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신아현 지음 / 데이원 / 2024년 8월
평점 :
서평]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사회복지공무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예전에 지인이 나에게 민원실에 민원처리를 하려면 4시가 넘어가면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이유는 4시 정도가 되면 민원인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나 했지만 메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공무원의 세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민원인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공무원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지 않나. 급여의 많고 적고를 떠나 국가의 일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 일차적으로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머슴’ 뭐 이런 대우를 받게 하는 고위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신아현님의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를 읽어 가면서 사회복지라는 분야. 그중에서도 사회복지공무원의 세계의 어려움과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살피게 된다.
사회복지라는 분야는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에 비하면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노고는 비교되지 않음을 안다. 내 지인들도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들의 세계에 대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를 읽어 나가면서 사회복지공무원의 어려움 그 너머에서 찾아내려고 애쓰고, 그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대상자들을 확인하고 지원만 하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마음을 응원하게 된다.
저 살고 싶습니다. 저 정말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에피소드는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한다. 수없이 들어버린 ‘연아’라는 호칭!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연아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표현해 내는 작가의 이야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도 감정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내가 사회복지사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를 읽어가면서 난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연아가 느끼는 감정들이 느껴지기에. 사회복지공무원들을 응원한다. 나는 그들이 조금 행복한 사회복지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원을 받아야 할 수급자들에게도 더 많은 마음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내용 중>
p50. 저 살고 싶습니다. 저 정말 살고 싶습니다.
p89. 우리 앞에는 고경호씨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내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고함과 욕설, 눈물과 호소, 가끔은 온몸에 난 상처와 문신으로. 그들이 보이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요구는 늘 한결 같다. “나 사는게 너무 힘들어. 제발 나에게 관심 좀 가져 줘.”
p139. 처음부터 정해진 길만 걸으며 공부하고 일해온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다. 나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p207. 생을 살아내는 건 쉽지 않다. 외롭고 힘들고 때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축하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p243. 큰 상처와 아픔을 겪고, 시간이 지나 그 모든 것이 다져져 다시 일상을 찾고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가 좀 불편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p307.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아픔은 저마다 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는다. 누군가에겐 손수건으로, 누군가에겐 사진으로, 누군가에겐 라면으로, 누군가에겐 오리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