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내가 힘들까 -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지친 이들을 위하여
마크 R. 리어리 지음, 박진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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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자기고찰 능력과 자기중심성egocentrism, 자기고양성egotism이 어떻게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불러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평화롭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p. 10~11)



이 책에서 말하는자아인간(또는 몇몇 동물)라는 존재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장치’(p.20) 이다. 저자는 우리가 자아 덕분에 우리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의 성격이나 삶 등을 평가할 수 있으며,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 덕분에 우리는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이 자아 때문에 우리는 많은 문제를 얻기도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자아는 4~6만년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그 당시 원시 인류의 삶에는 유리했던 자아의 역할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자아를 부정하고 버려야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아가 나쁘다거나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자기고찰 능력이 한편으로 다양한 고통과 이기심,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잘못된 의사결정, 자신과 타인에게 위험한 행동 등을 불러와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p. 52)




자아의 대화에 너무 깊이 빠지게 되면 현실에서 멀어지는 일이 많아진다. 우리는 다른 생각에 빠져 현실의 중요한 문제들을 놓치기도 하고, 너무 과도한 주의를 기울여서 일을 망치기도 한다. 무언가를 잘하려고 노력할수록 일이 꼬이던 경험을 해본적이 있다. 저자는 이것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커져 과도하게 높아진 자기인식이 수행능력을 떨어트린’ (p. 70) 결과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본질적인 왜곡이 존재한다’(p.103)고 말하며 우리의 자아 필터가 우리를 약간의 나르시시스트가 되도록 만든다고 한다. 마치 전체주의 정권의 독재자를 포장하듯 장점은 크게 부풀리고 단점은 축소하여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하는 자기비난조차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욕구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필요한 자기비난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욕구로부터 생겨난다. 나는 적어도 이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는 탓에, 자신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을 하면 실망하고 마는 것이다. 즉 이미 잔뜩 부풀어 있던 자아상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거품을 터트리는 순간 내가 이렇게 부족한 줄 몰랐다며 자신에 대한 실망과 비난이 탄식처럼 쏟아져 나온다. (p. 115)




책 속 내용에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 속 글자가 포함된 단어를 그렇지 않은 단어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과 자신과 생일이 같다는 이유로 대상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내용에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경우 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었다. 보통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와 놀라웠다. (위의 연구는 모두 자아의 부작용과 관계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세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다들 자신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착각에 빠져 있거나 무식하고 편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심리학자 구스타브 이크하이저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지각하는 세상이 내가 지각하는 세상과 달라서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이 사람이 지적, 도덕적 문제로 인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바라보지 못하고 정상적으로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세상은 정확히 내가 바라보는 대로 돌아가고 있고 내 방식이 곧 정상적인 방식이라는 믿음을 유지한다.” (p. 124)


이 부분에서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혐오, 차별, 편가르기의 문제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거만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자신을 뽐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자아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달리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열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런 점에서 자기 고양성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나보다 나은 사람 때문에 위축되는 것도 힘든데, 나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 설치는 바람에 모욕감을 느낀다면 당연히 더더욱 짜증이 난다. (p. 199)






자아는 우리의 가장 훌륭한 동맹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서운 적인 셈이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겪는 가장 큰 고난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자아의 소행이다. (p. 315)


저자는 자아가 우리의 삶을 망치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의 부작용을 깨달아 우리에게 닥치는 문제들의 원인을 바로 보고 그로 인해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길, 그리고 자아가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을 이해해 자아를 적절히 잘 다루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를 괴롭히는 자아의 재잘거림을 줄이는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한다. 그리고 자아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과 자아가 정신적 관념일 뿐임을 항상 기억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을 자기자비적 태도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자아는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자아가 어떻게 내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를 얻었다. 최근 내가 하고 있었던 고민들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있어서 더욱 반갑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냈다.


‘자아’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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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 - 六月. 七月. 八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28인 지음, 에드워드 호퍼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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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예쁜 시집을 만났다.


바로 여름과 관련되는 아름다운 명화와 명시들을 함께 묶어 놓은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1월부터 12월까지 각 달별로 낱권의 시집으로도 출간되어 있고, 내가 읽게 된 책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3달씩 모아 엮은 책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절별로 묶인 시리즈가 표지가 훨씬 더 예뻐서 마음에 든다.



이 시화집은 날짜별로 시와 그림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천천히 하루에 하나씩 아껴가며 글과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루의 시작 또는 마무리를 이 시화집과 함께한다면 여름날의 감성지수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선물할 만한 시집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 같다. 겉과 속이 다 예쁜 시집이라 받는 이를 기쁘게 만들어줄 만한 책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 점이라면.. 그림도 시도 모두 좋기는 한데 두 가지가 함께 있으니 잘 어울린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책 속에 실려 있는 한국의 시들(윤동주, 백석, 김소월, 정지상, 한용운 등)은 함께 실려 있는 서양화와 어우러지기에는 서로가 다른 감성을 담고 있어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 부분만 개선된다면 완벽한 시화집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페이지를 몇 부분 소개해본다.












시인들과 화가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저마다의 여름 이미지를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나볼 수 있어 색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여름의 감각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감성 넘치는 여름밤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하루 한편 시와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선물하기 좋은 시집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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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취사선택의 기술
인나미 아쓰시 지음, 전경아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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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멘탈’, ‘소통’, ‘생활습관’, ‘업무 효율그리고라이프 스타일로 나누어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도록만들어줄 태도를 알려준다. 목차에서는 각 부분별로 to do list를 만들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만들어 두었다. 항목마다 체크가 되어 있는 부분과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구별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각 부분별로 필요한 태도와 필요 없는 태도를 구분하여 표기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목차와 구별되는 센스 있는 구성에 책의 시작부터 흥미가 일었다.



작은 소제목으로 나누어진 각각의 글들은 짧은 분량이었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말했듯 맥주와 함께 하며 편히 읽기 좋은 분위기의 글이었다. 그러나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책 속 내용들은 나의 삶을 좀 더 바르게 가꾸기 위해 필요한 태도들에 관한 것이었고, 그에 대해 저자가 건네는 팁들은 새겨들을 만한 것이 꽤 있었다.





좀 전에 화난 표정을 지었던 그 사람도 가족이나 연인,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웃음을 짓겠지?’ 일부러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그저 우연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했더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내가 생각해낸 거지만 이거 참 좋은 아이디어인데?’ 싶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표정이 굳은 사람을 보게 될 때면 그 사람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럴때마다 마음은 다시 편안해졌다. 그래서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들의 미소를 떠올렸고, 언제부턴가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p. 17)





머릿속에 남은 게 많지 않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거의 다 잊어버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부분만 머릿속에 응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뭔가가 머릿속 한구석에 남았다면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 부분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으며, 한 권을 독파했다는 의미는 그 한구적을 만나는 데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p. 200)





저자는 자신의 생각은 자신의 것일 뿐 그것에 대해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저살아보니 이렇더라’, ‘난 이렇게 생각해정도의 이야기이니 가볍게 듣고 필요한 것들을 쏙쏙 뽑아가면 될 일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모든 이야기에 공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생각들도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이어지게 해 주어 결국에는 도움이 되었다.



이 책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는 나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퇴근 후 맥주 한 잔과 함께할 책을 찾는 사람에게 어울릴 것 같다. 저자의 not to do list를 통해 지금 나의 하루를 점검해보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할 기회를 가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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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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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무언가 비밀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해 직접 오리의 먹이를 만드는 엄마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소설. 썰고 자르고 삶고 가는 과정을 들려주는 것에서 왠지 모를 서늘함이 전해진다.



소설은 계속해서 특정 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그 사건 말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이 사건의 결과가 짐작되면서도 동시에 정유정 작가만의 스토리와 결말이 기대되기도 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일 뿐인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p. 112)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과 행동의 기준을 가졌으리라. 주인공의 공감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 놀라우면서도, 그도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함부로 짓밟으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는 그런 사람들... 이 부분은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모티브가 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커져 손에는 땀이 맺혔다. 이렇게 교감신경을 강하게 자극하는 소설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역시 정유정 작가다웠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었으며 예상대로 끔찍했다. 그리고 엄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많은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아이가 너무나 안타까워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p. 522 작가의 말 중에서)





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서늘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던 끔찍한 사건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흥미진진한 소설이 궁금하다면 <완전한 행복>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제목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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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사물궁이 1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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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궁금증은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질문들을 조사해보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고, 의미 없어 보이던 것들에도 우리 삶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상의 당연한 일들을 당연하지 않은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사고의 폭을 넓혀서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세상에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이 책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p. 5~6)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자다가 움찔하는 이유’, ‘감기에 걸렸을 때 한쪽 코만 막히는 이유’, ‘전기 콘센트의 구멍이 기울어져 있는 이유’, ‘철로에 자갈을 깔아 둔 이유는?’, ‘비 오는 날에는 개미집이 물에 잠길까?’ 등등 궁금했지만 무얼 어떻게 찾아보아야 하나 막막했던 것들에 대한 답이다. 이런 것들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은 없지만 왠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다. 평소 그런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해본다.



1.


사람은 두 개의 콧구멍을 모두 이용해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자율신경계에 의해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숨을 쉽니다. 사람에 따라 몇 시간 주기로 양쪽 콧구멍의 코점막이 수축과 팽창을 교대로 하며 기능하고, 이를 비주기라고 합니다. 비주기의 목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코에 휴식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입니다.” (p. 60)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콧구멍을 한쪽씩 번갈아 막으며 숨을 쉬어 보았다. 정말 한쪽은 숨이 잘 쉬어지고 다른 한쪽은 약간 덜 쉬어졌다. (이걸 따라 해보면서 엄청 대단한 발견을 한 듯 기뻤다...ㅋㅋㅋ) 평소에는 잘 못 느끼는 기능이지만, 코가 막힐 때에는 팽창된 점막 쪽 콧구멍이 (수축한 쪽과 비교해) 완전히 막혀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한쪽 코만 막힌다고 느낀다고 한다. 또한 자려고 누웠을 때 코가 더 막히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누워있을 때는 머리 방향으로 피가 쏠리면서 혈관이 팽창하여 하비갑개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 (p. 62) 이라고 한다. 비염 환자로써 궁금했던 내용들이었기에 이 부분을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2.


공중화장실의 고체 비누는 깨끗할까에 대한 질문도 재미있었다. 왠지 모르게 예전부터 공중화장실의 고체비누는 만지기가 께름칙했다. 이전의 사용자들로부터 세균이 옮겨져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저자는 비누의 pH가 높아 세균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의 비누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비누 자체가 아닌 비누 거품에는 세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사용자에게 묻더라도 그 역시 물로 비누거품을 헹굴 때 세균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3.


우리는 ‘ARHGAP11B’라는 유전자 덕분에 신피질이 발달하고 뇌의 주름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다른 동물들과 구별짓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했었다고 한다. 그들은 쥐와 페럿을 거쳐 마모셋 원숭이에게 이 유전자를 삽입하는 실험을 했고, 2020 <사이언스>지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ARHGAP11B 유전자가 삽입된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가 일반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보다 2배 이상 급속히 팽창했고, 뇌세포 숫자도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뇌 주름도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형성되었습니다. 겨우 유전자 하나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자 과학자들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해당 원숭이 태아를 중절시킴으로써 중단됐습니다. 만약 유전자 조작 원숭이가 그대로 태어났더라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p. 184~185)


영화에서 보아왔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결과였다. 과학의 발전에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 덕분에 쌓아 두었던 궁금증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평소 주변의 것들에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에게, 자라나는 아이의 넘쳐나는 질문들에 답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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