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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ㅣ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1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 / 강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나도 벌써 서울에서 산지가 7년째이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살기시작한 서울은 내가 이제껏 살아왔던 도시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컸고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을 조금은 배척하는 분위기의, 한편으론 기회의 도시인 서울.. 그렇기에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라는 책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어떤 느낌의 서울이 그려져있나라는 궁금함에 한껏 기대를 하며 읽기시작했다.
서울을 테마로 잡은 것 외에도 여성작가 9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던 것도 독특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한국작가하면 공지영이나 신경숙과 같은 누구나 다아는 유명한 작가외에는 알지못하기에 이 책의 작가 9명 중 8명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유일하게 들어본 "김애란"작가님도 달려라 아비라는 작품이 있다는 정도만 알지 그녀의 어떤 작품도 읽지않은 상태였기에 어떤 느낌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인지도 모른채 읽기 시작하였다.
서울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만큼 이 책속의 배경들은 내가 한번쯤은 걸어보거나 잠시나마 들렸던 장소들도 있었다. 삼청동의 까페, 홍대앞의 거리, 망원동일대, 강변북로, 명동역, 밤섬, 광화문네거리와 시청앞광장 등 아무 생각없이 거닐고 지나가던 그 곳이 이 이야기들의 배경이었고 이 이야기들의 주제였다.
어쩌면 조금은 순정만화의 배경같은 표지의 서울에 끌려, 따뜻하고 밝은 그러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서울을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속의 서울은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임에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우울함이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오갈곳 없는 그의 이야기였던 <북촌>, 2002년 6월 한번은 돌아가셨다 살아나신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가 평생해온 거짓말을 담고있던 <1968년의 만우절>, 어쩐지 혼자만 소외당하고 이용당한 것 같은 고작가의 이야기였던 <빈 찻잔 놓기>, 자신의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못한채 이웃에게 당하고, 집주인의 집세인상에도 아무런 거부를 하지못하는 한 주부의 이야기였던 <내 비밀스런 이웃들>, 자살을 위해 강변북로를 달리던 여자의 이야기인 <죽음의 도로>, 자신의 동생을 찾는 누이의 이야기였던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친구의 할머니를 위해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파악해나가는 이야기였던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 서울로 이사가려는 날의 이야기인 <크림색 소파의 방>, 신혼집임에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벌레들에 의해 고통을 받는 여자의 이야기였던 <벌레들>까지 조금은 독특하면서도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은 것 같은 일에 대한 이야기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것이란 만만치않구나라는 생각도 들던 이야기들..
밝고 따스한 느낌의 서울을 기대한 만큼 우울함과 현실이 가득한 서울의 모습에 상처를 받게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02년 6월 서울의 많은 사람들은 시청앞에 모여 붉은 악마 옷을 입고 한목소리가 되어 축구를 응원했던 것처럼 지금도 무슨 일만 있으면 광화문과 청계천, 시청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서울이기에 좋은일도 나쁜일도 함께한 공간이기에 나에게 의미가 있는 만큼, 이 이야기속의 서울도 자신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희망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