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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평점 :
월선면에 단체로 야영을 왔던 은파고 2학년 학생들. 이승훈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굳이 앞으로 나서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친구, 아니 친구라고도 할 수 없겠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백도진이 야간 점호 후 이승훈에게, 술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백도진은 아이들을 괴롭혀 왔고 이승훈도 그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백도진은 국회의원 아버지라는 뒷배도 있어 선생님들조차 어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면, 야영장은 심히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이 걸어서 족히 30분 이상은 걸리는 곳에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곳에서 백도진은 이승훈을 내보냈던 것입니다. 평소 이승훈이라면 절대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백도진이 시켜 어쩔 수 없이 야간점호 후 야영장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없게도 "삼인방", 고원택, 허필진, 오선혁을 만나게 된 것이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으레 그렇듯 삼인방의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이승훈이 갖고 있던 지갑과 그 속의 돈을 빼앗았습니다. 이승훈은 자신의 것도 아닌, 아니 오히려 백도진의 돈이었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그 돈과 지갑을 되찾으려 했습니다. 당장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는 세 명보다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킨 백도진이 자신에게 줄 후환이 더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렇게 무리하게 달려들던 그는 결국 고원택이 휘두른 돌에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삼인방은 이승훈의 시체와 함께 그날의 그 일, 그리고 진실을 땅속에 깊이 묻어버렸습니다. 결국 이승훈은 '실종' 처리됐습니다.
당연하게도 이승훈의 집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갑자기 자식이 사라져버리자 부모님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실종 4년 뒤 어머니는 뇌출혈로 사망하게 되고, 아버지도 일손을 놓고 자식 찾기에 여념 없으니 빚만 쌓여갔습니다. 빚을 갚을 수 없어 보이는 부모님을 대신해, 안타깝게도 이승훈의 여동생 이승주가 술집에 다니며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온 집안을 뒤집어 업고 딸에게 손찌검까지 하고 말죠.
너무 현실적이라 참 괴로웠습니다.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살고, 오히려 피해자만 피해 다니고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지독한 현실 말입니다. 왜 이렇게 피해자만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걸까요.
사건 이후 속절없이 9년이 지난 어느 날, 고원택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직접적 사인과 관련 없는 부위에 칼이 꽂힌 채, 그것도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쉬운 주차장 차 위에서 말이죠. 범인은 삼인방이 9년 전 저질렀던 일에 대한 복수극의 시작을 알리는 쪽지까지 남겼습니다.
9년이 지나서야 시작된 복수극은 누가 벌이는 걸까요?
과연 삼인방에 대한 복수는 완성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시체를 사람들 눈에 잘 띄게 전시하듯 놓은 것일까요?
사건과 삼인방이라는 명백한 타깃을 천명한 쪽지는 왜 남긴 것일까요?
그것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궁금증이 무수히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본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