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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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의 기원을 알아보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 속 내용들은~ 그건 말이야~’하면서 대화 중에 아는 척하기 딱 좋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읽어보면 흥미로운 소제목들이 가득했다. ‘기독교도의 금지 1호였던 가발’, ‘멋쟁이의 필수품이었던 생선 등뼈’, ‘불로장생의 식자재, 버섯’, ‘로마 시대에 봉급으로 주었던 소금’, ‘창문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냈다등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 보여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1(), 2(), 3()로 나뉘어 각 주제에 맞는 작은 이야깃거리들을 담고 있다.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2-3장정도의 분량으로 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책에는 총 132가지의최초의 것들이 실려 있다. 각각의 분량은 짧아도 가짓수가 많다 보니 이 책의 두께도 꽤 묵직하다. ( 552페이지다.) 목차를 살펴보며 궁금한 것들, 관심 가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 ♧ ♧ ♧ ♧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주제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결혼반지는 왜 생겼을까’ (p. 26~30)


200년경의 신랑 들러리가 지니고 있던 것은 결혼반지만이 아니었다. 신부의 가족이 그녀를 되찾으려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들러리는 신랑 옆에 서서 결혼식 내내 무장한 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신방까지 가서 감시를 서는 일도 있었다. (중략) 그 증거로 고대의 많은 민족(훈트, 고트족, 서고트족, 반달족 등)의 교회 제단 밑에는 곤봉이나 칼, 창 따위의 무기가 숨겨져 있었다. (p. 26~27)


결혼반지의맨 처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결혼반지의 유래보다는 오랜 옛날에 존재했다는약탈혼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먼 과거의 시대에는 자기 마을에 결혼할 여자가 없을 경우 근처 마을에서 신부를 약탈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2세 북유럽 게르만계의 한 부족인 고트족을 예시로 들어 설명함) 이때 신부를 약탈하기 위해 신랑의 친구와 함께 무장 2인조로 신부를 훔쳐오던 것에서 신랑 들러리의 관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결혼식에서 신랑의 왼쪽에 신부가 서야 하는 전통 역시 이 약탈혼에서 뿌리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납치당한 신부를 되찾기 위해 결혼식장에 신부의 가족들이 습격할 경우, 신랑은 왼손에는 신부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무기를 들고 싸워야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로맨틱함의 상징인 결혼식 장면에서 범죄 액션 장르가 숨어 있었던 이야기는 놀랍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2. ‘초콜릿의 비밀을 누설하면 사형’(p.275~277)


남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코코아나무 열매에서 채취하는 초콜릿은 마야, 아스테카, 톨텍 등 세 문명권에서 제사 때 사용하는 액체였다. 코코아는 그들이 원래부터 중시하는 과일이라서 한때 그열매는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아즈텍족은 열매를 단지 속에 넣어 발효시킨 후 가열했다. 그리고 씨를 깨뜨려 그 핵을 부수고 물을 부어 액체로 만들어, 쓴맛을 없애기 위해 바닐라나 다른 향료를 적당히 첨가해 달콤하게 만들었다. 아즈텍족의 언어로 그것을 부르는 말도 직역하면 쓴 물이었다.


초콜릿은 당시 16세기 초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했다. 유럽인들은 당시 코코아라고 불리던 그 액체에 적당량의 설탕을 가미했다. 난생처음 초콜릿 맛을 본 에스파냐 왕족들은 금세 그 맛에 매료되었다. 아라곤 왕국의 페란도 2세는 그 새로운 음료를 혼자만 즐기려고 공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누구라도 새로운 음료가 생겼다는 비밀을 누설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명이었다. (p. 275~276)


맛있는 것은 나 혼자만 먹겠다는 욕심에서 생겨난 이 금지령으로 인해 초콜릿이라는 맛있는 음료는 100년 동안이나 비밀속에 묻혀 있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이웃 나라들에 알려질 때까지 에스파냐 안에서 만큼은 비밀이 철저히 지켜졌다고 한다. 하긴... 맛있는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초콜릿은 여전히 맛있는 디저트인데 그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도 급 초콜릿이 먹고 싶어져 초콜릿 포장을 뜯고 있다... ㅎㅎㅎ







3. ’창문이 많으면 세금도 많이 냈다’(p.411 ~ 412)


창문세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창문의 재료인 유리가 대량생산이 되지 않아 워낙 비쌌기 때문에 창문 없는 집에 사는 사람도 많은 시절이었다.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자 곳곳에서 파장이 일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바람에 주택의 외관은 기형적으로 변해버렸다.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어둠을 택한 것이다. (p. 411)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창문세를 만들어 돈을 받아가다니... 신박하면서도 어이없는 발상에 웃프다. 당시 런던에서는 창문세를 피하기 위해 창문 없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조량 부족으로 우울증과 각종 전염병이 만연했다고 한다. 사실 창문세는 영국이 처음은 아니고 1303년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처음 고안해낸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곧바로 폐지되었지만 이것이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고 영국에서 특히 오래 시행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약 150년 간 시행됨)







4. ‘집 안으로 들어온 화장실’ (p.522~526)


18~19세기경 영국에서는 가발에 가루를 뿌리는 것이 유행해 상류층 가정의 침실에는 대개 파우더방(powder closet)이 있었다. 이곳은 가발에 가루를 뿌리기 위한 공간으로 직역하면 화장하는 방인데, 가루를 뿌린 뒤 손을 씻어야 하므로 물을 비치하게 됐고 이후 화장실이 변소를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p. 522)


가발에 가루를 왜 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유래에 조금 놀랐다.


중세의 신사들은 여성을 동반할 때 검은색 모자와 코트를 입고 길 안쪽에 세워 에스코트를 했는데, 이 풍속도 화장실이 없어 아침마다 창밖으로 버려지는 대소변을 피하기 위해 생겨났다. (p. 524)


신부가 신랑의 왼쪽에 서는 것이 약탈혼에서 유래된 것에 이어, 여성이 길 안쪽으로 걷도록 에스코트 하는 것이 대소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저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에 부딪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유였음에 놀라고 또 재미있었다.








♧ ♧ ♧ ♧ ♧





이 책을 읽고나니 입이 근질거린다. 새롭게 쌓아올린 지식들이 너무나 재미있는 내용들이라 어서 이것들을 입 밖으로 뽐내고 싶어졌다. “~ 너 그거 알아?!” 라는 말과 함께 우리 주변의 것들에 대한 기원을 줄줄 이야기해주고 싶다. ㅋㅋㅋ 이 책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신선하고도 재미있었기에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우리의 의식주의 기원에 대해 궁금한 사람, 모임에서 새로운 지식을 뽐내고 싶은 사람, 평소에 주변의 것들에 궁금한 것이 많았던 사람에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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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과학 : 우주
천민우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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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과학 : 우주>는 어려서부터 우주를 좋아했던 과학 유튜버 ‘MINOS(천민우)’가 쓴 쉽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이다. 궁금하긴 한데 어디서 답을 찾아볼 수 있는지 잘 몰랐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책이며, 주제는 대부분 우주와 관련되어 있다.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 중에 어떤 게 더 많을까?’, ‘행성은 왜 둥근 모양일까?’, ‘우주는 왜 어두운 걸까?’, ‘우리는 어떻게 빛의 속도를 측정했을까?’, ‘시간은 왜 과거에서 미래로 흐를까?’ 등등 흥미로운 질문 40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 또한 여기에 나오는 질문들에 의문을 품어본 것 들이 꽤 있었기에 호기심 가득한 맘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질문에 대한 답들은 어렵다면 어렵게 설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저자는 나름 재미있게 풀어 말해준다. 그래서 우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중학생 이상 정도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음. 초등 고학년 중에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괜찮을 듯)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이 책에 나와있는 질문들 중 하나 이상에 대해 궁금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궁금함을 시작으로 과학에 재미를 붙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이 책에서 확인하며 그와 관련지어 플러스 알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 ♧ ♧ ♧ ♧




흥미로웠던 질문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 중에 어떤 게 더 많을까?" (p. 44~49)


잘나가는 외국 기업의 면접 질문 같기도 한 이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한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의 일부분의 사진을 찍어 그 안에 있는 관측 가능한 은하의 수와 별의 수를 세고, 그것을 우주 전체로 계산해보면 대략적인 값이 나온다. 그렇게 계산해 볼 때, 우리가 관측 가능한 별의 개수는 약 600해 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지구의 모래알은 육지의 면적 5,200km에 모래알만 가득 있다고 가정해보았을 때, 128 7,383(뒷자리 생략)개 정도라고 한다. 별이 600해 개 정도였으니 모래보다 별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별이 모래보다 많다이다.


조금 더 나아가 지구 전체의 부피에 모래가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계산해보면 모래알은 총 766(뒷자리 생략)개 정도로 별의 개수보다 많아진다. 그런데 앞서 계산했던 별의 개수는 사실관측 가능한별의 개수이므로 우리가 아직 관측하지 못하는 별의 개수까지 합하면 우주에는 약 6,000해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지구 전체를 가득 채우는 모래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우주의 별들그것을 상상하니 우주가 더 넓고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2. "물을 부어서 태양을 끌 수 있을까?" (p. 130~ 137)


이 역시 재미있는 질문이다. 우리가 물을 뿌려서 불을 끌 수 있듯이 활활 타오르는 태양도 물을 뿌리면 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다. 그러나 지구와는 엄청난 크기 차이를 보이는 태양에 물을 뿌리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물을 아무리 뿌려대도 태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물이 먼저 증발되기 때문이다.


물을 뿌릴 수 없다면 아주 커다란 욕조에 물을 부어 놓고 태양을 담가버리면 어떨까? 이 역시 태양의 불길을 꺼트릴 수 없다. 오히려 태양은 물을 만나 더욱 밝게 타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태양이 일반적인연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타오르기 때문이다. 태양은수소 핵융합 반응’(99.2%) ‘CNO 순환’(0.8%)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물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진 화합물입니다. 그리고 수소는 태양의 연료가 되죠. 바로 이 때문에 태양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겁니다. 태양을 물에 담그면 태양이 뿜어대는 열에 의해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이 과정에서 수소는 태양의 연료가 되어 더 활활 타올라서 물에 빠진 태양이 더 밝게 타게 되는 거죠.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p. 136)


결국 우리는 물을 뿌려서 태양을 끌 수 없다.






♧ ♧ ♧ ♧ ♧





몇몇 부분에서는 조금 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소 엉뚱한 질문들도 있고 주제 자체도 어려운데 이정도로 쉽게 풀이한 것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우주와 관련된 엉뚱한 호기심들에 답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만약에 과학 : 우주>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읽기 전보다 머릿속에 좀 더 신박하고 기발한 공상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전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호기심들을 좀 더 넓어진 마음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스마트북스)로부터 도서만을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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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쿠쉬 아트 포스터 시리즈
쿠쉬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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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쿠쉬 작가님의 더 포스터 북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환상의 공간, 꿈 속 어딘가를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공간은 그저 불가능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다는 느낌도 준다. 작가 소개란에 보면사진과 일러스트를 접목시켜 평범한 일상의 감정들을 몽환적 무드로 풀어내는 작업을 합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그래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신간에 실려 있는 작품들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여러 개 있어서 아래에 따로 소개해본다.










[안식처]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이었다. 하늘과 바다, 들판은 전부 그림같다.(말 그대로그림처럼 보인다) 그 그림 같은 배경 위로 위로 라탄의자와 나무테이블이 놓여있다. 들판에는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파란 하늘 포근한 솜뭉치같은 구름들 아래로 바다내음과 꽃향기가 뒤섞여 날아다닐 것만 같은 이 꿈같은 공간은 바깥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내 마음도 설레게 만든다. 저 곳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느긋하게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면... 정말 저 곳은 그림의 제목처럼 최고의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가끔 멋진 풍경의 그림들을 보면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쿠쉬 작가님의 작품들도 역시 그러했다. 이 곳은 바라만 보아도,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 ^^










[굴뚝] 이 그림은 이번 더 포스터 북 신간의 표지 작품이다. 몽환적인 그림이다. 보랏빛 색채가 분위기를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든다. 이 그림에 대해 작가는 열정은 끝없이 연소되어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가득 덮인 연기는 은하수를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지.”라 말한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불태우며 뛰어간 시간들은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매캐한 연기가 되어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그것은 하늘 위에서 아름다운 은하수가 되고 땅으로 내려와서는 향기로운 꽃이 되었다. 밤하늘의 은하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향기로운 꽃은 나비들에게 달콤한 포만감을 줄 것이다. 지나고 돌아보니 어떤 경험도 헛되지 않았다. 내 지난 시간들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 채 나에게 돌아왔다. 이 그림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고 그래서 나는 이 그림 앞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이 그림을 감상하며 츠지이 노부유키가 연주하는봄이여, 오라(春よ、)’ 피아노 연주곡을 함께 들었다. 우연한 조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멜로디 자체가 가진 스토리와 그림이 품고 있는 메시지의 어딘가가 겹쳐짐을 느꼈기에 감정이 더 크게 와 닿았다.)










[Ocean] 따뜻한 어느 나라의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그림의 앞쪽에 놓인 테이블과 러그는 실제의 것처럼 보인다. 그 외의 바닥이나 나무, 하늘과 바다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림의 바깥에 살고 있는 나는 지금 당장 멀리 떠날 수 없지만, 나의 상상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 없다. 그 곳이 그림 속이라도 말이다. 환상의 공간에 앉아 바다소리도 들어보고, 테이블에 놓인 차도 마시며 꿈속의 여유를 즐겨본다.










[그리워해] ... 갬성 넘치는 이 그림... 인스타 좋아요 대박 피드를 보는 듯하다. 이번 신간에 소개된 열 장의 포스터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그림처럼 보였다. 하늘을 좋아하는 어떤 이의 공간 속 벽면 한켠을 사진으로 남겨 놓은 것 같다. 노을 빛이 노을 사진들을 비추고 있는 모습은 뭔가 신비롭게도 느껴진다.










[신호등] 꿈을 찾고,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던 젊은 청년은 꿈속에서 드디어꿈의 신호를 발견한다. 꿈을 향한 파란불은 켜졌어.” 그는 꿈 속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은 듯하다. 잠에서 깨어난 젊은이는 파란 불의 신호등을 따라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가겠지..













이번 <더 포스터 북 by 쿠쉬>와 함께한 집콕 전시회는 환상의 공간, 꿈 속의 어딘가로부터 전해진 감사하고도 소중한 선물이었다.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 몽환의 세계로 떠나보고 싶다면, 환상의 공간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꿈 속 공간에서 내 마음을 자유로이 펼쳐 놓고 싶다면 <더 포스터 북 by 쿠쉬>를 추천한다.




좋은 작품들을 작업해주신 쿠쉬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작품들을 소개해 준 더 포스터 북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출판사(아르테)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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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 아트 포스터 시리즈
신기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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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는 나에게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 되어버린푸릇한 날들 속 사랑의 시간들에 대한 그림이었다. 밝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때로는 아리기도 했던 그 시간들 말이다.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포스터북의 이번 신간으로 감성충전을 제대로 했다.

 








[널 닮은 향] 이번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이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놓여있는 작은 의자 두 개. 신비로운 분위기의 색들 위로 봄날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의 향기를 만났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이 그림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가진 이유를 짐작해본다. 사랑의 향기가 날리는 곳에서 나의 마음속의 반짝임들은 바깥으로 새어 나오고, 사랑이 가득 차 있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이전과 달리 더 아름다워진다. 사랑에 빠진 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나랑 사랑하자, 같이 살아가자] 이 그림은 사랑이 이루어진 순간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각자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설레고, 따뜻하고, 밝고,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이는 것 같은 시간들... 시간이 지나도 그런 기억은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살고 있다. 감정과 연결된 기억이라 그런지 그 기억들은 내 마음속에서 파스텔 톤의 색깔로 예쁘게 리터치 되어있다. 신기루 작가의 그림들은 내 안에 있는 예쁜 시간들을 꺼내 보도록 만들어주었다.

 





 

[구름이 어디로든 흘러가듯] 바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꽃도 만나고, 바다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난다. 결국 그 끝엔 담대해진 내가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가 비행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은 뒤로 하고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라는 생각을 했다. 꽃도 만나고 바다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난 뒤 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올 때는 분명 한층 더 단단해진,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림에 담긴 스토리와는 별개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요즘 그림 속 비행기 창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비행기 창문을 매우 좋아하는 1)

 








[나를 건네는 일] 내가 가지고 있는 밝음, 따뜻함을 모아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어쩌면 짝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순간이 진행중인 사람은 그 감정 그대로 이 그림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또 그대로 과거의 순간들 속 그때의 나와 그때의 생각들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마주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보고 싶다면,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아르테)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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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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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기를 시작하면 그 나무는 더 이상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그 나무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스케치북을 접고 뒤돌아설 때는 못내 아쉬워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느낌을 표현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그리면 그릴수록 자연을 향한 경외감이 깊어지고, 나무를 그리면서 느끼는 조용한 성취감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관심이 생기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됩니다.” (p. 3)

세상은 내가 가진 안목만큼 보이고, 내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세상도 달라집니다. 잘 보고 관찰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인 드로잉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p. 7)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내가 나무를 즐기는(?) 방식은 눈으로 나무를 보는 것코로 나무 냄새를 맡는 것두 가지였다. 그러나 이 책은 나무를 느끼고 즐기는 방법으로나무 그리기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 덕에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연습하기에 가장 적당한 펜은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0.3mm 가량의 검은색 하이테크 잉크 펜 종류입니다. 촉이 가늘수록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고, 잉크가 번지지 않아 깨끗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선을 그었을 때 중간 부분이 엷어지거나 갈라지는 제품은 드로잉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거나 잉크가 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p. 15)



저자는 이 책 속 나무들을 그리는 데는 ‘0.3mm가량의 검은색 하이테크 펜이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하이테크 펜이다.) 지금 나에게는 하이테크 펜이 없어서 그 대신 0.38mm유니볼 시그노 펜을 이용하기로 했다. 2021년 다이어리와 함께 사용하려고 펜을 몇 개 구매했었는데 요렇게 나무 드로잉에 사용될 줄은 몰랐다. ㅎㅎ







이 책은 특이하게 책의 시작 부분에 목차가 없었다. 대신 책의 끝부분에나무 그림 찾아보기가 실려 있어 관심있는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책이 완전하게 펼쳐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책 속 그림을 따라 그리는데 책이 자꾸 접혀진다면 굉장히 불편했을 텐데 그 점을 고려한 디자인 같았다.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앞 부분에서는 펜으로 나무를 그리는 방법을, 뒷부분에서는 연필로 그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펜 드로잉으로 스트로크와 형태 감각을 어느 정도 익혔다면 펜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이 요구되는 연필 드로잉에 도전합니다. 관념적으로는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연필 드로잉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실제 그림을 그려 보면 연필 드로잉은 더 많은 연습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 164)

















책 속에 드로잉의 모습으로 소개된 다양한 나무들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무의 색감은 느낄 수 없지만, 나무들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드로잉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무 그리기는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고 초록을 가까이 접하기 어려워진 때에 시작하기 좋은 취미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 나와있는 밑그림에 바로 그림을 그려도 되지만, 나는 연습장에 그려보았다. 연습장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면 되니 책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책의 드로잉들을 따라 펜으로 나무를 그리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좋았다. 펜이 종이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슥슥 거리는 소리를 듣고, 종이에 채워지는 선들과 색깔을 느끼며, 마지막에 완성된 나무의 모습까지 보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그리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이것이 몰입의 즐거움일까. 나무를 직접 만나지 않았는데도 나무와 더 친해진 것 같고 나무가 더 좋아졌다.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는 사람, 평소 드로잉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비움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를 추천한다.


이 책 참 좋아요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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