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구판절판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즉,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진지하게 노력을 거듭하면 상대의 본질에 얼마만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관하여 그에게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것일까?-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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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축의 마지막을 <1973년의 핀볼>이 하였다. 순서상 2번째에 읽었어야 할 이야기이지만 초기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느낌일까 다른 이야기들부터 읽게 되었다. <양을 쫓는 모험>을 읽지않고 <댄스댄스댄스>를 읽었던 것이 조금은 무모하게 느껴졌다면, 1973년의 핀볼은 마지막에 읽어도 무관한 그런 느낌이었다. 

1973년 "나"는 24살이었다. 친구와 함께 작지만  꽤 많은 일을 맡아하는 번역사무소를 차려서 열심히 일을 하기도 하고, 나오코가 죽은 뒤 슬픔을 느끼지만 어느날 문득 눈을 떠보니 자신의 옆에 있던 쌍둥이들과 3개월을 같이 보내며, 한 핀볼기계에 빠져 최고점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전의 일이니 24살의 나이가 어리다고만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에게 24살은 대학을 갓졸업한 혹은 여전히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나이이기에 극심한 허무주의에 빠진 것처럼 아무일도 하지않고 그녀와 만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은 반복해서 살아가는 쥐의 모습과 친구와 번역사무소를 차려 10시부터 4시까지 번역을 하며 살아가지만 역시 상실에 의해 방황하는 "나"의 모습은 24살의 풋풋함보단 세상에 찌들어 고뇌하는 중년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문득문득 "나"와 쥐가 20대라는 것에 놀라게만 된다..  

요즘 우리에게 20대란 그저 취업에 대한 고민만을 안고사는 그런 존재로만 보여서인지도 모른다.. 아니 다른 고민들이 있지만 자본주의의 체제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고민은 숨긴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쥐와 "나"의 그런 방황은 어쩐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곳의 이야기처럼, 그러나 내면깊은 곳에서는 뭔가를 알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방황이었다..  

자그만하게 운영을 하던 식당에서 영업을 마친 뒤, 테이블에 앉아 1~2시간을 써서 완성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든 하루키의 작품과 이어져있다.. 모든 작품과 연결되는 고리로 매우 중요한 작품임에도 <1973년의 핀볼>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양을 쫓는 모험>의 연결점으로 평가될 뿐 별다른 평가를 받지못했다지만, 나에겐 이 작품이 다른 작품을 위한 구름판같다.. 구름판이 없어도 도약은 할 수 있게지만, 구름판이 있을 때에 못미치는 것처럼 하루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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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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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키초기작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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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12월
구판절판


따뜻한 바람이 햇살을 흔든다. 마치 나무드 사이를 떼 지어서 옮겨 다니는 새처럼 공기가 천천히 흐른다. 바람은 선로가 있는 완만한 녹색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 궤도를 넘어 나뭇잎을 흔들지도 않고 숲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한 줄기, 부드러운 빛 속을 가로질러서 건너편 능선으로 사라져간다. 언덕은 몇개의 기복을 이루며 일렬로 줄지어 있고, 잠든 거대한 고양이처럼 시간의 양지바른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22쪽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자신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 그것이 내 것과 지나치게 다르면 화가 치밀고, 지나치게 비슷하면 슬퍼진다. 그 뿐이다.-78쪽

그러나 우리가 걸어온 암흑을 되돌아볼 때 거기에 있는 것 역시 불확실한 '아마도'뿐인 것 같았다. 우리가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건 현재라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우리의 몸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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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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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머와 감동,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비극과 희극을 완벽하게 혼합한~', '잔혹과 비애, 유머와 감동의 경계를~'이란 서평들은 공통적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더불어 그 속에서도 웃음이 있다는 그런 이야기라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도둑들의 도시는 전쟁의 참혹함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물론 매력적인 얼굴의 콜야를 전형적인 유대인처럼 생긴 레프가 부러워하며 가끔 심통을 부릴 때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는 하지만 그 미소가 기억나기 보단 읽는내내 참혹한 현실에 눈살이 찌푸려질 뿐이었다.  

독일군이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를 900여일동안 포위하고 있을 때, 레닌그라드의 사람들은 항복을 하지않았다. 그저 독일군에게 저항을 할 뿐.. 그리고 그렇게 900여일이 지나는 동안 레닌그라드에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잘 곳도 남아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6.25를 겪으며, 일제치하하에 많은 고통을 겪었었다. 농사를 지어도 일제가 다 빼앗아가거나 일부 지주들이 착복하고, 소중히 키운 딸은 위안부로, 집안의 대들보인 아들들은 군인으로, 군인을 못할 것같은 사람은 탄광에서 일하도록 징집되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너무나도 먹을 것이 없어 인육을 먹었으며, 약간의 단백질을 보충하기위해 책의 접착제를 긁어모아 사탕을 만들어먹었다는 소문은 들어보질 못했다. 아무리 가난하고, 먹을 것을 빼앗겨도 여전히 농사를 지울 수 있어서였나?  

하지만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는 혹독한 추위에 사람들이 얼어죽을 지경으로, 배급카드가 없인 음식을 받아먹을 수도 없었고, 먹는 것이 부족하다보니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들은 어느새 다 잡아먹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죽은 사람의 몸을 뒤져 먹을 수 있는 것을 갖기라도 하면 도둑으로 몰려 총살을 당하는 그런 곳.. 레프도 하늘에서 떨어진 죽은 독일군병사의 술과 칼을 국가에 주지않고 훔쳤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버렸다. 그리고 탈영벙 콜야와 함께 허무맹랑한 임무를 받는다.. 대령의 딸 결혼식에 쓸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달걀 12개를 구해오라는 것.. 사람들은 굶어죽어가고있는데 고위간부는 역시 다른가보다.. 삐쩍 마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령의 딸, 남들은 빵한조각 구하기도 힘든데 6월이후로 본적이 없는 달걀을 찾아오라니 말이다..  

하지만 찾아오지않을 경우엔 죽일 것이라니..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협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죽지않기 위해 달걀을 구하는 동안 콜야와 레프가 겪은 사건들도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나무를 증류해 독약보다 조금 나은 술을 만들어 팔고, 어떤 고기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고기파이(이때까지만 해도 쥐나 비둘기, 그런 동물의 고기인줄로만 알았다...)와 접착제캔디, 그리고 설탕이 흠뻑녹아들어가있다는 흙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유인해 잡아먹는 식인종이 되어버린 사람과 닭을 지키다 추위에 닭들이 죽자 같이 얼어죽어버린 할아버지,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접해서 더 이상 죽은 사람의 모습을 봐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는 콜야와 레프, 마취제도 없이 수술을 하고, 메스를 소독할 따뜻한 물조차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들, 그나마 군인이 지키는 레닌그라드는 소녀들이 그렇게 되진않지만 레닌그라드를 포위한 독일병사들에 의해 부모가 죽임을 당하고 성노리개로 전락해 먹을 것을 받아 사는 시골소녀들, 글을 아는 포로들을 골라 무자비하게 죽여버리며 소녀중에 한 명이 도망치다 잡히자 발을 잘라버린 잔혹한 군인들의 모습에 정말, 과연 이정도까지 였을까라는 생각만들었다. 

어떻게 사람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도망쳤다는 이유만으로 뻔히 눈을 뜨고 있는 상태에서 한발한발 천천히 자를 수가 있는지!! 차라리 군인들에게 글을 안다는 이유로 총을 맞아 죽은 사람들은 그나마 한두발의 총으로 쉽게 생을 마감하였으니 그나마 고통이라도 못느꼈을것이다.. 어떻게 여리고 여리기만한 소녀에게 이런짓을 하는지 위안부로 끌려갔던 우리의 할머니들도 이런 잔인한 일도 겪으셨던 것일까? 잔인한 현실에 눈물이 날 뿐이다.. 그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무고한 사람들의 모습에... 이 책 특유의 유머를 느끼기도 전에 이런 잔인한 현실의 모습에 비애만 느껴질 뿐이었다.. 

레닌그라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때 이름인 이곳은 러시아 문화사 수업에서 보았을 때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러시아 특유의 양파모양의 교회와 교외에 위치한 화려한 여름궁전, 네바강이 흐르며 세계 3대 박물관 중에 하나가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처음 레닌그라드의 황량한 모습을 보았을 때엔 같은 도시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평화속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운만큼 참혹함 속에서 보는 도시는 그저 무채색으로 뒤덮인 그저 하나의 공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은 진행중이다.. 전쟁이라는 이름만 붙지않았을 뿐이지 티베트유혈사태나 위구르족의 모습은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과 뭐가 다를 것이며, 지뢰에 의해 수많은 소년소녀가 다치고, 끊임없이 대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등 예전처럼 전 세계가 전쟁을 벌이진않고 있지만 세계곳곳에서 전쟁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전쟁속에 또 다른 레프와 콜야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에 비애를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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