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역사 - 상식으로 꼭 알아야
이경윤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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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하면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와 그리스·로마 신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진지한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보려고 하거나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 동안 아무리 책을 안 읽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교양이나 상식을 너무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니 많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중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로마 제국의 역사》를 만나게 되었다. 집에는 어렸을 적 사 놓았던 역사관련 책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우연히 내 방의 책장을 둘러보다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사, 중국사, 세계사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 책까지 도서관처럼 나름 잘 갖춰져 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봤을 텐데 기억이 잘 나진 않았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지 역사서는 아니어서 이번 기회에 서양 문화와 역사의 그 근간을 이룬다는 로마 제국의 ‘역사’를 접하게 된 것이 기뻤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알아보니 읽고 싶은 책들이 참 많이 있었다. 로마 제국의 역사에 대해 여러 가지 알게 된 것도 좋지만 그 동안 어렴풋이 듣기만 했었던 이 시리즈를 직접 접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나에게 유익한 일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던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 같아 조금 속상한 감도 없진 않지만, 더 늦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책들도 하나하나 읽어 나가야겠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로마 제국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 지구상에 존재 했었던 나라 로마제국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커다랗게 6개의 장으로 구성 되어 있고, 건국신화부터 마지막 멸망까지 역대 황제들을 중심으로 황위계승을 둘러싼 암투, 국내정치, 세력 및 영토 확장, 주변인물, 황제의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여기저기서 접했던 낯익은 명구(名句)나 전설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즐거웠다. 저자가 많은 사진, 이해하기 쉽도록 그려 넣은 도표 그리고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것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로마제국의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역사’라는 것 자체에 조금이지만 흥미를 갖게 된 것 같다. 그 동안 역사에 대해서는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고서는 특별히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 본다거나 파고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공부할 때에도 봤는데 쉬는 시간 취미로 보는 책에서조차 역사를 접하고 싶지 않았던 어린 마음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가볍게 접함으로써 학업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부분은 전혀 떠올리지도 못하고 말이다. 아무튼 책의 뒷면에 쓰여 있는 대로 마치 ‘한편의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영화’를 본 듯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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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로드 - 사랑을 찾아 길 위에 서다
대니 쉐인먼 지음, 이미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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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끊임없이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화두, 바로 ‘사랑’이다.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접해보았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의 극찬과 함께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는 이 책을 나도 만나게 된 것이다.    

   책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표지이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가장 먼저 가기 마련이다. 《러브 온 더 로드》는 표지부터 여러모로 참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촉감, 파스텔 톤의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듯 눈과 손으로 느껴지는 색깔과 촉감이 조화를 이뤄 소설의 분위기를 한껏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1992년 남미 에콰도르에서 두 사람의 인생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 레오와 엘레니 그리고 1917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해 끝이 보이지 않지만 그 끝에 있는 너무나도 눈부신 그의 사랑을 위해 긴 여정에 오른 모리츠와 그의 영원한 사랑 롯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도 죽은 자신의 연인을 거의 미쳐가는 지경까지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는 레오처럼, 3년이라는 긴 시간을, 20000km가 넘는 먼 거리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해 희망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던 모리츠처럼 내가 누군가를 정말 그토록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 보았다. 책의 표지에 쓰여 있듯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자신들의 길 위에 오른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경이롭다. 읽으면서 따로따로 진행되는 두 개의 이야기가 분명 어떠한 관계 혹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 어떠한 형태로는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이 맞았을 때의 그 느낌도 문득 떠오른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온갖 신적, 심적 어려움과 싸우고, 고통 받고, 괴로워하고, 방황하며 결국 그것을 지켜내고 새로운 사랑까지 찾아내는 모리츠와 레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내가 얼마나 좁은 시선과 생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느껴왔는지 반성했다. 《러브 온 더 로드》 덕분에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사랑을 어떻게 해왔나, 내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등 사랑이란 주제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이 소설이 자신이 들을 실화를 토대로 지어졌다고 말한 것을 읽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표지 뒤편에서 얘기한 《닥터 지바고》,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제목만 알고 있으며 아직 직접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을 잇는 또 하나의 장엄한 사랑의 대서사시를 접하고 보니, 앞의 두 명작들도 그냥 지나쳐서는 결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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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유혹 - 열혈 여행자 12인의 짜릿한 가출 일기
김진아 외 글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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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방학부터였던 것 같다. 직접 떠나지 못하니 ‘대리만족’, ‘간접경험’이라는 미명하에 신간 여행 에세이들을 찾아서 보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왜 직접 떠나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만으로 만족하려 하는 것일까? 정말 이런 만족을 진정한 만족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더 이상 이렇게 제자리에서 눈으로만 떠나지 말고, 가슴으로 직접 더 넓은 세상을 만나자는 다짐을 하며, 동시에 그런 작은 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 모든 것을 놓고 홀연히 떠날 수는 없다. 아직 지루한 일상이라 말할 만큼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이루어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다 다르듯이 나는 나만의 이유를 가지고 떠날 것이다.


  《여행자의 유혹》은 12명의 여행자들의 ‘무용담’들을 가득 담아 놓았다. 모두 자신들의 여행 이야기들을 최소 한 권 이상씩 책으로 펴낸 ‘열혈 여행자’들답게 이야기 하나하나에 그들의 열정, 그 당시 그들이 느꼈던 설렘을 비롯한 여러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야기들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 테마별로 정리해 놓았다.


  책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한 단어 ‘유혹’.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겪었던,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자연스레 미소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이 바로 우리들을 향한 ‘유혹’인 것이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누군가 ‘한 장의 사진에서 나의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 장의 사진’이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선배 여행자들이 가슴 속 소중히 간직해 왔던 ‘아름다운 여행기’ 또한 충분히 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개강도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 책 덕분에(?)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요즘 들어 조금은 시들시들해졌던, ‘여행 중독증’의 증세가 다시 내 가슴을 흔드는 것을 보니, 그 ‘유혹’이 정말 강렬하긴 한 것 같다.


  각자의 색깔을 가진 12명의 여행자들의 이야기들을 각 장의 테마에 맞춰 넣어 놓다보니 이야기들이 이어지지 않고, 그래서 조금은 뒤죽박죽인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뿐, 읽을수록 이렇게 여러 명의 여행 작가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다는 큰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 중에 겪었던 여러 일들, 소중한 기억들 중 고르고 고른 내용들일 테니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더, 중간 중간 들어있는 여행과 관련된 ‘격언’들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읽을수록 공감에 공감을 거듭하게 만드는 문장들이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 모든 여행이 즐겁고, 유쾌하며,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만난, 피부, 국가, 언어 등을 뒤로 하고 진실 되고 따듯하게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여행자들과 원주민들을 보면서 여행의 또 다른 행복을 새삼 찾은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렇듯 좋은 사람들, 잊을 수 없는 풍광들을 접한 행복한 추억들 때문에 그들은 오늘도 떠날 계획을 세우고, 걷고 또 걸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여행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설레는 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행을 떠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여행은 사람을 순박하게, 그러나 강하게 만든다.” - 서양 속담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 성 아우구스티누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 바그너
 

“여러 곳을 여행한 자만이 지혜롭다.” - 아이슬란드 속담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 아나톨 프랑스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셋째는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 브하그완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푸르스트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고,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 틱낫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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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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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는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백승선, 변혜정 두 여행 작가의 작품은 그동안 많이 들어왔지만 직접 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의 두 책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 사진이 정말 많다. 크로아티아와 벨기에 이야기도 다르지 않겠지? 당연한 사실이지만, ‘여행 에세이하면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이 빠질 수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그동안 읽었던 여행 에세이들은 물론 사진도 많았지만 글도 그 사진들만큼 혹은 그 이상 담겨있었다. 하지만,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처럼 사진이 훨씬 많은 여행 에세이집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글이 많이 없어도, 글로가 아니어도 사진을 통해서도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느끼게 해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건물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마치 내가 그 곳에서 지금 그 풍광과 건물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진과 함께 책 속 곳곳에 담겨 있는, 그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보고 그린, 삽화들도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불가리아도 불가리아지만, ‘동유럽’에 대해 관심도 많이 갖지 않았었고 그런 이유로 아는 것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이나마 《동유럽을 일생에 한번은 만나라》는 책 제목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주 조금은 이해하고 정말 그래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동유럽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우선 동유럽부터 만나고 나머지 유럽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은 불가리아의 4곳, 수도 ‘소피아 Sofia’, 릴라 수도원이 있는 ‘릴라 Rila’, 언덕 위의 도시 ‘벨리꼬 투르노보 Veliko Turnovo’ 그리고 제 2의 도시 ‘플로브디프 Plovdiv’를 여행한 흔적을 담고 있다. 책을 통해 불가리아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건축학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지만 정말 불가리아 사람들의 건축술이 무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웅장한 크기에 감탄한 것도 있지만, 그 커다란 건축물에 세세한 부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 세세한 부분들 그러니까 건물의 창틀 혹은 문틀 근처 무늬의 디자인부터 섬세한 도색까지, 그런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그들의 꼼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쯤에서야 이런 모습들이 그동안 유럽하면 떠올랐던 동화적이고 이상적인 이미지였음을 떠올렸다. 내 무의식중에 잠겨있던 ‘유럽의, 유럽다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내 마음에 들었던 점은, 거의 모든 사진에서 만날 수 있는 푸르른 녹음綠陰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나 제 2의 도시 ‘플로브디프’에서처럼 눈에 가득할 만큼의 푸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불가리아’라는 나라가 마음에 들었다. 책의 뒷표지에 적힌 한 마디, “나의 여행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처럼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속의 사진들을 보니 그 풍경 속, 그 장소를 찾아 훌쩍 떠나고 싶어지고, 그 곳에 나를 풍덩 빠지게 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단지 방학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아쉬움과 더 많은 곳을 가보지 못한 미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불가리아와 사랑에 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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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빠이 여행자 마을
이민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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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에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당당히 소개되어 있는 곳. 빠이 Pai.(2009년 2월 17일 개정된 내용으로, 2011년에는 또 어떤 표현으로 소개가 될지 기대가 된다.) 비록 초기지만 나 같이 ‘여행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가슴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타이의 숨어 있는 여행지, 그곳이 바로 빠이다. 이 책 《굿빠이 여행자 마을》은 전직 카피라이터 이민우씨가 타이의 북부 산간마을 ‘빠이’에 다녀온 후 펴낸 여행 에세이다. 해 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노란 띠지를 벗겨내고 나니 하얗고 심플한 디자인의 책이 드러난다. 새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깔끔하게 적어놓은 글씨들. 책의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빠이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들, 그리고 느꼈던 감정과 마음들을 고스란히 책에 풀어 놓았다. 전체적인 구성은, 책을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여행자’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각 장의 테마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장마다 넣어 놓은 식이다. 자신도 같은 여행자로서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인터뷰를 통해, 빠이에서 지내며 만났던 빠이 현지인들, 여행자들의 마음 속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아놓은 것이 참 좋다. 지금까지 봤던 여행 에세이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인터뷰를 통해서 그 사람들이 했던 말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기 전부터 책의 띠지와 표지에 쓰여 있는 수많은 말들 때문에 ‘빠이’라는 곳의 그 신비한 힘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그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사람마다 취향이 모두 다를 텐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인정하고, 추천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물론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 이 말들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내가 가서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간접경험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긴 힘들 것 같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다는 것에 분명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다른 매체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인데, 그럴 때마다 간접경험에 그치지 않고 나도 책속 사람들처럼 내 눈으로, 귀로, 입으로, 마음으로, 직접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렇듯 여행 에세이를 볼 때마다 가보고 싶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나를 흔들어 놓아서 가끔은 ‘자제하고 다른 책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여행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뒤로는, 그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속에 등장하는 장소에, 실존하는 곳이든 그렇지 않든,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도 여행 중 여행에세이를 읽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이번 여름휴가 때 여행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이제는 거의 확신하게 된 생각인데, ‘여행 중에 가장 읽기 좋고,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바로 여행 에세이다.’라는 것이다.
 

 

  책 속에는 저자가 여행하면서 담아온 사진이 무수히, 정말 많이 들어있다. 일부는 단박에 이게 무엇이고 누구의 모습인지 알 수 있지만, 나머지는 추측만 할뿐 그 정체를 명확히 할 수 없다. ‘사진에 간단하게 코멘트를 달아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잠깐 들었지만, 반대로 그런 덕분에 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그걸 꺼야, 저걸 꺼야 하는 식으로. 처음에는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답답한 마음에 아쉬움이 더 컸지만, 점점 읽어갈 수록 불확실하지만 상상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더 좋아졌다. ‘여행자들의 성지聖地’ 빠이를, 비록 책 속이지만, 저자와 함께 여행하고, 빠이 사람들과 세계의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빠이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언젠가 빠이의 매력을 온전히 알게 되는 순간이 오기를, 죽기 전에 반드시 그곳에 가서 그 곳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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