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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
이혜림 지음 / 라곰 / 2024년 4월
평점 :
서평]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이혜림
3년전 봄즈음에 지인이 땅에 뭐든 해도 좋으니 키우고 싶은거 키워 보라며 자신의 밭을 내어 주셨다. 뭔가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마음이 들떠 신랑이랑 야채묘목 파는 곳에서 욕심껏 들였다. 그런데 농사라는게 관심과 애정이 없이 자연에만 맡겨둔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까지 다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나만의 작은 숲으로 떠나는 4년 차 텃밭러. 단순한 삶과 가벼운 일상을 지향한다는 저자 이혜림님의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를 읽으면서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이지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냥 해보고 싶었어’라는 저자의 말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그냥 한번더 해볼까? 해 보지뭐, 어떤 거창한 것을 바라거나 추구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소한 일상에서 소소함으로 직접 농사도 지어보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내 일상에서 그 한쪽을 조금 내어 놓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
저자의 어머니가 비우고 나서 홀가분하다고 하신 말씀, 나를 대우해 주고 싶어졌다는 말이 와닿는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개인적으로는 나이 50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자신의 삶을 조금씩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어떤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빼곡하게 쟁여 놔야 안심이 되는 나. 나도 조금씩 비워내는 삶을 살아야 할텐데..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면서 어떤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이 생겼고, 주인공이 시간을 보내는 것들에서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래도 되는 구나 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는데, 도서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이를 통해 식사를 정성껏 챙겨 먹으면도 몸도 일상을 보내는 방식도 변했다고 말한다. 하고 싶었던 일은 지금해보자,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최고로 잘 해낼 필요는 없다는 말. 그냥 해보자는 말이 현대의 우리들이 추구하는 수많은 시간들에 위로로 다가온다. 잘 챙겨 먹읍시다.
남편에게 다시 텃밭가꾸기 해볼까? 했더니 죽이는게 더 많아 미안해서 안되겠다며 한다.
다시한번 해 보자. 이번에는 잘 해보자. 하면서 다시한번 꼬셔볼까 싶다.
텃밭을 가꾸면서 만나게 되는 일상들과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이 편안하다.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텃밭을 가꾸는 시간에 함께 하는 듯 하다.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한참을 머물게 되는 것은 덤이다.
<도서내용 중>
p42. 그냥 해보고 싶었다. 해보고 싶다고 해서 뭐든 다 해볼 수 있는 인생도 아닌데, 지금 내 앞에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하면서 살고 싶다.
p47. 아름다운 마법처럼 느껴지는 봄. 어떻게 그동안 모르고 살았을까. 아니, 왜 갑자기 이렇게 잘 보이지? 흙과 함께 자라는 생명을 키우기 시작헸기 때문은 아닐까?
p88.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속담처럼 희한하게 남들이 수확한 작물은 전부 울 밭에서 나는 것보다 탐스러워 보인다. 열무도 더 싱싱한 거 같고, 상추도 어쩐지 더 빨리 자라는 것 같고, 우리 밭의 작물이 덜 자라는 이유는 꼭 모두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p131. 나는 텃밭 농사를 통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거듭 배우고 있다. 아니, 처음에는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봐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p178. 세 시간의 정전으로 갑자기 전기 없는 삶을 살겠다느니, 그런 거창한 다짐을 하려는게 아니다. 다만, 조건부적 삶을 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조건이 있어야만 충족되는 삶은 그조건이 사라지면 너무나도 무력해진다 전기에 의존하고 살던 삶에서 전기가 사라지면 나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처럼
p222. 단순하게 집을 짓고 단순하게 밥을 먹고 단순하게 시간을 보내는 자연스러운 몸과 마음의 휴식.- 모두 자연이 공짜로 선물해 준 공간과 시간이었다. 그 대가로 내가 하는 거라고는 조용히 자연 속으로 들어와 교감하고, 마치 내가 머물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하고 조용히 떠나는 것뿐.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