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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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구급차를 함부로 믿지 마라. 방심한 순간, 구원의 사이렌이 죽음의 칸타타로 바뀔지 모른다!"라는 문장에 완전 속아버렸다. <오라달콤한 죽음이여>라는 뭔가 있을 듯한 제목에, 살짝 내용을 언급하는 듯한 저 한 문장.. 표지는 썩 마음에 들지않지만, 제목과 책 뒷표지에 적힌 문장에 확 끌려, 두번 고민도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분의 리뷰를 보니 3인칭의 서술에 익숙하지 않아 뭔가 어색하고,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죽음의 칸타타로 변하는 구원의 사이렌 속에 뭔가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니,. 정말 읽는 내내 점점 기운만 없어졌다.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에 힘이 빠지고, 밝혀지는 진실에도 그다지 놀라게 되지도 않고, 제목만 못한 이야기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정말 제목하나는 끝내지는데,.. 

이야기의 발단은 한 도시에 구급대가 2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에는 이곳저곳 따질 필요없이 119에 전화를 걸기만 하면 된다. 물론 예전의 뉴스에서 구급대원과 병원과의 비밀계약으로 특정병원에 환자를 데려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이 책에서처럼 두 곳의 구급대가 서로 실적을 쌓기 위해, 경쟁을 하며, 환자를 먼저 이송하기 위해 서로의 무전을 불법도청하는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유언을 통해 특정 구급대에게 유산을 남기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모든 사건이 발단이 되는 일이 너무나도 낯선 상황이었다. 환자를 살리는 것이 최대 우선 목표이기에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다른 차량들의 양보로 최대한 빨리 이송하려고 노력하는 구급차가 아닌 구급차에 의해 다른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빠른 속도로 달리며, 얼마나 빠른 시간으로 가는지에 대해 내기를 하는 구급차의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모습이 하나씩 쌓여 죽음의 칸타타가 되나 싶었는데.. 그런 것과는 관련없이, 그저 구급대의 비리에 의해 구급차가 죽음의 칸타타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조금은 밋밋하게 진행되는... 총에 맞은 간호사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뜬금없는 구급대원의 죽음과 그것을 밝히기 위한 전직 경찰인 한 구급대원의 사건수사를 통해 비밀이 밝혀지고, 사건자체도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지만,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기 보단 대화속에서 과거의 일로 언급되기에 더더욱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니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드는 것도 같았다. 사건의 마지막 해결도 뭔가 너무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 어째 이 책은 영 내스타일이 아니다. 잔인한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잔인한 것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로서 흥미로운 살인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이 넘치는 해결과정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그런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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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퍼즐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4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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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한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주제들은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었다. 벤담의 공리주의를 시작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와 합리성, 문화상대주의와 언어의 불확실성 등등 한번쯤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들어본 이야기들이고, 때론 논술과 같은 시험에서 접하는 그런 주제들이었다. 왜 동물대신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 안되는 것이고, 왜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정말 모든 문화는 상대적이기에 간섭하면 안되는 것이지, 투표는 해야하는 것인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까지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해봄직한 윤리, 도덕, 정치, 합리성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건 말장난 같기도 하고, 어떤 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보게도 되는 다양한 주제들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주제는 첫번재로 언급된 주제이자, 공리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한 사람의 인간과 네 사람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였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말로 설명되며, 대다수의 사회는 이 원칙에 따라 많은 것이 시행된다.  

한 예로, 사회에 있어,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만드는 제도나 법은 없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대변해주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나 법을 시행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리주의를 네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인간의 생명에 적용시킨 이론을 보니 공리주의 자체에 대해 의문이 든다. 과연 최대 다수의 행복이 최대 선일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지만, 개개인의 행복을 비교할 수 없는 만큼 최대다수의 행복이 최대 행복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소수를 위한 정책도 그렇고.. 어떤 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 처음부터 헷갈린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주제로 시작한 이 책은 주구장창 알쏭달쏭한 퍼즐같다. 내가 한 투표로 인해 당선자가 바뀔 수 없는 경우가 없지만, 나 한사람쯤이야로 생각해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면 당선자가 바뀔 수도 있으니 투표를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도 헷갈리고, 누군가 독약을 넣은 컵을 깨뜨려 내가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독을 먹지 못했다면, 독을 넣은 나는 무죄인지 유죄인지 극단적으로 내가 컵을 깨뜨려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이 갈증으로 죽었다면 독약이 든 컵을 깬 나는 무죄인지 유죄인지..읽다보면 말장난같기도 하고, 정말 곰곰이 생각해보아야하는 문제같기도 하고.. 딱 퍼즐같은 느낌의 이야기로, 어렵기만 한 철학을 쉬운 예시를 들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옮긴이가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았으니 얼마나 잘 번역했는지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예시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은 정말 탁원한 선택인것 같았다.,.과거현재미래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이름에 김과거, 이현재, 박미래, 사형이 언제 집행될지에 대해 리적 사고를 하는 사형수에 박논리 등 이름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게 적절히 바꾸어 표현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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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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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전 <오만과 편견>을 처음 접한 것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였다. 오만한 다아시와 같은 이름을 지닌 다아시를 보며 불평을 늘어놓고, 콜린 퍼스가 연기한 다아시를 좋아하던 브리짓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 <오만과 편견>도 보게 되었고, 늦게나마 책으로도 읽었었다.  

작은 아씨들의 조가 떠오르기도 하는, 베넷 가문의 둘째딸 엘리자베스와 퉁명스럽고, 차가워보이는 다아시의 사랑만들기에 순정만화를 보듯 푹 빠졌었기에, 이 책 역시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물론 후속작들이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판명되었지만, 고전을 차용한 소설이었던 <제인에어 납치사건>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때문에 고전의 색다른 변화를 모색한 이 책 역시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한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은 느낌은 그냥 "오만과 편견"에 좀비가 등장하고, 조금 잔인해졌다라는 것뿐이었다. 갑자기 영국에 역병이 들어 좀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중국과 일본에 유학까지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건 남자건간에 좀비를 없애는 훈련을 받고, 발목에 단검을 차고 다니고, 집에 좀비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애를 쓰는 모습만이 추가되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좀비를 제외하고 보면 그냥 "오만과 편견"이었다.  

다아시나 엘리자베스 중 누군가가 좀비로 변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그저 좀비는 해치워야하는 나쁜 존재였고, 그런 존재를 없애기 위해 칼과 불, 총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좀비야 시체가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고,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없애야 하는 존재들이지만, 닌자를 죽이고 일본인의 심장을 씹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대결이라고는 했지만, 대련정도로만 생각했던 일이 진검승부였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이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라니.. 이건 정말 상상치도 않았던, 너무나도 잔인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좀비와 고전을 엮은 상상력에는 감탄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읽기엔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에 감탄하는 이유를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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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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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련 서적을 읽을 때, 가장 뿌듯할 때는 아마도 내가 아는 그림의 내가 아는 설명이 곁들여져있을 때인것 같다. 아직도 많은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틈틈이 읽어나가는 책에서 한 두번 봤던 그림이 새로이 읽는 책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그만큼 그 그림을 인상깊게 봤다는 뜻이고, 덧붙여 설명까지 어렴풋이나마 기억한다는 것은 한 번의 독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있어 얄팍하나마 지식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번 책을 읽을 때에도 간간히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 있어 뿌듯하였다. 특히 얼마전에 읽은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에서 다루었던 홀바인의 <대사들>과 <찰스2세>라는 그림이 이 책에서도 "왜상"이란 주제하에 설명되고 있을때, "트롱프뢰유"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왜상에서 다루던 그림은 진중권의 책에서도 똑같이 다루고 있었고, 트롱프뢰유의 경우 실린 그림은 다르지만, 인상깊게 봤던 기법이었기에 읽는 내내 전에 읽은거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미술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간간이 책으로만 읽는 지식이 전부이기에, 가끔씩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이해할 수조차 없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처음 듣느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지금은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나중에 다른 책에서 만날 때에 또 다른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지식의 미술관>이란 제목처럼 30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그림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마그리트의 그림을 시작으로, 솔거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트롱프뢰유, 아르침볼도의 그림이 대표적인 게슈탈트 전환, 남성과 여성의 누드에 대해, 그리고 날개달린 천사의 이야기와 한번쯤은 겪어보고 싶은 스탕달신드롬, 괴테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베두타와 동양의 에로틱한 노예의 모습이 담긴 오리엔탈리즘, 한 때 무시받았지만, 너무나도 동화스러운 분위기의 빅토리안 페인팅 그림과 CIA에 의해 발달한 미술이야기, 그리고 비밀의 화원인 화가의 아틀리에와 유명한 화가의 그림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 의한 위작까지!! 

때론 한 폭의 그림에 대해, 때론 수많은 그림을 관통하고 있는 기법에 대해, 때론 그 그림을 그린 화가와 화가가 생활한 공간에 대해 수많은 그림을 통해, 그리고 알기쉬운 설명으로 그림과 관련된 30개의 키워드에 대해서 확실히 책임지고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그 많은 것을 내가 다 소화해낸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소화하기 위해선, 여러번의 독서가 필요한 것 같지만, 지금으로선 딱 한가지 "스탕달 신드롬"만 기억하고 싶다. 진중권교수님이 푼크툼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읽기를 배우라고 했듯,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없는 그림이지만, 나만은 그 그림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에 빠져 꼼짝할 수 없게되어도, 때론 기절까지 하더라도 그만큼 매력있는 그림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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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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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사병이 무섭다고 사랑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스탕달 신드롭이나 루벤스 신드롬이 무섭다고 미술감상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이든 예술작품이든 대상에 내재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거기에 매혹당하는게 우리의 운명인 까닭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 운명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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