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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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학자의 눈으로 빛이 담긴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화가의 삶의 이야기와 빛의 의미,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궁금해지곤 했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화가들의 작품이 내포한 미학적 서정과 서사를 현대 심리학의 다양한 주제들과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냈다. (p. 6)



‘미술’과심리학의 만남 자체로 이 책은 충분히 나의 흥미를 끌었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 속 문제를 읽어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는 어떨지, 명화에 담긴 화가들의 마음과 그것을 통해 마주하게 될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은 어떤 것일지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자신감을 높여주는 그림에 대해, 2부에서는 색깔과 심리의 관계에 대해, 3부에서는 내향적인 성격에 대해, 4부에서는 불안을 다독이는 법에 대해, 마지막 5부에서는 무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 소개된 화가들은 총 15인이다. 이름이 익숙한 화가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화가도 있었다. 조현병이 의심되는 카라바조,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변화된 내면을 자화상으로 표현한 렘브란트, 색채가 이끌어내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터너, 예민함의 힘을 보여주는 하메르스회, 빛의 공간으로 우리의 내면세계를 마주하게 만드는 제임스 터렐 등 열다섯 명의 화가들의 삶과 작품은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시를 감상하거나 소설을 읽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창작자의 생각과 감정이 독자와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모든 예술은 등가의 경험 아닐까. 보편적인 그림이라서 그 작품을 좋아하게 되지 않는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그림이 내게 전하는 비밀스러운 속삭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같은 그림을 보고 있지만, 내가 보는 그림은 당신이 보는 그림이 아니고, 미술책에서 보는 것과도 다르다. 많은 사랑을 받는 그림들은 여러 각도에서 관람자의 정신과 마음 속에 스며들며 말한다. “나는 당신을 위해 그려졌어요.” (p. 337)



이 책은 미술작품을 들여다보며 화가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마음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만들어준다. 화가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고, 심리학적 측면에서 미술작품을 뜯어보는 것은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왜 화가가 그런 대상을 그렸는지, 왜 그런 표현법을 택했을지, 그때 화가의 마음은 어땠을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은 작품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는 그림 이야기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은 더 넓어진 기분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움츠러들게 된 여름의 시간을 심리학자의 미술 해설로 색다르게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화가의 삶과 작품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미술의 마음>을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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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만드는 카페 음료 - 독창적인 음료 메뉴를 완성하는 120가지 방법
향음가.가타쿠라 야스히로.다나카 미나코 지음, 백현숙 옮김 / 팬앤펜(PAN n PEN)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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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음료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소재를 이해하고, 이를 응용하는 발상법과 구성법을 알면 항상 마시는 차일지라도 더욱 맛있고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차를 즐기는 생활의 즐거움으로, 업장에서는 일의 아이디어를 얻는 힌트로, 이 책을 통해 차음료의 훌륭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 3)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마음 편히 카페에서 차 한잔하기도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마음속을 맴도는 불편함과 불안감은 이전처럼 그곳에서 편히 머무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커피나 차 등의 음료는 집에서만 마신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제한된 레시피와 재료로 만들어 마시는 음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겹다고 느낀 적도 여러 번이었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변화를 줘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에 결국에는 원래의 기본 메뉴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 때에 이 책 <차로 만드는 카페 음료>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차를 베이스로 만드는 음료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밀크티, 과일차, 스위츠(디저트), 그리고 알코올 티(티 칵테일)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 있다. 또한 차음료의 구성 요소, 차음료의 발상법과 구성법, 시럽과 토핑을 만드는 방법, 음료 연출 테크닉 등도 함께 담겨 있어 집에서 소소히 차음료를 즐기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카페를 경영하며 메뉴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음료들의 이미지를 보니 마구 설레고 기분이 좋아졌다. 카페에서 전문가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차음료들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다니! 저렇게 보기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차들을 내 손으로 만들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니! 많은 레시피들 중에서 무엇부터 따라 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채 책장을 넘겨 나갔다.






책에 소개된 차 음료들은 녹차, 홍차, 청차, 흑차, 허브티, 플레이버 티를 베이스로 사용한다. 신기했던 점은 베이스가 되는 차의 종류에 따라 우려내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아무것도 섞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차를 마실 때에도 책에 소개된 방법대로 따라 해 보아야겠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럽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시럽이라고 하면 설탕 시럽, 흑당 시럽, 캐러멜 시럽만을 떠올렸는데, 책에서는 차를 이용한 시럽과 다양한 과일을 이용한 시럽,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칠리 시럽 레시피도 소개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플로트나 드롭으로 잔에 담는 법, 잔에 적당한 양의 음료를 채우는 방법, 음료 디자인과 연출 테크닉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집에서도 분위기 있게 차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상자의 차에는 많은 시와 섬세한 감성이 있다” (랄프 월도 에머슨)




이번 여름은 이 책과 함께 집에서 편안하면서도 그럴듯하게 차음료를 즐겨보면 어떨까. 내 손으로 만드는 예쁘고 건강한 차 음료와 함께 각자만의 감성에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차음료 레시피가 궁금한 사람에게, 카페 창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 <차로 만드는 카페 음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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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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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살인은 함께 붙어있기에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명상과 끔찍한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살인.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의 제목을 들었을 때,   두가지는 왜 함께 붙어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책 띠지에 적혀 있는 문장 이토록 재미있는 살인이라니!” 또한 약간 거북스럽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책을 받자마자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펼쳐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한 남자가 명상 센터에 방문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비요른 디멜, 직업은 변호사이다. 아내의 권유로 명상 코치와 상담을 예약해두었지만 늦게까지 이어진 업무 때문에 25분이나 지각하게 된 그는 약간 불편한 감정으로 코치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명상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뒤이어 하는 주인공의 말이 어딘가 이상했다.



나는 이 기본규칙을 시작으로 뭔가 배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어진 목덜미의 통증이 사라졌다. 몇 주가 지나서야 나는 브라이트너 선생이 그 후 몇 분만에 내 첫 살인의 만트라(불교나 힌두교에서 기도나 명상을 할 때 외우는 주문 또는 주술옮긴이)를 가르쳤음을 깨달았다. (p. 22)



살인 만트라라니. 그는 명상을 통해 대체 뭘 배운 걸까. 그리고 그는 대체 누구를, 그리고 왜 죽인 것일까. 소설은 명상에 관한 구절과 스토리의 전개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진행된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진상 짓을 일삼는 의뢰인, 그리고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주인공 비요른에게는 명상이 유일한 피난처였고 그것은 다행히 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명상은 그에게만은 조금 특별한 결과를 함께 가져온다.







책 뒤표지의 추천사는 진짜였다. 어떻게 전개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갔던 소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끝났고, 나는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책을 덮었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기발하고 유머가 있는 범죄 소설을 찾고 있다면 <명상 살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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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만드는 사람들 (한국어판 스페셜 에디션) - 2019 볼로냐 사일런트북 대상 수상작
곽수진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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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별을 좋아했다. 이름부터 예쁜 별은 깜깜한 밤하늘 속 작은 반짝임을 내보이며 보는 이를 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좀 더 자라나 과학 시간에 배우게 된 별의 실체는 별에 대한 나의 마음을 조금 주춤하게 만들었다. 별은 멀리서 보았을 때나 귀엽게 반짝이는 모습이지, 사실은 태양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어릴 때처럼 귀여운 모습의 별을 바라보며 좋아하기보다는, 넓은 우주 속 수많은 항성들의 존재에 놀라움과 감탄의 마음으로 별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 아이도 별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아이도 별의 실체를 알게 될 테지만, 지금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별을 바라보았으면 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림책 <별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나의 바람과 이어지는 책이었다. ‘누군가가 별을 만들고 있다면 어떨까란 상상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별은 누군가의 손길 없이 스스로 반짝인단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책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그것을 그대로 믿고 싶어진다. 책이 전해주는 따스함을 마음속에 품고 오래전의 눈으로 별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지난번 읽었던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 그림책에서 곽수진 작가님의 일러스트를 처음 만났었다. 예쁘고 귀여운,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신간도 많은 기대를 했었다. 거기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사일런트북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감은 배로 더 커졌다. 기대감이 클수록 막상 책을 펼쳤을 때 만족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귀여운 상상력과 편안한 그림체는 이번에도 내 마음을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주었다.



이 책은 글이 없는사일런트 북이다. 그래서 오로지 그림과 읽는 이의 상상력으로 감상하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그림책은 글로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 더 자유롭게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별 만드는 사람들이 빛을 잃은 별을 따와 새롭게 만들어 다시 밤 하늘에 거는 과정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무언가가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었음이 느껴졌다. 빛을 잃은 별과 하늘에 새로이 걸려 막 반짝임을 시작한 별은 오래전의 나와 지금의 내 모습 둘 다를 떠오르게 했다. 반짝이는 꿈으로 마음을 채우던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 별 만드는 사람들은 단계별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이 실현되는 과정도 이와 같다. 한 발자국씩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샌가 꿈은 하늘의 별이 되어 빛을 발한다. 책 속 그림들은 내 마음과 만나 다양한 생각들을 만들어냈고, 나는 그 과정을 기분 좋게 즐기며 페이지를 넘겨갔다.



“별은 어떻게 태어나는 걸까?

별에게 말하는 우리의 소원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을까?

‘별 만드는 사람들은 밤을 지키는 건축가들의 마법 같은 이야기와 별에 관한 신비함을 오로지 그림으로만 노래합니다.” (책 뒷표지에서 발췌)



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충전하고 싶은 어른에게 <별 만드는 사람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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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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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빨간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장편 소설이다. 빨간머리 앤 시리즈를 너무나 즐겁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되는 마음으로 만나보았다.



스물아홉의 노처녀밸런시 스털링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요즘의 기준으로 볼 때 스물아홉은 절대로 노처녀가 아니지만, 소설이 발표된 1926년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정이다.) 누추한 그녀의 방에서 자신만의 상상의 왕국 블루 캐슬을 떠올리는 밸런시는 빨간머리 앤처럼 상상을 좋아하는 아가씨였다.



현실에서는 좋다고 하는 남자 하나 없는 삶이지만, 블루 캐슬 속 그녀는 연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상상 속에서 멋진 연인들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결혼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밸런시.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웃들과 친척들의 눈치를 보며 따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밸런시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다. 평생 모쏠(모태쏠로)로 살아온 그녀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조차도 말이다. 그런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는 협심증에 동맥류까지 겹친 매우 위중한 상태’(p.65) 라는 진단까지 받게 된다. 기껏해야 남은 시간이 1년 정도일 것이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도 덧붙여서 말이다.



난 평생 남들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어. 이제부터는 나 좋은 대로 살 거야. 다시는 마음에도 없으면서 이런 척, 저런 척은 하지 않겠어. 난 평생 거짓말과 가식과 회피를 공기처럼 들이마셨어. 진실을 말한다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일까!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절대로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거야. 어머니가 몇 주나 뾰로통하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걱정 안 해. 절망은 자유인이요, 희망은 노예라.’ (p. 84)



밸런시는 시한부 인생을 맞이하게 되자,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지난날들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의 삶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자 결심한다. 그녀의 남은 일 년은 어떠한 경험으로 채워지게 될까? 그녀의 마지막 일 년은 후회 없는 삶이 될까? 궁금한 마음과 함께 뒷이야기를 이어서 읽어 나갔다.




100년 전쯤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요즘의 작품을 읽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는 매끄럽고 현대적인 번역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내용이 계속해서 유머 있게 흘러가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주인공임에도 못생기고 인기 없는,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설정부터 재미있었다.



난 누구에게나 블루 캐슬이 있다고 생각해. 다만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이지. 나한테도 그런 게 있었지······ 한때는.” (p. 158)




밸런시에게 다가올 죽음은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기쁨을 얻을 기회를 주었다. 그것은 후회스러운 지난날들은 제쳐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남은 날들을 소중하게 사용할 계기가 되어주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는다. 다만 밸런시는 우리보다 그때를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자신의 뜻대로 살아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 밖의 시한부 인생들에게너답게, 너대로 살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밸런시는 타인들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면서부터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다른 이와의 비교,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로지나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때 행복으로 가는 문은 열리게 된다.



밸런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행복에 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인생이 아름다운 집이고 날마다 새롭고 신기한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그 집이 있는 세상은 그녀가 등지고 온 세상과 공통점이 전혀 없었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젊음이 불멸하는 세상,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직 현재만 있는 세상! 그녀는 그 매력적인 세상에 완전히 자신을 내맡겼다. (p. 257)




이 책은 유한한 인생을 자신의 의지로 꾸려 나가는 것,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그저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 소설이었다. 유쾌하고 기분 좋은 소설을 찾는 이에게,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또 다른 작품을 찾는 이에게 <달콤한 나의 블루캐슬>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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