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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1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연금술사"를 통해 알게되었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악마와 미스 프랭>에 반해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나오는 족족 읽었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에서처럼 약간은 심오한(물론 다른 책들도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은 유난히도 어려웠다..) 책도 있었고, 11분처럼 섹스를 바탕으로 쓴 파격적인 글도 있었지만 어느새 나는 파울로 코엘료에게서 멀어져있었다.. 아마도 <포르토벨로의 마녀>와 <오자히르>를 통해 별 변화가 없는 그의 글을 만났고, 너무나도 나쁜 순간에 <순례자>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예전에 읽어 기억도 나지않는 이야기들이고, 순례자 같은 경우엔 내게 있어 너무나도 힘든 시절에 만나, 제대로 읽기도 전에 제목을 보며 "왜 나만 다른사람에게 희생을 해야하냐고!!"라며 이 책을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었다.. 그리고 난 그렇게 파울로 코엘료와 멀어져만 갔다.. 작년 가을 그의 신작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며 다시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순례자를 향해 눈길이 가서인지 쉽게 다시 마음을 열 수 가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승자는 혼자다>로 그의 세계에 다시 한번 들어가보았다..
여전히 그의 글은 물흐르듯 술술 흘러가고, 책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악마와 미스 프랭>에서 아내와 자식을 자신의 무기를 요구하는 무리에 의해 잃고난 후 세상은 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베스코스라는 한 시골마을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이방인과는 달리 이고르는 자신 마음속의 신에게 기도할 뿐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그 목적이 비록 자신을 떠나간 아내를 찾아,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이란 다른 세계를 파괴하여 아내에게 보여주는 것임에도 그는 신에게 자신의 소원을 빌었을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그런 계획을 저지하려는 존재로 악마를 생각할만큼 그는 사랑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을 맴도는 다른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미쳐있을 뿐이다..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그 자리를 빛낸다는 겉모습과는 달리 신인여배우가, 신인모델이 돈많은 남자나 감독, 제작자의 눈에 띄어 단숨에 히로인이 되기위해(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가보다.. 벌써 몇달이 지났지만 별 해결이 없는 고 장자연씨의 사건도 결국 이런 이유때문에, 자의와 타의에 의해 스폰서제의를 받고, 내키지않음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버려야하는 그런 모습이 칸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뿐이니..) 도도한척, 남을 기다리지않는 척 파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길 바라며 끝없이 시나리오를 읽어봐주길 바라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영화가 배급되길바라며 칸에 나타난 제작자와 배급사에 눈도장을 찍으며, 별 의미없는 명함을 돌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는 달리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승리자이기에 자신에게 부탁하는 사람들을 지겨워하고 귀찮아하며, 파티자체를 즐기지도 않은채 그저 파티에 참석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승리를 원하고, 꼭 그 상황을 복수할 것이라는 생각에만 잠긴 그런 미친 사회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승리를 위해 모두들 미쳐보이는 것같은 사회는 우리의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비현실적이지는 않다.. 다만 배경이 칸이고 수많은 영화배우와 제작자들의 모습일뿐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사회에서도 우리는 승리에 미쳐있을 뿐이다. 한 장의 종이에 그저 떡 하니 쓰여지는 등수에 울고 웃고, 12년동안 죽어라 공부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름난 대학에 가는 것이며, 그 잘난 이름난 대학을 졸업하여 하는 것이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회사에서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하며, 남들과 다른 삶이란 남들보다 성공한 모습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어릴 적엔 그 누구보다 큰 꿈을 꾸며,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꿈꾸던 우리들은 조금씩 자라남에 따라 세상에, 그리고 그런 세상에 물든 어른들에 의해 우리 역시 세상의 모습처럼 변해갈 뿐이다.. 그렇기에 파울로 코엘료가 그려놓은 사회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간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