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의 왕관을 꿈꾸는 사미르. 오마르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받고 가장 적게 준 거래를 통해 보이는 탐욕과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사미르의 모습을 볼 수록 오마르는 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갔다.
사미르가 함께 다니는 카라반의 무리는 이러했다.
동물들과 몰이꾼 30명, 경비병 열두 명, 낙타위 수많은 새들을 가진 라심, 대장장이와 오마르의 첫사랑 마라, 메카로 가는 순례자들, 젊은 보석 상인과 모피상인, 향신료 상인,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들. 떠돌이 마을 같았다.
마나교에서는 둘의 법칙을 믿는다. 중간은 없는 유와 무.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하지만 오마르는 삶과 죽음만큼 강력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 사랑. 이 생각이 오마르를 마나교 사제들에게 죽을 뻔한 이단자로 만들었다. 함께하는 대장장이는 우연론을 이야기한다. 사상은 이렇게 시작된 것일까. 일상에서의 생각들, 밥을 먹고 일을하고 길을 가며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말이다.
달콤한 말과 거짓말로 상대가 듣고 싶은 말, 꿈을 파는 사미르. 그가 사제들에게 죽을 뻔한 오마르를 산 것을 빌미로, 사미르에게 원한을 가졌던 라심은 함정을 파서 사미르를 곤경에 빠뜨린다. 밤중에 라심이 깨어 돌아다닌 것을 본 오마르는 라심의 함정ㅡ우물에 돌을 넣은 것 ㅡ을 이야기 하지만, 아! 사미르는 자신의 입담으로 또 그 고비를 넘긴다.
거짓말과 속임으로 미움은 받은 사미르를 죽일 암살자가 있다는 소문. 그 중에는 시드라 불리는 일류 암살자도 있다는데...그런데, 사미르의 하인이자 원숭이인 오마르가 주인을 죽인다?!
"우서 이걸 명심해라. 우리는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칼 한 자루를 준다. 그 칼은 마치 자물쇠에 꽂는 열쇠처럼 우리 가슴뼈를 꿰뚫을 수 있다. 그 무엇도 우리 심장에 그렇게 깊이 상처를 낼 수 없다."(p.86)
쿠얼러 향신료 가게에서 감언이설을 늘어놓던 사미르를 바이킹 광전사로 부터 구하고, 점점 장사꾼처럼 흥정하는 모습을 갖춰가는 오마르.
오마르는 사미르의 목숨을 계속해서 구하지만, 사미르는 자신이 가족처럼 여겼던 상인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것을 경험한다. 어쩌면 그것도 인과응보인 듯 하다. 현란한 말솜씨가 상대에게는 속이는 말로 들리는 순간 그 이후로 신뢰를 쌓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계속되는 죽음의 위협,
시드는 가까이에 있었다. 우연론자의 이름으로, 복잡한 책략을 꾸미면서, 카라반 속에, 가족으로 생각한 이들 속에!
처음에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실크로드 길을 배경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대상들의 대화속에, 그 일대의 종교와 문화가 뒤범벅된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렇게 길지 않은 책인데 평소 접하던 책과 다른 낯선느낌이었다.
중반부 이후로 접어들자 꿈을 파는 사미르의 인간적인 면모가 눈에 들어오고, 실제는 사기꾼에 가까운 그의 삶이지만 상인의 왕관을 꿈꾸면서도 황금을 꿈꾸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오마르의 말에 동의가 되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암살자들과 그 위협을 피하며 다니는 꿈 장사꾼 사미르와 오마르의 이야기.
11세기 실크로드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읽으면 더 좋을 책, 2024년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