세포를 기억하자. 지금 내가 상대에게 보여주는 비언어적 표현들을 돌아보자.

3.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하자. 생각이 아닌 소망을 이야기하자.

4. 대화 중 30%만 말하고, 70%는 경청과 반응.



그 외에 기억하고 싶은 것들 중에는 자기충족적 예언(내가 원하는 것, 긍정적, 구체적, 현재형으로 써서 매일 읽기) 실행하기와 긍정적 단어(편안함, 만족, 기쁨을 주는 단어들)를 자주 소리 내어 발음하기가 있다.











긍정적 단어를 보고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마음 속이 긍정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하루의 시작이나 마무리하는 시간에 이 단어들을 반복해서 보고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왜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좋은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직장, 친구, 가족 등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면 저자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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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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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심을 가진 가장 큰 이유는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의 등장이란 소개문구 때문이었다. 아마존,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작가 랭킹 1위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떤 소설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칭찬한건지... 나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p. 8)





조류생태 및 보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는 방학동안 조류 연구를 위해 키니 교수의 별장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러운 잠옷차림에 맨발을 한 아주 마른 아이가 별장 근처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 굶은 듯 조의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아이는 자신이바람개비 은하에서 온 외계인이어푸드ㅡ나ㅡ아스루라고 소개하며 지구에서 죽은 여자 아이의 몸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 다섯 가지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을 조는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아이의 행색이 아동 학대를 연상시켰고 조는 계속해서 아이의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고 경찰에 도움도 청해본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해서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하고, 이 일에 다소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경찰에게도 실망하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주인공 조처럼 계속해서 아이가 나쁜 일을 당해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서 외계인이라는 거짓말을 꾸며낸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 뉴스에서 들리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더 의심했던 것 같다) 아이는 이전에 어떤 사건을 겪었기에 자신을 외계에서 온 존재로 생각할까, 아이는 이제 안전한 걸까, 앞으로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간의 사랑과 전혀 다른 남남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사랑이 움트는 과정과 그 마음의 크기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가깝고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가정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고 충분한 사랑을 쏟아내 줘야하는 가정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며 아이를 더욱 사랑해줘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와 난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사랑했어요. 결국에는 내 일부가 엄마와 함께 죽어 버렸죠.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난 엄마와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스스스로의 선택을 한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후회한다고 말해요.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혹은 더 사랑할 걸, 하고 말이죠. 전 일말의 후회도 없어요. 정말로요.” (p. 271)





불완전한 면이 있는 타인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내 마음도 따뜻해져갔다. 조와 아이, 그리고 잘생긴 달걀장수의 관계가 깨짐없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계속 읽어 나갔다.





얼사도 물론 찾아야 하겠지만 두 사람도 얼사만큼 길을 잃은 게 아닐까? 어쩌면 얼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들 자신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먼저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 (p. 292)





아이가 집을 나간 그날 아이를 보호해주려던 조와 게이브는 그들 역시 얽혀 있는 문제더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인걸 깨닫는다. 아이는 외계인의 마법으로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마법처럼 그들은 꽁꽁 감춰둔 마음의 상처들을 밖으로 꺼내어 치유하고 행복에 다가가게 된다. 함께일때 행복한 이 세 사람이 오래 행복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랬다.





읽어 나갈수록 빠져드는 스토리였다. 그들의 과거가 궁금했고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단순히 스토리의 전개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채우는 따뜻함과 감동이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만들었다.




드라마 같던 소설은 어느 날 외계인 아이가 그려 낸 그림 한점 때문에 미스터리로 분위기가 바뀌는 듯 하더니,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면서 액션이 펼쳐지고 그때부터 더 속도감 있게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고, 아이에 대한 조의 마음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눈물도 흘렸다. 그 뒤부터는 계속 눈물이 ㅠㅠ.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재미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는 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아픔을 딛고 새로운 둥지를 꾸려 낸 주인공들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랬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불러일으킨 마법같은 기적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공간까지 따뜻한 햇살로 감싸주는 듯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재미, 감동, 의미가 골고루 균형잡힌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마음 속 따뜻함을 채워주는 이야기 한 편을 읽고 싶다면 고민없이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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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 미술 수업 세트 - 전3권 누구나 쉽게 하는 김충원 미술 수업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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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의 미술교실>로 기억에 남는 저자 김충원의 신간 3종이 출간되었다. 크레파스 수업, 색연필 수업, 수채화 수업 3가지로 구성되어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하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아이들과 함께 보며 따라 그리기에도 너무나 좋고, 특히 미술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내 경우에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싶은 대상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었었다. 아이패드 드로잉도 결국은 드로잉이고, 드로잉에 대한 기초가 부족하여 표현의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기초를 배우고 싶었고, 마침 좋은 신간이 눈에 띄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는 귀여운 표지와 알록달록 채워진 그림들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따라 그릴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쉽게 단계단계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 해 놓아서 나도 따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 책은 각각의 도구(크레파스, 색연필, 수채화)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준비물, 도구 사용법 및 도구별 표현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마치 미술학원에서 아주 기초부터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크레파스와 수채화는 아이의 것을 빌려쓰며 나만의 도구가 없었는데 이번에 한번 장만해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크레파스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마치 내가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들로 종이에 슥슥 그려내는 것 자체가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냈다.







아이가 이것 저것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할 때마다 조금 난감했었는데, 이 책 덕분에 이제는 나도 척척 비슷한 형상을 그려낼 수 있어 좋았다. 책 속 그림들로 아이에게 한글이나 영어로 낱말카드를 만들어 주어도(또는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미술을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팁을 얻을 수 있어 좋았고, 나 자신도 미술 도구들로 그림을 그리면서 잊혀진 동심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좋았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미술 교육 및 미술 놀이를 계획 중인 사람에게, 그리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그리기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에게 <김충원의 미술 수업 세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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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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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와 일본 소설가 5인이 함께 쓴 미래 소설 단편집이다. 미래의 로봇과 모빌리티를 주제로 작가들이 덴소를 직접 견학하고 취재한 후 써낸 아주 짧은 이야기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래제작소>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책의 작가들은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제작하여 우리에게 보여준다.





"소설집 《미래제작소》는 아주 그럴듯한 흥미로운 미래 기술들이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게 되면 손에서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런 책이다. 읽으면서 내내 내가 그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끊임없이 상상하게 한다. 기술들이 사람들의 삶에, 사회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게 한다." (p. 10 추천사- 데니스 홍)





책을 펼치고 만난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흥미로웠다. ‘원룸카라는 신차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요즘 캠핑카나차박이라고 하여 차를 이용하는 캠핑 문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원룸카도 꽤 괜찮은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해외 뉴스에서 비싼 집값 때문에 배나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떠올려 보면 원룸카는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기존의 집들에 비해 원룸카는 공간도 좁고 주차 문제나 보안에 취약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소설은 나의 걱정을 다 예상했다는 듯이 하나 하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작가는 GPS, 자율주행, 보안시스템, 타워주차장 등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기술들을 조금 더 발전시켜 가능한 미래를 그려낸다. 정말 그저 말도 안되는 공상이 아니라 정말 실현 가능한 가까운 미래의 모습 같아서 이 소설들이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개와 컴퓨터를 합체한 ‘dogcom.’이란 제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개와 컴퓨터의 기능을 하는 것인데, 개의 형상을 하고 개처럼 행동하면서 동시에 컴퓨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자제품이기에 시간이 지나 노후화되고 dogcom.과도 헤어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컴퓨터라지만 실제 반려견처럼 함께 지내는 동안 추억이 쌓인 dogcom.과의 이별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와의 작별처럼 슬픔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보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dogcom.은 이런 슬픔의 감정을 줄여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죽음을 통한 이별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슬픔이고 고통이다. 이번 에피소드를 읽으며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겪어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불편감을 없애 주는 쪽으로 나아가는구나를 느꼈다. 살아있다고 표현하기 어려운 기계에게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듯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하는 옳은 방향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삶이 더 편해지고 편안해지지만 자연스럽지는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짧은 이야기는 끝나도 많은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회의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에피소드4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기술의 발전을 보면 또 발전된 미래가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휠체어의 불편함을 개선한 거미다리 모양의 새로운 휠체어로 걸을 수 없었던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 소설 밖에서 이것을 읽고 있는 나도 덩달아 뿌듯하고 기뻐진다.






마지막 에피소드 <계승되는 추억>은 우리가 과거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래 기술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트리트뷰와 VR이라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술들을 활용한 이야기이다. 이미 알고 있는 기술들의 조금 더 진화된 형태의 모습이여서 가까운 미래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추억들이 있다.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특별한 추억들은 정말 손만 뻗으면 만져질 것만 같고 그때의 냄새와 온도가 느껴지는 것만 같지만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는게 서글프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를 보며 추억을 다시 경험하는 일은 시간여행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겠구나 라는걸 느꼈다. 가까운 미래엔 이런 체험이 가능한 상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자극을 받아 나름대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상상이 다시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 우리 코앞에 다가온 가까운 미래세계를 마음껏 상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p. 17 프롤로그)





아주 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미래 소설 <미래제작소>는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발전된 기술들이 가져올 변화를 미리 체험해보도록 도와준다. 변화가 가져올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 때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아주 그럴듯하고 실현 가능해 보이는 SF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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