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당신의 향기'란 꽃말을 지닌 꽃을 배경으로 책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보로니아피나타 라는 꽃.
예쁘기도하고 향기가 좋아 이름을 찾아보았는데 꽃말이 더
좋더군요.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면, 그 표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빚어낸 그
만의 향기로 존재를 각인시키지 않을까요. 잊을 수 없는 존재로 말이지요.
주영서
이 책은 이 아이를 만난 이들이 영서를 기억하며 그 향기를 담은 글
이랄까요.
책 안에는 잊을 수 없는 영서의 향기로
가득합니다.
중학교 3학년. 몇 달 뒤면 졸업인데..
엄마가 떠났습니다...아빠는 이미 교도소에 간지
오래.
엄마와 함께 지내던 파라다이스 모텔에, 그동안 몰랐던 고모가
찾아왔습니다. 엄마가 남겨준 고모의 연락처로 영서가 연락했기 때문이지요.
책은 영서의 감정을 직접 풀어내기보다
이후 영서가 만난 이들의 시점에서 영서와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영서가 잠시머문 대전 고모네에서 만난 동갑사촌의 이야기로, 서울의
이모네가 영서를 계속 거두지 못한 사정도 들려주고, 나이를 속이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던 편의점에서 제 대신 일한다고 여긴 아르바이트생
오빠와의 이야기, 연민을 느끼지만 더 깊게 다가가기 망설였던 도서관 사서선생님의 사정도,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을 잠깐이나마 느끼게 해줬던 친구의 변명에, 12월 마지막날 엄마를 기다리며 미련을 두고 머물렀던 파라다이스 모텔의 화재소식,
그리고 그 뉴스를 접한 이들의 반응까지 말이지요.
읽는다는 것.
글의 문맥을 파악하고 행간의 숨은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으로
여긴다면,
'너를 읽는 순간'은 드러나거나 숨긴 상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말일까요.
처음엔 주인공 중학생소녀의 참담한 상황과 그 마음을 주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서의 마음을 읽는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계속해서 그때의 영서를 생각하게 했으니까요. 영서의 마음은 어땠을까, 견디기
쉽지 않았을텐데...하구요.
그런데 이 '읽는다'는 것이 책과 달리 사람의 마음이 대상이
되었을때는 쌍방향이 되더라구요.
영서를 보던 주변 이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그들의 상황과 같았다면
나는 어떻게했을지,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있을지.
작가는 마지막 화재사고로 영서의 생사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말해주고
있지 않아요.
영서가 살아있다면...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졌다면 좋겠는데...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그 아이가 이제는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작가의 자전적이야기도 담겨있는 책.
그래서 저자는 엄마에게 이 책을 주지못할거같다 말합니다. 그 때,
어린 자신을 곁에서 돌보지못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할까봐 그런것이겠지요.
영서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는, 그래서 주변인물들이 영서를
바라보는 시선을 글로 적으며 오늘을 사는 영서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고 해요. 저마다 상황이 그러했기에 그런결정을 했지만, 영서를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니 그 외로움을 한 줌씩 내려놓으라고 말이죠.
잊을 수 없는 그 사람의 향기를 잃기전에
그 사람을 읽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영서를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너를 읽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