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한 양심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18/2009091801474.html)

부끄러운 도서관 책 훼손 실태
밑줄·형광펜은 예사 맘에 안 든다고 찢고 맘에 든다고 오려가고…
"무인반납기 도입 등 영향빌린 책, 제 책인양 다뤄 대부분 발뺌해 못 잡아"

망치, 펜치, 총 모양 접착제(글루건)….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양천도서관 책누리실 한쪽엔 목공소에서나 볼 법한 '공구 세트'가 놓여 있었다. 파손된 책을 수리하는 데 쓰이는 도구들이다.

이 도서관 장한주 사서가 갈가리 찢어진 월간지 한권을 들고 왔다. 장 사서는 "누군가 이 책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드는지 매달 이 모양으로 찢어놓는다"고 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서 경력 20년의 그는 대형 스테이플러로 잡지 가장자리를 집은 뒤 뒤쪽으로 튀어나온 철침을 망치로 쿵쿵 두드리고 그 위에 테이프를 붙여 수선을 마무리했다.

다른 한쪽에도 장 사서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5~6권 쌓여 있었다. '증상'은 가지각색이다. 로마 역사를 다룬 어린이 만화책은 표지와 속지 모두 여러 번 칼질을 당해 너덜너덜해졌다. '월스트리트의 주식투자 바이블'은 누군가 열심히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고, '차트로 배우는 주식투자 백전불패'는 분홍색 형광펜으로 색칠돼 있다. '러브서바이벌'이란 연애소설은 알맹이는 온데간데없고 표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누가 이런 책을 읽고 싶어할까. 이용자들이 험하게 다뤄 표 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훼손된 서울 시립 정독도서관의 책.
파손 도서가 늘어나는 것은 도서관에 무인(無人)반납기가 도입됐고, 도서관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도서관에서 파손된 책을 수리한 사례는 2007년 6562권, 2008년 8517권, 올해(9월 14일까지)는 7490권에 달했다. 작년엔 하루 평균 26권씩, 올해 32권씩 보수한 셈이다.

이 도서관뿐 아니다. 각 공공 도서관마다 이용자들이 책에 밑줄을 긋거나 오리는 등 책을 훼손하는 경우가 연간 수백~수천건씩 발생한다. 수험서나 아동 도서 훼손이 특히 심하다. 인천 중앙도서관 정정섭 사서는 "보통 매일 10권 정도를 보수하고 있다"며 "올해 장서 점검 결과 파손 등으로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한 책이 3000여권쯤 된다"고 했다.





누군가 볼펜으로 줄을 그은 책(위)과 페이지 일부를 찢어버린 책. 서울 정독도서관./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훼손자 색출은 거의 불가능

피해는 다른 이용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경기도립·김포시립 도서관에서 자주 자녀들의 책을 빌린다는 학부모 박태조(43)씨는 "뭘 먹으면서 읽었는지 커피나 음식물이 묻은 책을 보면 기분이 불쾌해진다"며 "내용이 좋아도 지저분하면 애들이 읽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인희(24)씨는 "어학이나 수험서는 아예 자기 책처럼 표시를 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요한 부분만 오려가거나 찢어가 버려 정작 내가 필요했던 정보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서 훼손 행위는 예방이나 제재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책을 훼손하면 동일한 책이나 현금으로 변상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이 부인하면 증명이 쉽지 않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도서관은 영양학 개론서에 낙서가 심하게 된 것을 발견하고 직전에 대출했던 학생과 승강이를 벌였지만,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결국 변상받기를 포기했다.

시민들은 도서 반납 때 사서들이 일일이 책 상태를 확인하고 책에 겉표지를 씌워 수명을 늘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빠듯한 도서관 예산과 인력으로 책 표지를 입히는 것은 쉽지 않고, 무인반납기를 통해 반납되는 책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일부 신간에 표지를 씌우고 있는 울산 북구 중앙도서관은 "책 한권을 포장하는 데 10여분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 도서관 신지윤 사서는 "그나마 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도서관 사서가 찢어진 책을 스테이플러로 찍은 뒤 뒤쪽에 튀어나온 철심을 망치로 두드려 보수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책 소중히 하는 법 가르쳐야"

취재에 응한 각 도서관 사서들은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것이다. 7년간 울산 지역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책사랑 자원봉사회' 최향이 회장은 "손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거나 가장자리를 접는 등 사소한 행위에도 책은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도서관 책을 '공공(公共)의 재산'으로 여기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승 경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는 "미국 등 선진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 중에 공공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서 도서관 자료에 대한 소중함을 터득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여년간 거주한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정진수 교수는 "미국 공공 도서관에서 낙서를 한 책은 거의 본 일이 없다.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어린이 팝업북(pop-up book:그림이 튀어나오는 책)도 대부분 깨끗했다"고 말했다.
 
   

 며칠전 기사를 읽으며 정말 도서관 책 좀 깨끗이 읽는 사람이 늘었으면하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전 알라딘이벤트에서 당첨된 팝업북을 기증하러 갔을 때 도서관사서님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팝업북이 이쁜데, 별도보관을 해야돼요. 안그러면 1주일도 안지나 다 찢어지거든요(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지는 이거였다..)" 였다. 그때에는 팝업북이란 것이 원래 종이로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니만큼 여러번 손이 갈 수록 쉽게 찢어질 수도 있고, 아이들의 부주의로 인해 훼손될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만을 했다. 다만 너무 이쁜 책이라, 많은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한 것인데 별도보관이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만을 할 수 밖에.. 근데 이 기사 속의 인터뷰를 보면 미국에서는 팝업북도 깨끗하고, 도서관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책보는 문화가 바뀌긴 해야할텐데 싶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는 토익책이나 토플책, 혹은 자격증 관련 책은 문제마다 답이 달려있는 것은 기본이고 , 밑줄에 채점까지 되어있어 결국엔 새 책을 사고만다. 문제집이란 것이 문제를 풀려는 것이니, 답이 그것도 볼펜으로 체크되어있다면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겐 문제집으로의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연필이면 지워보는 시늉이라도 하지, 왜들 그렇게 볼펜으로 찍찍 그어놓았는지.. 그리고 학습서가 아닌 일반 책에는 왜 그렇게 밑줄을 그어놓을까 싶다..물론 자기 책인 경우, 자기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고, 읽는 동안 책 모서리를 접어놓는 것도 이해한다.. 자기책에 밑줄긋는다는데 누가뭐라겠어.. 하지만 도서관 책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재산이다.. 그런 책에 밑줄은 긋는 다는 것은 자기만을 생각한 이기주의적인 행동은 아닐까?  

내가 다니는 마포서강도서관에도 책꽂이에 꽂혀있지않고, 한 귀퉁이에 쌓아놓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 위에 붙어있는 글이 누군가가 훼손(찢어진 것은 물론이고 밑줄그은 책도!!)한 책으로  수리하기전에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기보기 편하자고 밑줄그은 것이 다른 사람의 대출도 방해하고, 안그래도 부족한 도서관인력들이 책을 수리하는 데에 매달려야 하니 너무나도 민폐가 아닐 수가 없다.  

그나마 양호한 습관이지만 책갈피를 이용하지않고 책모서리를 접는 것 역시 별로 좋지 못한 습관이다. 책 모서리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다보면 그 부분이 약해질 것이고, 언젠가는 찢어질테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보며 음식을 먹는 행위는 더더욱이 용서할 수가 없다. 물론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나 초콜렛을 먹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하지만.. 그러다 흘리면... 난감하다.. 커피에 젖은 책장은 후줄근해지고, 커피색에 그 부분만 노랗게 변색되며, 흘린 과자부스러기나 초콜렛조각은 잘 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제본되어있는 쪽에 끼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책을 다음 사람이 본다면.. 너무 더럽다고 여기지 않을까? 

나 역시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다 보며 과자부스러기, 커피자국, 책 모서리가 접힌 책, 너무 쫙 펴서 읽다 책장이 떨어지는 책 등 다양하게 손상된 책을 만났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압권은, 책 사이에 앉은 벌레를 책장으로 죽여 벌레가 붙어있던 책이었다.. 어쩜.. 책으로 벌레를 죽여 표지에 벌레자국이 뭍어있어도 찝찝한 마당에, 어떻게 책 중간에 앉은 벌레를 책을 덮어 죽일 수가 있는지.. 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꼭 한번 찾아가서 니 책에도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안그래도 책값이 너무나도 비싸진 요즘, 다양한 책을 읽는 재미를 누리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일텐데 그 재미를 자신만을 생각하는 행태로 망가뜨리지않았으면 좋겠다..  

공공도서관의 책을 읽을 때에는 책모서리를 접기보다는 항상 책갈피를 이용하도록 하고, 되도록이면 책을 읽을 때엔 음료나 과자같은 것을 먹지 않도록 하며, 자신의 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조심해서 다뤄 비에 젖거나 어디 다른 곳에 걸려 책장이 찢어지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해서, 책을 읽도록 도서관에서 교육도 하고, 서점에서 주는 것 같은 공짜 책갈피를 보급하면 그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의 책들도 선진국 도서관처럼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헌책방에 가보면 서점과는 다른 느낌이 너무나도 즐겁다.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냄새도 새 책과는 다른 냄새이고,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니 하는 구분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서점과는 다르게 큼지막한 분류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어 쉽게 맘에 드는 책을 찾기 어렵다보니 그 속에서 책 한권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물찾기를 하듯 헌책방에 놀러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만큼 실망도 크다.  

한 때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이야기를 듣고, 광화문과 이대에 있는 가게를 찾아간적이 있었다. 광화문점은 이사를 갔지만 그 당시 내가 갔던 광화문점은 술집위에 있어 올라가는 내내 오래된 술냄새를 맡아야 했기에 우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헌책들은 너무나도 오래된 책들이었다. 나는 헌책방이라하면 그렇게 오래된 도서들과 함께 눈길을 끄는 책들이 어우러져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오래된 책들만이 있어 얻은 것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이대점의 경우 너무 골목에 숨어있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하고, 좁고, 역시 오래된 책밖에 없는.. 그래도 그곳에선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대안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조금은 엷은 맛이지만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커피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목적이 책이었던 만큼 그 이후에는 가지 않게 되는 곳이었다.. 

그런면에서 신간도 살 수 있고, 배송비의 경우 새책과 살경우 무료인 알라딘 중고샵이나 조금 느리지만 상태가 양호한 책이 많은 판매자중고샵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번쯤 시도해보자 싶었었다..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만큼 위험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겠거니 싶어서.. 하지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나라면 최상으로 등급매기지 않았을 것 같은 책들이 최상등급이라니!! 알라딘중고샵에서 산 책은 누군가에게 빌려줬다 받지못한 이빨빠진 셜록홈즈 중의 한권이었는데.. 원래 황금가지의 셜록홈즈책이 제본이 약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책을 펼쳐보는 순간 뜯어진 책장이 떨어질줄이야(그래서 받은 다음날 바로 반품해버리고 결국 새책을 샀다..).. 그리고 개인판매자가 파신 물건은 나름 양호하였지만 책등이 반으로 꺾여 있었다.. 책을 아껴보는 습성에 의해 내 책은 그런 책이 없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최상급으로 올려놓고 판 책들은 읽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너무 흥미위주의 책이라 더 이상 읽지않을 것같은 마음에 마음아파하며 팔았던 책이었고, 구매하신분들이 책 상태에 만족할만큼 띠지도 그대로 있는 그런 책들이었는데.. 너무나도 기대한 나머지 실망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 후론 중고샵을 힐끗거리면서도 절대 팔기만 할 뿐 사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얼마전 신촌에 BOOKOFF가 생겼다.. 일본 체인점의 헌책방으로 밝은 분위기에 신촌대로 한복판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고, 헌책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게였다.. 물론 아쉬운 점은.. 일본체인이다 보니 2/3정도가 일본서적이다.. 그리고 1/3있는 한국 서적 중에 1/2이상이 만화책이고.. 그러다 보니 맘에 드는 한국서적을 찾기란 정말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베스트셀러중의 베스트셀러였던 해리포터나 다빈치 코드 같은 경우에는 정말인지 쌓여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책들이 새책보단 저렴한 가격에 빠진 번호없이 깔끔하게 늘여놓여져 있다. 

그곳을 구경하던 중 딱 한 권 득템할 수가 있었다..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해피해피 스마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열렬한 팬으로, 그녀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단 한권 갖고있지않은게 바로 이 책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얇은 책이 15,000원이라는 게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도무지 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출간 후 1주일 뒤였나 아무튼 바로 빌려읽기 했지만, 사려는 마음은 쉽게 들지않았다.. 에세이집이라는 점도, 너무 어이없는 가격이라는 점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을 뛰어넘지 못한 채 그저 보관리스트에 담아놓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 책이 BOOK OFF에 있었다.. 8,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접어본 흔적도 없고(스나크사냥도 5,500원에 팔고있어 바구니에 담았다, 책장을 훑어보니 모서리를 접어가며 읽었던 책이라 그냥 제자리에 다시 꽂아놓고 왔다..), 책 케이스도, 표지도 깔끔한 상태로 말이다.. 단 한가지 새책과 다른 점은.. 원래 주인분이 자르셨는지 책끈이 짧아져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을 때 기억으론, 책은 손바닥만한데 쓸데없이 책끈이 길어서 책을 한바퀴 감쌀 수 있었던 정도의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하지만 원래 상태의 책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는 애교이지 않을까? 그것도 좋은 쪽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암튼 여전히 적립금과 할인액을 합쳐도 12,000원인 이 책을 8,000원에 샀으니 너무나도 뿌듯할 뿐이다.. 정말 중고책방에가서 책을 산 것은 이 책이 처음이고, 상태도 너무 만족스럽고, 갖고는 싶어했던 책이니 말이다^^ 


이게 오늘 득템한 책이다.. 이정도면 정말 만족스러운 상태의 책이라고 할 수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비록 만화이긴 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활약하는 김전일의 사건해결집의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반면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활약하는 이야기들은 어째 흐릿하게 기억될 뿐이다. 이전에 읽은 이누가미 일족이나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 모두 줄거리를 살짝 읽으면 "아..그랬었지.."라는 정도로 기억이 나긴하지만 별다른 인상이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 풍의 추리소설에 물이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DNA검사도 안되고 그래서인가 싶다가도 여전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나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읽으며 두근거림을 느끼고, 에르퀼 푸아로와 셜록홈즈에 점점 반해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글과는 조금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다음에 일어날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말투들이 거슬렸다. 풍신과 뇌신에 대해 긴다이치 쿄스케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건에 있어 주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굳이 164페이지에서처럼 언급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홈즈나 푸아로처럼 왓슨과 헤이스팅스에게 이게 무슨 의미일 것같냐고 슬쩍 물어보고 말것이지.. 왜 이리 노골적으로 언급을 했는지..  

   
  하지만 그 풍신은 한참 지날 때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 p.164  
   

그리고 난 하나도 무섭지도 않고, 기괴한 분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겠는데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호들갑스럽다. 아버지가 자살을 하였지만, 자신이 확인한 시체가 아버지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긴다이치 쿄스케를 찾아온만큼 갑자기 아버지의 유작이 된 음악소리가 들릴때 가족들이 놀라는 것이나 어딘선가 들리는 사람소리에 흠칫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 가족은 너무나도 흠칫흠칫 잘 놀란다. 어머니의 모습에 놀라고, 작은 아버지의 등장에 놀라고.. 그리고 작은 아버지의 등에 있는 반점의 문양을 보고 사건이 벌어지기전부터 악마의 문장이라고 하는 것도 약간은 억지스럽다..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정말 재미없게 읽어서 별 것 아닌 것에 꼬투리를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다른 분들은 극찬이시던데, 그것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도대체 언제 이야기가 끝나나 생각하며 책을 읽었으니.. 물론 이 사건의 원인이 된 혈연관계에 대해 알고나니 정말인지 악마가 따로 없다고도 생각은 했고, 천은당살인사건을 보며 인간의 끔찍함에 대해서도 생각은 했지만 그것과 재미는 별개였다. 차라리 근처에 이질이 발생했으니 은행안을 소독하고, 예방약을 먹으라는 의문의 남자에 의해 16명이 독약을 예방약으로 알고 마시고 그 중 12명이 사망했던 "제국은행 사건"을 빗댄 "천은당살인사건"을 좀 더 극화했더라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같다는 생각이다. 초반부에 언급되는 천은당 살인사건을 보며, 그 담대함에, 그리고 잔인함에 놀랐던 만큼, 실제 일었나고, 사건 자체는 너무나도 끔찍하지만 범인이 밝혀지지않은 사건들.. 한 예로 현금수송차량에 경찰이 다가와 자동차 밑에 연기가 난다며 차에서 내리게 한 뒤 그 차를 끌고 도망간 사건 같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천재적인 범죄자를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너무나도 듬직하지 못하다... 원래 긴다이치 코스케는 차림새에 의해 알지 못하는 경찰들이나 의뢰인에게 신뢰를 주지못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의 손자 김전일도 덤벙대고, 공부에는 흥미가 없으며 약간은 멍청해보여 역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스타일이지만 김전일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그의 능청스런 행동과는 상관없이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그에게 신뢰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는 처음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신뢰를 했고, 그의 행동거지를 보며 역시 김전일의 할아버지라고 생각할만큼 믿었으나 어쩐지 그가 등장하는 작품을 읽을수록 그에대한 신뢰감이 사라져만 가고있다..

원래 탐정이란 범죄자가 벌인 사건을 뒷수습하듯 쫓아가는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얽힌 원인만을 열심히 쫓아갈 뿐이다. 만약 그가 남들에 비해 알았던 사실을 조금이라도 미리 경찰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면..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은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않았을까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서인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에르퀼 푸아로나 홈즈처럼 잘난 척을 해서 미움을 사던지, 미스 마플양처럼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행적에 관심을 보이고 수다를 떨어 미움을 샀더라면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이 아닌만큼 융통성있게 사람들을 보호하는 모습에 신뢰감을 보였을텐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않으니 그가 사건해결방식을 바꾸지 않는한 아무래도 그를 다시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장바구니담기


깃에 단추가 달린 하얀색 셔츠에 연두색 재킷을 입은 이 남자의 손은 내 손에 그저 피부와 뼈로 만들어진 평범한 손으로 느껴지고,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모습도 평범한 인간처럼 보이는데, 세포면에서는 과연 얼마나 다르고 낯선 사람일까? 난 언제나 그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람? -81쪽

때때로 나는 헨리가 사라지는 게 반갑지만, 그가 돌아오는 건 언제나 반갑다.-190쪽

이번엔 헨리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걸 나는 안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는 것 때문에, 이런 기대감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는 올 것이고, 나는 여기 기다리고 있다.-3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품절


"하지만 누구에게 행복하게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 모든 걸 가르치는 게 훨씬 쉬웠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해. 늘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251쪽

다시는 슬픈 일도 없고, 누구를 떠나보내거나 죽는 일도 아예 없거나 아주 머나먼 일일 것 같다. 지금 당장 우리는 여기 있고, 완벽한 우리 사이를 훼방 놓거나 이 완벽한 순간의 기쁨을 훔쳐 갈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37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