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보신적 있으신가요?
페달을 밟고 상쾌한 공기를 느끼며 평지를 지나는 길이 계속되었으면
싶지만, 달리다보면 오르막도 만나고 비포장된 길도 만나곤 하지요.
그럴 때 자전거에 변속 기어가 있다면 오르막에서는 낮은기어로 바꿔
다리에 힘은 들어가지만 오르막을 올라가도록 바꿔주고,
내리막에서는 자전거가 너무 빨리 내려가지않도록 기어를 바꿔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2019년 뉴베리상 수상작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도
인생의 굴곡을 만날 때 침착하게 자전거 기어를 바꾸어 그 길을
달리는 것에 빗대어 제목을 표현한 것 같아요.(그렇다고 이 책이 자전거 경주나 자전거에 대한 표현에 집중하는건 아니랍니다~새 자전거를 타고싶은
주인공의 모습이 이야기 저변에 흐르고 있긴 하지만요~)
11살. 중학교1학년이 된 머시 수아레스는 쿠바계 미국인 가정의
소녀입니다.
한 해 전 지금의 시워드 학교에 오게되었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오빠, 고모와 고모의 쌍둥이 아이들과
'라스 카시타스'에 살며
5학년에서 중학생이 된 지금, 친구들과의
학교생활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자전거를 타던 할아버지의
알츠하이머병을 알게되고 받아들이는 과정 등
사춘기 소녀의 약 1년여간의 성장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400여쪽에 달하는, 어린이책으로는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이야기는
참 잘 읽혔습니다.
난해한 이야기라기 보다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당찬 여자아이,
전학온 아이를 둘러싼 미묘한 감정등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모습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지요.
넉넉하지 않은 페인트사업을 하는 아빠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엄마,
공부를 잘하는 오빠, 뭐든지 잘 만드시는 할머니, 늘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시는 할아버지, 빵집일로 늘 바쁜 고모, 그런 고모의 개구쟁이
다섯살쌍둥이. 시끌벅적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는 가족이
할아버지의 알츠하이머병(치매)이 진행되면서 가장 할아버지를
의지하였던 머시의 심경변화와 함께
자신이 작년에 전학을 와 전학온 친구를 도와주는 '햇살친구'의
도움을 받은 것 처럼, 올 해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된 햇살친구로
마이클 클라크를 맡게 되면서 기대하지 않은 에드나의 시샘도 받고,
좋아하는 축구동아리에 들고 싶지만 놓여진 상황으로 인해 허락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사회 수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도 만나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다음 모습을 그려가게되는 머시의 이야기까지.
내 주변 세상이 '늘 그대로'이길, 소중한 것들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 할아버지의 모습도 그대로! -
'늘 그대로'라는 것이 많은 기회와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는 머시.
"나는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무슨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
조금 더 힘든 기어로 바뀔 뿐이다. 난 그저 크게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된다." (p.417)
한 소녀의 사춘기 성장일기를 본 듯, 간단한 사건정리로만 책을
'안다'하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책
그 때 그 일을 함께 하던 이들이 어떻게 반응해주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고
만약 나라면,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드라마를 보듯 눈에 그리며 또 생각하며 읽기 좋은
책.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만나든지 - 그것이 설령 힘든 오르막
같을 지라도 - 조금 더 힘든 기어로 바뀔 뿐이라는거,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그 길도 지나갈 것이라는,
그러면 또 예상하지 못한 성장을 만날거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책
2019 뉴베리 대상을 받은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