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
우시목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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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하게 된 계기는 Yes24에서 이 주의 우수리뷰에 선정되고부터였다. 항상 부족한 존재로만 여겨지던 내게 이 경험은 나도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읽고 서평을 썼다. 하지만 경험은 그 때 한 번 뿐이었다. 나는 그 후 몇 번의 경험을 제외하고 내가 우수리뷰어로 선정되는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고민한다. 계속 읽어야 하나? 나는 재주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포기할까? 행운처럼 찾아온 그 한 번의 기적이 나를 얽매는 것 같았다.

『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설의 남자 주인공 덕근은 데뷔작이 천재 소설가로 소설계의 기대주로 등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그 때 한 번 뿐이었다. 데뷔작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차기작은 독자의 기대를 사로잡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최근 일년 반동안 집필한 원고를 완성했지만 출판사에서는 그의 작품을 반려했다. 그리고 그에게 잠시 휴식을 가져 볼 것을 권하며 한 바닷가에서 한 달간 휴식을 취하도록 권유한다.

떠밀리듯이 온 바닷가로 온 덕근은 조용한 전원 생활에서 집필활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민박집 주인과 두 딸로 이루어진 민박집은 그를 가만 놔 두지 않는다. 좌충우돌 막내딸 봄과 사람좋은 주인집 아저씨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첫째딸 솔. 그렇게 덕근과 솔의 인연은 시작된다. 솔은 서울에서 미대를 나오며 그림을 꿈 꿨지만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품고 그림을 접고 집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돕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소설을 써내려가지 못하는 덕근과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윤솔의 인연이 시작된다.

덕근이 참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주인공 덕근의 경우는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도 나처럼 한 번의 성공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이 데뷔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 실망시킨 독자들과 출판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그가 소설을 쓰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나 역시 그랬다. 서평으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내게 그 이상의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나의 부족함이 드러났고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쓰면서도 이젠 내게 재능이 없으니 접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해 나간 이 서평 활동을 접으면 나는 어디도 갈 곳이 없을 것 같아 어영부영 붙잡고 있었다.

윤솔 또한 마찬가지였다. 벅찬 기대를 안고 미대를 가고 취직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로 그림을 접고 내려온 윤솔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덕근과 윤솔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마음에 든 생각은 사랑이 아닌 "하고 싶다"라는 감정이었다.

지금 이 풍경을 쓰고 싶다.

지금 이 풍경을 그리고 싶다.

지금 이 마음을 쓰고 싶다.

지금 이 사람을 그리고 싶다.

뭔가를 하기 위해 이유는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다.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을 쓰고 느끼고 싶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나를 비추게 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도 좋아요 하나 받지 못하고 열심히 서평을 써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지만 계속 해야 되나 망설이는 내게 이 소설은 '하고 싶냐'고 묻는다. 하고 싶으면 해 보라고. 그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 나에게 알려준다. 잠시 쉬어가도 좋으니 재미있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다독여준다. 내게 주어졌던 그 행운은 다시 안 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도 소중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임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활동을 계속해야 할까? 그 고민을 하는 와중에 산타로부터 "계속 써 주세요"라는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따라가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래, 나에게 더 이상의 행운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자. 내가 읽고 쓰는 게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재미있게 하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또 글을 쓴다. 이 글을 봐 주는 이는 별로 없겠지만 지금 내가 쓰는 걸로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 마음만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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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메디치 WEA 총서 10
마이클 타이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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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국가간의 해양,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실태를 보면 짧은 시간에 생긴 문제가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문제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편적으로 본다면 절대 나라간의 분쟁을 이해할 수 없다. 『동·남 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의 저자 마이클 타이는 그 점에 착안하여 중국과 그 이웃 나라간의 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중국과 관계를 맺기 전부터 시작하여 세계 대전과 식민지배를 통한 열강과의 관계 등을 자세히 고찰하며 왜 이 분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려 주는 책이다.


지역 역사를 좀 더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이 책은 중국과 이웃 국가들의 관계사를 살펴봄으로써

중국의 정치문화와 대외 정책을 조명해보는 것이 목표다.


. 『동·남 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는 일본을 제외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류큐 왕국 (오키나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한국의 세계사가 주로 중국, 일본, 미국 등 관련 있는 국가 위주로 잘 알지 못했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들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이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를 중국을 기점으로 설명해간다. 일본이 중국과 언제 교역이 시작되었으며 발전되어갔는지, 필리핀에 어떻게 중국인 메스티소들이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고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져오게 했는지 등 으로 중국과 이웃 국가간의 관계 변화를 설명한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들 또한 이 책에서 처음 알 수 있었던 건 바로 중국의 조공제도이다. 예로부토 조선은 중국에 꾸준히 조공을 바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내게 저자 마이클 타이는 조공제도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만약 이 조공제도가 정말 유연한 제도였다면 과연 조선의 조공 또한 과연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을까라는 강한 의문점을 낳는다.



『동·남 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쓰여졌지만 세계 대전과 미국과 유럽 열강에 대한 식민지였던 아시아 국가의 특징으로 영국, 미국, 프랑스, 포르투칼 등과 중국의 관계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오키나와, (류큐 왕국)이 왜 일본 내에 그토록 많은 미군 기지가 있는지, 그리고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의 갈등의 골 또한 자세히 짚어 준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묘한 국제 관계들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자세히 알 수 있어 나와 같이 이웃 국가들의 세계사에 무지한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웃나라의 역사를 통해 중국의 대외 정책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중국과 이웃 나라의 역사를 함께 조명해 감으로 영토 분쟁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갈등의 답을 찾아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 역사는 중국만의 역사가 아닌 유럽 국가들의 역사가 함께 얽혀 누적되었기 떄문이다. 유럽 열강들이 얽혀버린 이 고리를 과연 풀 수 있을까? 그건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동·남 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는 비록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깊게 조명해주는 데 매우 탁월하다. 비록 중국을 기준으로 쓰여진 세계사이지만 적어도 왜 필리핀, 베트남 등 의 현재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를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중국과 밀접한 관계인 한국은 자세히 조명되지 않는데 번역가 한승동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는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를 기준으로 쓰여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조선이 중국과의 사대관계로 인해 약소국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나름 해석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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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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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이 명언처럼 즐기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록 나는 아니지만 이 명언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알고 있다.

바로 영화 유튜버 김시선씨다.

단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보고 또 보던 영화덕후가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유튜버가 되었다.

'시선 플레이'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김시선' 채널이 되며 구독자 100만 돌파한 인기 유튜버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시선 유튜버의 꿈은 100만 1000만 구독자 돌파가 아니다.

바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오래 오래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의 시선』은 저자 김시선씨가 사랑하는 영화 이야기이다.

영화덕후에서 시작해 유튜브를 만들어 자신만의 콘텐츠를 대중과 소통하는 김시선씨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었다. 김시선씨는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 책은 저자 김시선씨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사랑 고백이며 영화로 바라본 그의 세상을 말하는 책이다.



나 또한 나름 책덕후라고 하지만 김시선씨의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내게 떠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걸까?"

"나는 좋아하는 시늉만 했을 뿐 좋아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김시선씨는 하루에도 많은 영화를 보면서 기록을 하고 영화를 오래 오래 기억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간다. 공책에서 이글루스, 네이버 블로그를 거쳐 에어테이블까지 시대에 맞게 영화를 기록하는 방법을 달리하며 매번 영화를 기록해간다.


시대에 맞게 영화를 기록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또 그만큼 빠르게 잊히는 시대다.

기록만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는다.


나 또한 책을 좋아하기에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너무 안주해있는게 아닐까. 내가 책을 기억하는 방법 또한 연구하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책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만큼 더 오래 기억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은 김시선씨는 항상 방법을 찾고 있었다.

덕후는 덕후를 알아본다. 덕후는 덕후를 부른다. 뭔가 좋아하는 대상이 일치한다면 그 대상 하나만으로도 몇날 몇일은 밤을 꼬박 새울 수 있다. 영화 유튜버인 김시선씨 주변에는 당연히 많은 영화를 사랑하는 지인들이 많다. 사랑하는 영화를 위해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지인도 있고 상업성이 떨어지는 영화임을 알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이기에 손해를 감수하고도 상영하는 지인도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

사랑하기에 그들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불규칙한 유튜버 생활이고 회의감이 들 때도 그런 덕후들의 나눔과 응원은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지금 잘 팔리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MZ세대를 사로잡는 마케팅의 비밀은 바로 '진정성'이라는 글을 읽었다. 요즘의 세대들은 가격, 가성비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소비를 하고 진정성인지 거짓인지 알아본다고 한다.

김시선씨의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바로 '진정성'이었다. 아무리 연기 잘 하는 연기자라 하더라도 실제 사랑하는 연인들의 대화를 100% 흉내내지 못한다. 마음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김시선씨의 유튜브에는 영화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듬뿍 묻어난다. 그 진정성이 이 에세이 『오늘의 시선』에서도 듬뿍 묻어난다. 나는 김시선 유튜브 채널을 보지 않았지만 이 책만으로도 느껴지는데 유튜브에서는 얼마나 더 신이 나서 이야기할까 궁금해서 그의 유튜브 채널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영화는 '그게 사실이야' 혹은 '그게 맞아' 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느꼈느냐'가 더 중요하다.

'얼마나 많이 봤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인가'가 더 중요하다.

진심이 되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그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더 소중해지니까.

원래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눈먼 바보가 된다.


『오늘의 시선』을 읽으면 영화에 대한 사랑 고백을 듣는만큼 가슴이 설렌다.

아.. 뭔가를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영화를 좋아한다면 먼저 좋은 관객이 되는 게 먼저이듯,

책을 좋아한다면 먼저 좋은 독자가 되는 게 중요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하자고 다짐하게 된다.

더 많이 기록하고 이야기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사랑한다면 김시선만큼만 하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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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케어팜 이야기
백경학 외 지음 / 부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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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를 찾는다면 바로 성인 발달 장애인이다. 올해 , 발달 장애인들의 부모님들이 받아주는 곳이 없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가책임제를 외쳤다. 부모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함께 책임지기를 주장하며 부모들은 눈물의 삭발식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정책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는 바로 이 소외된 장애 청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기 위한 푸르메소셜팜의 이야기이다.

"재활 치료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가 커서 어떻게 살아갈지가 부모로서는 더 큰 고민이에요."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발달장애부모와 장애인 재활과 자립을 돕는 사업을 진행하는 푸르메재단의 큰 과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국가책임제를 거론하지만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다. 과연 어디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푸르메재단은 바로 농업에서 해답을 찾는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단순포장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푸르메재단에서는 직접 식물을 제배하고 가꾸며 키워나감으로 스스로 성취해 나갈 수 있는 농업이야말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발달 장애인이 생명체를 키우는 과정에서

'돌봄'을 받는 객체에서 돌봄을 주는 주체'로 거듭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장애인들은 돌봄을 받는 관계라고만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장애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립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발달 장애인이 하고 있는 임가공으로는 자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은 스스로 식물을 키우고 가꾸며 책임감과 함께 성장해 가는 환경을 얻을 수 있다.

푸르메소셜팜은 이 농업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큰 공동체를 꿈꾸며 여주에서 진행 중인 사업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준다. 볼모지와 같은 사회적 농업 공동체를 위해 우여곡절끝에 여주에 자리를 잡기까지 그 지단한 여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 영역에 문외한인지, 그리고 절대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가 없이는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해 준다.



국내에 생소한 사회적 농업. 이 푸르메소셜팜 관계자들은 이 사회적 농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정부 기관의 협력과 아울어 국민들의 배려와 존중 또한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뜻을 품은 사회적 농업이지만 많은 국민이 참여가 없으면 결코 실현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 푸르메 소셜팜의 사회적 농업을 위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과 유럽에서 행해지고 있는 치유 농업의 현장을 소개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빨리 접어든 고령화 시대, 일손이 부족한 농장을 장애인들이 일하며 복지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장비를 제작하여 지원해주고 지역과 적극 연계해 수익이 나는 구조로 만들어가는 여러 농장의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준다.

특히 책을 읽어나가며 놀란 건 식량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기간보다 장기간의 결과를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였다. 한국의 경우 당장 수익 구조가 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운 환경인데 반해 일본에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다양한 치유 농업, 사회적 농업의 형태가 발달할 수 있었다.

당장은 투입 대비 성과가 미비할지 몰라도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인 것이다.


유럽의 경우 역시 치매 노인과 장애인들 모두 함께 일할 수 있는 치유 농업, 케어팜이 보편화되어있다. 일반 체험 고객과 장애인들, 그리고 지역 이웃들이 이 케어팜의 생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케어팜은 수익성과 함께 사업을 지속해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는 이들을 부르는 용어부터 한국과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과 장애인들의 만남, AI의 힘을 빌어 첨단기술과 농업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팜을 상상해본다. 돌봄을 받는 주체가 돌봄을 주게 될 때 느끼는 그 감동. 함께 행복하게 될 장애 청년들과 가족들. 이게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 이 책은 일본과 유럽 각지를 다니며 그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이 한국에서도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이 사회의 또 다른 희망의 등불이 되어준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함을 호소한다.


농장에서 즐겁게 일하며 업무를 익힌 장애인은

사명감이 대단합니다.

생산성 면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요.

그런데 현대 사회는 이익이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미달하면 배제시키지요.

이런 모습이 인류가 꿈꿔 온 세상일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너나없이

삶의 주체로 우뚝 서서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일터,

이것이 옳은 방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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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님 - 룹탑 불법체류자들
이재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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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비자로 본다이비치 가까이 위치한 큰 쇼핑몰에서 청소일을 했다. 그 곳에서 나와 같은 청소부들은 일본,한국,브라질 등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였으나 동남아인들이 가장 많았다. 그 중에는 불법체류자는 아니지만 이민을 목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34세 남성이 영주권을 따기 위해 60이 넘는 호주 현지인과 결혼한 동료도 있었다. 『아내의 손님』은 젊은 시절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타국에 와서 어떻게든 자리잡으려고 하는 그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아내의 손님』의 저자 이재욱님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혹시 이 책이 데뷔작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2006년 부천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귀천의 길목』을 비롯하여 여러 편의 소설을 출간한 기성작가이다.

이 소설은 연작 소설로 한국에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연작 소설안에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배경과 그들의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관광이 아닌 돈을 목적으로 오는만큼 대부분의 외국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상황이 어렵다. 사고로 반신불구가 된 남편을 대신해 가장의 짐을 진 메리, ,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더 큰 건물주가 되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아리엘, 한국 여자와 위장 결혼을 해서 영주권을 받고 싶은 샤무엘 등등...

소설은 실제 존재했던 멤버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 만큼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춘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왔지만 배우자를 떠나 새로운 관계에 눈을 뜨는 모습, 몸에서 멀어지는 만큼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배우자와의 관계, 무엇보다 여성 외국 노동자의 경우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이라는 이중 차별을 감당해야 하는 힘겨운 현실, 외국에서 암에 걸려 어려움에 처하는 등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춰낸다.



나의 경우, 이 소설을 읽으며 2년 가까이 호주에서 일했던 수 많은 동료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는 이 소설의 불법 체류자들은 아니었지만 모두 성공을 바라며 호주로 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동남아인도 있었고 한국인도 있었다. 그들의 모습과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타지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국적을 떠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외로운 처지에 서로 한국에서만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들은 호주에서 한국인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게 이 소설은 단지 불법체류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더 좋은 삶을 향해 타지로 온 외국인들의 보편적인 삶처럼 받아들여졌다.


다만, 아쉬운 건 소설 속 교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보여 종종 읽기를 방해한다. 다음 이 책이 2쇄를 찍는다면 좀 더 세심하게 봐 주셨으면 한다. 이 소설은 마치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외국인이 아니고, 불법 체류자가 아니고 그냥 사람. 자신들을 사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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