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침체라고 아우성이다.
식당마저 줄어들고 커피숍 매장 수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예외가 없다. 좋은 일로 바빴으면 좋겠는데 문제만 터지니 때떄로 한숨이 나온다. 1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런 위기감은 처음이다. 과연 내가 1년 뒤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이가 어린 직원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고 또래인 회계 직원은 경리 구하는 곳 많으니 괜찮다 한다. 하지만 어느 새 꽉찬 나이, 아직도 챙겨야 할 게 많은 초등학생 쌍둥이들, 편찮으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괜찮다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더 초조하게 되고 초조하다보니 오히려 여유가 없어진다.
<경애의 마음>에서 '반도미싱'의 직원 공상수와 경애는 결국 베트남에 파견된다. 이미 베트남 지사도 있고 영업팀도 있는데 상수와 경애를 또 보낸 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는 회사의 전략이다.
어찌되었든 살아남아야 하니 상수와 경애는 베트남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업을 시작한다. 경애 또한 다른 직원 헬레나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끼 박이라는 영업의 여왕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호찌민에서 이십년 버티며 '주끼 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영업 여왕.
그녀는 이미 경애와 상수를 알고 있습니다. 공단에서 마주친 주끼 박은 경애를 보며 밥 한끼 먹자고 청했고 둘은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20년 넘게 베트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주끼 박은 이제 갓 현지 근무를 시작한 경애에게 영업 비밀을 알려 준다.
"여기서는 절대 금방 떠날 사람처럼 굴면 안돼. 떠나는 사람들한테 사이공은 지쳤거든. 일주일 있더라도 이십년 있을 것처럼 행동해야 해."
그러면서 또 한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충고를 알려준다.
"내가 한 이삼일 내로라도 짐 싸서 한국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 안 그러면 못 버텨."
20년 넘게 있을 것처럼 행동하라더니 버틸 수 있으려면 내가 당장 떠날 수도 있다라는 마음이라니.
행동은 오래 있을 사람처럼, 버틸 수 있으려면 당장 떠나도 상관 없다라는 마음.
서로 상반되는 마음과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매우 초조한 제 마음을 돌아본다면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당장 그만두면' 당장 어려워질 것 같아 가능한 오래 다녀야 한다는 불안함.
눈 앞에 있는 경제적인 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오래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꽉 차게 한다.
이건 직장에서뿐만이 아니다.
자기계발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벽기상을 3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안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
이대로 사라지면 안 된다는 초조함.
그런 생각들이 스며들어 오래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꿈을 못 이룰 수 있으니까 그냥 포기하고 맘 놓고 살자라는 마음이 상반되어 나를 괴롭게 한다.
그런데 <경애의 마음>에서 주끼 박은 버틸 수 있는 마음을 말한다.
당장이라도 이걸 놓을 수 있다는 마음이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버틸 수 있다라고요. 나는 주끼 박의 '버틸 수 있는 마음'을 들으며 최근 퇴사한 한 지인을 떠올렸습니다.
그 지인도 아이가 셋 엄마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퇴사를 했다지만 경제적인 상황을 따져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냐 물었더니 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한 번 놓아보았고 다시 놓는다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일할 떄는 영원히 근무할 것처럼 일하면서 이 일을 놓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의 저자 로이스 김은 20년 넘게 근무한 구글에서 이메일로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는다.
어떻게 근무했는데 이렇게 이메일 하나로 나를 내쫓을 수가 있나.. 기가 차고 코가 찰 노릇이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는 말한다.
"그 떄는 네가 구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고 직급도 더 높아져서 절대 스스로 그만둘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번에 회사가 먼저 네 손을 놓아준 게 아닐까?"
여러 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저자가 구글에서 오래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손을 놓아주었다는 생각.
어쩌면 이건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한들 정리해고는 쉽게 헤어나오기 힘든 상처이다.
하지만 이 일을 당장 놓을 수 있다라는 버티는 마음이 있어야 조직에서 손을 놓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결국 버티는 마음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은 같은 것 같다..
놓을 수 있는 마음.
이 일을 놓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어야 버틸 수 있고 그 과정을 견디게 한다. 놓아졌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로이스 김은 정리해고' layoff' 를 다른 삶의 진출로 받아들이는 'playoff'로 삼는다. 임원에서 알바생으로 여러 직종을 거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정리해고가 흔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을 만나며 로이스 김은 말한다.
좀 더 자신에게 친절하세요.
몰아붙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호기심을 향해 나아가도록 해요.
자기계발에서도 버티는 마음은 결국 내가 이걸 멈춘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멈추면 인생 포기가 아니므로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마음보다 오히려 여기서 멈추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있을 때 우리는 버틸 수도 멈출 수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