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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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사랑한 작가 카자코프

 

러시아 단편선이라고 하면 체호프가 먼저 떠오른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카자코프 단편선이고 이는 한·<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작품중 하나이다.

 

·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러시아 문학번역원에서 선정한 10권을 출간했는데, 한국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선정했을 것이다.

 

한국은 채만식 <태평천하>,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시선, 김영하 <빛의 제국>, 방현석 <내일을 여는 집>이 선정되었고,

 

러시아는 빅토르 펠레빈 <아이퍽10>, 유리 카자코프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구젤 야히나 <줄레이하 눈을 뜨다>, 솔제니친 평론집,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이 선정되었다.

 

카자코프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의 단편에는 모스크바 북쪽의 아름다운 숲이 자주 등장한다. 타이가 지대의 광활하게 뻗어있는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에 대한 동경을 작가가 가지고 있다.

 

1950년대 소련은 스탈린 사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던 시기이다.

독재 치하에서 수 많은 목숨이 처형되던 시기이고,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이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시기이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는 그의 바램이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쓸쓸한 톤으로 작품이 진행되어 인생에 관해 관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랑과 초록>

 

주인공 알료샤는 18세 소년이고, 9학년이다.

 

릴리아라는 소녀를 친구에게 소개받고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의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모스크바든 어느 곳이든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다.

 

 

어느새 해가 먹구름을 뚫고 나온다. 태양은 머리 위 나뭇잎 사이로 떨리는 손을 뻗어 물속 깊이 집어넣는다. 그러자 수련의 기다란 적갈빛 줄기가 드러난다. 줄기 주위로 큰 물고기들이 보인다. - 16

 

사랑에 빠지는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우리의 겨울은 기적처럼 흘러갔다. 모든 순간이 우리였고,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했다. 과거도, 미래도, 기쁨도,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함께할 것이다. 매일이, 아니 매 수간이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처럼 행복하다.

 

그러나 봄이 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니 조금 아픈 것뿐이다.(...) 단지 우리 둘의 성격이 다르다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릴리아는 나의 눈빛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나의 꿈을 비웃는다. 잔인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씩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 34

 

사랑의 과정을 겪는 동안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 알료샹와 릴리아는 상대에게 익숙해진다.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들어나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상대를 상처주는 말도 이제는 서스럼없이 할 수 있게되었다.

 

단편이라도 하지만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거리와 숲에서 비치는 햇빛도 아름답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알료샤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릴리아가 꿈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꿈이 싫다. 나는 꿈속에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꿈을 안 꾼다던데.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잠을 청한다. 나는 푹 자고 아침에 상쾌하게 눈 뜨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참 멋진 것이니까!

 

부디 꿈 없이 잠들기! - 49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그 개가 어덯게 도시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개는 어느 봄날 도시로 흘러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개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 복종하거나 억압받지 않았다. 개는 자유로웠다. - 51

 

코스트롬스카야 지역 하운드 순종이었던 어미견은 긴 몸에 부푼 배를 이끌고 때가 되자 몰래 위대한 일을 행하기 위해 현관 아래로 사라졌다. 어미견은 사람들이 불러도 응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스스로에게 온 집중을 다하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사냥과 인간, 자신의 주인님과 신보다도 중요한 일을 마쳐야 한다고 느꼈다.... -53

 

때가 되자 새끼들 모두 눈을 떴고, 환희에 차 지금까지 그들이 살았던 세상보다 휠씬 위대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개 역시 눈을 떴지만 한 한 번도 세상을 볼 수 없었다. 개는 눈이 멀어 있었다. 부옇게 흐린 눈이 두꺼운 회색 막으로 그의 시야를 가렸다. 개에게는 슬프고 험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 53

 

북부 도시로 가게 된 주인공은 빌린 집의 주인이 그 지역의 한 의사다. 대가가족을 이루었던 의사의 아들 둘은 전선에서 죽고 아내도 숨을 거두었고 딸은모스크바로 떠났다.

 

어느 날 눈이 보이지 않는 개를 보살펴 주기 시작한 의사는 그 개를 '아르크투르'라 부른다.

 

아르크투르는 다른 개와 달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우리가 절대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아르크투르에겐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삶이 아무리 그에게 모질게 굴어도 절대 동정받기 위해 날칼운 소리를 내거나 낑낑거리지 않았다.

 

주인공과 함께 숲으로 가게 된 아르크투르는 숲이 주는 신비로움에 얼이 빠진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는 냄새, 무서운 냄새. 사락거리고 버적거리는, 따끔거리는 물체와 마주치면서 겁에 질려 있었다.

 

하루 이틀 숲에 익숙해지고, 숲에 있는 상대와 결투를 벌이며 아르크투르는 숲에 적응한다.

 

개는 짐승을 쫓는 흥분에 사로잡혀 다른 사냥개보다 먼저 뛰어나가 사냥감을 가져온다.

 

아르크투르에 관한 놀라운 소식은 지역에 퍼져나가고 사냥꾼들은 그 개를 소유하고자 욕심낸다.

 

심지어 한 사냥꾼은 아르크투를 훔쳐가려고 한다.

 

어느 날 숲으로 들어간 아르크투르는 기다리는 의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과연 숲에서 아르크투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카자코프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꿈군다. 인간이 끝없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입장에서 자기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릴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까?

 

작가는 쇠외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는데, 이별과 죽음으로 고독을 겪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쓸쓸한 죽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가?

 

러시아가 사랑하는 작가 유리 카자코프의 단편선을 읽으며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기개가달려가네요 #한러 #카자코프 #방교영 #걷는사람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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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달동 미술관
피지영.이양훈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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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치료하는 미술관!!

그런데 누가??

 

피지영, 이양훈 작가님의 <영달동 미술관>은 미술이 심리 치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소설로 설명한다.

 

미술이라는 주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흥미를 가지기 충분한데, 소설 속 등장인물은 미술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힐링되는 것을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이 절박한 심정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어디에서 위로받을 곳이 없어 서성이는 동안 영달동 한 구석의 미술관은 불빛이 반짝인다.

 

그 속에 들어가서 바라보는 그림은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나게 하는 작품이다.

 

바로 그 작품이 자신이 겪고 있는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한 작품이고, 그 작품은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받은 나의 내면이 나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첫 번째 등장하는 프랑스 남부의 아를지방에서 고흐와 고갱의 만남은 너무도 유명하고 일본의 우키에요에 관한 동경을 동료 인상파 작가에게 영향을 받은 고흐는 멀리 일본이 아닌 그곳의 대체장소로 아를을 선택한다.

 

그는 그곳에서 미술가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었고, 이에 화답한 당대 유명화가 고갱의 방문은 그를 들뜨게 한다.

 

당시 그의 방을 그린 아를의 침실이 여러 작품이 있는 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두 화가는 서로 교류하지만 불화는 쉽게 드러난다.

 

고갱이 떠나던 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으로 입원하는 결정을 내리고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화폭에 옮기던 고흐는 이전 작품을 떠올리며 다시 아를의 침실을 작업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던지는 등장인물과 주고받는 메시지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블라디미르 마코프스키의 <잼 만들기>, 이반 이바노비치 시시킨의 <겨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은 거리>, 피테르 브뤼헬의 <농가의 결혼식>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진처럼 보이는 <겨울><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베르메르. 동명의 영화로 나와 스칼렛 요한슨의 소녀 모습과 콜린 퍼스가 연기한 베르메르가 기억에 남는데, 베르메르는 빛의 움직임에 주목했던 화가이다.

 

브뤼헬이 활동한 플랑드르 지역은 우리에게 <플란다스의 개>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일찍이 상업이 발달한 플랑드르 지역은 종교개혁의 열풍이 거세게 일어난 곳이기도 한데, 브뤼헬은 당시 종교적인 관점에서 신을 찬양하는 주제에서 벗어난 민중의 일상을 주목한 화가이다.

 

일리야 레핀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작품은 가장 극적인 눈빛을 담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자인 피지영 작가님은 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남성 작가분이다. 이름을 보고 여성이라 생각했지만,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을 보고 내가 가진 선입견에 속으로 얼마나 미안하던지 괜스레 잘못을 저지른 느낌이었다.

 

40대 중반에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미술 관련 도서 1,000권 정도를 읽고 미술관을 방문해서 작품을 감상했다고 하는데,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서 자신이 책을 통해 알던 작품을 막상 눈앞에 마주했을 때 얼마나 감동하였을지 짐작된다.

 

이양훈 작가님과 미술을 소재로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소설 <영달동 미술관>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힐링 시간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영달동미술관 #피지영 #이양훈 #행복한작업실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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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
김보규 외 70인 지음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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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FOR US : JUST FOR ALL

 

가까운 지인이 의료계열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최근 벌어진 의료파업은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은 동국대학교 의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거리로 나와 자신이 목소리를 전달하는 모습을 의대생들이 입장을 소개한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에서는 공공의대를 설립해서 부족한 의료재원을 지역에 공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의료수가에 관한 부분이다.

 

보험이 되는 진료의 원가보전율은 약 70% 수준이다. , 환자를 치료할 때 원가가 100만 원이 든다고 하면,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금액(=수가)을 합하여 70만 원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진료를 1번 할 때마다 3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1989년부터 의료수가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 부분이 개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흉부외과와 같은 과로 지원을 하지 않고, 인기과로 몰리는 이유를 말한다. 수가를 올려야 병원에서는 외과와 같은 기피과 의사를 채용할 수 있는데, 외과 수술의 원가보전율은 70% 선이라 적자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책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공공의대를 설립해서 의사 인원을 충원해도 10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이주할 거란 점과 의료수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이 얼마나 우수한지는 외국에 나가게 되면 실감한다.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몸이 안 좋으면 자신이 원하는 진료과의 의사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질병은 보험 혜택을 받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 기술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통상 ‘34’라는 최저등급을 통과한 학생은 우수한 학생이 진학한다는 방증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손재주 좋고 우수한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학생은 의료계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료환경은 우리나라의 가장 살기 좋은 장점 중에 하나다.

 

공공의대를 통해 의사 정원이 늘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점에 대해선 나도 좀 더 많은 정보를 찾아 무엇이 좋은지 확인하고 싶다.

 

의료수가에 대해서는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공감한다.

 

기피과에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현실이고, 실재 흉부외과, 산부인과로 지원하는 인원이 적다는 점은 진료를 지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사 역시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직업에 대한 만족도 향상하는 것이다.

 

앞으로 눈여겨 볼 부문인 첩약급여화, 원격진료에 관한 내용도 의대생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거리로 나오게 된 의대생>을 읽는 동안, 의대 준비를 하는 지인이 앞으로 이 책에 나오는 의대생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한창 공부할 학생인데, 저렇게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그동안 쌓아두었던 응어리가 무엇인지 가늠하는 기회가 되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관계기관과의 앞으로 협의할 부분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양측이 합의하는 안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의대생들이 바라는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응원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거리로나오게된의대생 #김보규 #조윤커뮤니케이션 #공공의대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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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 금융 투시경으로 본 전쟁과 글로벌 경제
천헌철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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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시경으로 본 전쟁과 글로벌 경제

 

천헌철 작가님의 <보이지 않는 돈> 금융의 역사에 있어 특히 전쟁과 금융의 관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1부는 전쟁과 금융, 2부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는 금융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정국은 전시상태와 유사한 상황이라 세계 각국은 자국의 통화를 시장에 가능한 공급 하고 있다.

 

경제라는 생물은 금융이라는 피를 끊임없이 원활하게 공급해야 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쟁을 수행하는데 이기는 요소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 보급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충분한 보급이 제공되는 경우, 장기전을 택할 수 있고, 공성전에서도 유리하게 전략을 짤 수 있었다.

 

과거 전투병에게 지급되는 보급이 중요했다면 르네상스 시기가 되면 금융이 본격적으로 전쟁과 관련된다.

 

르네상스가 발원한 이탈리아의 경우, 지역의 공국들은 평소 상비군을 운영하는 것보다 필요할 경우 군인을 운용하는 용병을 선호했다.

 

용병은 전쟁이 직업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사람은 어제의 적이 오늘은 고용인이 될 수 있는 철저히 보수 관계 때문에 움직였다.

 

전쟁이 종식된다는 의미는 그들의 직업이 없어진다는 뜻이기에 그들은 전쟁을 가능한 길게 끌어가는 지경에 이른다.

 

피렌체 도시국가는 용병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그리고 1506년 피렌체 정부가 정규 군대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국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체제경쟁으로 드러나는 시기는 워털루 전쟁 때이다.

이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 금융 역사에 로스차일드 가문이 등장한다.

나탄 메이어 로스차일드와 네 명의 형제가 영국 정부의 요구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덕분에 웰링턴이 이끄는 연합군인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무찌른다.

 

영국 정부는 전쟁 수행에 필요한 금화를 비밀리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럽 대륙에서 조달하고자 하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책에서 소개하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탈리아의 독립전쟁, 러일전쟁, 1, 2차 세계대전에서 금융은 어떻게 작용했고, 금융이라는 요인이 전쟁의 원인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중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전쟁배상금을 받지 못한 점은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어 관심이 쏠렸다.

 

일본은 쓰시마 일대에서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던 학익진 전법으로 당시 세계 최강의 발트함대를 궤멸한다.

 

러시아와 비교해서 전쟁자금이 부족한 일본은 최대한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고자 한다.

육군과 해군에서 큰 승리를 거둔 일본은 러시아와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한다.

 

승전국은 패전국에 전쟁배상금의 지급할 것을 조약으로 체결하는데, 러시아의 재무장관 세르게이 비테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러시아는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전쟁자금이 부족했고, 러시아는 자신들은 아직 일본과의 전쟁에 패전하지 않았고, 추가로 전쟁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의 금융 여력보다 러시아는 몇 배 이상의 재원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현재에도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금융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은 자국의 산업 보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강대국들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때 국제 공조 방식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근래에서는 자국 우선주의를 선택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한국을 금융센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을 담당하는 은행과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교육을 담당하고 법률을 담당하는 관계기관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금융을 중요한 과목으로 인식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할 경우 우리는 보다 완전한 금융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2008년 외환위기 당시 런던의 시티에서 근무중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 컨설턴트로서 근래 10년 이상 우리나라를 둘러싼 금융 환경과 수출 지원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와 수출 금융 지원에 관해 설명한다.

 

글로벌 금융 환경은 냉혹하다.

 

지난달 한국정부에서 발행한 외평채 약 14.5억 달러 규모를 0.059%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채권을 발행하는데 역대 최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와 채권을 발행하는 당사자들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이다.

 

독일과 일본은 플라자합의를 하고 싶어서 미국의 뜻을 따르진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 환경은 국력에 비례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돈>을 통해 글로벌 금융에서 일어나는 일과 우리가 어떠한 노력으로 금융 강국으로 자리매김할지 생각하는 기회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돈 #천헌철 #책이있는마을 #경제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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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 268년 된 남자 학교를 바꾼 최초 여학생들
앤 가디너 퍼킨스 지음, 김진원 옮김 / 항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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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일대학교를 바꾼 최초 여학생들

 

예일대학교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 최상위권 대학으로 손꼽히는 대학이다.

 

가끔 코세라에서 예일대 강의를 수강하면 내가 누리고 있는 풍족함에 놀라곤 한다.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불리는 예일대학교 강의를 온라인으로 접속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수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본다.

 

그럼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예일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가?

 

이런 예일대학이 50년 전만 해도 268년 동안 남학생만 입학할 수 있었고 여학생은 입학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대표국가인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당시 예일대학교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사립 명문대학교는 여학생에게 취학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인 앨 가디너 퍼킨스는 1969년 예일대학교에 최초로 입학한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예일 데일리 뉴스>에 썼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 에서 를 처음 만들어가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가 어떻게 여학생의 입학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과정과 최초 여학생들이 자신이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소개한다.

 

1969년 개교이래 268년이 지난 예일대는 수많은 미국의 최고 권력 집단을 배출해왔지만, 뉴헤이븐이라는 외지에 인근 여자대학생은 주말에만 교정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상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1968년이 되자 예일대 남학생들은 남녀공학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고, 브루스터 총장을 여러모로 압박한다.

 

여학생은 왜 예일대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지 포스터를 붙인 것은 학생들이 남녀공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환기하는 지점이 된다.

 

<예일 데일리 뉴스>를 통해 남녀공학 문제를 제기하고 남녀공학 주간을 준비해서 이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해서 브루스터 총장은 본격적으로 남녀공학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결정적인 점은 예일대학교의 맞수인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남녀공학을 결정하고 이를 실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예일대는 더 남녀공학을 미루게 되면 우수한 학생을 영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재단과 졸업생과 합의에 이르러 여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결정한 후, 여학생 시설이 없고 편의시설, 병원, 기숙사 등 여성을 위한 시설 확충을 하지만 예일대의 의사 결정기구는 소수의 여학생만 받아들이고 싶었다.

 

1969년 마침내 여학생 575명이 예일대학교 신입생과 2, 3학년으로 등록하게 된다.

 

예일대학에서만 개설하는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입학하는 때도 있고, 집안에 예일 출신들이 많아 당연하게 입학을 원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은 과거 남학생 위주의 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시위에서도 자신들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필립 사렐과 아른스타인이 진행하는 성교육 수업이다.

예일대 출신 산부인과 의사인 사렐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예일대의 초청에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개설하고, 아내와 함께 갈 것을 제시한다.

예일대에 개설된 성생활 수업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남녀공학위원회를 개설하고 여기 속하는 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의 커리큘럼을 작성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 강의를 예일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로 만든다.

 

1969년은 미국에 있어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찬반과 반전 운동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이다. 또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예일대 여학생들은 1,000명의 남학생이 입학하는 데 반해 250명만이 입학을 할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학생은 고등학교에서 상위 30%를 차지하면 예일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지만, 여학생은 상위 5% 이내의 성적을 가져야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생 만찬에서 한 여학생은 이에 대해 연설을 하고, 졸업생들에게 여학생의 입학 정원이 늘어나야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예일대에서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가치가 여학생의 입학 정원이 늘어나고, 여자 교수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침해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들 최초 여학생들로 인해 다시 한번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여성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졸업하고, 취업하는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지 궁금했고, 우리 여학생들이 겪는 불안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에세이 속의 예일대 여자 졸업생들은 남자 졸업생들 못지않게 훌륭하게 자신의 과업을 수행하고 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그 숫자가 575명 중 5명이라는 표본이 좀 적은 듯하지만 다른 졸업생들의 사회에서 펼치는 활약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예일대학교 여학생 입학이라는 점이 불과 50여 년 전에 일어났다는 점은 앞으로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갈 길이 멀다는 점도 인식했다.

 

올바른 방향이 정해지면 사회는 한 걸음씩 그 방향을 위해 나아가서 마침내는 산도 움직이는 것이다.

 

이 에세이는 1969년 치열하게 대학 시절을 보낸 예일대 최초 여학생들의 경험을 공감할 기회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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