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홀리데이 홈 ㅣ K-픽션 28
편혜영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평점 :

아시아 출판사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책을 번역하여 한-영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한다. 백석의 시부터 김금희 작가의 체스 , 순이 삼촌 등 다양한 작품을 번역하는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편혜영 작가이다. 편혜영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다. 여성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만 왜 그토록 편혜영 작가의 글은 읽어보지 못했을까.

사람들은 안다. 영-한 번역보다 한-영 번역이 훨씬 어렵다는 걸.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그 어투와 느낌은 아무리 영어로 잘 풀이해낸다해도 그대로 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을 번역한 김소라 번역가는 편혜영 작가의 『홀』이라는 작품으로 작가에게 셜리 잭슨 문학상을 안긴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러니 편혜영 작가의 다음 작품을 김소라 번역가가 다시 맡게 된 건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다.
단편소설 『홀리데이 홈』은 쉽지 않은 소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군인 이진수는 장소령과의 첫 만남에서 들뜬 표정으로 말한다.
"저도 이다음엔 소령이 됩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이년 후 결혼한다. 행복하려고 결혼했지만 이 부부에게 앞날은 순탄치 않다. 남편 이진수가 상사들과 함께 납품단가를 부풀려오다 발각돼 혼자 책임을 지고 전역하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 한우전문점을 열었지만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팔다 이 또한 걸려서 영업 정지를 먹게 된다. 상황은 좋지 않다. 캐나다에 있는 아들에게 돌아오라고 하고 싶지만 아들은 거부한다.
이진수와 장소령 부부에게는 별장이 있다. 식당 거래처에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진수는 시간을 더 달라는 거래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원칙대로 담보인 별장을 가져갔다. 경제적인 상황은 여전히 어려워져 별장을 팔려고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비가 퍼붓는 이 때, 남자 둘이 찾아오고 그 중 한 명이 군인이었던 이진수를 알아보고 이들은 함께 자리에 앉는다.

이 소설은 참 불친절하다. 뒷부분에 수록된 인이영 문학평론가의 설명에도 나와 있지만 이진수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거부한다. 아내 장소령 또한 끝까지 캐내 묻지 않는다. 그저 이미 일어난 일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이 불친절함 속에서 유난히 띄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일들은 잠시뿐이라는 것.
우리가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들이 짧은 찰나라 할지라도 그 일에 대한 결과는 평생 지속된다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정말 순간이었다고. 그 순간만으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벌이 무겁다고. 하지만 그러하기에 그 일은 잊지 못하고 평생 그 사람을 사로잡는다. 이진수의 아들이 한국에서 있었던 일 또한 그랬고 이진수가 박민오의 부대에 있었을 때의 순간 또한 박민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이진수에게는 순간의 일이지만 박민오와 타인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이 소설은 그래서 사람들의 순간에 주목하는 것 같다. 이진수의 순간의 잘못, 이진수가 잠시 있었던 소대에서 가혹했던 이진수의 행동, 이진수와 동행한 남자가 추억한 산에서 사고로 생을 달리한 친구... 그 순간일 뿐이지만 그 일들이 어떻게 평생을 지속하는지 이 짧은 소설은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치는 듯하다.
짧은 소설이지만 잔인한 사회의 모습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행위를 냉담하게 관찰하는 아내 장소령 또한 이 사회의 무감각함을 보여주는 듯해 더욱 긴장감을 더한다.
처음 접한 편혜영 작가의 『홀리데이 홈』은 결코 쉽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한편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다음에는 셜리 잭슨 문학상을 받은 작가와 김소라 번역가가 번역한 『홀』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