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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명왕성
권정현 지음 / 문이당 / 2009년 3월
평점 :
나 역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행성의 이름을 외웠었기에 2006년 9월쯤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굿바이!명왕성>이란 책 제목을 보며 더이상 명왕성이 아닌 소행성 134340로 불리는 별이 생각날 뿐이었다. 행성으로 여겨지다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고 불리는 명왕성처럼 <굿바이!명왕성>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여겨지던 사람이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 평범하게 여겨지지않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어느 외딴 곳에 숨겨진, 명왕성이라는 펠라티오 기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놀란 가슴에 이 책이 내가 보고싶어하던 책이 맞나 싶어 다시 책표지를 확인할 정도로 굿바이! 명왕성엔 소외되는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 이반, 길녀,오까마와 길거리에서 남자를 호객하는 아줌마들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었기에 공공장소에서 읽다 약간은 창피함을 느낄정도였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묘사지만, 읽으면서 야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의 이목을 신경을 쓰느라(솔직히 남들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를테고, 별로 신경도 안쓰겠지만) 지하철에서의 독서는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조용히 까페에 앉아 다시 읽기 시작한 굿바이!명왕성은 어딘가 한군데씩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360편의 작품을 남기려던 작가가 자신의 죽음이 담긴 359번째 작품만을 남기고 사고사를 당한 이야기, 어릴적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가 탈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신경성 통증을 느끼는 남자, 한낮에 도심네거리에서 알몸으로 활보하는 여자의 모습, 지리산에서 우연히 목격한 호랑이로 인해 거짓말쟁이로 인식되는 남자, 애인을 생각하며 목어를 수놓는 여인, 사격 중 고양이를 죽인 소대원들을 처벌하는 군인,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늙어서 자신을 찾아온 치매 어머니를 요양소에 맡기려는 아들, 섹스기피증으로 헛것을 보는 여자가 그려진 <굿바이! 명왕성>...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9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지만 사소한 이유로 평범함을 벗어나 소외된 주변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교사지만 우연히 본 호랑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 언론에 노출되고 그것으로 끝날 줄알았던 것이 방송매체간의 싸움이 되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해버리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게되는 사람이나 치매에 걸려 자신이 더이상 감당히 어렵다고 느껴 산속에 있는 요양원에 모시려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서도 조금씩 갈등하는 아들, 억압 혹은 스트레스에 의해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고양이들을 잔인하게 죽였으면서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군인들, 잦은 유산으로 헛것을 보기시작하는 여자.. 우연히 본 호랑이만 아니었으면,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부대내의 위압적인 공기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모두 평범하게 살아가고, 사회분위기 속에 조용이 묻혀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이유로 점차 소외되어가고 자신들을 소외시켜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무겁게 다가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요근래 한국소설에 끌려 틈틈이 읽으며 위저드 베이커리와 같이 기발한 이야기도 만나고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처럼 청소년 성장소설도 만났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굿바이!명왕성과 같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리며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인것 같다. 다른 나라의 작품에선 느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에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하고,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조금 더 공감이 되기도 하는.. 그래서 더욱 인상깊게 남는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