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ㅣ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평점 :
국난 속에서 책을 집필하며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음악을
보이도록,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들리도록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주 특별한 비대면 음악책을 만들어
보겠다고요. (p. 4)
<90일 밤의 클래식>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클래식 음악으로 차분하고 편안하게 만든 상태로 잠이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자기
전 음악 이야기 한 편 읽고 QR코드 따라 음악 한 곡 듣고 자니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초보자들도 읽기 쉽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쓰여 있고, 한 챕터도 한
장 반~ 두 장 정도의 분량이라 부담이 전혀 없다. 이야기의
끝에는 저자가 짚어주는 감상 팁도 나와 있어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들으면 좋을지 감을 잡기 어려운 클래식 초보자들에게 유용하다.
첫번째 이야기 속 주인공인 <카르미나 부라나>는 너무나 인상깊은 멜로디였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중세음악이라고
해서 약간 부담스러움을 느끼기는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난 뒤 QR코드를
따라 음악을 들어보고는 내 생각과 달리 신선하면서도 들어본 듯하면서 꽤 괜찮은 곡의 느낌에 놀랬다. 그러다가
저자가 골라 둔 두번째 곡을 듣고는 또 놀랬다. 너무나 익숙한 곡인데 제목은 몰랐던 그 곡이어서 놀랐고, 바로 전에 들었던 신선했던 중세음악과 같은 제목이라는 것에 신기했다. 웅장하고
멋있는 도입부가 돋보이는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듣고 있으니 클래식의 세계로 문을 열고 들어온 걸 환영해주는 멋진 환영식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와
멋있다. 이 음악을 들으며 이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계속 놀라고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들어보았던 곡의 제목이 이것이구나, 여기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었구나,
이 곡은 이런 전개였고, 이것이 같은 곡이었구나 놀라고 재미있어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쭉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책이 아니다 보니, 관심 가는 주제나
곡부터 먼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읽기 전에 차례를 살펴보며 <칵테일 사랑>이란 노래에 나오는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무슨 곡인지 궁금했는데, QR코드를 따라가보니... 내가 매일 듣던 그 곡이었다. ;;; 그저 클래식 모음곡을 틀어 놓기만 하고 그 곡의 제목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다 보니 음악은 익숙한데
제목은 모르고 그 작품에 연관된 이야기는 완전 무지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나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어서 좋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이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다 보니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 듯했다.
[Day10 무시할 수 없는 악기]
편에는 우리가 무시하는 악기 리코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초등학교 다닐 때나 부는 악기쯤으로
취급하는 이 악기가 바로크 시대에는 바이올린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선율 악기라니 놀라웠다. QR코드를
따라간 영상에서 본 비발디의 <플라우티노 협주곡,
RV433>을 보면 리코더 연주자가 무슨 묘기라도 부리듯 리코더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알던 그 리코더가 아닌데? 생각하며
열심히 곡을 들어보았다. 앞으로는 리코더를 전처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Day13 자장가의 비밀] 편에는
우리가 흔히 모차르트의 자장가로 알고 있는 곡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라는 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자장가, K350>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곡이 아니라, 작곡은 요한 프리드리히 안톤 플라이쉬만이 했고, 이후에
베르나르드 플리스라는 작곡가가 그 곡에 프리드리히 빌헬름 고터의 희곡을 가사로 붙인 것이었다. (외국
작곡가들의 이름은 읽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곡을 오스트리아의 음악 학자 루트비히 폰 괴헬이 모차르트의
곡으로 착각하고 모차르트의 곡을 정리해 넘버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우리는 이 곡을 모차르트의 곡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를 재울 때 이 곡을 많이 불러주었는데, 편안한 분위기의 이
곡에 이런 복잡한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Day 17 휴가 보내주세요] 라는
소제목 속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하이든의 <45번. 고별 교향곡> 4악장 마지막에 연주자들이 차례로 자신의 악기를
챙겨 퇴장하는 놀랍고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된 이야기이다. 고상한 유머를 통해 원하는 메시지를
기분 좋게 전달한 하이든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Day 29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편에는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중 24번을 들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이었는데 이 곡의 제목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보았다.
이 곡을 들으며 음악은 정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듣기만 해도 어려워
보이는 이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Day 83 세상에서 가장 긴 음악] 편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곡 존 케이지의 <4분 33초>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말로만 들어왔는데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공연장의 소음을 음악으로
만들어 낸 것도 신선한 아이디어인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 곡의 제목은 <오르간/ASLPS>로 2001년부터
연주 실험이 시작되어 2640년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고 한다. 무려
639년이 걸리는 것이다. 저 곡이 몇백년의 세월을 지나
끝까지 연주될 날이 과연 올까, 그때의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몇 백년 뒤의 미래에서 여전히 같은 곡이 연주되고 있을 모습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이 책은 한편 한편 가볍게 읽기 좋다. 클래식 음악이란 말을 들으면
생소한 용어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에 지레 겁을 먹고 피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으니
그런 이유로 클래식을 피해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보통 책을 읽을 때는 한번에 쭉-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음악 감상도
길게 즐기며 천천히 읽어 나갔다. 아껴 읽는 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느껴진 책이었다. 저자가 고른 곡들이 너무나 좋아서 책을 읽지 않을 때에도 재생해 놓고 들었다.
나는 책의 뒷부분보다 앞부분의 음악들이 더 좋았다. 선율이 아름다운 곡들은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뜨겁고 습했던 날씨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 책과 함께
하는 밤이 더욱 분위기 있어진다. 다가오는 가을 밤을 아름다운 클래식과 함께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요렇게 소제목별로 관련 음악 영상이 나와있어서 감상하기 편하다. 물론
유튜브에 연주 영상들은 많지만 좋은 연주자와 소리의 퀄리티가 괜찮은 영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책은 핸드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저자가 미리 골라 둔 퀄리티가 보장된 영상을 바로 감상할 수 있어
너무나 좋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 입문자로 쉽고 재미있게 클래식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 클래식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 잠들기 전 지친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클래식 음악이 한결 나와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