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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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야심한 시각 홀로 호텔을 찾아옵니다. 프런트 직원은 그녀를 알아보고, 묵을 때마다 다른 이름을 대던 것까지 기억해 내죠. 이번 역시 다른 이름을 댔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그녀는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도, 연락도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얼마 뒤 자신이 묵었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그녀는 “탐정 갈릴레오”, 즉 데이토 대학 물리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유가와 마나부’ 교수의 아끼는 후배인 ‘고시바 신고’의 누나인 ‘고시바 아키호’였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죽은 채 발견된 날은 바로 고시바 신고가 유가와 교수를 찾아갔던 날이었습니다. 고시바 신고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그는 동아리 관련 문제로 유가와 교수에게 큰 도움을 받았고,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유가와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됐던 것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누나가 죽자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한 기계 공장에 취직하죠.


한편, 마쓰하라초에서는 “슈퍼 테크노폴리스(ST)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ST 프로젝트는 대학과 연구시설 등을 모아 마쓰하라초에 최첨단 과학 기술 연구 단지를 조성하자는 계획입니다. 연구자들의 거주지는 물론 과학을 접목한 레저시설까지 건설할 예정이었죠. 환경 및 생태계 파괴 문제로 잡음과 반대 운동이 빈번했는데, 그중 가장 심했던 것은 이토야마 지구에 설립 예정인 통칭 ‘G동’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에 보관할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를 연구하는 시설을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유리고화체를 지층 처분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시설이었죠. "지층 처분(geologic disposal)"이란 방사성 고체폐기물의 처분법 중 하나로, 환경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적합한 지층에 처분장을 설치하고 그곳에 폐기물을 매설하여 처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비교적 지표면에 가까운 땅속에 매설 및 처분하는 지중 투기(지중 처분)에 비해 인간 생활권으로부터의 격리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혹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의 외부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전 문부과학 대신을 지낸 중의원 ‘오가 진사쿠’가 발의하고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것이었습니다. 그는 문부과학 대신 시절부터, 변변한 산업 시설 하나 없는 시골인 자신의 지역구 마쓰하라초를 최신 과학 거점으로 만들고자 하는 염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ST 프로젝트 반대파인 르포작가 ‘나가오카 오사무’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는 ST 프로젝트의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무기를 찾고자 오가 의원의 뒤를 약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캐고 다니던 참이었죠. 그의 핸드폰의 최근 발신 내역을 수사 중이던 경찰은 아다치구의 ‘구라사카 기계 공업’이라는 공장에 그가 전화한 기록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경찰의 탐문조사 직후 그곳 종업원 한 명이 자취를 감췄죠. 그가 바로 고시바 신고입니다.


신고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각각 병과 사고로 여의고 아홉 살 위 누나 아키호와 단둘이 살고 있었죠. 그에게 누나는 하나뿐인 혈육이자 부모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소중했던 누나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 신고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는데...


본 이야기는 이미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는 작품입니다. 읽으면서 왜 드라마화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과학기술은 그것을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는가에 따라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또 끔찍한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사악한 인간의 손에 쥐어진 과학, 그것을 뭐라고 불려야 할까요?


저자가 ‘시리즈 중 최고의 갈릴레오’라 단언한 본 편을 꼭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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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로 센세의 일본어 메뉴판 마스터 마구로 센세의 일본어 시리즈
나인완 지음, 강한나 감수 / 브레인스토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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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구로 센세"에서 '마구로'가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그의 정체를 생각보다 금방 알게 됐습니다. 그는 거의 초밥의 인간화라고 해도 좋을 외모입니다. 그래서인지 국적과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노가시라 고로(고독한 미식가 주인공) 만큼이나 먹는데 진지합니다. 자기 스스로 프로라 자부하죠.


"메뉴판 마스터"라는 책 제목, 이름값을 합니다. 음식에 대한 일본어가 가득합니다, 정말 많습니다. 메뉴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속에서 각종 메뉴와 식당에서 꼭 필요할 실전 회화를 소개합니다. 생소할 법한 음식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놓은 세심함도 돋보입니다.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여러 책의 일러스트 작업과 전시까지 했던 저자는 초밥부터 시작하여, 소, 돼지 등 각종 고기, 우동, 소바, 라면의 면류, 덮밥, 튀김, 전골, 카페 메뉴, 그리고 각종 술안주와 꼬치구이까지, 저자가 전부 손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소, 돼지, 닭의 각종 부위명은 굉장히 지엽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일본 여행과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음식은 여행의 여러 즐거움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는데, 특히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현지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즐거움이 훨씬 커지죠.


퇴근 후 집에서 쉬면서 배경처럼 <고독한 미식가>를 틀어놓을 때가 종종 있어서 그런지 그래도 익은 단어가 나름 있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극히 일부였습니다. 음식마다 종류가 어쩜 이리 많은지, 처음 보는 음식이 천지였습니다.


책 가장 앞에서 '일본의 식문화, 술 문화, 술자리 예절, 식당 예절' 등을 소개하며 시작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여행 갈 때 참고하면 좋을듯합니다.


일본어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음식과 식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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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편해지는 버릇육아 - 육아가 쉬운 미국엄마의 비밀
이가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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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키워내셨는지, 정말 궁금하면서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분명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진 요즘이지만, 오히려 그런 환경으로부터 초래되는 부작용이 육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육아가 자녀 수가 훨씬 적은데도 오히려 더 힘들어 보이는 이유를 규칙 및 생활습관(버릇)에 대한 가르침이 바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규칙 및 버릇은 영유아기 때부터 배워야 하고, 가장 기초가 되는 버릇을 잘 형성하면 다른 습관들은 자연스레 뒤따라온다고 주장합니다.


큰 아이 육아 시절 사정 상 독박 육아를, 그것도 타지(미국)에서 하게 되면서 육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저자. 더욱이 당시 저자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아이의 바른 성장보다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3명 이상으로 비교적 많은 수의 자녀가 있는 가정임에도 편하게 아이를 키워가는 모습을 보며 저자는 그 비결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곳 엄마들의 육아법을 보고 배우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육아법을 연구했고, 본 책에는 그렇게 정리한 일명 "버릇 육아"법이 담겨 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격언처럼, 세 살 무렵부터 자녀의 인생을 위한 인성, 태도 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꼭 해보기를 저자는 권합니다.


저자는 '수면, 식사, 놀이, 독서'로 나누어 버릇 육아에 대해 소개합니다. 버릇 육아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부모님의 권위를 지키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육아법입니다. 모든 것을 오롯이 아이에게 맞추기 보다, 부모와 자녀 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모가 지치거나 감정적이 될 일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아이를 더욱 잘 보살피고 키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요구를 보고, 그에 맞게 달리 대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때, 위험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내 아이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이번만 봐 주자' 같은 생각으로 아이에게 져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한 번 잘못 들인 습관을 바로 잡기는 정말 힘들고, 그 과정에서도 습관을 들일 때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그 여정에 함께 하는 큰 기쁨에도 불구하고, 육체적, 정신적 노력과 희생이 따르기에, 육아 자체가 힘들고 고되지 않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책 제목에는 "엄마"라고 되어있지만, 부모님을 비롯해 영유아기 아이를 대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쉽지만 바람직하고 행복한 육아법을 전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가득한 본 책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본 서평은 오로지 제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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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도쿄 - 도쿄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2024~2025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양미석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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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떠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듯 시중에는 여행 가이드북이 참 많습니다. 가장 최근의 정보,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여행 가이드북이기에 웬만한 시리즈들은 매년 개정판이 나옵니다. 정보가 추가되다 보면 책의 분량이 늘어나고는 하죠. 물론 방대한 양의 정보가 여행 가이드북의 미덕일 수도 있지만, 두껍기만 한 책을 오히려 독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우리를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는데, 도쿄 여행을 미리 보는, 본 책의 가장 첫 파트부터 이미 마음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23년에 새로이 추가된 여행지, 도쿄 내에서의 이동 정보', 그리고 전압, 대중교통 기본요금 같은 여행을 위한 '기본 정보'는 물론, 일본어를 잘 모른다면 여행 중 자주 찾아보게 될 '일본어 단어장'과 자칫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으나 매우 중요한 '여행 에티켓' 등이 담겨 있습니다. '긴급 연락처'나 '통역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병원'에 대한 내용도 눈에 띕니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했을 때나 몸이 아플 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최근 한 일본 작가의 책에서 봤던 글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자의 친구가 '세상 복잡한 도쿄 지하철을 매일 같이 이용하는 자신들은 결코 어느 나라에서도 기차나 지하철을 타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책에도 공공연히 언급될 정도로 도쿄의 교통은 복잡한가 봅니다.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층별 안내, 출구 위치, 목적지별 출구 안내' 등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거쳐가는 도쿄역과 신주쿠역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생기거나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곳을 소개해 주는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물론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온 전통 명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새롭게 등장한 곳이라도 추천 장소라면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문을 연 곳뿐만 아니라,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새로이 찾아올 곳의 정보까지 정리해 주고 있어 기대를 높입니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가면 길을 찾을 때 가장 애용하는 것이 구글 지도인데,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책에 담긴 장소를 별도의 검색 없이 바로 구글 지도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모바일 지도가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여행 가이드북 몇 권을 보고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도 봤지만,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으니 이번에는 부디 다녀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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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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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 단어부터 우리를 설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우리는 들뜨기 시작합니다. 여행 중보다도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 더욱 우리 마음을 흔드는 듯합니다. 여행하는 동안은 즐거움이,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은 설렘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본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 그곳에서의 따스하고, 때로는 엉뚱하기까지 한 그녀의 기억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업무차 방문한 타지에서의 잊히지 않는 녹음(綠陰)과 평소 절대 갈 일이 없어 그 어디보다 비일상적인 놀이공원으로 일탈(?)했던 기억까지. 여행은 이처럼 마치 연애와도 같이 다른 사람의 것만 접해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그림책 노래 페이지에서 봤던 삽화와 노랫말이 여전히 떠오른다는 저자. 여행은 어쨌든 낯선 곳으로의 떠남이자 매일 같이 일상을 보내던 공간, 익숙함과의 잠시 동안이나마의 이별이기에 때로는 불안하고, 그렇기에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해 자주 다니지만 겁이 많다는 저자도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이 노래를 부르며 용기를 북돋운다고 합니다.


우리는 여행하면서 부지런히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 같은 기록을 통해 여행을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이런 것을 통해서가 아니어도 여행 직후 혹은 제법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떠오르고는 합니다. 각종 매체에서 갔던 곳, 맛있게 먹었던 음식 등을 접할 때는 물론이고요. 여행은 사람을 통해서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의 이야기에도 이처럼 여행 중 만난 사람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우리의 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것은 함께 간 사람, 풍광, 먹거리, 그리고 우연히 만났지만 친절하고 따스했던 그곳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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