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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내려온 전화 ㅣ 부크크오리지널 2
글지마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달에서 내려온 전화/글지마/부크크오리지널
달에서 내려온 전화라는 제목에서 나는 신비로움을 기대했다.
그러나 신비로움보다는 우리 주변에 전반적인 사회문제를 저승차사를 통해 한번더 짚어보게 한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고통을 죽음으로 끝내는 사람이 있고, 고통을 극복하고 남아있는 삶을 살아가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저승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편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소재는 신선하지만 생과 사를 조금은 가볍게 여기게 하는 조심스러움이 함께 한다.
“인간의 욕심이 하늘에 미치지 않으며, 한 아이가 마음껏 목을 축일 수 있는 곳에서만 저승과 연결될 수 있으리라”
이곳이 펄랭이 마을이다.
펄랭이 마을에는 저승차사로 불리는 한봄이 있다. 한달에 두 번, 보름달과 그믐달이 뜨는 날 달에서 전화가 내려온다., 시간은 단 18분. 요금은 66만8백원. 그 전화를 연결하는 대리인이다.
한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저승차사와 차원이 다르다.
조금 까칠하지만 무섭지 않다. 초능력이 있어 공간이동을 하지도 않는다.
배고픔을 느끼고, 한기를 느끼고, 사람으로써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죽음이 결정되면 라이터를 켜 불의 열기로 저승으로 인도한다.
“아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을 겁니다.”
소설에는 무심한 듯 한봄을 가까이 돌봐주는 한봄의 저승 동료 길강욱이 있고, 남편의 자살로 남겨진 부인과 아이, 묻지마 살인으로 사망한 예비신부와 연결해 달라며 매일 도시락을 싸 한봄을 찾아가는 오시덕이 있다. 폭언,폭행을 못이겨 저승에 죽음을 신청한 경비원, 남들보다 뒤처지는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다는 권은경이 있고, 한봄을 아끼는 백승석과 부모의 죽음을 겪은 어린 주요비가 있다. 그리고 평범한 이웃이 있다.
달에서 내려온 전화는 저승, 죽음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무겁지 않게 하는 소재들을 선택해 코믹함을 더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준다.
저승차사는 민원에 시달리며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통화국 대리인 공무원이라고 표현하고, 염라대왕은 사장님이라고 표현한다.
p196. “권은경님의 전화신청은 불허합니다.” “왜요? 아니 누가요?”
“저희 사장님이요”
p200. “매뉴얼입니다. 저는 일반 서비스직 직원이고 사람 맞습니다. 그리고 많이들 오해하시는데요. 저승차사도 사람입니다.”
달에서 내려온 전화는 결국 죽음보다는 삶이라는 걸 더 많이 생각해야 되는, 어쩌면 인간으로써 가져야할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문제 또한 바라보길 바라지만 이 부분은 설득력이 약간 부족하다..
한봄은 염라와의 계약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마음을 준 꼬맹이 주요비와 함께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과 저승으로 마지막 전화를 연결하고 소설은 마감한다. 그녀가 주요비와 함께 살아낼 삶을 응원한다,
<도서내용 중>
p45. 전화비가 말도 안되게 비싸다. 한번에 66만원이 웬 말이냐. 몰상식도 정도가 있지 사람 마음 갖고 하는 돈놀이다.
p55. 생자가 전화를 거는 보름날과 망자가 전화를 내리는 그믐날. 산사람은 그믐날의 전화를 거절 할 수 없다. ‘통화중에 몸이 조금이라도 침대 바깥을 빠져나간다면 영혼이 저승줄에 끌려간다.’
p93. 잠시 묻어둘 뿐이다. 당장 해일처럼 들이닥치는 오늘을 살기위해. 고인을 기억 어딘가에 간직하고 뒤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그대와의 기억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반갑게 맞이하면 된다.
p226. “20대 후반 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좋다는 건 다 해봤거든요? 대학은 못나왔어도 적당히 알아서 취직하고 연예도 몇 번 하고, 근데 나는 애초에 평범하게 사느라 끝끝내 원하는 대로 살 기회를 놓친 것 같아.”
p227. “그래도 삶은 소중한 거예요. 삶은 소중한 거라고요....”
p239. 한봄이 보아온 권은경의 40대는 충분히 찬란했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어쩌면 누군가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당신의 삶이 적당히 소란하고 훌륭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달에서내려온전화#판타지소설#저승차사#부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