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품절


처음 개정판이 나왔다고 했을 때엔 그저 표지만 바뀐거겠지라는 생각외엔 별 생각이 없었다.. 우리집에 있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요즘의 하얗고 이쁜 책과는 너무 다른 갈색 표지의 큰 판형이라 책표지에 끌려 사고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지만 원래 표지도 나쁘지 않았었기에 그저 출판사에서 돈벌라고 2권으로 분책해서 다시 개정판을 냈다고만 생각했다.. 이전의 책도 다른 책에 비해 두꺼운 편이긴하지만 2권으로 나누기엔 뭔가 애매한 양이라 어떻게 수작을 부렸나 싶었는데....


정말 나의 착각이였다!!!! 2권으로 늘어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기존의 조선왕 독살사건이 8명의 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이번 개정판에선 1권에서 7명, 2권에서 7명, 그렇게 총 14명의 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차례부터 확인해보니, 기존의 책이 인종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개정판에서는 문종부터 다루고 있어, 4명의 왕이야기가 새롭게 실려있었다.. 이런 사실도 모른채 출판사의 농간이라고 생각하다니.. 이제껏 역사서하면 다산초당을 생각하면서 좋아했었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다.. 좋은 역사서를 많이 낸다고 이제까지 좋아했으면서 그런 오해를 하다니 말이다.. 정말 책을 사지않았더라면, 아니 알라딘에서 차례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다산초당에 실망을 해서 다른 좋은 책을 안샀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부끄럽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를 출간하는 곳도 흔치 않은데 말이다..

원래 이덕일선생님의 역사서는 재미있게 쓰여져있는 것이 특징이니 별다른 말이 필요없다.. 이전의 책에서 보지 못했던 단종의 아버지이자 세종의 아들로 2년 4개월간의 재위후 몸이 허약해 죽은 것으로 알려진 문종과 어린 나이에 왕위에 즉위해 삼촌인 수양대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단종의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번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쩐지 이미 알고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라도 이덕일 선생님의 글을 통해 만나면 더 재미있고, 더 실감나게 역사를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실감나는 역사이야기에 반해 한장한장 읽다보니 어느새 예전의 책과 겹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 추가된 내용외에는 완전 똑같을 줄 알았는데.. 기존의 내용도 살짝 바뀌어있었다.. 아니 내용이 아니라 구성이 달라졌다고 해야하나? 이전에 비해 사진이 큼지막해졌다.. 이전의 사진들이 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크기였다면 이버느이 사진들은 책의 절반을 차지할 때에도 어쩔 때 양페이지 가득 사진이 실려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도 조금 더 선명해지고..

아무튼 이렇게 좋은 개정판은 정말 처음 보는 듯 싶을정도로 사진이나 새로 추가된 내용에 정말 만족할 뿐이다..조금 마음에 안드는 거라면 책 테두리마다 화려하게 입혀진 색깔이랄까?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등등 너무 화려하고, 약간은 지저분한 느낌이 드는.. 그래서인지 책장의 디자인은 깔끔한 이전책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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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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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를 보니 이젠 지하철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다고 한다.. 노약자석이 있던 공간에 좌석을 없애고 자전거를 세울 수 있도록 하며, 지하철역에 경사로를 설치해 쉽게 자전거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며,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보관소도 만들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를 갈 때에도 자전거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참 편해지겠다 생각하면서도, 출퇴근시간에 자전거와 승객의 혼잡을 어떻게 해소하나 생각했던 것은 그냥 자전거를 출퇴근시간에는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보니, 출퇴근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 그저 주말과 공휴일에 놀러가는 사람들에게나 도움이 되는 별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자전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다른 분들처럼 그렇게 매력에 쏙 빠져 자출을 하지도 않고, 자전거의 종류와 이름을 모조리 알고 있지도 않다.. 아마도 내 자전거에 애착이 가지않아서인지 별로 다른 감정이 안생긴다.. 근데 내가 내 자전거에 애착을 갖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불완전한 정보만으로 너무 소수의 자전거 중에 그나마 나은 것을 선택하다보니 그런것 같다.. FILA에서 나온 망고색 자전거..자전거를 살때에는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마트"에서 샀다.. 접이식자전거임에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난 자전거를 타며 죽을뻔도 했다.. 고정이 되있지않은 채 자꾸 내려가는 안장(난 내가 너무 무거워서 그런줄 알았다...), 자꾸 휘청거리는 앞바퀴(알고보니 앞과 뒤를 연결해주는 부분을 조여주지도 않아 자전거를 타다 자전거가 접힐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두가지만으로도 정말 힘들어 삼천리 자전거에 갔더니.. 나사가 고정되있지 않다고 얘기해주며 어떻게 탔냐고 하더라.. 그리고 FILA는 비싸긴하지만(물론 고가의 자전거보단 싸지만... 20만원대의 실용자전거에 비해서는 비싼편이다..) 성능이 좋지않다고 했다..  

이것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절실히 느꼈던 사실이다.. 서강대교를 시작으로 양화대교와 가양대교를 지나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달려갔다 다시 서강대교까지 돌아와 한강철교까지 한번 달려봤었다.. 난 나름 열심히 달리고, 나름 즐겼는데..아무리 페달을 돌려도 쫓아갈 수 없는 쫄바지를 입은 사람들... 달릴수록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게 영,..거기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시는 분들이 어찌나 빠르던지....난 정말 내가 자전거를 못타서 그런줄 알았다.. 그리고 서서히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꺼렸다.. 난 자전거는 다들 비슷한 속력이고, 경기용자전거만 속도가 극대화된 것으로 생각해서 정말 내가 자전거를 못타는 줄 생각했었다... 정말 자전거에 무지했고, 자전거에서 무지한 상태에서 고른 자전거가 부실했고, 자전거를 못탄다는 생각에 난 자전거에 애착을 갖지못하였었다..  

하지만 TV를 보다보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면 나 역시 다른 자전거를 갖고싶다..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한효주가 타던 귀여운 자전거도 갖고싶고, 조그만 바퀴가 매력적인 미니벨로도 갖고 싶고, 지나가다 다른 사람이 타는 조금 독특한 자전거에 반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저자 중에 한 분인 임익종씨처럼 그저 자전거의 자태에 더 혹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다른 저자들, 자출을 하시는 분이나 자전거메신저로 살아가시는 지음씨, 자전거에 빠져 자전거 콘서트를 하는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씨와 그리고 고정기어자전거에 대해 어려운 말이지만 잘 설명해주신 김하림씨와 떼잔차에 참여하시는 친환경교통수단을 강조하시는 조약골씨의 이야기등은 정말 자전거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같았다..  

어떻게 광화문한복판의 도로 중 한 차선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것일까? 난 보행자로써 보도를 걸을 때엔 보도를 씽씽 달리는 자전거에 짜증내다가도, 내가 자전거를 탈 때엔 차도가 너무 위험해 보여 보도로밖에 달릴 수가 없으며, 조금만 먼 거리를 갈려고 할때엔 서울의 험난한 지형과 보도가 좁은 곳, 신호가 없는 곳을 어떻게 가나 싶어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할 뿐인데.. 서울의 반경을 이야기하며 생각보다 넓지 않은 서울과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다고 이야기하시며 위험하지만 차와 자전거가 같이 공존해야한다며 차도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조금은 부끄러웠다.. 난 그저 자전거를 타는 것의 수고스러움때문에 이런저런 핑계를 든 것은 아닐까?  

그래서 베란다에 세워둔 자전거엔 먼지가 쌓이고, 바퀴의 바람이 빠진 것조차 모른채 방치할 뿐이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씽씽 달려가도 그것과 상관없이 난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되는거고, 자전거의 성능이 아무리 나쁘고 잘 나가지않는다고 해도 인간의 능력을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화시켜주는 고마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그저 만족하면 되는 것일텐데.. 이 무더위가 조금 가시면 다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한강으로 나가야겠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한강의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려보게!! 아직 광화문과 종로를 잇는 대로에서 자전거를 탈만큼 용기가 나지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전거에 빠지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참 우선은 안전을 제일 중시해야겠지만 말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자전거로 인한 사고도 많아지고, 자동차보단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전거사고로 사람이 죽기도 하니... 여전히 헬멧을 쓴 사람보단 안전장비 없이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나 역시 그런 안전장비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안전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자전거를 즐길 방법에 대해 고민 좀 진뜩 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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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자이너가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까닭은?
    from LG전자 블로그 The BLOG 2009-09-24 11:29 
    안녕하세요? 더 블로거 필진 빠키입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리죠? 저는 올해로 입사 5년 차 되는 디자이너이고 라는 글에서 소개드린 대로 VJ로도 활약합니다. 최근에는 자전거의 매력에 아주 흠뻑 빠졌는데요. ^^ 그래서, 오늘은 올 여름 미국 출장 길에서 무척이나 덥고 교통도 안 좋은 상황에 동료와 자전거를 타며 구석구석 시장조사를 했던 덕에 자전거를 주제로 '예쁜 자전거'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입사..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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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정말 읽히지 않는 책 중의 한권이었다.. 6월 1일 소설이 아닌 다른 책 좀 읽어보자 싶어 샀던 책은 이 책보다 나중에 산 소설책들에 밀렸고, 얼마전 수많은 책에 묻혀 정신없이 책을 읽을 때에도 이 책은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닌 책장 한구성탱이에 처박혀있었다.. 적어도 들어가는 글은 읽고 덮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펼쳐든 책에 꽂혀있는 책갈피는 들어가는 글조차 다 읽지 못한 상태였다.. 2달이 훌쩍 넘어 다시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 책은 잘 읽히지 않는다.. 

연수원 몇기냐고 물어보는 고압적인 판사의 모습, 교통사고를 통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보았음에도 살인사건이 아니어서 소송을 포기한 사례, 허위사실로 고소되어 오히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인 검사에 의해 구속되고, 변호사에게 수억을 들여 사건을 해결해 지금까지도 자신을 구속한 검사를 용서하지도, 잊지도 못한다던 70대 노인분의 이야기, 사건의 빠른 해결을 위해 미리 머릿속에 프레임을 짜놓고 그것에 벗어나는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않는 검사와 판사의 모습..분명 이 모습은 판사와 검사의 모습 중 단편일뿐일텐데.. 아직 읽지않은 3/4의 이야기에선 다른 모습이 나올텐데라며 기대를 하며 읽어도 좋으련만(근데 1/4의 내용에서 만난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모습이 결국 전부였다....).. 법치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만이 떠오르는 현실에 갑갑해지는 마음에 책을 읽는 속도는 더딜뿐이었다.. 굳이 이런 사회의 모습을 읽어야되나싶기도 하고, 읽는다고 해도 우리사회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은 무력감에 빠질 뿐이었다.. 

그런 마음상태에서 이어진 이야기는 거절할 수 없는 돈이었다.. 아는 사람이 놓고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돈이 아닌, 사기가 아닐 것같은 돈만 받아 회식할때 쓰고, 명절에 떡값으로 주었다는 실비나 애인역할을 할 여자연예인의 스폰서가 되듯 일종의 보험처럼 법인카드로 판사의 스폰서 역할을 하던 친구의 모습을 보며 한숨소리가 커질뿐이었다.. 어떻게 정치인들의 뇌물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사람들이 아무리 작은 돈이라지만, 지금은 당장 사건과 연관이 없다지만 명백히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아무런 사심없는 용돈도 아닌 그런 돈을 아무 거리낌없이 받고, 거리낌이 있다고 해도 형성된 분위기에 의해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런 돈을 거절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냥 쳐다보며, 돈을 받는 것이 특권이 아닌 돈을 주는 것이 특권인 그런 풍조를 만들었는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물론 몇년전일이라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사라졌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전 읽은 공지영작가의 <도가니>가 떠오른다.. 전관판사예우라는 이름으로 판사시절 청렴하게 사건을 해결했지만 변호사로 개업하는 시점 딱 한번 그 특권을 이용해먹으려는 변호사나 그런 관례에 따라 변호사를 우대해주던 검사나 판사의 모습이.. 결국 도가니에서 그 사건은 돈이 많은 사립학교의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의 보호자와 합의함으로써 소송을 취하하던데.. 정말 그런 일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절할 수 없는 돈에 이어 돈이나 압력이 아닌 그저 청탁의 말로 옭아매는 대법관, 판사의 모습, 고고한 척하느라 의뢰자를 직접 만나기보다는 브로커를 통해 만나다보니 사례비가 증가하고, 결국 수임료가 늘어 일반인들에게 더 문이 높아지는 변호사사무실의 모습에 느는 것이라곤 한숨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는 동안 고생한만큼 결혼할 여자는 서울대 4년제 출신이여야 되고, 성형을 했더라도 이쁘고, 집안도 어느정도 뒷받쳐주는, 그래서 집을 해오길 바라는 일부 신성가족의 모습은 다른 전문직과 다를바 없는 그저 잘난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이 책을 보면 어느정도 속이 시원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할 뿐이다.. 10년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높은 벽에 의해 드는 생각이라곤 그저 법은 지키기 위해 있는 것, 절대 어기거나 소송을 해야하는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몸조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언제쯤 신성가족의 틀이 깨지고, 진정한 법치국가가 될수 있을지.. 답답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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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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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미실>을 통해 김별아씨를 처음 만났었다..신라시대하면 김유신과 김춘추의 일화, 선덕여왕과 지귀에 얽힌 설화, 문무왕과 만파식적에 대한 설화이외엔 다른 이야기라곤 읽어본 적이 없는 시대이다.. 조선과는 달리 너무 남아있는 사료도 적기에 허구라고는 하지만 김별아씨의 미실을 통해 만난 신라의 모습에 반해버렸었다.. 조선의 유교사상과는 달리 여자도 재혼을 할 수 있고 사랑을 맘껏 표현하며, 색으로 왕을 모시는 집안의 이야기, 거기다 너무나도 강렬한 이미지의 미실이란 한 여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었다.. 그리고 그런 김별아 작가가 일제강점기, 한 독립운동가와 그의 일본인 애인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기에 정말 기대를 했었다.. 

식민지시대, 대부분의 일본의 지식인들조차 조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에 전혀 언급하지 않던 시기, 한 명의 일본여인이 한국의 독립운동가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활동을 한 이야기라고 하니 어떤 구구절절한 사랑이 있을지, 그들이 겪었을 고난을 어떻게 어우러졌을지 정말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박열이란 독립운동가와 가네코 후미코라는 그의 부인(옥중에서 서류상 결혼을 해서인지 부인이라기보단 애인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에 대해 알게 된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전부였다.. 그들이 서로를 만나기 전에 겪은 고난과 그들이 만난 후 겪는 고난과 사랑이 잘 연결되지않는 느낌이들어서인지 결말까지 읽었음에도 다른 리뷰어들처럼 눈물이 나지도, 구구절절한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지지도 않을 뿐이었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한 남자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지못했던 가네코 후미코와 나라를 잃은 식민조선에서 국비를 받아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에도 마음아파하던 박열의 이야기가 책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것과는 다르게 그들이 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되고, 같이 활동을 하며, 결국 대역사건으로 잡히게 된 후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짧게, 그리고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칠 뿐이었다.. 관동대지진때 일본인들이 지진의 이유를 한국인에게 덮어씌우고 한국인만 보면 죽이던 험악한 분위기에서 일본천황과 왕세자를 죽이려고 했다는 증거도 없는 혐의에 의해 체포된 까닭에 체포과정이나 폭탄사건에 대한 언급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간단한 언급만 한채 지나가서인지 큰 파문을 일으켰다는 사건이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뿐이었다..  

그저 재판정에서 자신을 피고라고 부르지 말 것, 조선의 조복(朝服)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 재판정과 동등한 좌석을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하여 이례적으로 그대 혹은 그편으로 불리며 재판을 받고, 예복차림의 조선선비의 모습으로 재판정에 참여하며 사형선고를 받은 뒤 "내 육체야 자네들 마음대로 죽이라. 그러나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남긴 박열의 모습을 통해 독립투사의 기개만을 느낄 뿐이었다.. 조금만 더 사건에 대한 언급과 그 사건을 벌이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그들의 동료이야기가 더 실감나게 씌여져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너무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더불어 감옥에서 조선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한장 찍고싶다던 사진을 두고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쓴 어이없는 글들을 보며 사진 속의 모습이 전혀 연상이 되지않았었다.. 감옥에서 찍은, 그리고 친구와 가족에게 보낼 사진이라고 했으니 조금은 어색하게 옆으로 나란히 앉은 모습을 떠올리기만 했으니 괴문서를 보며 도대체 왜 그렇게 이야기하나 싶었었는데.. 위키피디아의 사진을 보니 충분히 그렇게 모함할 수 있는 사진이다.. 감옥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모른 체 이 사진을 봤다면 그저 편안히 있다 친구가 우연히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느낌의 사진이니 말이다..  


출처  

English: Japanese book "Showa History of 100 million people Vol.12" published by Mainichi Newspapers Company.  


日本語: 毎日新聞社「一億人の昭和史12」より。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Park_Yeol_and_Fumiko_Kanek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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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폴리스>를 리뷰해주세요.
페트로폴리스
아냐 울리니치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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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도둑들의 도시>에서 독일군이 900여일동안 레닌그라드를 봉쇄하고 있을 때, 먹을 것이 없어 책접착제를 긁어모아 사탕을 만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로 만든 파이와 주위의 시체를 보고도 무덤덤한 소년의 반응, 달걀 6개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했던 콜야와 레프의 이야기에 너무나도 잔인한 러시아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문화와 예술수업시간에 사진으로만 만나보았던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숨겨진 모습이었기에, 아름답기만 한 곳에 숨겨진 슬픈 과거에, 전쟁의 참혹함에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러시아의 한 마을 이름도 없는, 아니 숫자로 이름붙여진 아스베스토스2에서 하얀 피부, 금발머리의 하늘하늘해보이는 평범한 러시아인들과는 달리 까만피부에 곱슬거리는 머리를 지녀 눈의 요정을 하지못하던 사샤의 마을도 전쟁의 참혹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삭막하다..  

벽돌수에 맞춰 씌여진 여러 단어중에 '식후에는'이라 씌여진 미술학원에 다니며, 예술적 재능이란 그저그런 편이지만 엄마의 교육열에 의해 모스크바에도 가게되고, 나름 인텔리한 대학생도 되는 사샤지만 사샤의 주변 환경은 삭막하였다.. 폐기물쓰레기장 옆에 위치한 통에 사는 친구와 15살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른 사람의 그림으로 대학에 들어갔으며, 우리나라의 시골노총각들이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신부를 데려오는 것처럼 러시아로 신부를 찾는 미국인을 쫓아 미국으로 가고, 그곳에서 벗어나 또 다시 유대인에 대해 집착하는 바퀴벌레 가족들과 지내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고, 청소를 통해 자립을 해가며 결국 자신이 낳았으나 자신의 엄마인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자란 나디아를 데리고 미국으로 오는 사샤의 이야기속에 묻어난 러시아의 모습과 사샤의 가족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평범하기보단,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인것같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그림인지도 확인도 하지않고 대학에 붙이는지, 어떻게 전기가 가끔 1~2시간만 들어올 뿐이고, 음식이란 구할 수 없는 곳이여서 아기가 어쩌다 고기를 먹으면 꼭 토를 하고, 물이 잘 나오질 않아 씻을수도 없으며, 어느새 한명한명 떠난 아스베스토스2... 오죽했으면 초청인에 의해 초청이 있어야만 비자가 발급되며, 그 비자를 갖고 미국에 정착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나싶었다..(하긴 이건 어느나라나 공통인것같다.. 우리나라도 5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사본을 제출하지않으면 미국비자를 받지못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직업도, 돈도 없으며, 결혼도 하지않은 사람의 경우 미국에 불법체류할까 비자받기 정말 어려우니...)  

거기다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이길래 전기도 물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않으며, 아스베스토스2 도시전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불과 옆도시만 해도 음식과 전기, 모든 것이 공급되는데도 사샤의 고향은 점점 죽어갈 뿐이었다.. 사샤가 겪은 여러가지 사건과 더불어 조금씩 죽어가는 사샤의 고향의 모습은 러시아의 모습을 너무나도 암울하게만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 한권을 읽는데에만 사흘이 넘게 걸렸다.. 서서히 책을 읽는 양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겨우 450여페이지에 사흘이 넘게 걸린 건 조금 문제가 있지않나 싶다.. 조금은 흥미진진한, 그리고 조금은 경쾌한 느낌의 이야기였다면 괜찮았을텐데.. 책표지의 화사한 색깔만큼 좀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어쩐지 도둑들의 도시에 이어 우중충한 러시아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러시아라는 나라의 모습이 우울하게만 기억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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