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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가장 큰 이유는 ‘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의
등장’이란 소개문구 때문이었다. 아마존,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작가 랭킹 1위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떤 소설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칭찬한건지... 나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p. 8)
조류생태 및 보전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조’는 방학동안 조류 연구를 위해 키니 교수의 별장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러운 잠옷차림에 맨발을 한 아주 마른 아이가 별장 근처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래
굶은 듯 조의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아이는 자신이 ‘바람개비 은하’에서 온 외계인 ‘이어푸드ㅡ나ㅡ아스루’라고 소개하며 지구에서 죽은 여자 아이의 몸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에서
다섯 가지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을 조는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아이의
행색이 아동 학대를 연상시켰고 조는 계속해서 아이의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고 경찰에 도움도 청해본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해서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하고, 이 일에 다소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경찰에게도 실망하며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주인공 조처럼 계속해서 아이가 나쁜 일을 당해 두렵고 무서운 마음에서 외계인이라는 거짓말을
꾸며낸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 뉴스에서 들리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더 의심했던 것 같다) 아이는 이전에 어떤 사건을 겪었기에 자신을 외계에서 온 존재로 생각할까, 아이는
이제 안전한 걸까, 앞으로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간의 사랑과 전혀 다른 남남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사랑이 움트는 과정과 그 마음의 크기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가깝고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가정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고 충분한 사랑을 쏟아내 줘야하는 가정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며 아이를 더욱 사랑해줘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와 난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사랑했어요. 결국에는 내 일부가 엄마와 함께 죽어 버렸죠.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난 엄마와 함께 어둠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스스스로의 선택을 한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후회한다고 말해요.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혹은 더 사랑할 걸, 하고 말이죠. 전 일말의 후회도 없어요. 정말로요.” (p. 271)
불완전한 면이 있는 타인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내 마음도 따뜻해져갔다. 조와 아이, 그리고 잘생긴 달걀장수의 관계가 깨짐없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계속 읽어 나갔다.
얼사도 물론 찾아야 하겠지만 두 사람도 얼사만큼 길을 잃은 게 아닐까? 어쩌면
얼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들 자신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먼저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 (p. 292)
아이가 집을 나간 그날 아이를 보호해주려던 조와 게이브는 그들 역시 얽혀 있는 문제더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인걸 깨닫는다. 아이는 외계인의 마법으로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마법처럼 그들은 꽁꽁 감춰둔 마음의 상처들을 밖으로 꺼내어 치유하고 행복에 다가가게 된다. 함께일때 행복한 이 세 사람이 오래 행복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랬다.
읽어 나갈수록 빠져드는 스토리였다. 그들의 과거가 궁금했고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단순히 스토리의 전개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채우는 따뜻함과 감동이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만들었다.
드라마 같던 소설은 어느 날 외계인 아이가 그려 낸 그림 한점 때문에 미스터리로 분위기가 바뀌는 듯 하더니,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면서 액션이 펼쳐지고 그때부터 더 속도감 있게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고, 아이에 대한 조의 마음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눈물도 흘렸다.
그 뒤부터는 계속 눈물이 ㅠㅠ.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재미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는 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어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아픔을 딛고 새로운 둥지를 꾸려 낸 주인공들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랬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불러일으킨 마법같은 기적은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공간까지 따뜻한 햇살로 감싸주는 듯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재미, 감동, 의미가 골고루 균형잡힌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마음 속 따뜻함을 채워주는 이야기 한 편을 읽고 싶다면 고민없이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