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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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돈의 액수로 나의 값어치와 자존심을 매기는 실수를 범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초라한 패자가 된다. 내가 암만 돈을 많이 받아도 내 위에는 승자들이 층층계단처럼 한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평가의 기준을 돈에 두는 한 나는 항상 패자로서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내 노동력 또한 소중하기 때문에 그 평가를 남에게 맡기거나 돈으로 재고 싶지는 않다.-22~23쪽

독일 연안인 북해에서 잡은 새우는 지구를 빙 돌아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껍질을 까서 다시 독일로 돌아온다. 운송에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도 그게 독일에서 까는 것보다 비용이 더 싼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재배해서 운송한 딸기가 독일산 제철 과일보다 더 싼 것도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자니 별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난다. 같은 사람에게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값을 매겨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의 세상은 분명히 비합리하고 비인간적이다.-63쪽

물살이 너무 거칠면 조약돌은 휩쓸려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조약돌이 외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잔잔한 물살이라야 강물이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각성한 많은 이들이 물에서 나와 조약돌로 튼튼히 서기를 자청할 때, 그래서 눈감고 흘러가는 물의 양은 줄고 굳건히 서 있는 조약돌의 수가 많아질 때 강의 물결은 잔잔해질 것이다. 이렇게 강강가 견고하고 물결이 잔잔한 강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물길을 이루어 남도 파괴하지 않고 스스로도 파괴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생존으로 가는 법칙'에 따라 흐르는 강이다.-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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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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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6년, 그 무렵 내가 푹 빠져있던 책은 재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사건>이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이야기인 제인에어가 등장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문학 속 주인공들이 괴짜 발명가 마이크로프트(셜록 홈즈의 형이름과 같아 주인공 이름은 기억도 나지않으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이름이며, 등장인물이다.)가 만든 발명품에 의해 현실세계로 이동한다는 점과 주인공의 아버지가 시간을 멈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맘대로 시간대를 오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때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책이 출간되었었다. "시간여행자", <제인에어 납치사건>에 나오던 주인공 아버지처럼 시간을 맘대로 다룰 수 있는 그런 사람에 대해 내 멋대로 상상하며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책은 절판이 되어있었다. 출간당시 바로 읽었으면 될 것을 조금씩조금씩 다른 책을 핑계로 미루었던 것이 더 이상 책을 살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었다.. 그래서인지 하얀 색표지에 파란 띠지의 책표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언젠가 도서관에서라도 빌려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 정말 행운처럼 소설이 영화화되며, 책 표지가 바뀌어 우리나라에서 다시 출간되기 시작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서평단 도서로 우리집에 오게되었다.   

이 책을 받는다는 기쁨에 같이 오게되는 <그저 좋은 사람>를 덤처럼 여길정도로 이 책의 도착을 하루종일 기다렸다. 그리고 첫 페이지, 나처럼 이 책을 읽지않았으나 절판되어 슬퍼하던 사람들에 대한 옮긴이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한장한장 그리워하던 책을 읽었다.  

시간여행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임머신기계를 생각하며, 우리가 가고 싶은 시대로 우리 마음대로 이동하여, 바꿔놓고 싶은 역사에 관여하고 싶다고 혹은 미래로 가서 로또나 주식정보, 혹은 시험문제를 미리 알아내어서 현재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상상을 하는 것과는 달리 시간여행자인 헨리의 삶은 고달플 뿐이었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때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때로, 자신의 몸이외엔 옷도 신발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남자였다. 단지, 자신의 유전자가 남들과 다르기때문에, 유전적 질환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옷도 돈도 없이 다른 세계에 툭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은 어린 나이의 자신한테 찾아가 소매치기하는 법, 자물쇠 따는 법을 가르쳐야만 하고, 맨몸으로 도착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경찰, 그리고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다른 책의 시간여행에선 미래를 바뀌게 하므로 절대 과거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되풀이하며,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는 절대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과는 달리 헨리는 과거와 미래의 나가 서로 만나며 시간여행을 하지 않은 나가 시간여행을 한 나에게 도움을 주고,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어떤 것이 원인인지 어떤 것이 결과인지 모호하게 그의 시간은 흘러갔다. 

사실 여섯살 난 클레어를 시간여행을 통해 나타난 서른여섯의 헨리가 처음 만나고 계속해서 이어진 만남을 통해 클레어가 헨리를 자신의 천생연분으로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그들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여섯살 난 클레어가 헨리를 만날 때부터 좋아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미래의 헨리가 클레어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고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가 시간여행을 통해 클레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국 그녀는 헨리를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헨리가 시간여행을 할 때 그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것을 생각하면 헨리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하기때문에 그녀의 과거로 이동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도 없었다. 만약 헨리와 클레어가 서로 모르는 존재라면, 굳이 헨리가 클레어의 과거에 나타날 이유는 없는데... 아니 우연히 한 번쯤은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여섯살에서 열여덟살로 클레어가 자라는 동안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꼴로 클레어에게 나타나진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니 어떤 것이 먼저일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헨리의 시간여행에 의해 모든 것의 인과관계는 불명확하지만, 헨리와 클레어가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채 사랑을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만날지 모르지만, 어젠 어디에서 어떤 모습이건간에 클레어와 헨리는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것만이 그들에게 중요한 사실같았다. 만약 나라면 누군가 나를 남겨둔 채, 언제 돌아올지도, 어디로 갔는지도 알리지 않은 채 훌쩍 사라졌다 때때로 상처를 입은 채 알몸으로 훌쩍 나타난다면 도무지 불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헤어질 것 같지만 클레어와 헨리는 그런 사실에 서로 힘겨워하면서도 같이 이겨내며, 과거와 미래에 서로를 끊임없이 도와주며 사는 모습에, 서로 만나지 못할 미래에 헨리의 능력으로 애틋한 만남을 갖으며 그 누구도 상상하질 못할 애틋한 사랑을 할 뿐이었다. 어쩐지 그들의 사랑이 부러워지기도 하고, 어쩔 때엔 이해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랑이었다. 

덧붙여 말하면.. 

이 책에서 그들의 이야기 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김씨 아주머니의 출연이다.. 외국영화에서 한국어가 나오는 장면을 볼 때에도 어쩐지 뭉클해지는데, 이 책엔 한국인 아주머니 키미가 등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한 두번 지나가는 그런 역할도 아닌 어릴 적 헨리를 돌봐주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헨리의 아버지를 걱정해주며, 시간여행을 통해 알몸으로 나타나는 헨리를 위해 아이부터 어른의 옷을 옷장에 보관하고 계시는 그런 조연급의 존재로.. 어쩐지 외국소설에서 6.25의 모습도 아니고, 6.25에 참전한 군인도, 입양된 한국아이도 아닌 그냥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주머니로 언제나 헨리를 도와주는 키미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2009년 10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스틸사진을 보니 빨리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알몸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지도 궁금하고, 헨리와 여섯살의 클레어가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정말 궁금하다..  

 
 영화에서의 한장면.. 

 여섯살(확실히 여섯살일때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헨리와 클레어의 첫만남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을 때 같다..) 클레어와 서를 여섯의 헨리가 만나는 모습..   

 

 

책에선 클레어가 헨리에게 구세군에게 기증하려 한 아버지의 옷가지를 갖다주었다고 하는데,. 헨리의 모습은 자기 옷을 입은 듯너무 깔끔한 차림새이다... 분명 자신의 옷이 아니니 사이즈도 안맞았을테고, 옷도 낡았었을텐데.. 왠지 내 상상과는 조금 어긋나는 모습이어서인지 여러 장의 스틸사진 중에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는 사진이었다..  

출처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PhotoView.do?movieId=44430&photoId=427595&order=default&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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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Mr. Know 세계문학 1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의 작품 중 유명한 것에 <검의 대가>와 <뒤마클럽> 등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겨우 알았을 정도로 이 책에 대해, 그리고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단순히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열린책들의 Mr.Know시리즈는 몇권 읽어보지 않았지만 저렴한 문고본인 것도 마음에 들고, 민음사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도 꽤 있어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였기에 그 시리즈 중의 하나로, 유독 만화책 표지 같던 <검의 대가>는 오랫동안 보관리스트에 담겨있던 책 중의 한 권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표지에 대한 기대만으로 읽은 책이기에 설사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평을 할 수도 없었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펜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작품의 배경인 1968년 스페인의 여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리고 너무나도 평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여인 아델라 데 오테로(정말 이름이 어렵다.. 그냥은 절대 기억나지 않는 이름.. 지금도 책을 보고 이름을 쓸 정도이다..)이나 잘생긴 후작 루이스 데 아얄라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듯한 인물이었지만 남들은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 예전의 검술을 유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 돈 하이메만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약간은 고리타분해 보이기도 하고, 성격이 급한 자신의 학생들에게 검술의 위험함이나 결투에 대해 잔소리를 하는 돈 하이메의 모습에서 발터 뫼르스의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에서 검술을 가리키던 우샨이 떠올랐다. 미친 지하세계의 왕 가우납 99세와 짹깎짺깍장군에 의해 볼퍼팅어끼리 서로 죽이는 싸움을 시작해야했을 때..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을 도발하며,결국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제자를 구했던 우샨의 모습은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서류를 남긴 채 비명횡사한 후작과 사랑했던 여인의 복수를 다짐하던 하이메의 모습이라고만 느껴졌다. 

물론 볼퍼팅어와 인간을 비교한다는 것자체가 어이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더욱 중요시하게 생각하던 그 모습이, 그리고 모든 것을 알았을 때 분노하고, 결국엔 초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조차 똑같았던 하나하나 검술에 의해 승화된 존재들이었기에 우샤와 하이메는 잊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고, 뻔한 줄거리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주던 매력만점의 인물들이었다. 만화책같은 표지에 반해 읽고, 결국 멋있는 인물의 정신에 반했고, 뻔한 것 같지만 긴장감 넘치던 이야기에 반해게 되던, 역시 Mr.Know의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하던 <검의 대가>.. 여전히 이름은 헷갈리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또 다른 책에 대한 기대감마저 들게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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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Mr. Know 세계문학 1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절판


「사랑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사랑이 또한 우리를 가장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곧 속박당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속박당한다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이야.」
하이메 아스타를로아가 어찌나 뚫어질 듯 쳐다보았는지 로메로는 무척 당혹스러워하며 두 눈만 끔뻑였다.
「그런 사랑은 잘못된 사랑이 분명해.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거든. 일광욕 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디오게네스처럼 말이야.」-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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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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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주간 15위, 종합신간 20위, 블로거베스트셀러 3위인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은 서평단 도서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혹하여 책을 산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책들은 대부분 내가 이미 알고있는 작가이지만 별로 내 취향이 아닌 작가들의 작품이었을 때 정이 안가면서도 왠지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남들에게 뒤쳐진다 생각하여 한 템포 느리게 읽게되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무턱대고 이름도 모르는 작가의 책을 읽지않는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줌파 라히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내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이 책은 결코 내가 사지 않았을 책이며 읽지 않았을 책이었다. 

물론 김연수의 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1,2,3위인 블로거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가끔 궁금은 하였지만 다른 흥미로운 책도 많은 상태에서, 제목도 평범한 듯한 이 책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갖고 싶어하던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서평단 도서로 온 것을 매우 반겨하며, 이 책은 그저 덤이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여행자의 아내>보다 이 책을 먼저 읽게되었다. 아무래도 2권으로 이뤄진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읽는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이 책의 경우 단편이다보니 조금은 설렁설렁 읽어 치우려고(!!책을 통해 뭔가를 얻기보단 그저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어, 읽은 책의 수를 한 권이라도 더 늘리자는 심보와 우선 받은 책이니 얼른 읽어 치운다는 생각이었으니 책을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다른 책의 덤이라고 여기며, 읽어 치우는 책이라고 여겼던 첫 느낌은 완전히 이 책에 대한 오판이자 모욕이었다. <그저 좋은 사람>은 설렁설렁 읽을 수도, 그렇다고 너무 지루해 포기할 수도 있는, 다른 책의 덤과 같은 그런 책이 아니었다. 아니, 이 한 권의 책으로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에 대해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왜 이제서야 줌파 라히리작가를 알았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인, 그리고 왜 이 책이 블로거베스트셀러 3위이며 여러 알라딘리뷰어분들이 왜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글 자체는 너무나도 덤덤했다. 5개의 단편에서 어머니를 잃은 딸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각으로 쓰여진 이야기,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누나와 동생의 이야기, 친구 혹은 하우스메이트간의 이야기를,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가 3개의 단편에서 덤덤하면서도 서로간의 차이에 의해 겪는 갈등에 대해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그려졌다.  

그런 덤덤하고 잔잔함 속에서, 나와는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리를 입고 가르마에 붉은 물을 들인 인도여자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게 되는 인도이민자들이 겪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느꼈다.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크게는 자신에게 익숙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게 되며 문화적 차이에 고민하는 사람들간의 갈등과 고민일 수도 있지만, 작게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 부모님과 자식간의 갈등일 수도, 서로 다른 습관을 지닌 가정에서 자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누구보다도 가까운 한 가족이되었지만 결국엔 남인 아내와 남편간의 갈등이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라 상급학교에 진학하게됨으로써 만나게 되는 서로 다른 지역색을 지닌 친구들간에서 내가 느끼는 소외감이며, 나의 고민이자 내가 맺고 있는 관계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기에, 가족이지만 결국엔 서로 다른 가족의 울타리에 들어가기에, 어느새 우리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해있던 '나의 가족"에서 어느새 점점 거리감을 느끼며 결국 나의 의지로 만든 "나의 가족"에 속한 채 서로 다른 가족으로 살아가게 되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자 그런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이기에 덤덤한 문체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더 애잔함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의 떨리는 품에 안겨있던 연약한, 생존을 위해 아버지를 필요로 하던, 부모밖에 모르던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었고, 때로는 관계가 끊어질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루마도 결국 그런 식으로 자식들을 잃어갈 터였다. 아이들은 점점 남처럼 멀어지고 제 엄마를 피할 것이다. –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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