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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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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MB의 정책에 반대하며 노무현전대통령을 추모하지도, 노무현전대통령을 추모하여 MB의 정책에 반대하지도 않는다. 투표할 권리가 있으니 너무 어려서 정치에 관심없는 것이 아닌, 그냥 정치판이 싫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공부를 잘해도 나중에 커서 정치인이 되고, 공부는 못해도 싸움을 잘하면 나중에 커서 정치인이 된다고 했듯, 요즘 정치인을 보면 공부를 잘했는지 싸움을 잘했는지 구분이 안간다. 국회가 지들껏인 마냥 날치기 통과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것을 막겠다며 국회의 기물을 부시는 것도 그렇고, 다 거기서 거기다.  

반듯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나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않은 연예인도 다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 그게 바로 한국이다. 연예인이나 아나운서가 국회의원이 혹은 정치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게 아니다. 얼마나 큰 뜻을 품고 어떤 비전을 가졌길래 그렇게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지 자신의 인기를 이용하여, 혹은 자신의 아들의 인기를 이용하여 그렇게 된 연예인출신 혹은 아나운서출신의 정치인들 역시 국회에서 다들 싸움질이다. 노무현전대통령이 대통령일때에도 탄핵을 하며 생쇼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비판을 해대다가도, 이명박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노무현정권을 그리워한다고 한다(손호철교수님도 노무현정권이 있을 때에도 여러번 비판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정권이 들어온 지금, 구관이 명관이란 말로 예전이 더 좋다고 하시니..).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살기 팍팍한게 똑같고, 돈많은 부자들이 어떻게해서든 세금안내려고 하는거나,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어도 그게 그거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에 호의를 가질 수가 없다. 정치가 바뀌어야된다고 떠들어댄다고 바뀔 정치가 아니고, 국민들이 정치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다른 정당을 지지하게 된다고 해도 손호철 교수님의 말씀처럼 어차피 그들도 부패하게 되니 말이다. 이당이나 저당이나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할 것 같으면 정당이름을 바꿔대니 그게 같은 정당일까싶기도 했다..(이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됐다. 11년을 쓴 한나라당이란 이름이 장수한 명칭이고, 내 기억대로 내가 중학교 3학년 대선이 있었을때 열린우리당, 지금의 민주당이 이름이 바뀌었던 것 같았는데.. 정확했다.. 11년동안 5번의 이름이 바뀐 정당이라니..) 그리고 지금이야 11년이나 이름을 바꾸지 않은 튼튼한 정당같지만, 조선시대 서인이 노론과 서론으로 갈라져 서로를 못죽여안달이었듯, 실은 한 당파내에서도 서로의 의견충돌로 친이니 친박이니 갈등하며 서로를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정당이니 믿을 수있나 싶다.  

당선되기 위해 문제가 많던 행정수도를 이전하려고 했던 거나, 문제가 많아도 국민들에게 약속된 만큼 지켜져야함에도 무시하려는 거나 그게 그거같은.. 그래서 난 친이도, 반MB도 아니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듯 한 정치인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노무현정권을 비판하는 거나 이명박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나 비슷한 점도 많았고, 현재 이명박정권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것도 같지만, 어차피 다음 대선때 야당의 사람을 뽑는다고 해도 결국엔 우리나라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아무리 청렴한 사람이어도 그의 주변사람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그가 기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문제없는 사람이란 없어 거기서 거기의 정치가 될 것같다..  

그렇다고 정치에 대해 관심을 끊으면 안되는데.. 우선은 지금 난 정치에 관심이 없고, 벌써 1~2년이 지난 이 책의 이야기에, 거기다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분개하거나 동조를 하기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역시 이런 글은 신문에 실린 그 당시에 읽어야, 혹은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의 중립적 관점에서 쓴 글이어야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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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igwang 2010-03-04 18:23   좋아요 0 | URL
국가라는 것의 본질상 가만히 두면 괴물이 될겁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자유를 외치고, 구걸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무서워 질겁니다. 그래서 누구는 소리치고 누구는 비판하는 것이죠
피곤해하고 힘들어하지 말아야죠. 비판은 네비게이션입니다. 지시하는 쪽으로 안갈 수도 있지만 우회전이라고 좌회전이라고 끊임없이 얘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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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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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0조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태어나 첫번째 뒤집기와 첫번째로 한 말, 처음으로 걸은 날등 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자라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을 들으며 컸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기 시작하면서(요즘은 초등학교가 아닌 유치원때부터 그런 것도 같고,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유명유치원을 예약하는 때부터가 경쟁인것도 같지만..) 우리는 특별한 아이에서 평범한 아이로 전락한다.. 아니 몇몇은 특별한 존재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유명한 사람들처럼 뭔가 특별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고, 공부도 잘하고 싶고, 명예도 갖고싶은게 사실이다. 

이 책의 이야기처럼 한국에서 태어난 천 명 중 한명밖에 됮 못하는 부자를 꿈꾸고, 성공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것을 보며 999명이 이루지 못하는 꿈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1000명 중의 한 명이 되기 위해 살고, 그런 희망을 주는 책을 읽는 것이 뭐가 나쁘나 싶었다.. 분명 내가 태어난 확률보다는 낮은 목표이고, 분명 어떤 사람은 그 한명이 될 수 없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가 이룬 꿈은 자기 손바닥만하며, 의사건 부자이건간에 기뻐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의사가 된 순간에, 자신의 힘으로 부자가 된 순간에 기뻐했고, 그 꿈을 이루었기에 또 다른 꿈이 생겨서 더이상 기뻐하지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처럼 지금의 인생이 그렇게 나쁜것같지는 않다.. 비록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피겨여왕 김연아나 안철수교수님처럼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꿈이 있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나는 그저 또 한사람의 "평범씨"가 아닌 특별한 사람이니까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로 핸드폰을 이용하면서 수다스러워지고, 세탁기가 발명되어 우리를 매일같이 빨래하게 만들었듯 기계가 나의 삶을 조종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편지만으로는 연락하기가 힘들어 전화가 발명되고, 그런 전화를 이동하면서도 쓸 수 있도록 핸드폰이 만들어졌고, 강물로 혹은 수돗물로 맨손으로 빨래하는 어려움을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세탁기가 발명되었듯 결국은 우리의 목적에 의해 그것들이 발명되었으니, 우리가 기계를 조종하는 것은 아닐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책처럼 우리가 인생에 있어 쓰는 물질의 양과 공부하고 일하며, TV보는 시간등을 숫자적으로 알려주어 재미도 있었지만, 어쩐지 1,000명 중의 한 명의 삶을 꿈꾸는 우리의 삶을 묘사하는 듯한 평범씨의 삶을 너무나도 부정적으로 묘사한 탓인지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삶도, 그렇게 되기 위해 하루하루의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서니 성공학책이니를 읽는 것도 하루에 있어 행복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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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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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이 책은 뭔가 짜릿한 것이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리스로마신화를 시작으로 하여, 조금은 어려운 듯한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있는 철학에세이라는 조금 낯설은 분야의 책으로 작가님의 말씀처럼 읽고나서 많은 것을 사색하게 만들어주어 요 며칠 다른 책을 읽을 수 없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어 더욱 다른 책을 읽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별 부담이 없었다. 교회에 대한 책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서, 신화를 이야기한다는 이야기에 덜컥 읽었는데.. 오히려 교회에 대한 책을 통해 요즘 사회모습을 바라보는게 더 쉬워보일정도로 <메두사의 시선>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김용석작가님의 폭넓은 지식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수도없이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외모에 반한 나르키소스와 에로스를 무시하다 금화살을 맞고 사랑의 열병에 걸린 아폴론의 모습과 아테나여신에게 겁없이 덤비다 거미가 된 아라크네의 이야기를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다른 것을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을 무시하면 안되는구나,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하는 구나하는 정도만을 생각한게 전부이다. 그런 나와는 달리(나와 비교한다는 것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 철학자이자 대학교의 교수님이신 김용석작가님 그런 이야기를 색다르게 보고 계셨다. 

자신만을 사랑한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을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오만했던 아라크네의 이야기에서 신에게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 요즘, 거미로 변한 아라크네를 다시 사람으로 변신시키도 있다는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그뿐아니라 아버지를 거세하고 제우스등 자식을 낳으면 삼키던 크로노스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무질서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에너지법칙을 이야기하며, 슬프면서도 무서운 존재 미노타우로스를 통해 인본주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야기하나하나에 달린 인용문들과 신화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과 함께, 과학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사진 등 모두가 이야기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주었다. 가끔은 그림이 조금 작아 아쉬웠지만, 주가 그림이 아니다보니 별 영향은 없는.. 철학과 과학, 그리고 신화의 만남이 색달랐던 그런 책이었다.. 매번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마다 감탄을 하듯, 이번 김용석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던 그런 철학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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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혁명>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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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올라오는 먹거리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책엔 전혀 관심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먹거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먹거리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지만 결국엔 다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뻔히 아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배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감소시키기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들을 먹고, 국제기업의 대량생산 농산물만을 믿으며 농업을 포기할 때 결국 우리나라자체가 식량을 볼모로 잡혀 국제기업의 손아귀에 놓이므로 국가내 자급자족을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 등등 우리의 밥상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하는 일들은 너무나도 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실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알지만 지키기엔 너무 어려운 것, 그게 바로 밥상혁명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다니고, 좋은 제품보단 저렴한 제품에 끌리며, 대형마트를 피해 재래시장에 가도 수입산농산물을 널려있는 현시점에서 지역농산물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수입산도 품질 좋은 것이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싼제품을 찾는 한국인에 맞춰 중국인도 안쓰는 그런 제일 하급품이 수입되고있는 시점에서 그런 수입품보다 비싼 지역생산물이 팔릴리도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보통 100g에 2000원이던 삼겹살이 지금 대형마트들에서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초저가할인행사로 880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것만을 봐도, 질보다는 가격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듯 제대로 된 가격에 팔리는 농산물이 잘 팔릴지도 의문이었다.     

유행처럼 밭을 사는 것도 한 때이고, 그런 주말농장을 분양하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극소수이고,  이 책에서도 말했다시피 대구에서 잠시 지역농산물직거래장터가 열렸지만 현재는 잠정적 중단된 상태인것처럼, 내가 사는 곳에서는 그런 장터도 없는 실정이며, 그렇다고 대형마트에서 그런 물건을 다루기엔 자신들의 이익채우기만 급급한 대형기업들이 농민들을 생각해줄리도 없다. 

결국은 이런 무관심과 싼것만을 찾는 소비행태로 인해 결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기업에서 생산한 수입농산물을 가공한 식품을 먹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전 CSI: 마이애미 8편을 볼 때에도 국제기업이 생산성만을 고려하여 유전자변형작물을 키우고 그로 인해 사람이 죽는 사건도 발생하지만, 1만분의 1이 안되는 위험성을 고려하기보단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던 경영자처럼 우리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충실한 기업들의 제품을 먹고 있다.  

잘못된 우리의 먹거리를 바로 잡기 위해 지역농산물을 먹고, 소농을 살리며, 공정거래무역을 하고, 아이들의 음식을 제대로 살피며, 맥도널드와 같은 식품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말 너무나도 힘든 일인 것 같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품이야 우리가 제대로 고르려 노력한다지만, 하루의 한끼를 때론 한끼이상을 먹는 외식에서 제대로 된 식품이 쓰이는지를 알기나 더욱 힘든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오나 싶다가도, 차라리 이런 책을 만들기보단 직접 지역장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제대로된 식품을 고르는 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책으로 읽고, 말로 하기엔 당연한 일인 것 같고, 쉬워보이기도 하지만 직접 실천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일들이다 보니 누군가 앞에서 나서서 보여줘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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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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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어찰첩이 발견되었고,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그런 연구를 바탕으로 몇몇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작년쯤 들었었지만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았었다. 왕이 남긴 개인적인 편지다 보니 관심을 갖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덕일 선생님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이란 책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는 "노론사관"을 이야기하며 "정조어찰첩"에 대한 잘못된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접해서인지 어째 출간되는 책들이 하나같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이왕 역사책을 읽을 것이면 제대로 된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어야지, 무조건 역사책을 읽어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우선은 아니란 생각에 더더욱 정조어찰첩을 다루는 책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을 깨트려준 것이 문학동네의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였다. 서평단 도서로 <세한도>를 받아든 다음부터 얇으면서도 잘 모르던 역사에 대해 가르쳐주던 책에 반하게 되었다. 기왕이면 처음 "정조어찰첩"을 접하게 되는 책이 이덕일 선생님의 책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역사가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기에 "키워드 한국문화"의 시리즈 2권 <정조의 비밀편지>로 정조어찰첩에 대해 처음 만나기로 결정을 하였다. 

왕들이 직접 편지를 쓰는 일도 드물었고, 대대손손 왕의 편지, 즉 어찰을 보관하며 다시 궁으로 그 편지를 받쳐 벼슬을 얻던 조선시대에 성군이라 불리웠으며, 개혁군주였으나 제 뜻을 다 펼치지 못한 정조는 드물게도 많은 편지를 남겼다. 아직은 어린아이의 글씨인지라 서체라고 할 것도 없는 서투른 글씨의 원손예필을 비롯하여,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사이임에도 심환지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를 남겼고, 그 편지를 통해 실록과 같은 공식적 기록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정조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어떤 군주들보다도 많은 일을 했던 정조였기에 편지를 쓸 시간조차 부족했음에도 정치적 사안을 묻기 위해, 인사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그저 안부를 묻기 위해 심환지를 비롯하여 여러 대신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왕실가족들을 위해 편지를 썼던 그 편지들에서 만난 정조의 모습은 색달랐다. 성군이라고 하기에는 성미도 급하고, 화도 잘내는 스타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편지가 안온다고 독촉을 하며, 편지를 보내면서도 내용이 퍼질까 심하게 걱정을 하며, 편지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캐묻는 어찌 보면 소심하게도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일처리에 시간이 없어 편지를 가다듬을 수 없었기에 직설적인 말투와 사대부들의 편지에선 볼 수 없는 격식을 깨트린 한문과 언문이 섞인 편지가 남아있기에 정조의 일상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지, 만약 정조가 그런 시간부족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가다듬었다면 여전히 우리는 정조의 성군같은 모습밖에 볼 수 없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편지를 받으면 모두 없애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아들덕택에 <양반의 사생활>이란 책에서 양반 조병덕이 돈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사소한 이야기까지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정조의 계속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안대희 교수님 추정) 편지를 남겨두었던 심환지에 의해 이렇게 <정조의 비밀편지>라는 이름으로 정조 어찰첩에서 볼 수 있는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과 더불어 정치적인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선 왕의 명을 어긴 심환지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심환지가 정조를 독살했건 안했건간에 분명히 그는 역사적 자료를 후손에게 남겨주었으니 말이다..  

덧)) 이 책의 저자이신 안대희교수님께선 이덕일선생님의 정조독살론을 반박하며, 정조가 지병을 앓고있었다는 점이나 그가 아픔에도 위험을 무릎쓰고 독살을 할 사람이 없다는 점 등등을 들어 심환지가 독살을 한 것이 아닌 정조가 병사하였다는 주장하고 계신다. 처음엔 나역시 정조가 독살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역사학자들의 서로 다른 주장에 점점 헷갈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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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7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