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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끓이는 여자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르토 파실린나의 신작 독끓이는 여자!!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나왔지만 1988년도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1988년도의 작품이라고 느껴질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던 깔끔한 내용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아르토 파실린나의 책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책소개를 통해 대강 알았던 내용은 20대 청년이 할머니의 연금을 매달 강탈하고, 그 할머니는 자신이 죽음을 당하기전에 깔끔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독약을 만들었다.. 그런데 자신을 위한 독약이 우연히도 자신을 괴롭히던 세 남자를 죽이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나름 할머니가 허탈한 심정으로 커다란 스프냄비같은데에 독약을 끓이는 모습(마녀들이 독약을 만들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긴 하지만..독약이라니 이 모습만 생각날 뿐이었다..)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그런 모습을 상상도 하기전에 린네아를 괴롭히는 조카 카우코와 그의 친구들인 야리와 페르티의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의 돈을 가져가는 것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70이 넘은 할머니에게 사우나 물을 끓이라고 시키지않나 할머니의 유일한 친구 고양이를 괴롭히고, 자신들이 먹을 맥주를 사오라고 소리지르며 빨래도 시키는..술에 취하고 원래 막돼먹은 청년들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자신의 친척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다르지 않는가!!
거기다 아무 거리낌없이 남의 차를 훔치고,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며 린네아를 죽여버리겠다고 떠들어대는 카우코일당의 모습은 너무나도 극악무도해 보였다.. 어느정도 린네아의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알겠지만 반복되는 그 일당들의 모습은 스타시커에서 루크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스킨일당의 모습이 엿보일 뿐이었다.. 아마 스킨일당이 자라면 딱 카우코일당처럼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거기다 린네아를 도와주는 의사 야코를 무자비하게 때린 카우코일당을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세라니.. 하물며 신고를 했을때 달려온 경찰들은 단지 린네아의 집에 있던 돼지바비큐를 먹는 것외엔 한 일이 없으니 어차피 신고해도 소용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자신을 죽이려는 카우코일당을 우연히도 죽이게 된 린네아의 모습을 보며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말대로 악행을 저지르던 놈들이 벌을 받았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린네아는 무슨 벌로 세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겨야했는지.. 연약한 할머니가 그 일로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고 96살의 나이까지 살았다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랄까?
이래저래 다 읽기는 했어도 아르토 파실린나 특유의 블랙 코미디를 느끼기보단 단지 할머니를 괴롭히는 무뢰한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띄어 이전의 작품만큼 만족스럽지 못할 뿐이다.. 다만 책 마지막에 나오는 "핀란드 민족 구성원들은 사후에 누구나 예외 없이 지옥에 떨어지듯이, 린네아도 적절한 때에 지옥으로 인도되었다"라는 문장에만 조금 피식한 정도랄까? 아무튼,, 다음에 읽을 아르토 파실린나의 작품은 예전의 기발한 자살여행이나 목매달린 여우의 숲처럼 우울한 현실을 그린 듯 하면서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