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태일! - 그가 떠난 50년을 기리며
안재성 외 지음 / 목선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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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이다. 정부 및 노동조합에서는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글을 발표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화제'가 열렸다. 그가 떠난 1970년,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며 여러 책이 출간되었다. 『아, 전태일!』은 안재성, 이병훈, 맹문재, 박광수 그리고 윤종목 5인이 전태일 열사를 기리며 그에 관한 평전, 사회상, '전태일문학'의 계보, 그리고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박광수 감독과의 대담등이 실려있다.

먼저 이 책은 전태일 열사에 대한 짧은 약전으로 시작된다. 전태일 열사가 3살 아버지의 실패로 빈털털이로 쫓기듯이 부산으로 오던 모습부터 시작된다. 봉제 기술을 익힌 아버지가 미군 군복 수선으로 한때 집안이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연달아 닥치는 악재는 전태일 열사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미싱사에 근무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평전과 달리 약전이다 보니 전태일 열사가 노동운동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유달리 많았던 전태일 열사가 미싱사에 취직해서 자신들보다 더욱 초라한 시급과 대우를 받는 동생같은 시다들이 빈약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분개하며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 소개된다. 자신은 말단 공무원 월급과 같은 수준의 월급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나 그 안정을 포기하고 동료와 시다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결정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결코 쉽지 않았다.



<전태일 약전>으로 1부를 시작했다면 2부에서는 <전태일과 한국사회>를 이야기한다. 전태일 열사 분신 후 달라진 노동운동과 한국 사회를 분석한다. 1부의 <전태일 평전>에서도 묘사되었듯, 그 당시의 노동운동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은 하찮게 취급되었고 전태일과 동료들이 쟁의를 하려고 해도 경찰들이 앞을 가로막아 노동자들이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일부만의 운동이였던 노동자 운동이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동료들과 학생 그리고 시민사회의 연대로 확대될 수 있게 되었음을 저자 이병훈은 여러 노동자 투쟁사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며 달라진 한국 사회를 조명한다.




전태일 열사가 문학청년이였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여러 소설의 초안을 만들고 일기를 쓰며 작성한 그의 글은 그가 분신에 이르기까지의 고뇌와 신념등을 나타내주며 문학사적인 위치에서 작품을 설명해간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하물며 가장 청순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 년소자들이 때묻고 더러운 부한 자의 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전태일 사후 여러 작가들의 손에 의해 노동 소설이 출간된다. 황석영의 「객지」, 안재성의 「파업」,정해주의 「동지와 함께」등은 모두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지식인들의 연대와 관심을 받으며 문학사에 노동 소설의 한 획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홍경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시사회 때 언론사 간부들의 방해로 기자들의 참석이 저조헀다는 박광수 감독의 일화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도에 비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듯한 현실을 보여주어 더욱 씁쓸함을 자아낸다.

최근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투쟁 기사를 보았다. 조선소 여성 용접공으로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펼치며 35년째 복직투쟁을 펼치던 중 암 발병으로 생사를 건 마지막 투쟁을 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50주기에 듣게 되는 김진숙 위원의 소식을 보며 생각한다. 과연 그 때와 지금은 달라졌는가. 『아, 전태일!』 처럼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것에서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갔는가. 하지만 애석하게 나는 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기리는 것을 넘어서 다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노예가 아닌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갑질이 없는 더 이상의 크레인 투쟁이 없도록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더 큰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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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수림문화총서
김범정 지음 / 광화문글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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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에 『버드캐칭』이 선정되었다. 수상자 김범정 작가는 29세에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최연소 작가이자 작가의 처녀작인 이 『버드캐칭』으로 문학상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대 마지막이 아쉬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첫 작품이 수상의 영광으로 이루어지는 행운의 작품이 궁금했다.

『버드캐칭』의 주인공 도형은 이제 인턴기간이 끝났다. 남은 건 정규직 심사. 그에게는 중요한 시작이 될 터이다. 도형에게는 8년 된 여자친구 세현이 있다. 도형은 세현과의 미래를 꿈꾸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한 도형에 비해 세현은 도형에게 질문한다.

"도형아, 너는 이렇게 사는 거 정말 괜찮아?"

"그냥 매일 똑같은 일 하다가 조금 벌면 집 사고 조금 벌면 차 사고.

그러다가 애가 생기면 애한테 목매다가 다 자라면 내보내고. 어느 날 거울 보면 어느새 폭삭 늙어 있고. 이런 거. "

도형은 당연한 일상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세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세현의 질문을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세현은 편지 한 장만을 남겨둔 채 홀연 도형의 곁을 떠나 잠적한다. 자신과 세현과의 관계에서 무너져가는 내면의 괴로움에 대한 고통과 자신들의 곁을 떠난 오래된 친구 준영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준영은 도형과 세현과 절친한 친구였다. 도형은 준영과 고등학교 친구였지만 도형이 기억하는 이들의 우정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닌 그 이후였다. 세현에게 마음이 있던 도형은 준영과 세현이 몰래 만나는 걸 발견하고 세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 일 이후로 준영과 멀어졌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세현은 도형에게 준영의 이야기를 꺼내며 미워하지 말라고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도형은 세현의 이별이 준영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영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준영 또한 병원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홀연히 떠난 상태다. 도형은 준영과 세현이 함께 떠났을거라 생각하게 되고 준영의 연인 지혜와 함께 이들을 찾아 나선다.

소설은 도형과 지혜가 이들을 찾기 위한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며 세현이 숨겨두었던 비밀이 드러난다. 무엇이 이들을 멀어지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흔들리게 하는지의 과정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불안한 위치에 있던 그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청춘의 위치, 답해주지 못하는 사회, 그건 세현의 불안만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는 준영의 고백이기도 했고 지금 청춘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세현과 준영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그 비밀이 갖고 있는 그들의 위치는 더욱 깊은 고뇌에 빠뜨리게 한다.

바람난 커플을 잡으러 왔다는 도형과 지혜는 이 과정 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직면한다. 그리고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세현의 떠남까지도. 그렇기에 그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소설 초반, 주인공 도형은 미국 이모집에 있을 때 방문했던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새 이야기를 떠올렸다. 모기를 없애기 위해 습지를 메우면서 멸종되었다는 그 새를 태안에서 발견했던 도형은 계속 그 새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제목인 『버드캐칭』 에서 새는 바로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였을까. 이 네 청춘남녀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외국인 아다나 반자를 포함해 도형, 세현,준영 지혜 모두 끊임없이 새를 찾고 있었다.

야구 지식에 문외한인 내가 야구 이야기에 대한 묘사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해가며 새롭게 출발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 새를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모두들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를 둘러싼 상황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더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순간엔 그런 생각도 들더라. 진짜 원하는 게 생길까 봐 두렵다는 생각. 그래서 원하는 걸 만들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기도 했어."

-9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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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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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짐 로저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를 '세계 3대 투자자'라고 불린다. 이 세 명의 투자자들 중 짐 로저스는 한국과 유난히 깊은 투자자이다. 그가 펴낸 책들에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짐 로저스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 등 한국, 한반도에 관해 저술한 책을 출간하며 한반도에 투자할 것을 강력하게 권하는 경제인이다.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의 소유자, 세계 경제 위기 예견하며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짐 로저스가 극심한 혼돈과 위험 속에서의 미래 예측과 앞으로의 투자 방침을 조언한 책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를 출간했다.

짐 로저스는 먼저 자신이 어떻게 블랙 먼데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주요 경제 위기등이 닥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의 비결을 설명한다. 짐 로저스는 세계 경제를 알 수 있는 지표로 다름 아닌 역사와 정확한 정세 분석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예전부터 역사는 경기 위기마다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는지, 시장의 반응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예측할 수 있다.



정확한 정세 분석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자리에 앉아서 언론이 전해주는 뉴스만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란 한계가 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짐 로저스는 언제나 현지에 직접 가서 현장을 확인한 후에 판단을 내린다. 1930년대 모두가 미국이 베트남전쟁을 끝내며 방위비 삭감할 것을 우려해 방위산업의 주가를 피할 때 짐 로저스는 자신의 원칙대로 발품을 팔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100배 수익이라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저자는 남의 말을 믿기보다 먼저 현장에 가서 자신이 본 것을 믿고 선택했다. 역사의 흐름과 정확한 정세 분석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준다.



세계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더욱 극심한 혼란상태로 빠져들었다. 위기가 가속화되며 투자자들 또한 중심을 잃으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짐 로저스는 이런 위기의 시대야말로 확고한 투자의 중심이 서야 함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는 투자 스타일을 찾아야만한다. 짐 로저스 또한 처음에는 타인의 투자 스타일대로 했지만 자신이 남과 다름을 깨닫고 자신만의 원칙을 찾아 투자를 해나갔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에서는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사람들은 위기에 당황하기 쉽지만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상황 분석이 필수이다. 뉴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는 사람만이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준비된 사람이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는 바로 그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투자의 거장 짐 로저스가 지나온 시간, 거장의 투자 비법, 그리고 국제 정세까지 분석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위기의 시대 어떻게 투자하며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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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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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책장 위 고양이』 시즌 1에서였다. 남궁인, 박보영, 김민섭 등 다양한 기성작가들 사이에서 이은정 작가는 내게 처음 접하는 이름이었다. 이 『책장 위 고양이』를 통해 오랜 무명 끝에 등단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고 시즌 1이 끝난 후 유튜브 '겨울서점'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소설집 출간 준비중이라는 말에 작가의 신작이 기다렸다. 이은정 작가의 첫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다.

이은정 작가는 2018년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했다. 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에는 작가의 수상작인 <개들이 짖는 동안>을 포함하여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덟 편의 단편들의 인물들 중 온전한 인물은 없다. 모든 인물들의 삶에 그늘이 있다. <잘못한 사람들>에서는 가장의 무게로 제대로 된 직장 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자매의 모습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부부가 나온다. <친절한 솔>은 부의 격차 속에서 이루어지는 조그마한 사회의 모습이 <엄 대리>에서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가정을 위해 현실을 택하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엄대리가 나온다. 그들의 삶은 구질구질하고 처절하다. 아버지의 빚을 껴안고, 계약직마저 번번히 떨어지고 매일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고 헤어짐을 앞에 둔 부부 1년차의 모습이 나온다.

이 여러 인물들은 가족이라는 짐이 있다. <잘못한 사람들>에서는 아버지의 빚을 껴안고 힘들어하는 승호가 있다. <그믐밤 세 남자>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숨어 살기 좋은 집>에서는 잘못된 집착을 가진 시어머니가 있다. 수록된 단편들 중 가정의 무게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단연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이다. 7년을 사귀고 결혼했지만 1년만에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30대를 맞아주면 이혼하겠다는 조건하에 맞는 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불행한 가정사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고 우겼지만 그 불행한 가정은 결혼하여 독립한 후에도 족쇄가 되어 아내를 괴롭힌다. 결혼생활이 부부의 문제로만 될 수 없음을 말하며 어떻게 당사자들을 좀먹는지

서늘하게 보여준다. 현실에서 보여주는 서솔이 아닌 화자의 시선으로 잠깐씩 비춰지는 이 서술만으로도 불행한 가족의 무게가 얼마나 이 부부들을 짓누르는지 보여짐에 부족함이 없다. 계속 되는 구타, 이혼을 앞둔 상황에서 아내가 결혼사진에서 자신의 가족을 찢고 남자가 자신과 아내의 사진만 도려내는 그 장면들은 이 부부가 과연 가족으로부터 진정 해방될 수 있을까라는 조그마한 희망을 품게 해 본다.

이 단편들 중 유일하게 희망적인 건 <엄 대리>이다. 함께 소설을 쓰는 꿈을 꾸었지만 현실에 항복한 엄대리에게 실망해 이혼한 전처와의 재회. 그들의 이야기는 과연 현실과 꿈을 동시에 이루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고뇌를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집 중 가장 희망적이면서 엄 대리와 전처를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라서 좋았다.

삶이 구질구질하다.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을 사는 삶은 없다.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속의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은 그들의 삶에 비추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건들이다. 가난과 불평등에 이제 낯선일이 아니게 된 이런 현상들을 작가는 서늘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이게 인생이라는 듯...

이은정 작가의 글을 보며 떠오른 작가가 있다. 바로 2018년 세상을 떠난 정미경 작가이다. 정미경 작가의 작품은 서늘하다. 인간의 불행을 서늘한 시선으로 풀어놓는 작가, 그래서 그 불행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작가였다. 이은정 작가의 작품 또한 그랬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은정 작가의 작품 세계가 앞으로도 이렇게 자신만의 문체를 확고히 다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어떤 소설을 써나갈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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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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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라는 말이 있다.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호구의 경우 대개 남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함부로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타인에게 이용되기 쉽다. 사람들은 그런 특성을 귀신같이 파악한다.나의 친절과 도움이 남들에게 이용의 도구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착하게 단호하게』 의 저자 무옌거는 자신의 친절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지인들의 경험을 설명한다. 가령 남편을 거절하지 못해 결혼했지만 끝내 이혼한 지인, 저자의 어머니, 그리고 오해를 풀지 못해 이혼에 이르게 된 지인 T 등등. 그들의 경험을 알려주며 저자는 묻는다.

우리 삶에 일어난 결과를 통제하며 살아가는가?

삶은 디테일이다.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순간순간의 편린이 쌓여 만들어낸다. 그 순간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내 삶을 남에게 의존하거나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면 나 자신을 타인에게 이용당하기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신의 친절이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나 자신'이 안전하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절대 원칙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감정을 무시하고 남에게 거절하지 못하는 건 나를 헤치는 길이다. 보통 착한 사람은 자신을 질책하지만 스스로에게 적이 되는 행위를 절대 금할 것을 권한다. 성경에 "자신을 사랑하듯이 타인을 사랑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저자 또한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에게 함부로 짓밟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월한 관계는 없다. 서로 평등한 위치라는 걸 자각하는 사람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신과 타인이 서로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나와 너가 다르고 그 차이를 인정해주어야 우리는 관계에서 행복할 수 있다. 차이의 인정 속에 우리는 관계에서 명확한 선을 그으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결국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이기심'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위하는 걸 본성으로 타고난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를 위해 거절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안할 이유가 없다. 나의 친절이 타인에게 이용되기는 건 한 끗 차이다. 바로 나의 감정과 상황을 무시하면서까지 친절을 베푸는가이다. 그 차이를 사람들은 잘 알아챈다. 함부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용당하지 않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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