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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수집하는 노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 <젠틀맨 리그>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쥘 베른의 해저2만리의 네모선장, 브람스토커의 드라큘의 뱀파이어 미나, H.G. 웰즈의 투명인간 로드니와 같은 책 속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던 영화였다. 어릴 적 만화로도 즐겨보던 톰 소여와 지킬박사와 하이드나 책으론 읽지않았지만 이젠 너무나도 유명해진 드라큘라와 투명인간을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어 너무나 좋아했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 바로 <소녀 수집하는 노인>이다. <젠틀맨 리그>는 유명 작가의 주인공들이 영화속으로 들어온 이야기였다면, <소녀 수집하는 노인>은 그런 작품을 쓴 작가들이 이야기속으로 들어온 책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를 제외하곤 겹치는 책이 없긴 하지만, 그리고 그 마크 트웨인 역시 영화와 책 사이에 공통점이 없기는 하지만 작가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책이라는 소개를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났다.
<소녀 수집하는 노인>은 너무나도 유명한 미국의 다섯 작가의 이야기였다.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 왕자와 거지로 유명한 마크트웨인과,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있거라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검은 고양이와 같은 호러 혹은 환상문학으로 유명한 애드거 앨런 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헨리 제임스와 에밀리 디킨슨의 사후 혹은 살아생전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애드거 앨런 포는 이름을 들어본 정도가 아니고 그들의 작품도 읽어봐서 그들의 글의 분위기는 조금이나마 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표제작인 <소녀 수집하는 노인>을 통해 만난 마크 트웨인의 생소한 모습과 예전에 읽었던 기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읽은 톰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등장인물과 간단한 사건 1~2개를 제외하곤 전혀 새로운 이야기였기에 나의 지식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 만나는 5명의 작가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같은 두근거림이있었고, 이 이야기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고자 옮긴이의 글을 배경지식삼아 한 작품씩 천천히 음미하였다. 이해되지않는 부분은 반복해서 읽어서인지 짧은 분량임에도 하루에 한작품이상을 읽을 수 없었기에 5개의 이야기에 5일, 그리고 1번더 책을 읽어보는데 2일, 그렇게해서 이 책을 다읽을 때까지 1주일이 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여 읽었음에도 아직 이 책속의 작가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을 뿐이다. 16살이 되기 전의 소녀에 집착하던 마크 트웨인, 자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헤밍웨이, 병원에 입원한 군인들에게 애정을 품게되는 제임스 헨리, 등대지기로서의 삶을 사는 포, 복잡한 로봇으로 재탄생한 에밀리 디킨스의 모습은 내가 아는 그들의 작품과는 상관이 없는, 작가자신의 삶의 모습이었기에 조금은 생소함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그런 생소함은 아마도 소녀에 집착하거나 자살을 통한 죽음에 집착하는 작가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던 작가의 모습과는 다르며, 조금은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작가들의 모습에서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생소함과 더불어 작가의 모습들은 모두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에밀리 디킨슨 레플리럭스>였다.
이미 죽은 작가가 레플리럭스를 통해 재탄생되었다는 점과 기본적으로 생전의 작가의 성격과 특성을 모두 지니고 더불어 키우는 주인에 의해, 환경에 의해 성격이 변화되며 감정과 비슷한 것을 지녔다는 점, 뭐니뭐니해도 언젠가 이런 기계가 나올것이라고 예상되기에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고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기에 조금은 뻔하지만 독특한 분위기에 반하게 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