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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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겨울밤 난롯가에 모여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이 모임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던 더글라스는 사람들이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자신만이 알고 있던 끔찍한 이야기 하나를 풀어 놓게 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릴 적 누이의 가정교사로, 그녀가 처음 가정 교사 일을 시작했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가정교사 모집 공고를 냈던 이는 아이들의 삼촌이었는데, 그가 말하길 아이들은 2년 전에 부모를 모두 여읜 상태고, 가정교사로 채용되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시골집에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엔 찜찜한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돌보며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자신에게 보고하거나 의논하지 말고 가정교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대화 도중 잠시 언급된 전임자(이전 가정교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첫 일자리에다가, 생각보다 후한 급여, 거기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고용주의 모습에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에서는 시작 부분에 인물관계도를 그려 두어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 전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은 소설의 내용을 미리 짐작해 보는 장치가 되어 읽으면서 알아가는 재미를 방해할 수도 있지만, 소설의 인물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 작품은 몇 주 전에 다른 번역으로 한차례 읽어보았다. 그때는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서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내용 자체가 모호하기도 했고, 문장도 매끄럽지 않아 집중이 잘 안되었고, 거기다 카페인의 부족까지 한몫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번역으로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현대어로 쉽게 쓰였다는 이 책이 눈에 띄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을 알고 다시 읽는 작품이라 이해가 쉬운 것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지난번 책보다는 편안하게 읽혔다. 그러나 현대적인 문장 때문에 고전 특유의 분위기가 조금 덜어진 것은 아쉬웠다.


이 작품은 명확하게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책은 유령이 실제하는가를 초점에 두고 볼 수도 있고, 가정교사가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시작된 망상으로 볼 수도 있다. 전자보다 후자를 생각할 때 더 무섭게 읽힌다. 처음 읽을 땐 유령의 정체와 숨겨진 비밀에만 집중하여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가정교사의 생각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게 보여 자꾸 눈길이 갔다. 거듭 읽을수록 공포 심리 소설의 매력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왜 헨리 제임스를 현대 심리 소설의 가장 위대한 선구자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갔다.


<나사의 회전>은 어둡고 습한 안갯속에서 펼쳐지는 으스스한 이야기에 모호함이 뒤섞여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최초의 공포 심리 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도 읽어 보길 추천한다. 만약 이전에 이 작품을 읽었지만 번역에 불편함을 느꼈거나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전을 멀리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해봐도 좋을 만한 책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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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 외할아버지의 손자 키우기
정석희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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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년에서 가장 행복하고 충일했던 시기를 함께 보낸 녀석들이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 녀석들이 절대 기억하지 못할 한두 살을 우리는 진하게 같이 보냈다. 녀석들은 벌써 자기들이 기저귀 찼던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서너 살 무렵의 기억들조차 점점 옅어지고 단편화될 것이다. 나로서는 이 무렵의 소중한 기억들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사라지게 놓아둘 수는 없었다. 부디 바라건대, 나의 손자들이 나중에 이 글을 읽을 수 있었으면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외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 11)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는 외할아버지가 두 손자들을 돌보며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큰딸과 작은 딸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고, 모두 워킹맘이었던 터라 외가에서 두 아기를 쌍둥이처럼 돌봐 주게 되었다고 한다. 외손자를 봐주느니 파밭을 맨다’, ‘외손자를 귀애하니 방아깨비를 귀애하지’(p. 6) 같은 옛말도 있다지만, 저자는 오로지 내리사랑으로 외손자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손자들을 돌본 썰을 듣고 있으니 지나간 나의 육아가 떠올랐다. 젖을 언제 먹었는지, 대소변은 언제 얼마나 했는지 매일 기록하던 일상. 서툰 손으로 갓난아기를 목욕시키던 때. 한밤중 깨어나 우는 아기를 토닥이던 기억. 이것저것 육아 용품으로 가득했던 공간. 달큰한 아기 냄새.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것은 모두 잊히고 그리움만 남아 있다. 그리고 이에 이어서 드는 생각은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보살핌을 받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절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이 나의 할머니에게도 행복한 기억이었을까. 이제는 그 질문을 건넬 기회를 영영 잃어버렸지만, 내 기억 속에 남은 눈빛들에서 이미 그 답을 들었다고 혼자서 짐작해 본다.

 

도헌이와 경모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우리집을 아예 떠나기까지 만 3년 반 동안, 이렇게 우리집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집이 되었다. 어른들의 집에 아이들이 들어와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집에 어른들이 얹혀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내는 지금도 그때가 참 사람사는 것 같았다고 말하곤 한다. (p. 28)


요즘에는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봐 주는 경우가 많아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이가 꽤 많을 것 같다. 돌봄을 주었던 이는 주었던 대로, 돌봄을 받은 이는 받은 대로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떠오르게 만든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이긴 하나 현실 육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 부모들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할아버지의 황혼 육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누구의 인생에나 존재하는사랑이 가득 담겼던 그때 그 순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를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책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 할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는 딸들과 손주들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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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노구치 사토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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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이상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이 기분 좋은 대화의 비밀이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고 한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대화의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기‘(p. 10)가 바로 그 핵심이다. 책 속에서 예시를 가져와 간단히 설명하자면, 야근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 만나기 어렵다는 썸녀의 문자 메시지에 저도 요즘 쉬는 날이 없어서 너무 지치네요. 최근에는 직원까지 줄어서 정신없이 바쁩니다.”(p. 36)라고 답장하는 경우와 유카 씨, 매일 야근하시느라 힘드셨군요. 일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해요. 혹시 괜찮으시면 다음에 같이 기운 나는 음식 먹으러 가요.”(p. 37)라고 보내는 답장의 차이이다. 전자는 자신을 대화의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두고 말하는 경우이다. 당연히 후자로 답하는 사람이 호감을 얻기가 쉽다. 저자는 뛰어난 말솜씨가 없어도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만 지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데, 이런 방식의 대화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저자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 대화법을 실천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분 좋은 말 한마디로 식당의 서비스가 달라졌던 일, 영업 실적이 올라간 영업 사원, 관심 있었던 여성의 마음을 얻어 진지한 교제로 발전한 남성 등 기분 좋은 말 한마디는 기분 좋은 결과물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


저자가 들려주는 대화법의 예시를 보고 있으니, 저자가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고 글로써 읽고 있음에도 그 말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묻어 있다고 느껴졌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화법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고 간단하다. 그러나 주인공이 에서 상대방으로 옮겨 가는 그 사소한 차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대화 기술을 알고 싶은 이에게 추천 하고픈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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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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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공항에서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네모칸마다 하나씩 채워 모아 마치 커다란 타일 벽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 말이다. 이 소설집도 그 장면처럼 크리스마스를 맞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엮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설정이나 인물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 하나의 줄기로 엮여 있었다. 2021년에 출간된 김금희 작가의 소설 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 수록된 작품이자, 이번 신간 <크리스마스 타일>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단편 크리스마스에는이란 작품이 이 이야기들의 시작점이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시작하여 그들 주변으로 뻗어 나가 여섯 편의 또 다른 스토리를, 가려져 있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반짝이는 이미지와 들뜬 분위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동안 보았던 크리스마스 영화나 소설들도 뭔가 마법 같은 일이나 특별한 행운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책 속 인물들에게는 그런 극적인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도 매일의 일상이 이어질 뿐이다. 오히려 그들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이 현실에 더 가까워서 인지 과장된 듯 보이는 해피엔딩보다 훨씬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엉망으로 보이기도 하는 내 삶도 괜찮을 수 있음을. 삶은 원래 그런 것임을 보여 주는 소설이었다. 김금희 작가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인상 깊게 읽었던 이에게, 지금의 계절에 맞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창비)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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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을 줄 알았는데 멋있어! 축구 만화 도감 반전 도감 3
익뚜 지음, 장민석 감수 / 후즈갓마이테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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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축구의 이모저모에 대해 설명한다. 축구의 게임 규칙은 물론이고, 축구의 역사나 축구공, 축구화, 심판과 감독의 역할, 선수의 포지션과 팀의 포메이션까지 설명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축구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그저 설명만 늘어놓는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만화 형식이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기에 딱 적당한 수준이며, 성인이라도 나처럼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기초 지식을 쌓는 용도로 읽어봐도 좋다.




축구공이라면 하얀 바탕에 점박이(?) 무늬를 가진 공만을 떠올렸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축구공(월드컵 공인구)의 디자인은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분명 때마다 월드컵 경기를 챙겨 보았는데도 공의 변화는 알아채지 못했었다니



책에서는 선수들의 포지션별 역할에 대해 설명한 뒤, 각 포지션별 유명한 현역 선수들과 레전드 선수들을 소개한다. 이쪽 분야에 거의 아는 것이 없었던 나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심판의 수신호마다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 주심이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장을 다닌다는 것 등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많아 유익했다.



<축구 만화 도감>은 축구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권해 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축구 해설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축구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려주기 때문에, 축구와 친하지 않았던 사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축구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우리 아이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이 책 덕분에 훨씬 더 재미있게 집중하여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초판 한정 사은품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로마이드를 증정하고 있다. 이 브로마이드에는 카타르 월드컵 조별 나라들의 공격력, 수비력, 특징을 간략히 담은 표와 각 나라의 대표 선수들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니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이 또한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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