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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0월
평점 :

중국드라마 [환락송] 을 좋아한다. 상하이의 환락송 아파트 22층에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환락송 1]에 이어 시즌 2까지 보았지만 이렇게 4권까지 출간된 시리즈임을 알지 못했다. 나는 [환락송] 1,2권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2까지 드라마로 이미 보았기에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먼저 [환락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환락송]은 아파트 '환락송' 22층에 거주하는 다섯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다섯 명의 캐릭터가 모두 독특하다.
2201호 부유한 부모님 밑에 자라 자유분방한 청춘 취샤오샤오
2202호 평범한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를 잡아야만 한다는 현실주의자 성메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관쥐얼, 철이 없고 어리숙한 추잉잉,
2203호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이지만 장애가 있는 동생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있는 앤디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남자들의 이야기가 바로 [환락송]을 둘러싸고 있다.
내가 드라마를 위주로 보아서였을까. [환락송 3]은 드라마에서 한참 전개되어 있었다. 먼저 취샤오샤오는 여전히 자시느이 사업체를 꾸리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매우 솔직하지만 상식이 부족해서 의사 남친과 앤디, 관쥐얼 사이에서 느끼는 지적 컴플렉스는 여전히 취샤오샤오를 괴롭힌다.
성메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하는 남자 친구 왕바이촨과 만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에 버거워한다. 매번 돈을 탕진하는 사고뭉치 오빠와 새언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임을 알면서도 아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며 성메이를 닥달하는 어머니에게 힘들어하는 성메이의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왕바이촨이 좋은 사람인 걸 알지만 자신의 현실을 변화시켜 줄 사람이 아닌 걸 알기에 성메이는 여전히 흔들린다.
앤디는 잘 나가는 사업자 바오이판과 사랑을 키워가지만 그녀에게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는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기 원하지 않는 앤디는 자신의 비밀을 캐내려는 바오이판의 어머니와 신경전을 치뤄야 한다.
그나마 추잉잉과 관쥐얼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나 할까?
이 [환락송]의 특징은 현실적인 연애라는 점이다. 지방 출신인 관쥐얼과 잉잉, 그리고 성메이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야근과 행사를 치루며 그 힘든 와중에 사랑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성메이와 취샤오샤오 집안을 통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부모님의 가치관을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알 수 있다. 성메이의 경우 시골 부모님이시며 고지식한 분이라는 사실로 이해한다치지만 취샤오샤오의 아버지는 잘 나가는 사업자이면서 취샤오샤오의 이복아들이 사고뭉치임을 알면서도 지원을 끊지 못한다. 취샤오샤오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도 아버지는 항상 이복오빠들이 먼저이다.
이 [환락송 3]에서 가장 아쉬운 인물이 바로 앤디이다. 초반 이 다섯 명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분별력 있고 중심을 잡아주었던 앤디가 바오이판과 아버지 웨이궈창의 등장으로 너무 흔들린다.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지만 어머니와 앤디 사이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바오이판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비밀을 밝혀내지 않기 위해 일을 일부러 키워 나가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초반에는 이 소설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서로 돕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멋있었는데 후반으로 가며 사랑에 더 치중을 두는 느낌이라 다소 아쉬웠다. 앤디, 관쥐얼, 추잉잉, 성메이, 취샤오샤오 모두 개성이 강한 인물들인데 이들의 개성이 더욱 빛을 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중독성이 있다. 가끔씩 고구마식 전개를 보여주어 답답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독자들을 유인해낸다. 바람잘 날 없는 환락송 22층의 다섯 명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