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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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를 N.P를 통해 알게 된 뒤, 그녀의 작품은 꾸준히 읽고있다. 다른 것의 말을 듣는다든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보는 조금은 특이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다루기도 하고, N.P처럼 조금은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어서인지 그녀의 이야기는 책 표지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인지 생각이 난다. 단 두권, <슬픈 예감>과 <하얀강 밤배>만 빼놓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러 책 중에서도 특히나 손이 안가던 이 두권은 다른 책들을 여러번 읽어나갈때에도 계속해서 책장에 꽂혀만 있어서인지 다시 읽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160여페이지밖에 되지않는데 무엇때문에 그렇게 망설였는지..  

보라색 띠지에 <키친>의 뒤를 잇는 바나나의 또 다른 대표작이라 불리는 <슬픈 예감>은 기억을 잃은 야요이와 이모로 살아가는 유키노가 이제까지 기억하지 못했던 기억을 밟아가고 이제까지 감춰진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게 다른 의미가 되어가고, 슬픈 기억이지만 나의 가족을 알아가게 되던 이야기였다. 죽음을 앞둔 것 같으면서 삶의 에너지를 내뿜는 주인공도, 엇갈린 운명과 진실에 슬퍼하는 이야기도, 잃어버린 존재에 대해 한없이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이야기도 아닌 조금은 밋밋한 듯한 이야기여서인지 내가 이 책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것같다. 원래 "막장드라마"가 인기가 많듯 조금은 자극적인 이야기만 기억에 오래남으니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자극과는 거리가 먼듯하지만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그런 책이었다. 

분명 오늘의 독서도 언젠가는 잊어버린채 어떤 이야기인지 기억나지않는다고 툴툴 대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풍경묘사와 세심한 감정 묘사, 더불어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때의 그 느낌을 항상 느낄 수 있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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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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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처럼 광적인 책에 대한 집착은 위험한 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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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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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에드는 평범한 사람의 전형이다. 19살의 나이를 20살로 속여 택시운전을 하고, 커다란 개 도그맨과 함께 살며, 리치, 마빈, 오드리와 때때로 카드게임을 하며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는 삶의 목표도 삶의 희망이라는 것도 없이 사는, 아니 사랑하는 오드리와 섹스하는 것만이 꿈인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우연히도 은행강도를 잡지않았다면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 그런 사람.. 

어이없게도 은행강도주제에 너무나도 어설펐던 남자를 운좋게도 잡게된 후 그에게 배달되온 카드는 단지 이름과 주소만 쓰여있는 카드였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는 남자와 외로워하는 노부인, 숫기 없는 소녀의 이름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물음으로 어떻게 할 지 고민하지만 그가 선택한 방법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조금 폭력적이긴 했지만 아내를 강간하는 남자에겐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노부인을 찾아가 사랑하는 사람대신 말동무도 되어주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소녀에게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는 것을 전해주는 메신저라는 역할을 에드는 너무나도 완벽히 수행하였다.  

작지만 아이스크림 하나로 다른 사람의 의미를 되살려주고, 크리스마스 전구로 온가족을 행복하게 만들며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에드의 모습을 보며 행복을 전하는 것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았다. 내가 대단하지 않아도, 시간이 없어도 그저 잠시나마 작은 관심을 보여주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남에게 전해주는 행복은 그들만의 행복이 아닌 결국 나 자신에게도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4장의 에이스 카드를 통해 12명의 사람에게 행복을 전한 에드의 변한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협박이 없었다면 에드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생활에 안주하며, 어머니에게 욕을 먹고, 아버지처럼 늙어 결국엔 아버지와 같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지만.. 메신저, 아니 자신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에게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기에 에드는 더 이상 평범한 에드가 아니었다.  

"너 같은 녀석이일어서서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이제 열띤 모습으로 바뀐다. 감정이 드러나고 있다. 이게 전부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 아냐....." 글처럼 에드도 했는데 나도 못할게 뭐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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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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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아무 상관이 없고 하느님도 잘 모르는 성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들 하잖아. 그런 사람들 자신은 모르지만, 하느님은 그런 사람들하고 함께 다닌다고 했지." 신부의 눈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말이 이어진다. "자네가 그런 사람인 것 같네, 에드. 자네를 알게 되어 영광이야."-214쪽

하지만 걸린 전구 가운데 반만 불이 들어온다. 다시 말해 불이 들어오는 전구는 네 개 뿐이라는 거다. 올해에 타투푸 집을 밝혀줄 전구 네개. 큰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진짜 답인 것 같다. 큰일이란 눈에 띈 작은 일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니까.-296쪽

때로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얼굴이 아니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가.-301쪽

"너 같은 녀석이일어서서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이제 열띤 모습으로 바뀐다. 감정이 드러나고 있다. 이게 전부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 아냐....."-4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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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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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니 완전 속은 듯한 느낌이 든다. 인터넷 서점에서 표지를 본게 전부이니 원래 어느정도 두께인지 모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300여페이지는 되는 책인줄 알았는데 120페이지가 안되는 매우 얇은 책이었다. 어쩐지 장편을 기대하다 맞닥뜨리게 된 너무 짧은 이야기에 약간은 서운한 듯 하면서도, 짧은 내용에서 전해주는 강한 임팩트에 이 책에 반하게 되고야 말았다. 

책과 관련된 책엔 어떤게 있는지 모으다 발견한 <위험한 책>은 제목만 보았을 때엔 <꿈꾸는 책들의 도시>처럼 이빨이 있고 다리가 있어 스스로 걸어다니며 사람을 물기도 하는 그런 책(해리포터에서도 해그리드가 가르치던 수업에 쓰이던 책도 난폭했었는데.. 그 책에 의해 서점직원들이 손을 물리기도 하고, 책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가죽끈으로 꽉 묶어 포장해주던 장면이 기억난다.)일까 아니면 단 몇줄의 글만으로도 사람을 궁극의 경지에 빠뜨리는 오름을 가져오는 환상의 책일지, <끝없는 이야기>처럼 읽다보니 책 속에 빨려들어가 모험을 겪게되는 책일지, 아니면 역사적 탄압에 의해 읽는 것을 금지당했던 사상적으로 위험한 책일까라는 행복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에서 등장하는 위험한 책은 단순히 두껍고 방대한 양으로 사람을 다치게 만들 수 있는 책들이었기에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합본한 <나니아 연대기>도 충분히 서가에서 떨어지면 발등을 다치게하는 위력이 있는 책이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모두 묶어 떨어뜨린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텐데 이 정도의 책으로 위험하다곤 하지않을텐데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걷던 여자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배달온 시멘트에 뒤집힌 책을 통해 진정한 위험한 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은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한없이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보여주어 상상이라는 작업을 생략하는 텔레비전과는 달리 같은 문장을 읽고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만드는 여백이 있으며, 똑같은 프로를 반복해서 볼 때의 지루함과는 달리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가져다주며 옛 선조들의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신지식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에 책이란 하나의 오락거리이자 지식의 결정판이기에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책벌레>의 티니우스와 라인홀트처럼, 그리고 이 책의 브라우어처럼 책을 소장하는 것에 집착하고, 그 집착으로 인해그들의 인생은 끝도없이 망가지기에 어떤 종류의 책이던간에 그 소유자의 마음에 따라 위험한 책이 될 수도, 한 권의 소중한 책이 될 수도, 전혀 쓸모없는 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브라우어처럼 특정 분야의 책으로만, 한정판과 같은 희귀한 책으로 책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고, 이 사람처럼 이만여권에 달하는 장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 역시 끝도없이 책을 소유하고 싶고(나 역시 브라우어처럼 많은 유산을 물려받고 그 책들을 유지할 능력이 있었다면 나도 벌써 광적인 집착에 휩싸인 장서가가 되지않았을까 싶다..), 내가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가의 이름을 보며 그들의 책도 읽어야되지않나라는 생각을 하기에 브라우어의 집착과 열정은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서인지 한권을 읽으면 수십권을 읽고싶고, 초판이나 한정판같은 이름에 얽매이게 되는 책은 정말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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