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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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의 이미지에 익숙해서인지 설찌 일러스트레이터의 앤의 모습이 낯설다.

만화 속 앤은 가냘프고 소녀다운 이미지가 강했다면 RHK 아트 & 클래식 시리즈의 [빨강 머리 앤]은 다소 통통하고 귀여움이 더욱 배가 된 느낌이다. 얼굴만 보아도 활발함을 짐작할 수 있게 해서 더욱 사랑스럽다.

[빨강 머리 앤]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없다. 1980년에 처음 출간된 이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게 된 데는 무엇보다 캐릭터 앤의 힘이 크다. 고아로 자라났지만 그녀만의 무궁무진한 상상력, 매슈와 마릴린 아줌마를 향한 애정과 친구 다이야나와의 우정,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앤의 모습은 시대에 비해 수동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이 앤의 캐릭터와 함께 에이번리 마을과 초록지붕의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앤은 고아이다. 하지만 앤이 이토록 맑은 성정의 아이로 자라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보았던 [빨강 머리 앤]을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며 나는 앤의 긍정적인 힘을 알고 싶었다.

다시 만난 앤을 보며 나는 앤의 상상력을 생각하게 되었다.

" 기차에 탔을 때 모든 사람이 저를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차에서 제일 예쁜 연파랑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죠.

이왕 꿈꿀거면 근사한 옷으로 해야죠.

그리고 꽃이랑 깃털이 달린 커다란 모자에 금시계, 새끼 염소 가죽 장갑과 부츠를 신었다고요.

그러니까 바로 기분이 좋아져서 섬으로 오는 여행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어요."

주변의 어른들은 앤의 상상과 꿈들을 수다스럽다고 단정지었다. 혀가 쉬지 않는다며 앤을 조용히 하기에만 바빴다. 하지만 앤에게 상상력과 꿈이 없었다면 앤은 결코 매슈와 마릴린에게도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앤의 꿈은 매슈와 마릴린에게 전이된다. 앤 혼자서만 꾸는 꿈은 이 초록 지붕의 꿈이 된다.

앤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빨강 머리 앤]을 읽고 있노라면 나 또한 꿈을 꾸게 된다.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건 빨강 머리 앤이 주는 행복 & 꿈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리라.

설찌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한 빨강 머리 앤이 매우 사랑스럽다.

오래전부터 빨강 머리 앤이 좋았는데 읽고 난 후, 앤의 매력에 더욱 빠져든다.

아이들이 내게 묻는다.

"엄마는 어른인데 빨강 머리 앤이 그렇게 좋아요?"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주리라.

그리고 물어봐야지.

"어때? 빨강 머리 앤을 안 좋아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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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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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에 이어 환락송 아파트 22층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들은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일을 하고 사랑을 한다. 삶이 계속되듯, 이 다섯 명의 삶도 계속된다. 이 [환락송] 시리즈가 몇 권이 마지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4권까지 끌고 나가는 작가 아나이의 내공 또한 놀랍다.

4권에서는 추잉잉이 잉친의 배신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첫 편에서부터 문제 남친을 만나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잉잉의 사랑은 왜 이리 험탄한 걸까. 1권에서는 성메이가 잉잉의 문제 남친을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버리며 복수를 해주었지만 4권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현실은 성메이의 직장 호텔에서 급히 찾는 전화로 나가야 하고 관쥐얼은 새롭게 썸을 타는 씨에빈과의 데이트가 있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서로에게 허락한 시간은 많지 않다.

앤디는 바오이판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여전히 바오이판의 어머니는 앤디를 인정하지 못한다. 만만치 않은 앤디와 바오 여사의 사이에서 바오이판은 허덕인다. 취샤오샤오는 의사 남친 자오치핑과 만남을 이어가지만 둘의 사이에는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골이 조금씩 깊어져간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과 중국 같은 아시아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바오이판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결혼 생각이 없는 앤디를 향해 성메이는 보편적인 현실을 알려준다. 결혼하지 않은 여인의 임신이 사회에서 어떤 선입견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모습은 한국과 다르지 않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너한테 세속적인 선입견을 무시하지 말라고 얘기해주려고 온 거야. 혼전임신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선입견이 존재하잖아. 근데 잉친에 대한 네 생각을 들어보니 이성적인 포용력이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야.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어."

어느 지인이 사랑은 '가장 자신을 자신답게 해 주는 것'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어느 모습이든 상관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4권에서 자오치핑과 취샤오샤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사랑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적이며 의사인 자오치핑, 부자집 딸이면서 자신의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솔직한 취샤오샤오. 이 둘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오치핑은 샤오샤오가 물질만능주의를 부담스러워한다. 반면 샤오샤오는 자오치핑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지적 컴플렉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론 밤늦게까지 놀고 싶지만 자오치핑이 신경 쓰여 도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이 결코 이 둘의 관계를 100% 만족시켜주지 못함을 이 둘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서로의 본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이 둘의 관계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설사 이들이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하고 잘 살 수 있을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가치관의 차이로 빚어내는 충돌을 보며 나는 샤오샤오커플에 대한 회의감을 지울 수 없었다.

앤디 또한 결혼에 관계없이 바오이판의 어머니에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책 속에서 보여지는 바오이판과 바오이판의 아버지는 이런 여인들의 모습을 단지 피곤하게만 느끼는 듯해 안타까웠다. 앤디와 바오이판의 어머니 사이에서 중요한 사람은 남자들임에도 이들은 방관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듯하다.

앤디와 취샤오샤오의 관계와 달리 소중하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관쥐얼과 씨에빈의 관계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현실은 사랑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맞다. 현실과 사랑의 간극을 [환락송]에서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이들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랑을 한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더 지켜봐야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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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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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드라마 [환락송] 을 좋아한다. 상하이의 환락송 아파트 22층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환락송 1]에 이어 시즌 2까지 보았지만 이렇게 4권까지 출간된 시리즈임을 알지 못했다. 나는 [환락송] 1,2권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2까지 드라마로 이미 보았기에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먼저 [환락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환락송]은 아파트 '환락송' 22층에 거주하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다섯 명의 캐릭터가 모두 독특하다.

2201호 부유한 부모님 밑에 자라 자유분방한 청춘 취샤오샤오

2202호 평범한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를 잡아야만 한다는 현실주의자 성메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관쥐얼, 철이 없고 어리숙한 추잉잉,

2203호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지만 장애가 있는 동생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있는 앤디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남자들의 이야기가 바로 [환락송]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드라마를 위주로 보아서였을까. [환락송 3]은 드라마에서 한참 전개되어 있었다. 먼저 취샤오샤오는 여전히 자시느이 사업체를 꾸리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매우 솔직하지만 상식이 부족해서 의사 남친과 앤디, 관쥐얼 사이에서 느끼는 지적 컴플렉스는 여전히 취샤오샤오를 괴롭힌다.

성메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하는 남자 친구 왕바이촨과 만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에 버거워한다. 매번 돈을 탕진하는 사고뭉치 오빠와 새언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임을 알면서도 아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며 성메이를 닥달하는 어머니에게 힘들어하는 성메이의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왕바이촨이 좋은 사람인 걸 알지만 자신의 현실을 변화시켜 줄 사람이 아닌 걸 알기에 성메이는 여전히 흔들린다.

앤디는 잘 나가는 사업자 바오이판과 사랑을 키워가지만 그녀에게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는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기 원하지 않는 앤디는 자신의 비밀을 캐내려는 바오이판의 어머니와 신경전을 치뤄야 한다.

그나마 추잉잉과 관쥐얼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나 할까?

이 [환락송]의 특징은 현실적인 연애라는 점이다. 지방 출신인 관쥐얼과 잉잉, 그리고 성메이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야근과 행사를 치루며 그 힘든 와중에 사랑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성메이와 취샤오샤오 집안을 통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부모님의 가치관을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알 수 있다. 성메이의 경우 시골 부모님이시며 고지식한 분이라는 사실로 이해한다치지만 취샤오샤오의 아버지는 잘 나가는 사업자이면서 취샤오샤오의 이복아들이 사고뭉치임을 알면서도 지원을 끊지 못한다. 취샤오샤오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도 아버지는 항상 이복오빠들이 먼저이다.

이 [환락송 3]에서 가장 아쉬운 인물이 바로 앤디이다. 초반 이 다섯 명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분별력 있고 중심을 잡아주었던 앤디가 바오이판과 아버지 웨이궈창의 등장으로 너무 흔들린다.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지만 어머니와 앤디 사이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바오이판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비밀을 밝혀내지 않기 위해 일을 일부러 키워 나가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초반에는 이 소설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서로 돕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멋있었는데 후반으로 가며 사랑에 더 치중을 두는 느낌이라 다소 아쉬웠다. 앤디, 관쥐얼, 추잉잉, 성메이, 취샤오샤오 모두 개성이 강한 인물들인데 이들의 개성이 더욱 빛을 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중독성이 있다. 가끔씩 고구마식 전개를 보여주어 답답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독자들을 유인해낸다. 바람잘 날 없는 환락송 22층의 다섯 명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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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 들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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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상자를 매개로 한 10편의 단편 소설이다. 상자도 보통 상자가 아니다. 바로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낯선 사람에게서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소원을 빌까? 『행운을 빕니다』 에서는 각자의 상황에서 소원을 빌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이들의 소원도 공짜가 없다.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행운을 빕니다』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인물들의 소원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최광석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이고 노인의 상자에서는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게 소원이다. 두 사람의 상자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나와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기상천외한 상황도 발생한다.

평범한 일상에 소원을 들어 주는 상자 이야기는 정말 영화와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 가장 소중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걸 그리워하는 이들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꼬마의 상자>에서는 부모와 함께 자고 함께 보내는 평범한 행복이 그립고 <노인의 상자>에는 생전 아내가 가고 싶어 하지 못했던 후회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소원을 말하면 뭔가 대단하고 부자인 것을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평범한 행복들을 요청한다. 평범함 속에 놓쳐버린 것들,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나쳐버린 것들을 깨닫게 한다. 더 쉽게 놓쳐버릴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한 지금을 붙잡으라고 말한다.

소원상자를 안겨주는 검은 남자가 주인공에게 말한다.

"행운을 빕니다."

행운, 행운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에 있다. <노인의 상자>에서 저승사자는 하루를 천만원으로 말할 만큼 지금을 강조한다. <아내의 상자>에서도 아내의 소원은 남편이 상처를 딛고 현재를 살아가는 바램이었다. 우리는 소원이 이루어지면 다 이루어질 것 같지만 <두 사람의 상자>에서는 우유부단한 이들은 소원이 이루어져도 상황이 바뀌지 않음을 유머러스하게 알려준다. 우리 인생에 우유부단함으로 놓쳐버리지 말고 지금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말해준다. 행운은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바로 지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자신에게 소원 상자가 왔을 때 진정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금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소원상자가 있다면 나는 엄마의 쾌유를 빌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의 치유를 위한 기도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엄마가 조금이라도 건강하실 때 추억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지금, 엄마와 나에게 필요한 건 함께 하는 지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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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캐런 M. 맥매너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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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들에 관한 소설 또는 미드 <가십걸>,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등을 보노라면 10대들이 누리는 자유와 방종 그 사이의 경계 사이의 불안함을 느낀다. 성인의 경우 그 선이 명확하기에 신중하지만 10대들은 거리낌이 없다. 선을 넘기 쉬운 세대, 마음껏 누리는 자유가 부러우면서도 불안한 세대이기도 하다고 할까?

캐런 M. 맥매너스의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역시 그렇다. 작가의 전작인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도 10대들의 심리를 백분 활용하여 써낸 작품이었다면 후속작인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역시 10대들의 특징과 심리등을 백 분 활용하여 전작 못지않은 심리극을 펼쳐보인다.

먼저 앞서 말했듯 이 책은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의 후속작이다. 베이뷰 고등학교의 한 명이 죽고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4인방 브론윈, 쿠퍼 , 애디, 네이트의 이야기였다면 후속작인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는 전작의 인물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브론윈의 동생 메이브,전남친 녹스, 피비 등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전작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의 사건 18개월 후 베이뷰 고등학교는 그 날의 악몽을 없애기 위해 휴대폰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학생들은 모두 예전처럼 돌아간 것처럼 보이는 시점에 전체 학생들에게 발신불명의 문자가 날아온다. 예전의 사건을 그대로 모방한 듯한 유사한 이 문자는 단숨에 전교생들을 불안 또는 흥분으로 몰아넣는다.


당신의 진실을 폭로할까요?

아니면 도전을 택하겠습니까?


지정된 시간까지 도전에 응하지 않으면 비밀을 폭로한다는 익명의 문자. 그 첫 번째 타자는 피비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피비는 도전을 무시하지만 곧 자신의 비밀을 전교생에게 창피당하고 언니와의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간다. 계속해서 이 발신불명은 많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학생들은 도전을 택하며 더욱 흥분에 휩싸인다. 랜덤으로 걸려드는 이 문자에 메이브 역시 도전을 받게 되지만 메이브는 언니 브론윈이 받았던 경험을 생각하며 도전에 응하지 않는다. 도전에 응하지 않은 대가로 메이브와 전 남친이자 절친한 친구인 녹스가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며 곤경에 처하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가십에 흥분하며 친구들이 위험해져가는 도중, 학교는 또 다시 잘 나가는 운동 선수 브렌던이 죽으며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인다.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는 브렌던의 죽음 이후 이야기는 반전이 계속된다. 갑자기 주목 받게 되는 브렌던의 친구 션이 영웅으로 떠오르게 되고 녹스가 사고에 대한 기억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긴장 등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작가 캐런 M. 맥매너스는 10대들에게 특화된 SNS, 호기심을 백 분 활용하기도 하지만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가족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다. 특히 피비의 가족들, 언니와 피비, 그리고 동생 오언의 관계는 매우 아슬아슬하고 녹스의 가족 또한 이 사건에서 감초같은 역할을 해낸다.

10대들은 쉽게 흥분한다. 호기심 또한 왕성하다. 남의 비밀과 소문에 특히 예민하다. SNS는 그들에게 좋은 창구가 되어 준다. 저자는 10대들의 특징을 이용하여 사건을 풀어나간다. 이 정체불명의 문자의 피해자이기도 한 피비의 말은 이러한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이 왜 인기인지 정확하게 지적해나간다.



소설에는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믿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나오듯,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소문의 말을 믿으며 즐기는 이 베이뷰 고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현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거짓뉴스, 악성 댓글, 가십 등은 이 소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이 곳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범인은 스포이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범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정말 섬뜩했다.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내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놀라게 된다. 보통 후속작의 경우 전작을 뛰어 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우려를 잠재우고 전작을 뛰어 넘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다음 작가의 책이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올 지 아니면 『우리 중 하나가 다음이다』 의 시리즈로 찾아오게 될 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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