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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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페터 그라프로 산다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바바라의 성을 따라 페터 빈딩거라고 부른다고 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없었다. 나는 다만 내 이름이 좋았다. 그것은 조부모와 나를 잇는 소중한 끈이었다. 반면에 아버지와 나를 잇는 끈은 한층 가늘고 덜 중요했다. 하지만 그 끈이 끊어진다면 조부모와의 다른 끈도 성할 수 있을까? 문득 조금 전의 생각이 틀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와의 끈은 조부모와의 끈보다 가늘지만 덜 중요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내게 낯선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종이 모자를 쓰고 목마를 탄 아이의 모습과 헐렁한 무릎 반바지를 입은 채 초조해하는 청년의 모습, 집에 머무는 것을 싫어해서 멀리 떠나버린 모험가의 모습, 까칠까칠한 어머니까지 삽시간에 홀려버린 바람둥이의 모습은 모두 내 마음에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싶었고, 아버지를 내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었다. 속으로만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내 아버지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아버지는 나의 일부였다. 우리의 이름이 같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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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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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딱 베른하르트 슐링크식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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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침묵 - 제3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이선영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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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우주적 상상력, 댄 브라운의 방대한 스케일을 넘보는"이라는 낚시글이 없어도 이 책은 그저 "피타고라스"를 다룬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 누구나가 수학시간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운만큼 "피타고라스"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에 대한 공식인 "a² + b² =c²"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피타고라스에 대해, 그것도 그가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죽였다는 것에 영감을 얻어 썼다는 이야기였던만큼, 김탁환작가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를 받아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만큼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정말 기대하게 되었다..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댄 브라운의 방대한 스케일을 뛰어넘는다는 이야기에 추리소설이라 생각하며 읽기시작한 탓인지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조금은 당황스러워졌다.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들을 몇번이고 되뇌여 조금 익숙해진 뒤 읽기 시작한 직후 한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와 동시에 바로 범인과 이유를 알아차려버렸기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대놓고 범인을 밝히고, 범인이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여 살인이 끝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댄 브라운처럼 살인자는 드러내고 실제 음모자를 숨긴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해 수많은 추리소설처럼 철저히 범인을 숨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전혀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누구나가 갖고 있음직한 인간의 탐욕과 더불어 그런 탐욕을 쫓는 사람들의 심리묘사에 한 편의 그냥 소설같은 느낌이었다(추리소설은 아니고, 로맨스소설이나 가족소설이 아닌 뭔가 특징지을 수 없는 그런 소설의 느낌이다.. 그런 소설을 뭐라 분류하나?). 어쩌면 작가소개의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읽는 내내 범인과 동기에 대해 어렴풋하게 느끼며, 추리 소설 중의 한권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작가라 작가소개의 글을 제일 먼저 읽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범인과 동기를 알았기에 전혀 추리소설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결국은 수많은 인간이 갈망하는 권력과 명예욕때문에 점점 추악해져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런 사람들의 끝을 보여주었고, 그런 모습에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이야기에서도 읽음직한 이야기였지만,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딴 세상같은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였기에,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익숙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였고, 그 당시엔 새로운 발견이었고 획기적인 이론이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학이론의 이야기였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끼며, 인간의 끝없는 지식에 대한 갈망과 명예욕, 그리고 사랑에 대한 부질없는 욕심과 더불어 끔찍한 살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식을 탐하고, 사랑을 탐하고, 권력을 탐하고, 부를 탐했던 자들의 이야기 속에 끝없이 빨려들어갔고, 결국엔 끝없는 욕심에 의해 자신이 이룩한 것들을 놓칠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삶만을 위해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이기심덕택에 이 이야기 속의 수많은 사람들은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모습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기심에 물든 사람들의 곁에서 그저 진실을 알고자한 자도, 사랑을 원한 자도 모두 이기심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세상을 등져야했기에 더더욱 안타까웠고, 권력과 돈에 대한 탐욕뿐만 아니라 지식에 대한 탐욕 역시 두려워해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었다. 

한국인의 소설이라고 여기기엔 너무나도 독특한 소재였고, 낯선 세상의 이야기였기에, 신인작가라고 하기엔 중후한 매력이 느껴지는 이야기였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하게 되던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선영"이라는 작가가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쓸지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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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 하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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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에서 죽음 직전 볼 수 있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무모한 실험을 벌이고, 몇 겹의 모흐로 이루어진 천국을 탐험했던 상상력에도 감탄을 했지만, 이번 <천사들의 제국>에서 만날 수 있었던 600점을 달성한 인간이 한 단계 높은 존재인 천사가 되고, 자신들의 의뢰인인 세 명의 인간을 삶을 보살피며 수호천사로써 활약을 벌이는 이야기에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에게 있어 누구나가 한 번쯤은 반드시 겪는 죽음에 대해 수많은 책들이 다루고 있고, 우리나라 민화에도 저승사자와 염라대왕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천국과 천사에 대해서 숫하게 들어왔기에 이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나 익숙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유쾌한 상상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사실들과 결합하여 너무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물인 마더 테레사부터 시작하여, 에밀 졸라와 같은 유명한 소설가와 마돈나와 같은 유명 배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현실 속의 인물들과 <타나토노트>에서 만났던 랍비 프레디와 라울, 미카엘 팽송과 같은 매력적인 소설 속 인물이 한데 어우러져, 인간의 삶을 다루고 인간의 소원과 욕망을 다루던 <천사들의 제국>에 다시 한번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타나토노트>만큼의 획기적인 모습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칭송할 수 밖에 없었고,  또 다시 한단계 높은 존재로 한 걸음 나아간 미카엘 팽송이 또 어떤 모험을 겪게 될지, 아직 못 읽은 <신>이 너무나도 궁금해지게 만들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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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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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은 600점을 달성하여 인간들 사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로 환생을 하거나 인간으로서의 환생을 벗어나 한단계 높은 존재인 천사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천사가 된 인간들은 또 다시 자신이 맡은 인간들을 환생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여 또 다시 한 단계 높은 존재가 되던지 천사들 사이에서 깨달음을 얻은 천사로 지내는 것이 목표였다..  

세계최초의 타나토노트로 세계에 혼란을 가져왔던 미카엘 팽송 역시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고, 천국에 대해 많은 것을 퍼뜨렸다는 죄로 600점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제치고 다시 환생을 할 뻔 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아망딘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됐던 여인 로즈를 먼저 환생의 길로 보낸 뒤 자신의 수호천사인 에밀 졸라의 덕택으로 겨우겨우 천사가 됐던 팽송.. 인간으로 살 때에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하던 라울의 꼬드김 반 자신의 호기심 반으로 타나토노트라는 실험을 했던 것처럼, 천국에 와서도 팽송은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위해, 자신이 천사로써의 임무를 완수하였을 때 무엇이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또 한번 모험을 시작했다.. 

천사가 된 지 얼마안 되었을 때의 팽송은 지도천사에게 천사의 일을 배워가며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의뢰인들이 600점을 달성하여 환생의 순환에서 벗어나 천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 인간 의뢰인을 보살피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는 것을 깨우치며 천사로써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인간세상에서 위험한 일인 타나토노트라는 실험에 자신을 끌어들였던 라울과의 만남으로 팽송은 자신의 의무보단 호기심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수호천사인 자신이 인간에게 꿈과 징표, 고양이와 영매를 통해 자신의 의뢰인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도 있지만 그보단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스스로 선택하기에, 천사라곤 해도 자신의 뜻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길을 선택하는 팽송의 모습에 책임이라곤 없어보이며, 인간을 위해 도움을 주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신과 천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간절하게 미카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조차 보여줄 수 없었으니 잘못된 선택을 하고, 삐뚤어진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물론 인간의 자유의지로 자신의 힘이 절대적이지 못하며, 자신의 도움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인간이 드물다는 점때문에 회의에 빠진 천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의무보단 호기심을 더 중시하며 새로운 세상, 또 다른 천국을 향해,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습에 존경심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전생에서도 힘겨운 삶을 산 이고르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카엘에게 배신감을 느낄 뿐이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천사의 일이기에 올바른 길로 인간을 이끄는 것이 힘들었을 수도 있고, 이고르의 운명이 원래 거기까지 였을 수도 있고, 결국 비너스와 자크에 대해서는 임무를 어느정도 완수했으니 60%가 넘는 목표달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힘겨운 삶을 산 이고르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그래서 미카엘에게 많은 배신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한 단계 높은 존재가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지도천사들이 싫어하고, 허용치 않는 방법으로 또 다른 세상을 발견했지만 자신이 호기심이 가져올 위험을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된 미카엘의 모습에 타나토노트 못지 않은 재미를 느꼈던 <천사들의 제국>..또 다신 한단계 높은 존재로 올라간 미카엘이 어떤 모험과 어떤 세상을 겪게 될지 <신> 역시 너무 기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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