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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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이렇게 정지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모든 물건들이 이렇게 창백하니 퇴색한 상태로 정지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푹 꺼지고 쭈그러든 육체 위의 그 빛바랜 신부 옷조차도 그토록 시체 위의 수의처럼 보이지 않았을 것이며 그 긴 면사포조차도 그토록 시체 싸는 천처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113쪽

아이들이 누구한테 양육을 받든지 간에 아이들이 존재하는 조그만 세계에서, 부당한 처사만큼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인식되고 세세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가해지는 부당한 처사가 그저 조그만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작은 존재이고 아이의 세계도 작다. 그리고 그런 작은 세계에서 아이의 흔들목마는 비율로 칠 때, 우락부락한 아일랜드 사냥개만큼이나 커다랗고 높이 솟은 존재로 보이는 법이다.-118쪽

그날은 나에게 잊지 못할 중대한 날이었다. 그날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에서 어느 선택된 하루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인생의 진로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그대 독자여,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에게 결코 묶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그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135쪽

마을은 아주 평화롭고 고요했으며, 엷은 안개가 마치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장엄하게 걷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작은 존재로 살아왔는데, 이제 저 너머 세상은 참으로 너무나 알지 못하는 드넓은 곳이었다.-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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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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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적한 겨울, 해가 없는 쓸쓸하다면 쓸쓸할 수 있는 아무도 없는 그런 산책길의 모습으로 첫 만남을 갖은 핀란드의 모습은 쓸쓸하기보단, 한적한 외딴 길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고즈넉한 곳이었다.

핀란드는 낯익은 그런 나라는 아니다. 사우나로 유명하고, <기발한 자살여행>에서 만난 핀란드인의 우울함(이후에는 그런 우울함이 싹 사라졌지만..)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핀란드였다.

그런 핀란드 안에서의 디자인 산책.. 핀란드엔 어떤 디자인으로 가득한지를 기대하게되는 첫 만남이 바로 이 산책길이었다,,

빛은 감정이다.

빛에 감정이 있다.
그래서 빛은 사람을 움직인다. – 34쪽

빛과 함께 어둠을 디자인의 본질로 생각하고, 어둠속에서 가물거리는 촛불을 밝히고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핀란드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까만 페이지 속의 불빛은 사진으로만 만나는 것이 아쉬운 핀란드의 모습이었다.. 이런 화보사진과 같은 불빛이 아닌, 실제 핀란드인의 가정집 식탁에 초대받고 싶은 느낌이...

그리고 회사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하기보단 개인컵을 사용하고, 커피 타임 모든 사람들이 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여유의 모습도 부러울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커피 타임을 즐기기보단 따로따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그럴 때를 제외하곤 따로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눈을 마주볼 시간도 없는 그런 모습을 지녔고, 개인컵의 사용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이컵의 사용이 많고, 커피전문점에서도 머그컵보다는 일회용컵을 주는 풍조가 조금은 안타까웠다.

이 세상에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단지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 74쪽

모든 물건의 재활용을 중시하고, 버려지는 옷의 천을 모아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내는 핀란드..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라지만, 그렇게 일회용품을 낭비하다보면 우리나라는 마음과 물질 모두 부족한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자연과 어울리는 그런 디자인을 만들고, 모든 물질을 아끼며, 소수의 사람들보단 다수의 사람들이 편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핀란드인들의 생활모습은 우리가 꼭 배워야하는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연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받으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한다는 생각...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그나마 서울근교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마저 제한이풀리며 개발이 되는 현실 속에서 핀란드의 도시계획이, 핀란드인의 삶의 모습이 더욱 인상깊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 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두어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169쪽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도시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관심이 끌렸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이용하여 도로를 만들고, 도시계획에서 자연을 도시안에 그대로 담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핀란드처럼 우리나라 역시 도시계획에 있어 자연을 점차 중요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좀 더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직선으로 뚫는 고속도로에 의해 산의 허리가 잘려나가고, 그로 인해 동물들의 길이 끊기는 곳을(이것을 막기 위해 생태통로를 만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조금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비용에 의해, 편리함을 위해 그런 개발을 여전히 하는 우리는 조금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속의 디자인 모두 인상깊었다. 때론 무슨 상품정보를 나열하는 잡지마냥 한 회사의 다양한 물건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때엔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자연의 모습을 담은 핀란드의 디자인의 한 예인 새의 모습을 본 뜬 유리공예도 그렇고, 다수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공공디자인도 그렇고 모두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공사장의 가림막이었다. 회색의 커다란 철판으로 을씨년스럽고, 때론 차가운 느낌을 주며,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인식만을 주는 우리나라와의 가림막과는 달리 하얀 꽃 동굴을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가림막..

수없이 공사가 이루어지는 서울에, 이런 가림막을 사용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공사장이라 삭막한 분위기보단 때론 꽃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때론 단풍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그런 밝은 분위기의 공사장이 되도록..

적어도 내가 공감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공간 개념은 그래서 서로 침묵하는 시간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침묵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자신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시간을 서로 인정한다. – 323쪽

가끔은 이렇게 자연이 보이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고독과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며 앉아있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것이 결국 인간간의 관계를 지속해주는 방식이라는 것.. 우리는 이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덧)) 원래 이 책 속의 사진들은 선명한데.. 이번엔 이상하게 다 줄무늬가 생겨버렸다.. 다시 찍기도 귀찮고,, 핀란드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할 때에도 많은 것을 놓쳤을 텐데, 그 사진을 이렇게 다시 사진으로 찍으면서 더욱 많은 것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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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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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핀란드 친구와의 산책길에서 난 아주 예쁜 들꽃 하나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꺾어 든 적이 있다. 옆에서 함께 걷던 친구가 나의 돌출 행동에 놀라며 물었다. "왜 꽃을 꺾어?" "예쁘니까." "예쁘니까 그 자리에 놓아 두어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이날 느낀 나의 부끄러움은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게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자연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시작했다. 어디에든 그 풍토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 풍토에서 생겨난 문화와 예술, 디자인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환경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임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자연은 인간이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 그 원칙만큼은 온 세상 사람들이 디자인을 생각할 때 함께 공유해야 할 일이 아닐까?
-8쪽

빛은 감정이다.

빛에 감정이 있다.
그래서 빛은 사람을 움직인다.-34쪽

이 세상에 물질이 부족해서 받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단지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74쪽

"공공장소는 다양한 성격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는 장소입니다. 일단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이미지로서 존재해야 하고 편안함을 주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시설물은 색상도 대중을 고려해서 너무 두드러지지 않는 녹색과, 회색톤, 그리고 갈색 혹은 나무빛깔의 자연색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핀란드 공공디자인의 기본 원칙입니다."
(중략)
공공장소의 디자인은 공통적으로 다수를 배려한다는 원칙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평등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152쪽

도시계획이란 무언가를 채워 놓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어딘가를 어떻게 비워두어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169쪽

나는 지금, 노동으로 어려웠던 생활을 빛나는 희망으로 스오하시킨 당시 사람들을 상상한다. 자연과 벗하며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확인하며 살아갔던 그들의 안목과 이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허락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 그 자유 안에서 꽃피운 어떤 질서는 지금,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질서는 자유 안에서 스스로 꽃핀다는 사실에 눈뜨는 시간이다. -218쪽

물질보다는 정신과 마음을 우선으로 하는 풍토를 가진 문화에서는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 인간의 평등함은 나이나 지위를 넘어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에 도달한다.-284쪽

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사람 사이를 더욱 안전한 거리감으로 지켜준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신뢰의 공간이고 정신적 안정을 갖는 공간이며, 마음을 담은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깨어졌을 때 사람들은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며 집중력을 잃는다.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마음을 다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공감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공간 개념은 그래서 서로 침묵하는 시간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침묵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자신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시간을 서로 인정한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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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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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너무나 유명하기에, 대부분 어릴적 읽었던 것들이 많다. 영화로 숱하게 보아온 로미오와 줄리엣, 4대 비극인 리어왕과 맥베스, 그리고 오셀로(햄릿의 경우 4대 비극 중의 하나이지만 어렸을 때 읽은 기억은 없다.. 그냥 햄릿이 숙부의 손에 죽는다는 것만 알았지..), 이번에 읽은 한여름 밤의 꿈이나 폭풍푸 등등.. 어느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민음사에서 출간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제목만 친숙하지, 읽는내내 낯설음이 느껴졌다. 허미아의 사랑을 갈구하는 드미트리우스와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헬레나, 그리고 한쌍의 연인인 허미아와 라이센더, 짖궃은 요정 퍽과 요정의 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아와 말의 탈을 쓴 광대가 등장한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지만.. 희곡의 형태이며, 운문형식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기에, 읽는 내내 낯설음이 느껴졌고,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였다..  

 이지우스  이 애는 제 거니까 제 처분대로지요. 즉, 이 남자를 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죽음인데, 그럴 경우 우리 법은 바로 그 집행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13쪽

특히 이 문장에 제대로 놀라버렸다.. 자식은 부모에 의해 태어난 것이 맞지만.. 그래도 자기꺼라니!! 거기다 자기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죽음을 당한다는 이야기에 놀라버렸다. 우리나라 역시 조선시대땐 정략결혼을 하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였지만.. 그래도 그 뜻을 따르지 않으면 죽거나 혹은 평생 수녀로 살아야한다니..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읽었을 때엔 이런 문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같은데.. 어른이 되어서 읽다보니 사소한 문장하나에도 놀라고, 깊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같다.. 그래서인지 같은 책임에도 전혀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에, 책은 몇번을 읽어도 그 재미가 영원한 것인지도.. 

덧))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원문에선 니네베의 전설적인 창건자인 니누스의 무덤으로 되어있는 것을 박혁거세 무덤으로 의역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 역시 역주를 보고 안 것이지만, 이런 역주가 없었어도 퀸스가 박혁거세 무덤이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았을 것이다. 그냥 니누스의 무덤으로 번역을 하고, 니네베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등장인물은 다 외국인인데 뜬금없이 박혁거세의 무덤이라니.. 눈에 띄지않을래야 띄지않을 수 없는 그런 의역이 아닌가 싶다... 

오자 : p.75 빨라 따라왔는데도 더 빨리 도망가서 → 빨리  

         p.100 피라무스   곧 바로 박거세 무덤에서 만날 거요? →박혁거세 

 위의 오자는 확실한 것 같은데,, 아래 오자는 의도적인 것인거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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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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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정혜윤PD의 <런던을 속삭여 줄께>를 읽으며 꼭 한 번 읽을 책들을 꼽아 리스트를 만들어놨었다. 제인 오스틴, 샤론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로렌스, 찰스 디킨스 등등 수많은 영국 작가들을 보며, 이전에 읽었지만 잊혀진, 혹은 아직 읽지 않은 그들의 작품들을 보며 꼭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만든 리스트였다. 그리고 그 리스트에 담긴 책 중 하나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제일 처음 읽게 되었다. <오만과 편견>은 영화가 상영하기 얼마전 읽었으니 한 2년전쯤 읽었었고,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어릴 적 수없이 읽은 반면 로렌스의 작품만은 처음 접하는 것이 없기에, 두말 않고 그의 책을 제일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에로티시즘 문학의 고전이라고도 알려진 이 책을 만약 고등학교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인 성묘사로 인해 음란한 호색 문학이라고 느꼈던 것처럼 조금은 야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자극적인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서인지,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시절에 비해 좀 더 개방적인 사회에 살아서인지 "하나도 안 야했다!!!". 물론 채털리 부인과 멜러즈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여러번에 걸쳐 나오고, 속어를 통해 대화도 나누며, 자유롭게 성과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영상이 넘쳐나고, 문학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서 이 정도쯤은 노골적이라고 보기엔 그 묘사가 너무 섬세하고, 그들의 감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처음부터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멜러즈는 아니었다. 하반신 불구가 된, 지독하게도 자신밖에 모르는 남편 클리퍼드의 곁에서 희생의 꽃을 피울수는 있지만 자신은 서서히 죽어가야만 하는 인생에서 그녀는 마이클리스와도 한 때 외도를 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코니를 존중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가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자신도 쾌락을 느끼려 했던 코니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사랑할 수 없는 남자였다. 그 후 채털리 부인은 드디어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남자, 멜러즈를 만나게 되었다. 귀족사회에서 하인취급이나 받는 자신의 집 고용인에 불과하지만, 그런 신분적 격차는 문제될 것 없이 그녀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으며, 남자와 여자의 만족 모두 중시해주며, 그 누구보다도 신사적인 멜러즈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드디어 행복한 삶을 꿈꾸게되었고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그런 행복한 삶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아쉽게도 이야기는 끝이 났다. 채털리 부인이 결국 이혼을 했는지, 멜러즈 역시 지독한 그의 아내에게서 벗어났는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처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확실한 결말을 맛보고 싶었는데.. 

점점 기계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돈만을 중시하고 거짓사랑을 울부짖는 사회에서, 여전히 계급이란 것을 중시하는 그런 사회에서, 육체와 정신이 일치된, 진정한 자신만의 사랑을 쟁취한 채털리 부인.. 확실히 지금시대의 윤리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도 "남편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핀 것"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 사랑이었지만, 그녀를 존중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녀를 잡고만 있던 남편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한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여자란 남자들의 대화에 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귀족사회를 벗어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자신을 사랑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에.. 그녀의 사랑은 정말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덧 1. 멜러즈의 이혼소송을 보면, 분명 그의 아내는 그를 버리고 나가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멜러즈가 이혼소송을 하자, 당당히 그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고, 그가 거부하자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밝혀내어 소송을 방해하려는 공작을 펼치기도 했다.. 근데.. 분명 멜러즈의 아내가 잘못을 한거고, 그녀의 행동은 당연히 이혼사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소송을 한 멜러즈는 한동안 자신의 행실을 조심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정말 이 시대에는 아무리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동거를 해도, 자신에게도 연인이 있으면 이혼이 어려워졌었나 궁금하다.. 

덧 2.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는 내내 거슬리는 것이 멜러즈의 사투리 말투였다..  

"새끼 꿩드를 너어둘 둥우릴 만들고 있던 차밉니다." -191쪽 

꼭 오타난 것만 같은 문장이 멜러즈의 사투리 말투였고, 코니와 대화할 때마다 멜러즈는 이런 말투를 사용한다.. 사투리라기 보단 발음나는대로 쓴것같은 이런 문장들을 보며 올바르게 고쳐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겨났고, 이런 문장들이 등장할 때마다 책 읽는 속도가 한층 더뎌졌다.. 한국 사투리로 번역을 한다고 해도 조금은 이상할 것같고, 그렇다고 사투리를 쓴다는 언급만 한채 그냥 표준말로 하면 그것도 제맛이 안살아날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문장을 통해 읽어도 사투리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은 안살고.. 정말이지 원작을 읽어야만이 해결될 것 같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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