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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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아티피셜 프렌드Artificial friend(AF) 4세대 버전 B2 모델인클라라는 가게의 쇼윈도에서 바깥 세상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쇼윈도 밖에서조시라는 여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그 아이에게 선택받는 소망을 품게 된다. 가게 매니저는 아이들의 헛된 약속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얼마 뒤 조시는 정말로 엄마와 함께 가게를 다시 방문하였고, 신모델 B3가 새로 나왔음에도 구형모델인 클라라를 구매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p. 320)




미래에 매우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인공지능 로봇이 어떤 한 인간을 아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따라 한다면, 우리는 로봇을 그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짜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오직 인간만이 특별하게 가질 수 있는 영역이 있기는 한 걸까.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에 대해서 그저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서술된 글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깊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소설은 에이에프인 클라라의 시선으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들을 세심히 관찰하며 자신에게는 없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해 보려 하는 클라라의 모습은 어딘가 안쓰럽기도 하고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모습을 통해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이 어떻게 보일지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보는 경험도 얻게 되었다.



조시를 관찰하고, 잘 돌보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위한 목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클라라의 모습은 때때로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음의 경계가 어디까지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어려운 무언가를 해내는 것도 마음이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클라라의 행동도 그와 비슷하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었다.




가시기 전에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겠어요. 해가 저한테 아주 친절했어요. 처음부터 늘 친절했지만 조시와 같이 있을 때는 특별히 더 친절했어요. 매니저님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p. 443)




주어진 정보에 한해서만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때문에, 항상 이성적이고 똑똑한 말만 할 것 같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도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클라라가 말도 안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 인간들도 클라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희망앞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믿음과 판단을 내릴 때가 있지 않은가. 태양이 우리를 보살펴 주리라 믿는 클라라나, 힘든 일 앞에서 신에게 기대는 인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며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얻었다. 이 책을 통해 먼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고민일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미리 맛보았다. 희망을 잃고 흔들리는 인간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리고 한 인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클라라는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쓴 SF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인공지능 로봇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소설책 한 권과 함께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태양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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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4
루이스 캐럴 지음, 김민지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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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번 예쁜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던 <오즈의 마법사> 이후로 인디고 고전 시리즈 중 고르게 된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어릴 때 읽었던 그림 동화 형식의 책 이후로 한 번도 찾지 않았었다. 그림책에서 보았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책의 초반부는 약간 어색했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에 이내 적응하고 집중하게 되었다.




강둑에서 따분함을 느끼며 앉아있던 앨리스는 흰 토끼 한 마리가 쌩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토끼는 뭔가 이상했다. 옷을 입고 회중시계를 쳐다보며 말을 하는 토끼라니. 지루함에 지쳐있던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열심히 뛰어가던 토끼는 굴 속으로 쏙 들어갔고, 앨리스도 뒷일 따윈 고민하지 않고 굴 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엄청나게 깊고 깊은 굴을 통과해 도착한 곳은 천장이 낮은 긴 복도였다. 따라가던 토끼는 놓치고 낯설고 이상한 공간에 혼자 남겨진 앨리스.



앨리스가 작은 문을 통과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자 몸이 작아지는 음료가 나타나고, 몸이 커져 탁자 위의 열쇠를 잡고 싶다고 생각하자 몸이 늘어나는 케이크가 나타난다. 앨리스가 가게 된 이 ‘이상한 나라’는 꿈 속의 공간 같았다. 모든 것이 내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며, 말도 안되는 사건들 속에서 내 생각대로 무언가가 ‘짠’하고 나타나는, 그럼에도 크게 이상함을 못 느끼는 그런 꿈 말이다.




“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어.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도 않고 쥐나 토끼가 이래라저래라 말하지도 않았잖아. 토끼 굴로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긴 해도, 이렇게 사는게 더 재미있기도 해! 나한테 벌어질 일들이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동화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건 동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일을 내가 겪고 있는 거잖아!” (p.57)




이야기는 계속해서 말도 안되고 이상하게 흘러만 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앨리스는 꿈같은 공간에서 꿈을 깨는 것으로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지루한 현실로부터 떠나 환상의 공간에서 모험을 하고 돌아 온 앨리스를 보며 책을 읽는 나 역시 환상의 공간에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환상의 공간 속을 거닐다 와서 인지 책을 읽은 뒤에 생각도 더 자유로워진것 같았다.




“언니는 눈을 감은 채 자리에 앉아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반쯤 믿었다. 다시 눈을 뜨면 모든 게 따분한 현실로 바뀌리라는 걸 알면서도. 풀잎들은 단지 바람 때문에 바스락거리는 것이고, 연못이 일렁이는 건 갈대가 흔들리는 까닭이고,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는 양의 목에 매달린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로 바뀔 테고, 여왕의 고함 소리는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로 바뀔 터였다. 아이의 재채기, 그리핀의 새된 소리와 다른 이상한 소리들은 (언니가 알기로) 분주한 농장의 소음으로 변하고, 멀리서 들리는 소 울음소리는 가짜 거북의 서글픈 흐느낌을 대신 할 것이다.” (p. 205~206)




모두가 다 아는 그 이야기지만, 새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새롭게 앨리스를 만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동심을 되찾고 싶은 사람, 책과 함께 상상의 공간 속으로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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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봐요 동물의 숲 - 섬 주민들을 위한 필수 안내서
클레어 리스터 지음, 이현수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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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모여 봐요 동물의 숲은 좋아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배경이 만드는 평화로운 분위기도 좋았고, 강한 자극이 없이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도 마음에 들었었다. 아이를 위해 구매했던 게임이지만, 플레이해보니 힐링 되는 느낌에 내가 더 만족했었다. 그런데 평화롭게 정해진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모동숲도 더 예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생기게 되었다. 그런 때에 마침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가이드북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과 함께 더욱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아이와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국내 최초 모여 봐요 동물의 숲 공략집이라는 이 책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부터 설명을 해 주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섬에서의 기본 생활섬에서의 생활그리고섬 크리에이터로 나누어 나만의 무인도 생활을 즐기도록 이끌어준다.



첫번째로 나오는섬에서의 기본 생활에서는 게임을 처음 시작하여 캐릭터의 이름과 생일을 정하고 아바타를 만드는 것부터 설명한다. 뒤이어 섬의 위치 선정에 관한 팁과 경제생활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이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여 플레이하면서 알게 된 것들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자세히 알려주니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두번째섬에서의 생활부분에서는 나의 공간인 집에 대해, 그리고 박물관과 상점 및 판매상들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정원 가꾸기, 이벤트, 섬 투어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두번째 파트를 가장 열심히 읽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8월의 일요일 밤마다 열린다는 불꽃놀이가 매우 기대된다!!), 방법을 몰라서 해보지 못했던마일 여행권을 이용한 섬 투어를 처음 떠날 때는 함께 기뻐했다. 우리의 섬에 없던 나무와 꽃을 캐와서 집 주변 공간에 심고 꾸미는 재미를 새롭게 얻게 되어 좋았다.



마지막섬 크리에이터부분은 섬을 더 재미있고 예쁘게 꾸미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기서는리폼 키트와 너굴 스마트폰의 마이 디자인을 이용한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 나는 게임을 띄엄띄엄 하다 보니 마이 디자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 덕분에 옷도 만들고 그림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는 아이대로 새로운 공간을 꾸미는 것을 기대하는듯했고, 나 역시 나대로 그런 공간을 꿈꾸게 되었다. 책 속에서나만의 도서관을 꾸며 놓은 것을 보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도 그 공간처럼 꾸며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좋아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책과 함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에게도 그 시간들이 부모와 함께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모동숲’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모동숲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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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애착장애
오카다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메이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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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육아서에서 아이와 주양육자간의애착관계 형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은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입장에서애착이란 것을 바라보았을뿐, 성인과는 큰 관련이 없는 개념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다 큰 어른들이 과거의 잘못 형성된 애착으로 마음의 병을 앓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보였다.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중 일부도 어쩌면 불안정한 애착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어릴 때 제대로 쌓지 못했던 애착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고통받는 것일까? 혹시 내가 놓쳤던 무언가 때문에 내 아이도 언젠가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이 책의 제목만 보아도 많은 고민과 걱정거리들이 생겨났다. 나는 복잡한 머릿속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늘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애착장애>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 ♣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부부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원래 애착 타입은 한 살만 돼도 이미 차이가 드러나는데, 이후 성장 과정을 통해 다양한 수식을 받거나 선천적 기질과 후천적 체험이 융합하면서 여러 갈래로 진화해간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인격은 특성이 완전히 딴판이어서 같은 회피형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다.


회피형 같은 경우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내성적 타입으로, 자기 주장을 하거나 타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기를 꺼리며 행동을 억제한다. 또 하나는 오만한 타입으로, 건조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상대를 업신여기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태도는 고압적이며 상대를 힘이나 논리로 굴복시키려고 든다.” (p. 74~75)


같은 유형의 애착 타입이어도 자라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이와 관계를 맺지 못하고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과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이 심한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문제를 가진 것 같아도 들여다보면 뿌리가 같다.







“ ‘수학 불안(mathematics anxiety)이라는 전문용어가 있다. 수학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인지적 능력 외에 문제를 풀 때의 불안이 관련한다. 이것이 수학 불안이다.


(중략)  최근 연구에서 수학 불안이 애착 안정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릴 적에 애착이 불안정하면 수학 불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성별이나 나이, 지능지수와 관계없이 인정되었다. 안정된 애착은 아이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애착이 불안정하면 실력보다 못한 성적에 만족해야 한다.” (p. 79~80)


‘수학 불안에 관한 내용은 흥미로웠다.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것이 애착과 관계될 수 있을 줄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음 속에 불안이 가득하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들을 수행하는 데에도 많은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수학 성적이 불안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애착 안정성이 수학 성적에 관여하는 비율은 약 20%’(p.80) 라고 한다. 그렇지만 20% 정도의 비율은 아이의 시험 성적, 입시 합격여부 등에는 꽤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는 아이의 낮은 수학 성적을 보며 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부모 스스로 아이에게 어떤 불안감을 안겨주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부터 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의존하던 알코올이나 약물을 제거한다고 진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다. 안타깝지만 의존이라는 건, 그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의존은 나쁘다거나 그만두어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p. 121)


책 속에는 각각 알코올과 각성제에 의존하던 두 환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들은 의존하던 대상을 힘겹게 끊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존증 환자가 백해무익한 의존 대상을 끊어버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자신을 갉아먹는 그것이 살기 위해 붙잡고 있는 마지막 생명줄 일지도 모른다.









애착 장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장애이므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극복할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기지의 부재다. 안전기지가 되는 존재와의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스스로 일어서서 고통을 버텨내고 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기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자립하기 힘들다.” (p. 225)







아내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아이는 부모를 돌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는 생각이 일반화됐다. 남자도 여자를, 또한 여자도 남자를 보살피지 않는다. 모두 자기 일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남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부모에게조차 제대로 양육받지 못한 아이는 부모에 대한 애착이 없으므로 나이든 부모를 보살피려고 들지 않는다. 부모는 커녕 자기 자식을 키우기도 부담스러워하며, 남에게 맡기는 게 보통이 되었다. 돌봄의 아웃소싱이 진행되며 직접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p. 242)


저자는 일본 사회에 대해 말한 것이지만 이는 요즘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같았다. 저자는 일본 사회가 회피형 애착 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현재 우리가 겪는 사회 문제들 중 몇몇은 불안정한 애착이 원인이 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나게 된다. 내 아이가 살아가면서 맞닥드릴 파도 앞에서 힘들어할 때 아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튼튼한 기둥이 되어주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애착이다. 안정된 애착 관계를 쌓아 아이가 안심하고 쉬어갈 수 있는 안전기지가 되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성인들이 겪는 마음의 문제들 속에 불안정한 애착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혀 관계없어 보였던 신체적 증상들에도 애착은 관련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어릴 때 부모와 맺는애착관계가 인생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다면, 마음 속 어떤 부분이 아프고 불편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책 추천합니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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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류 - 메타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
김상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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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는 남편과 막 게임을 좋아하기 시작한 아이를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지도, 즐겨하지도 않아서인지 게임에 빠져 있는 둘의 모습을 보면 뭔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매체에서 보도되는 게임의 유해한 점들만 떠오르면서 왠지 말려야만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전 이 책 <게임 인류>의 소개글을 보며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메타 버스 시대, 게임 지능을 장착하라란 문구를 보니 게임을 즐겨 하는 것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닌 듯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남편과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떻게 바뀔지 또한 궁금했다. 나는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게임은 동서양의 여러 문화권에서 역사의 주요 장면에 등장한다. 때로는 신의 뜻을 가늠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때로는 새로운 지식을 태동시킨 불쏘시개였으며, 사회생활과 삶의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역사에 기록된 게임은 인간에게 즐거운 경험과 다양한 배움을 주는 도구이자 성장의 동반자였다.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의 역사, 문화, 사회에서 놀이와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생 인류를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 정의하기도 했다.” (p. 33)


저자는 오래전 귀족들의 고급스러운 취미 생활이었던 게임이 산업혁명을 거치며(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급성장 시기를 거치며)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어른들이 원더랜드를 찾아 게임으로 진입하는 이유도 이러한 결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직장 업무는 탐험-소통-성취가 있어도 대부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주어지는 것들이다. ‘의무가 더해지면 미션에 온전히 공감해 나의 미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시키니까 해야 하고, 그래야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게임 속 원더랜드의 모든 탐험-소통-성취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미션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그 과정에서 공감이 더해지며, 내 미션이라는 소유감도 있다.” (p. 60)


인간이 게임에 이끌리는 심리를 잘 파악하여 실생활에 활용한다면 업무능력이나 공부에서도 능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통해 유저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도전', '경쟁', '탐험', '자기표현', '고난' 등 게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경험에 대해 20가지 정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매출을 위해 자극적이기만 한 게임을 만들어 도박과 같은 중독을 일으키는 게임도 있기에, 좋은 게임을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말한다.




게임과 협업하는 명품 브랜드의 이야기들도 놀라웠다. 루이비통은 2019년 <리그 오브 레전드>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게임 속 캐릭터의 스킨을 제작하기도 하고, 게임 속에서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게임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란 게임 속에서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고 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세상은 많이 변했고 나만 뒤쳐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집 열 장 풀면 한 시간 동안 게임하게 해줄게.” , “학원 안 가면 오늘 게임 시간은 없어.” 처럼 갈망의 대상과 회피의 대상을 묶어서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게임=좋은 것, 공부=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결국 공부란 게임을 방해하는 짜증 나는 것이 되어버린다. 게임을 못 하게 된 분노가 고스란히 공부를 향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을 더욱 갈망하고 공부를 더욱 싫어하게 될 것이다.” (p. 159~160)


아이가 정해진 양의 공부를 끝내면 보상의 개념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공부를 더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책도 읽고 게임도 하면 좋겠지만, 게임이 훨씬 자극적이고 직관적이다 보니 아이가 게임에 노출되는 순간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럴 때 좋은 게임을 찾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처럼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있다. 이런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설에도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호기심으로 발전되면 아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p. 166)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찾아보니 닌텐도 스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던데, 아이에게 고전소설 읽기를 강요하기보다 이런 게임을 추천해주며 다양한 통로로 고전에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어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게임은 동료 학습 효과가 크다. 친구 10명이 특정 게임을 한다면 유행처럼 나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지한다. 부모도 교사도 게임은 대화의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또래들끼리 주고받는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기라.”는 말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책을 읽은 후 독서 노트를 작성하거나 책의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듯 자녀와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래야 게임 연령을 무시한 자극적인 스토리나 그래픽, 광고로부터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하기 어렵다면 유튜브, 트위치 등을 통해 게임 방송을 보는 것도 괜찮다.” (p. 168)


게임에만 빠져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자녀를 둔 경우에, 부모가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해보면서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 보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책의 뒷 부분에서는 게임과 관련된 직업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었다. 새로운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임과 관련된 직업이라고 하면 프로게이머와 게임 스트리머, 그리고 게임 개발자 정도를 떠올렸는데,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가 게임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한다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저자가 게임을 너무 긍정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은 나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고, 미래 사회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가까운 우리의 미래와 게임의 접점이 궁금하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걱정된다면 <게임 인류>를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내가 몰랐던 분야의 지식을 채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게임과 관련된 변화들은 꽤나 생겨나고 있었지만, 내가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나처럼 게임은 나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특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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