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 - 심리학 거장들과 함께하는 마음 수업
강현식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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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책이 자기 마음 안에 사는 낯선 사람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한 사이가 되면 좋겠다.” (p. 7)




이 책은 우리도 잘 몰랐던 숨겨진 우리의 진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이유도 모른 채 느꼈던 마음의 변화나 불편하게 느껴졌던 감정들의 진짜 이유를 심리학계 거장들의 연구에서 찾아본다. 책 속에는 프로이트, , 스키너, 로저스, 피아제 등 10인의 심리학자와 그들이 주장한 이론이 소개되어 있다.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아래에 소개해본다.



1.

정말 몇 번 보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해 봤으며,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데도 그냥 무조건 싫은 동성이 있는가?

당신이 그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는 당신의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 사람에게서 당신이 숨기고 싶어 하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해서 싫은 것이다. 다른 말로 당신은 그 사람과 매우 닮았다고 할 수 있다.” (p. 52)




2.

앞서 언급했듯이 비합리적 신념의 대표적 표현은 당위(해야 한다)와 극단(모두, 항상)이다. (··· 중략 ···)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못 해냈다면 돌아오는 것은 비난이다. 자신에 대한 당위는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타인에 대한 당위는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우울이라는 비합리적 감정으로 귀결된다.” (p. 154)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당위소망으로, ‘극단유연한 표현으로 바꿔 말해 봄으로써 합리적 신념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약간의 차이지만 생각이 불러일으키는 마음의 변화는 크다.




3.

행복의 50%가 타고나는 기질, 10%가 조건이라면 나머지 40%는 무엇일까? 긍정심리학자들은 40%가 바로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태도라고 말한다. 긍정심리학자들이 주로 연구하는 감사, 용서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낙관주의도 포함된다. 긍정심리학자들은 훈련을 통해 삶을 긍정의 지향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이것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p. 178)


긍정심리학자들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예를 들어 좋은 학벌이나 직업 등)을 다 갖춘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의 10% 정도 밖에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타고난 기질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부분은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태도,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영역의 것들이다.




4.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 확실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액수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는 비합리적인 존재다.” (p. 255)





<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는 심리학 입문자가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심리학적 개념이나 연구 내용들을 쉬운 말로 설명하기 때문에 책은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열 명의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론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긴 하지만, 설명만 계속 듣고 있었더라면 조금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쯤 겪어보았거나 또는 주변에서 들어본 마음의 문제들을 예시로 들고 이것을 심리학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학이 우리와 매우 가까운 학문임을 느끼게 만든다. 덕분에 읽는 이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나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데 이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깨닫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통해 가려져 있던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있어서도 조심하고 주의해야할 것들 또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해 보고 싶은 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심리학 서적을 찾고 있는 이에게 이 책 <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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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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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꿈을 꾸고 있었다. 인도의 축제 기간. 붐비는 거리와 정신없는 소음 사이에서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그녀는 꿈속의 남자가 자신에게 청혼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가슴 벅찬 행복감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난다.


행복했던 꿈과는 달리 온몸의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깨어난 여자는 이곳이 병원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된 것인지 기억이 없었기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아들도 함께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그들은 무사한지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앞에 남편 팀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아이가 무사하다는 대답을 듣고는 안도감을 느끼며 남편에게 조금 전에 꾸었던 꿈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보, 내가 설명할 게 있어.” 그가 당신의 손을 감싸 쥔다. “무척 어려운 이야기지만 당신이 당장 알아야 하는 거야.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 (p. 12)


그녀는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5년 전에 이미 죽었던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잃은 후코봇이라는 컴패니언 로봇을 개발하였고, 아내의 기억을 코봇에 업로드하게 되었다. 공감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인 코봇은 사별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외형을 그대로 복제하고 그들의 개성 역시 그대로 살려낸다고 한다.



우는 대신 당신은 할 말을 잃고 당신을 가만히 본다. 당신이라는 그 흉측한 물건을. 당신은 충돌실험용 인체 모형이다. 가게 진열장의 마네킹이다. 머리 뒤에는 전선 다발이 포니테일마냥 기괴하게 매달려 있다.

그가 당신 얼굴 위로 다시 고무를 씌운다. 이제 당신은 다시 당신이 된다. 그러나 그 무표정한 플라스틱의 끔찍한 기억이 당신의 마음에 화인처럼 찍힌다. (p. 18)




소설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오래전에 실종되어 죽었다고 여겨졌던 여자, 애비 컬런. 그녀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은 그녀(어떻게 보면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세상이 바라보았던 대로 애비를 죽인 것은 그녀의 남편 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까. 남편이 이미 죽은 그녀를 이렇게라도 부활시킨 목적은 무엇일까. 그녀의 죽음의 진실, 남편이 숨기고 있는 것들 등 소설은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만들었다.


남편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애비는 분명하게 로봇이다. 그러나 겉보기에 이 로봇은 인간이었던 애비와 너무나 닮았고, 그녀의 기억도 가지고 있으며, 그녀만의 생각이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창조물은 과거의 애비의 연속된 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걸까. 그저 사람을 흉내 내는 기계에 불과한 걸까. 소설은 우리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도 주었다.


소설은 계속해서 로봇 애비를당신으로 지칭하며 그녀를 관찰하는 듯이 서술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관찰자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여기에는 매우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라 이 부분에선 갑자기 정신이 바짝 드는 기분이 들었다.


<퍼펙트 와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흥미로운 sf 심리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이 소설 역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표현될지 매우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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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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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한 곡의 음악 때문에 읽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OST에 참여했었고, 나는 그 곡을 매우 좋아해서 즐겨 듣곤 했다. 그 곡은 나에게 소리로써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곡이 사용된 <신의 카르테>라는 작품은 어떤 내용 일지, 이 곡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 궁금해졌다. 음악이 전하는 마음, 그것이 내 마음속에서 그려내는 이미지가 실제 작품과 얼마나 비슷할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영화로 확인해 보아도 되었지만, 마침 중고서점에서 이 소설을 운명처럼 마주치게 되었기에 소설로 궁금증을 해결해보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역 거점 병원인 혼조병원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내과 의사구리하라 이치토이다. 어릴 적부터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했던 그는 남다른 말투와 언행으로 병원에서 괴짜로 불리고 있었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지방 병원의 현실 때문에 낮에는내과 의사밤에는응급 의사의 명찰을 달고 진료를 보고 있었다. 예스러운 말투로 실없는 농담도 잘 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 그것이 바로 괴짜 의사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는 그만의 센스로 자기 주변 인물들에게 모두 별명을 붙이곤 하는데, 그것이 소설의 캐릭터를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기도 하면서 소설을 재미있게 꾸며주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괴짜 주인공은 보금자리 또한 특별했다. 구리하라가 아내와 살고 있는온타케소역시 괴짜들의 소굴이었다. 오래전 여관이었던 그곳은 지금은 하숙집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에는 화가인남작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학사님이 함께 살고 있다. 병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도 꽤나 재미있었다. 소설 뒷부분에는 온타케소에서 벚꽃과 관련된 감동적인 장면도 나오는데 나는 그 부분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약물이나 항생제 등을 이용해 끊어지는 목숨을 연장한다는 것은 사실 오만한 일이다. 원래 수명은 인간의 지혜를 벗어난 영역이다. 처음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다. 흙에 묻힌 정해진 운명을 파내어 빛을 비추고 좀 더 나은 임종을 만들어간다. 의사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p. 181)


‘카르테’란 의사의 진료 기록부라고 한다. 이것은 환자의 인적 사항부터 시작해서 병명, 증세, 처방 기록 등이 모두 기록된 기록물이다. 소설의 제목을신의 카르테라고 지은 것은 위와 같은 생각을 담은 것이라 추측해 보았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의사로서 고민해온 작가의 말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음악 때문에 읽기 시작한 소설이기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츠지이 노부유키가 연주하는 신의 카르테연주곡을 함께 들었다. 읽는 도중 몇몇 장면에서는 이 음악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앞서 말했던 벚꽃과 관련된 감동적인 장면도 그런 부분 중 하나였다. 마치 영화감독이 된 듯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과 배경음악을 겹쳐 상상해보는 것은 소설을 색다르게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약간 오글하고 간질간질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런대로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 대단히 극적인 스토리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따뜻한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괴짜 의사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 <신의 카르테>를 추천한다. 이제 1권을 읽었으니 다음 편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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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수달 가족 이야기 보고 느끼는 도감
신응섭 지음 / 진선아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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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섬진강에 살고 있는 수달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섬진강에서는 재작년 겨울 수달 부부가 결혼하여 이듬해 봄에 아기 수달 남매 강이와 달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섬진강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수달 가족은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고, 아빠 수달은 가장 앞장서서 가족을 이끌고 가던 중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수달 가족의 슬픔을 아는지 섬진강도 슬픔에 잠긴 듯 여름을 보내게 되고계절이 지나 다시 발견한 수달 가족은 다행히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수달의 관찰일기를 들려줄 거라 생각하고 펼쳤던 책에는 의외로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책은 인간을 편리하고 즐겁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수달 가족이 아빠를 잃은 이야기를 보여주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본 틀이 되는 이야기 외에도 어린이 도감답게 책에서는 수달의 보금자리, 물고기를 먹는 모습, 헤엄치는 모습 등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준다. 또한 수달의 생애, 수달의 외형적 특징, 엄마 수달이 아기 수달을 길러내는 모습과 과정도 보여준다. 그래서 수달의 진짜 삶과 생활이 궁금했던 아이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 이 책에는 수달뿐만 아니라 섬진강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도 소개하고 있다. 쇠오리, , 왜가리, 기러기, 황어, 남생이 등 많은 생물들이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섬진강 쪽으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본 후 책에서 보았던 생물들을 여행지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귀여운 수달 가족의 실제 삶이 궁금하다면, 수달을 주인공으로 한 생태 사진 동화에 관심이 있다면, 아이와 섬진강 부근으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 책 <섬진강 수달 가족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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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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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낯선 만큼 초반에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막상 읽어보니 그것은 기우였다. 초반부터 클라라의 영적 능력, 외삼촌의 죽음, 로사의 죽음 등 사건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고, 소설을 읽을수록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어 2권으로 넘어 가면서부터는 빠른 속도로 책장이 넘어갔다. 소설은 칠레의 굴곡진 근대사를 환상적인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 역시 혼란의 세계 속에 휩쓸려 들어가 있었고, 갈수록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근현대사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알바는 군인들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 대부분이 중간 계급이나 노동자 계급 출신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극우 쪽보다는 좌파에 더 가까웠다. 알바는 나라가 왜 내전 상태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은 군인들의 작품으로, 그들이 받은 훈련의 결정체이자 그들 직업의 빛나는 훈장이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군인들은 평화 시에는 빛을 발할 수가 없었다. 쿠데타는 군인들이 병영에서 받았던 훈련과 맹목적인 복종, 무기 사용법, 그리고 일단 양심의 가책을 외면하고 나면 습득이 가능한 다른 기술들을 실제로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 [영혼의 집 2], p. 243)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증오심마저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증오심이 많이 희석되었고 날카롭고 또렷하던 면들도 많이 무뎌지고 뭉뚱그려졌다. 그 어느 것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은 없었다. 그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여진 운명에 상응하는 것이었으며, 에스테반 가르시아도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환상을 믿고 있다. 그러나 전 시대의 영혼들이 공간 속에 모두 뒤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모라 세 자매가 말한 것처럼 모든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었다.” ([영혼의 집 2], p. 326~327)





<영혼의 집>은 이사벨 아옌데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델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의 실제 삶도 소설 속 알바처럼 외갓집에서 아버지 없이 자랐다고 하며, 군부로부터 쫓기는 사람들을 도와주었고 그로 인해 망명까지 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것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대갚음해 주기보다는 기록이라는 사명으로 승화시킨 알바. 그녀의 깨달음은 다소 종교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고통을 견뎌내고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이 작품을 통해 칠레의 근대사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작가가 전해주는 폭풍 같았던 시대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시대를 겪지 않은 나에게도 다양한 감정과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의 알바의 말은 책을 덮고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강렬한 색깔로 채색된 소설을 읽고 나니 머릿속에 잔상이 오래 남았다. 칠레의 근대사에 관심이있는 이에게, 강렬한 스토리의 소설을 찾는 이에게, 라틴 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 <영혼의 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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