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노자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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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무너질 것 같을 때 노자의 ‘없음‘이 나를 일으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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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노자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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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만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켄 리우는 특별하다. 중국계 미국인, 동양과 서양을 결합한 SF소설을 쓰는 켄 리우는 또 다른 도전을 해낸다. 

그의 특기인 SF소설이 아닌 동양 노자의 책 《도덕경》을 써낸 것이다. 혐오가 극한으로 치달았던 시기,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그는 답을 찾기 위해 노자의 책을 꺼내든다. 


켄 리우는 이야기를 만드는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 수 없어 막막했을 때 《도덕경》 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노자의 《도덕경》 이었을까? 그는 그가 알고 있는 수많은 격언들이 노자에게서 나왔음을 알고 있었기 떄문이라고 말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읽어 나가는 그는 노자의 《도덕경》 위에 자신의 언어를 덧붙여 나가며 새로운 도덕경을 써내려가며 읽는 이에게 노자아포리즘의 절정인 도덕경을 소개한다. 


켄 리우의 해설로 만나는 《도덕경》 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없음'이었다. 



노자는 '없음'으로 시작한다. 소유 없음, 기대 없음, 남의 인정 없음.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만들어지고 쓸모가 생긴다고 말한다. 

존재의 의미과 쓸모의 이유를 찾아 헤매는 이 시대에 노자는 전혀 반대의 길 '없음'을 시작하라고 한다. 왜 없음을 강조했을까. 

나의 상태에 생각해본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걸림돌, 나의 알량한 자존심, 체면, 남의 인정 등에 목매며 나는 나아가지 못한다.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하면 금방 시들어지며 기대가 없으면 힘이 빠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있음'은 나를 얽매이게 한다. '없음'의 상태에서 나는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없음'의 상태에서 머무를 줄 아는 사람만이 좌지우지 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때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한 해를 돌아보며 읽는 중에 관심이 가는 문장은 바로 '비웃음'이었다. 


왜 비웃음을 받지 못하면 도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을까? 


그건 우리가 무언가 마음을 먹을 때 늘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님도 진리를 전할 때 기득권층의 비웃음을 샀다. 부처도 수행이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는 위인들은 모두 비웃음을 감내해야 했다. 나 역시 처음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네 까짓게'라는 비웃음을 받았다. 비웃음을 감내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그게 '도'이기 때문에 그 길로 가려는 길에 비웃고 방해하려는 것이 아닐까? 비웃음 속에서도 갈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삶의 주인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하려기보다 섭리의 충실하며 그 흐름에 맡기는 것. 켄 리우가 찾은 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혐오 정서가 짙어지는 때, 사람들은 더 삶에 집착하고 두려워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을 미워하며 묻지마 구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에 생기는 정서였다. 하지만 노자는 죽음에 대하여 정반대의 길을 전한다.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괴롭힐 수 없다. 

백성에게 죽음의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나는 외부인과 국외자를 붙잡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찌 감히 그러겠는가? 

죽음을 다루는 일은 오직 죽음의 주재자의 몫이어야만 한다. 


집착할수록 두려워할수록 외부인을 괴롭히지만 우리는 그것 또한 섭리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 

모든 걸 가지고 소유하려고 할수록 우리 사회의 갈등은 심해질 것이다. 


없음. 나는 2026년도를 '없음'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모든 걸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다. 남이 나에 대한 기대나 인정이 없어도 해나가는 것. 

그것이 켄 리우의 도덕경을 통해 만난 노자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 '없음'에서 시작한 나의 이야기가 나만의 도덕경을 써 내려 갈 것이다. 




#길을찾는책도덕경 #켄리우 #노장사상 #노자 #노자아포리즘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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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당신 - 정성은 대화 산문집
정성은 지음 / 안온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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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당신>을 읽게 된 건  에세이 전문 이야기장수 이연실 작가의 추천책이라는 설명 단 한 줄 때문이었다. 
유명인도 아니고 다른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한 대화 산문집이라니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책 속의 대화는 인터뷰이 정성은씨가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른들이 자신의 인생을 말할 때마다 항상 하는 18번지가 기사님에게서도 흘러나온다. 

"내가 글재주만 있었어도 책 한 권은 썼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인터뷰도 하고 고마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할아버지는 손주들에게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유명인이 아닌 이상 요즘은 '라떼' 시절 이야기한다며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하기 일쑤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하는 시대.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꺼려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사님이 '나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듯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조심스러워한다. 유명인도 아닌데,  평범한 사람인데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하기 피한다.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정성은 작가는 생각한다. 유명인만 좇는 게 아닌 바로 옆의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길 가다 마주친 사람, 또는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등 스치듯 마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화 산문집에 수록된 사람들은 앞서 말한 택시 기사님도 있고 저자가 뉴욕에서 머물 때 만난 세탁소 사장님도 있다. 유튜버 헤어몬, 뉴욕에서 홍상수 영화감독 특별전에서 만난 영국 남자 He 도 있다.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 같지 않으면서도 특별하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고생했지만 모르고 들어갔던 종교 활동에 피해를 받은 일. 열심히 살아도 구멍 난 항아리에 물 채우듯 쏟아지는 불행들 사이에서 미국으로 들어와 정착하기까지의 삶은 특별하지 않고 싶어도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인생들이 아니다. 나같은 사람의 인생이 뭐 별 볼일 있겠느냐고 말 할 수 있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지금의 유일무이한 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당신들은 말해준다.

음악 유학을 위해 베를린에 왔지만 식당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김선혜님은 식당을 하지만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다. 육아도 해야 하는 일상 속에 음악인으로 길을 가지 못하지만 삶에서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안 되면 안 되는 현실 속에서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게 찻집이었다. 그 안에서 연주도 하며 마음이 맞는 고객과 인연도 만들어간다.


다른 사람의 삶은 내가 작곡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삶의 작곡은 물론 변주도 가능하다. 인생은 늘 작곡가의 의도대로 되지 않지만 그 바뀌어 가는 변주곡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바꾸어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인생의 승리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찻집을 하며 음악을 함께 병행하는 김선혜 사장님은 변주곡 연주곡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 특별전에서 만난 영국 남자와의 대화도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건진 한 단어라면 바로 영국 남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True Interest' 
홍상수 감독이 학생들에게 강조 하는 말. 

너의 'true interest'를 찾으라고. 그럼 다른 영화를 베끼려는 어리석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다른 사람의 스타일, 다른 사람과 비슷한 작품만 따라하려는 열풍 앞에 자신의 것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영화를 만들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을 보면 결국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내가 주연인 일인극이지만 나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만 하는 것. 그게 우리의 인생 극장에서 주연이 조연 노릇하는 게 아닐까. 

내 인생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베를린에서 음악인이 아닌 식당을 하는 김선혜 사장님처럼 홍상수 감독 역시 같은 맥락의 말을 한다. 

그들이 아티스트가 될 운명이라면 뭐가 주어지든 해낼 것이고 뭔가를 만들고 있는다는 건 삶에 어떤 변주곡이 들려와도 끝까지 자기 인생의 곡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인터뷰한 여러 당신들은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다.

 'I'가 'U'보다 먼저인 사람,
'효도'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를 위해 하는 사람. 
대단한 사람이 되기 보다 시선의 주체가 내가 되어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나의 인생을 궁금해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내 인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그리고 나도 저들처럼 나의 인생의 변주곡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연주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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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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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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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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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의 상징은 '한강'이다.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며 부의 기준이 달라진다. 한강은 서울의 모든 관광의 근간이기도 하며 생활공간이다. 한강이 없는 서울은 생각할 수 없을만큼 한강이 주는 의의는 크다.

소설집 《한강》은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강'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집이다. 일곱 명의 작가들은 사실주의 작가이자 르포 작가이기 한 장강명 작가를 필두로 하며 K-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정해인 작가 그리고 조영주 작가와 정명섭 작가 및 번역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폭을 넓히고 있는 박산호 작가 등등 개성 강한 작가들이 함께 했다.


'한강'을 소재로 한 만큼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강의 어떤 점에 주목하여 글을 써내려갔는가. 그 부분이 이 앤솔러지 소설집을 읽는 재미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작가들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친숙한 이름 장강명 작가의 단편 소설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을 보면 초반부터 장강명 작가의 특기가 나온다.

바로 소설은 소설인데 '사실'인 것처럼 르포처럼, 실화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특기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장강명 작가는 작년 은행나무에서 출간한 '한국'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소설, 한국을 말하다>에서도 참여했었다. 그의 작품집 [소설 2034] 에서는 기자의 이력을

살려서 K문학의 실체를 사실스럽게 쓴다. 자신의 작품에 '장강명 작가'라는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역시 마찬가지다. 한강의 인어들 이야기, 무엇보다 동화나 판타지스러운 소재이다. 그런데 작가는 소설 초반 이 이야기의 책의 출판사와 원고가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중 몇 편은 다행히 좋은 출판사를 만나 '시간의 언덕, 현수동'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올 예정이다. 그 책의 픽션 성분은 15퍼센트쯤 되는 것 같다. 그 책 원고를 기다리는 동안 북다에서 앤솔러지 '한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현수와 한강의 인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 글을 읽으면서 헷갈려진다. 이 이야기들이 작가의 후기에 나오는 부분인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 소설이다. 작가는 사실인 것처럼 독자를 사실과 창작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한강'에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한다면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가 아닐까?

매일 폭등하는 서울 아파트값에서도 한강뷰 아파트는 어나더레벨 클래스의 부를 상징한다. 그 부의 이미지를 소설에 가장 크게 담은 작가는 K-스릴러의 작가 정해인 작가의 <한강이 보이는 집>이다.

금수저 집안, 대출 하나 끼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를 구매한 김양민의 집. 김양민은 기분이 좋다. 이런 집을 감히 누가 구할 수 있을까. 한참 플렉스를 외치며 돈놀이를 한다. 그런데 술에 취한 다음 날 깨어나보니 아내가 죽어 있다. 식칼에 배에 찔린 채로. 과연 김양민이 아내를 죽였을까?

범인을 추리해가면서 김양민의 부에 대한 면들이 이야기 곳곳에 드러난다.



한강뷰의 집이 가지는 부의 그늘진 면, 그리고 그 부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다. 너무 사실적인 인간의 욕망, 노골적인 부의 그늘을 보여준다. 그래서 아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 부에 드러난 그림에 더 몰입해서 읽게 한다.

반면 임지형 작가의 <한강을 달리는 여자>와 박산호 작가의 <달려라, 강태풍>등은 달리기와 반려동물과의 산책하는 한강로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을 위한 달리기에서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한 달리기로 변신하는 <한강을 달리는 여자>, 그리고 반려동물의 의리를 나타내는 박산호 작가의 작품 그리고 귀신을 소재로 한 한강뷰가 보이는 차무진 작가의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는 진한 휴머니티를 선사하며 강한 감동을 남긴다.

앤솔러지 소설집 《한강》은 하나의 소재에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들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많은 소설 중 베스트를 꼽는다면 정해인 작가의 <한강이 보이는 집>이 가장 공감이 가며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었다. 한강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소설집 《한강》 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부디 안 좋은 추억보다 좋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쌓이는 한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 한강을 어떤 이야기로 만드는가. 어떤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가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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