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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조앤 라모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다. 필리핀 미국인으로 투자금융 및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작가는 첫 소설 『베이비 팜』으로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가 주관하는 '뛰어난 문학 작품 - 데뷔 작가'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
『베이비 팜』 Baby Farm은 아기 농장이다. '아기 농장'을 말하면 우리는 주로 아프리카에서 인신매매로 납치된 여자아이들을 떠올릴 것이다. 강제로 임신을 당하고 아이를 낳은 후 몸도 추스리지 못한 채, 다시 강제 임신을 하는 그 뉴스 기사를 읽었을 때 이 악랄한 행동에 얼마나 치를 떨었던가. 하지만 소설 『베이비 팜』은 아프리카를 말하지 않는다. 바로 미국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기농장을 이야기한다.
소설에는 네 명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필리핀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제인, 그녀의 친척인 베테랑 유모 아테, 아테는 카터 부인의 아이를 돌봐주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가게 되고 제인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카터 부인의 아이를 돌봐 줄 것을 요청한다. 문제는 제인에게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 아말리아가 있다.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카터 부인의 아이를 돌봐저야 한다. 제인은 카터 부인의 유축기를 몰래 쓰며 유축하고 자신의 젖을 카터 부인의 아이 헨리에게 몰래 먹인 게 들통나 해고당한다. 당장 먹고 살 게 없는 제인은 아테의 권유로 골든 오크스에, 대리모 시설에 오게 된다.
골든 오크스는 미국 부유층 의뢰인들이돈을 주고 대리모를 고용하는 회사이다. 자신의 몸을 빌려 건강한 아기를 낳으면 거액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임신하여 출산시까지 정해진 장소에서만 생활해야하며 회사의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 주로 제인과 같이 아시아 흑인, 히스패닉계 대리모도 많지만 탑클래스 부유층을 위해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 출신을 계약해 대리모가 되기도 한다. 제인의 룸메이트 레이건이 바로 듀크대학교를 졸업한 인재이지만 아버지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자진해서 계약을 한 경우이다.
『베이비 팜』은 임신과 출산이 자본주의 앞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대리모들이 있는 이 곳에서도 느껴지는 인종갈등이 나타나고 좀 더 돈 많은 의뢰인을 만나기 바라는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 가령 이 골든 오크스에서 필리핀계인 제인은 백인 대리모인 레이건과 리사와 어울려 다닌다. 아시아인 대리모들은 그런 제인의 모습을 경멸한다. 인종 사이의 갈등은 백인 대 유색만 있는게 아니다. 유색 대 유색간에도 쉽게 발생한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희망을 안고 미국에 왔지만 정작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유모 또는 가정부 등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카터 부인이 두 배의 보수를 주고 친절하다 하더라도 절대 그들을 믿지 않고 경멸하는 그들의 속내는 계급간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긴, 우리 어머니도 늘 나한테 몇년마다 도우미를 바꿔야 한다고 그랬어.
안 그러면 그들이 너무 헐무없이 군다고 말이야."
"바로 그래서 그들을 믿으면 안된다는 거야."
책의 내용이 절반정도만 수록된 가제본으로 읽었기에 이야기의 결론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임신이 도구가 되는 이 발상이 결코 허구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 또한 '씨받이'라는 존재가 엄연히 있었고 아이들을 원하는 부자들의 악용도구가 되곤 했다. 성공을 꿈꾸게 하며 임신을 도구화하는 이 악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이 네 명의 인물에게는 대리모가 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있었다. 제인에게는 갓난아기 아말리아를 키워야만 했다. 레이건에게는 아버지로부터의 독립과 자신의 예술활동을 위해 돈이 필요했다. 이들은 스스로 테스트를 치뤘고 계약을 해서 대리모가 되었다. 상황이야 어떻든 그들은 선택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질문하게 된다. 과연 이들의 동기가 이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것인가. 임신과 출산이 이렇게 이용당해도 좋은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답을 쉽게 찾지 못하게 된다.
아이의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는 레이건과 제인. 이들이 과연 아이를 잘 출산하고 약속대로 거액의 돈을 받게 될까. 아니면 아이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너무 궁금하다. 이들 앞에 펼쳐질 일들이 궁금해서 나는 완성본으로 된 책을 구매할 것이다. 그 후 제대로 된 리뷰를 올려야겠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