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이블 위의 고양이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9년 4월
평점 :
누가 <테이블 위의 고양이>라는 제목을 보며 남북첩보물을 떠올릴까? 나 역시도 유쾌한 코믹소설이겠거니 생각하며 표지와 제목만으로 책을 골랐을 뿐이었다. 물론 책 뒤의 본문내용에 자신의 계좌에 많은 돈을 맡겨두고 죽은 남자, 그리고 합법적으로 자신의 돈이 되었다는 내용을 보며 그 돈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거운 남북첩보물일줄이야..
안그래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유형이 러시아와 영국으로 대변되는 첩보물이었기에 점점 남북대치상황이 심화되는 장면을 보며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내용에 한숨을 쉬지않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카지노에서 만나고 자신의 계좌에 100만달러를 맡겨둔 채 사라진 강지수. 그런 그가 살해되었다고 밝히는 국정원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라진 강지수를 찾기위해 나 제이슨은 국정원직원을 도와 마카오와 홍콩의 카지노에 간다. 그리고 그드르이 준 돈을 통해 도박을 하며 북한의 인사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솔직히 강지수의 죽음이라는 내용과 카지노에서의 거칠것 없는 대담한 도박의 모습을 보며 흥분을 한 것은 사실이다.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타짜라는 영화를 통해 본 도박의 모습은 화려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고조되는 정말 돈놓고 돈먹기 게임이기에 단순히 읽는 것임에도 긴장감을 가져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배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판의 게임에 50만달러를 거는 행동에 누가 긴장을 하지않을까!! 그렇기에 그런 대담한 도박을 즐기는 제이슨에 끌려 어찌어찌 끌려 책을 읽기 시작하긴 했다. 하지만 점점 남북의 정치상황을 얘기하고, 남쪽으로의 귀화얘기, 적대적인 상황을 들먹이며 제이슨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첩보이야기로 빠지면서부터 조금씩조금씩 이 책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목을 왜 테이블 위의 고양이로 했는지,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생각할 뿐 책의 내용에는 빠져들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갑자기 남과 북이 만나 싸우고, 그 가운데에 있던 제이슨은 양쪽으로부터 모두 오해를 사고, 결국엔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수 없고.. 내가 싫어하는 첩보내용이기에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제목과는 다른 내용에 실망하고, 추리소설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기에 또 실망을 하게되었기에 더욱 이야기에 몰입되지않았나 싶다.
솔직히 이런 남북의 대치이야기는 김진명작가풍의 이야기라 생각되 이미 8~9년전에나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이고, 이젠 공동경비구역 JSA나 태극기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도 별 감흥이 없는 판국에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쩐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 이작가의 전 작품이 슬롯이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도박이야기에만 가끔 관심을 보일 뿐 정말 의무감에 의해 계속해서 읽게될뿐이었다.
P.S 어떤 분이 남기신 댓글을 보고 정말 백묘, 흑묘, 그리고 테이블위의 쥐잡기라는 말이있었는지 확인을 하기위해 처음부터 책을 다시 훑어봤다. 근데 정말 있는게 아닌가!! 어떤 공작원을 백묘라하면 그 공작원이 일을 마치고 보고서를 올릴때에는 흑묘라는 가명의 존재로 제출한다는 부분!! 정말 놀라웠다.. 처음 읽을때엔 제목에 언급된 테이블위의 고양이가 무슨뜻인지 모른다고 투덜댔는데 다시 보니 내가 얼마나 허술하게 책을 읽었는지 알수 있었다. 요즘 책을 읽을 땐 전반적인 줄거리만 파악하는 정도로 속독을 하는줄은 알고있었지만(한번 시간을 재면서 읽어봤더니 250여페이지 정도의 책은 1시간에서 1시간 10분이면 다 읽는 정도다.. 내 기준으론 평범하다 생각했는데.. 조금 빠른가?) 이 정도로 대강읽을 줄이야.. 정말 반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