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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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성들이 살기 좋은 시대라고 말한다. 교육열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각종 법률이 제정되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짐에 따라 남성의 가사 참여도도 높아졌다. 사회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표면적으로 보면 워킹맘 등 직장 생활을 활발히 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출산휴가, 육아 휴직등 복지 제도도 생겨났다. 사회는 움직임이 보인다. 하지만 가정 안을 보자. 함께 육아를 부담해야 할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는 과연 여성을 위한 배려와 움직임이 있을까?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에서는 사회에서의 성차별을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바로 가정 내에서의 성차별을 말한다. 함께 일을 하며 육아를 전담하는 부부 사이의 성차별을 말한다. 그래서 은밀한 성차별이다.

그렇다면 왜 달콤할까? 이 사회에서 모성은 위대하고 부드럽게 포장하기 때문이다. "모성은 위대하다" "모성은 불가능이 없다"는 등의 달콤한 말로 모성을 포장한다. 하지마 포장을 벗기면 달콤함 속에 감춰진 억압과 굴레가 드러난다.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의 저자 다시 로크먼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저자는 두 명의 아이를 둔 엄마이자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한 전문가이다. 저자는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해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자의 남편 조지는 자신에 비해 생활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게된다. 헬스클럽에 다니고 직장에서의 일도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 부부가 서로 일을 하는데 여자만 많은 변화가 필요된다. 이 차이점에 저자는 주목한다. 그리고 왜 여자에게만 이런 희생이 동반되는지 파헤쳐나간다. 사회적인 부분이 아닌 개인 영역에서의 불평등을 조사한다.

"남성 지배를 실제 관철하는 사회적 관습은 직업 세계에 비해 '개인 영역'에서는 많이 변하지 않았어요. "

저자는 먼저 뉴욕대 사회학자인 폴라 잉글랜드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여전히 '개인 영역'에서는 변함이 없는 현 실태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증언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대 가정적인 아버지들은 대부분 선의를 품은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현대 남성이 달라졌음을 인정한다. 전에 비해 가사 참여도가 높아졌다. 아이를 보는 횟수도 많아졌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여성인권이 발달된 선진국가에서도 가사비율은 여전히 65:35인 것을 발견한다. 아이들 유치원 알아보기, 준비물 챙기기, 밥 먹이기 등등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여성의 몫으로 넘겨진다. 이 일에 대해 남성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성들에게 질문을 해도 육아는 함께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많은 일이 여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남녀 가사 참여 비율 및 선진국과 후진국 등 각종 통계를 들어 사실을 입증해나간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왔기에 여성들에게만 지워진 짐을 여성들조차 이 잘못된 현실을 깰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걸 설명한다.

왜 엄마에게만 이런 '주양육자'로서의 책임이 강조되었나? 여자니까,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태어났다는 그 고정관념의 배후를 주목한다. 저자는 이 고정관념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뿌리임을 말한다.

"사회 현상에 대한 생물학적 해석을 믿는다는 것은 기존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쓸모없다는 얘기다."

책에서 커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흥미롭다. 커플에게 서로 비슷한 취향이라는 거짓 답안을 제시할 때 그 커플은 상황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 실험 결과는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모성을 갖고 태어나서 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바꾸지 못하게 된다는 결과를 지지하게 된다.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조차 포기하게 만든다. 옛날 조선 시대 출생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모성 본능'이라는 그 허울을 저자는 하나씩 파헤쳐간다.

남성은 일 하나만 잘하면 되지만 여성에게는 만능을 요구하는 사회, 일과 가정 모두를 잡길 바라는 그 굴레가 얼마나 단단한지 설명해나가는 책을 보면서 나는 남편과 나를 떠올렸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 가정의 경우 남편은 집안일도 나보다 더 능숙하다. 나의 경우 식사와 주방일을 담당하고 청소 등 다른 일은 남편이 담당한다. 나는 바깥 모임에 나가는 편이지만 남편은 바깥 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책에 제시된 주장이 과연 나와 남편의 관계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서로 집안일을 나누어서 하는 게 당연함에도 남편 또는 주변 반응은 남편의 가사 참여가 대단한 것처럼 받든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하는 집안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남편의 경우는 가정적이고 헌신적이라는 찬사가 따랐다. 내가 뭔가를 배우기 위해 바깥 모임을 가면 아이를 져버리는 이기적인 엄마였지만 남편이 늦으면 일을 열심히 하고 자기계발에 열심인 사람으로 비춰졌다. 사회 깊숙이 박힌 '모성신화'가 나의 모든 걸 판단했다.

많은 여성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당연시했다. 이 '모성'이라는 허구 속에 감추어진 성차별을 저자는 낱낱이 밝혀낸다.

책을 읽으면서 후련하기도 했지만 답답한 마음 또한 숨길 수 없었다. 미국 또는 다른 유럽에서도 이런 성차별이 깊숙이 박혀있고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변화가 더욱 더디다. 저자는 이 현실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끝까지 부부의 평등을 향해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 은밀하고 달콤한 성차별을 제대로 인식하고 끊어내지 않으면 결코 해결해 나갈 수 없다. 사회는 표면적으로 드러나기에 바꿀 수 있지만 개인적인 은밀한 부분은 여성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더욱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알게 된 이상 전과 같을 수는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변화는 서서히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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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하브루타 - 창의력부터 사고력까지 아이의 공부머리가 바뀌는
김정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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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교수는 유대인 자녀교육 히브루타를 한국식으로 소개한 밥상머리 교육으로 유명하다. 김정진 교수는 히브루타 교육을 응용하여 밥상에서 아이들과 질문하고 대화를 하는 과정 속에 지성,인성 등이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의 두 자녀와의 밥상 머리 교육 사례를 들어 《기적의 밥상머리 교육》 등을 출간하며 히브루타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으며 꾸준히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활동을 펼쳐나갔다.


"한국식 히브루타"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강연하며 소개했지만 히브루타 교육이 한국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음을 고백하는 데서 저자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AI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세계에서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구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 대화가 없이 학원에만 의지하는 교육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변화가 빨라야 하는 교육 분야가 가장 변화가 느리다는 현실에 저자는 한계를 체감한다. 그 한계 속에 어떻게 밥상 머리 교육, 즉 '한국형 하브루타'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 모바일 교육 어플인 '지혜톡톡' 앱과 이 책 『창의력부터 사고력까지 아이의 공부머리가 바뀌는 K-하브루타』이다.

저자가 만든 '지혜톡톡'은 모바일 어플이다. 그리고 책 『창의력부터 사고력까지 아이의 공부머리가 바뀌는 K-하브루타』은 '지혜톡톡' 앱을 사용하여 어떻게 하브루타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도와주는 가이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혜톡톡'앱이 혹시 상업용 책이 아닐까 반문할 수 있다. 단순히 저자의 앱을 사용하라고 홍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혜톡톡'앱은 교육을 위한 무료용 교육 앱으로 저자가 5년 동안 노력 끝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하브루타 앱이다.

나 역시 두 명의 엄마이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점이다. 아이가 묻는 단답식 질문에 대답을 해 줄 수 있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확장해 나가는 대화에는 굉장히 취약하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졌고 토론에 취약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부모가 토론에 약하면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하기가 힘들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저자는 자신과 자녀들과의 실제 사례를 수록하여 이 '지혜톡톡'앱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수록한다.



'지혜톡톡' 앱은 15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다. 각각의 카테고리를 따라 들어가면 여러 가지 사진이 소개된다. 단순한 사진에 멈출 수 있지만 저자는 이 사진들이 어떻게 자녀와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책의 장점은 '지혜톡톡' 앱이 없어도 '지혜톡톡' 앱의 내용 상당수가 수록되어 있어 어플을 깔지 않아도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저자가 자녀들과 대화한 내용을 수록하며 어떻게 대화를 확장시켜 나가는지 나와 있어 부담감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어색했던 자녀와의 관계를 위해 신문을 통한 밥상머리 대화부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달라진 자녀와의 밥상머리 교육을 확인하고 난 후 모든 소재가 히브루타 교육에 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단지 이 '지혜톡톡'앱으 내용뿐만 아니라 신문, 영화, 책, 질문 등을 활용한 핵심 활용법 또한 수록하여 부모들의 부담감을 줄여준다.

코로나로 언택드 교육을 하는 지금, 교육 불평등에 대한 말들이 많다. 학교에서 부담하던 교육의 의무가 오로지 부모의 부담으로 안겨졌다. 이 때야말로 밥상머리 교육이 정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시대에 맞게 교육 또한 변해야 한다. 김정진 교수의 K-하브루타 교육을 해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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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 - 나는 돌아보는 태도의 힘을 믿는다
신소영 지음, 봉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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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의 저자 신소영씨는 잡지사 팀장으로 근무할 때 팀장으로서 사장과 직원의 중간 역할을 감당해야한다는 사명에 충실한다. 팀원들을 존중해주고 사장님 앞에서도 팀원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일도 열심히 하고 좋은 상사라고 자부한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쉽지만은 않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만큼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중재하기란 어렵다.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중간 관리자인 저자에게 최고의 위안은 바로 네 살 아래인 직장 후배였다. 일도 잘하고 자신의 하소연을 잘 들어주는 그 직원은 동료로서 동생으로서 많은 의지가 되어준다.

하지만 저자가 퇴사할 때 슬퍼할 줄 알았던 후배의 반응은 무덤덤했고 퇴사 후에는 연락도 뜸해져간다. 이유를 알 수 없던 저자는 후배에게 메일로 이유를 물었고 후배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사실 저 언니 때문에 힘들었어요."

자신이 좋은 상사라고 자부심을 가져왔던 저자에게 후배의 대답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친하다며 자신의 감정을 화풀이하듯 쏟아냈던 자신을 후배가 버거웠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후배를 위해 상사에게 보고하고 후배에게 생색내는 행동들이 후배를 불편하게 했음을 알게 한다. 자신이 결코 완벽할 수 없음을 저자는 알게 한다.

"사실 저 언니 때문에 힘들었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내 오래된 친구를 떠올렸다. 유치원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가 당연히 평생동안 함께 할 줄 알았다. 세월의 힘을 믿고 내 기분을 날 것 그대로 드러냈다. 오랜 우정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느날처럼 나는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친구는 받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렇게 단 한 마디 없이 그 친구는 나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그 후 나 또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았다. 친구였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나의 무례함이었음을, 나의 경솔함이었음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한 '멘탈 뱀파이어' (기운 빼앗는 사람)이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의 무례한 행동들이, 배려없는 행동들이 오랜 시간만큼 차곡차곡 쌓여 그 친구는 오랜 인연을 정리하기로 결단하게 되었다.


신뢰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한 번의 사건으로 깨지지도 않는다.

꺠질 만한 사건이 여러 번 반복되었기 때문에 깨진다.


나이가 들어가면 친구맺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학교생활과 다르게 직장 생활은 이직하면 연락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이 든다. 여자의 경우는 결혼과 출산 후면 인간 관계가 더욱 좁아진다. 나의 경우 내 핸드폰에 연락처는 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사람을 갈구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뒤로 물러서는 나를 본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 글의 반응이 너무 적어서 걱정이라는 말을 했다. 그 분의 조언은 내 단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셨다.

"먼저 내 글이 남의 반응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남의 글을 읽고 반응해줘야 해요.

그리고 반응해 주는 단 한 사람의 댓글이라도 꼭 대답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나는 사람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오지 않았다. 나는 왜 혼자일까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될 노력 없이 타인에게 강요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의 저자 또한 이 점을 강조한다.


심심하지 않은 비결,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가는 비결은

내가 먼저 ' 그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는 걸.


최근 아는 지인의 성공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책을 출간하고 글을 연재하고 포털 사이트에도 메인으로 뜨며 인플루언서로 성장한 이들의 소식을 접하곤 한다. 축하한다며 박수를 보내면서도 배가 아프곤 했다. 나도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 왜 저 사람들은 잘 나가지? 나 자신을 자책하고 질투했다. 저자 또한 친한 지인인 A의 출간과 베스트셀러 등극 그리고 방송 출연 소식을 들으며 힘들어한다. 시기와 질투로 가득찬 자신의 모습에서 A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 건 A의 성공은 그만한 노력에 따른 대가였으며 자신은 단지 부러워만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자신은 자신의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 속에 비로소 자신의 목표를 향해 팟캐스트와 유튜브 공부를 시작한다.

나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지인들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계속해서 글을 써온 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부러워만 할 뿐이었다. 나는 한다고 생각했는데 주저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게 아무런 성과가 없는 건 당연했다. 뭔가를 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어디론가 갈 수 없음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시기와 질투는 분명 나를 쑤시고 괴롭힌다.

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직면했을 때는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좀 헤매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질투만 하는 것보다는

나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


저자의 솔직한 경험과 비슷한 연령대를 통과하는 사람이라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의 표지처럼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가 책 속에 써내려간 수많은 실수와 후회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걸 저자는 경험으로 깨닫는다. 그 경험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올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인생은 더욱 배울 것들이 많다. 저자 또한 더 나은 관계와 과정을 위해 부단히 배워나간다. 나 또한 비록 오랜 친구로부터 절연을 당하는 아픔 속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이 아픔을 타산지석 삼아 내 인생을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들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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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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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여성의 모습은 서로 적대시하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며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이 주로 비춰졌다. 함께 공존하는 법을 알지 못했고 사회는 그런 모습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연대할 때 우리의 자리가 커질 수 있음을. 생각과 함께 드라마의 역할도 변화되었고 여러 소설도 여성들의 연대가 그려졌다. 단편 소설집 『언니 믿지?』 또한 여성들의 따뜻한 연대를 그린 테마 단편소설집이다.

『언니 믿지?』에는 8명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8명의 작가만큼 이야기 또한 다양하다. 아들에게 모든 걸 바치며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있고 서른여덟의 미혼 나이에 난자가 적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는 여름도 있다. 이혼한 딸을 두고 노심초사하는 엄마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소설집 첫 작품을 수록한 <할머니는 엑소시스트>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철저한 가부장적 사고를 가지며 아들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를 보노라면 이게 여자들의 연대를 그린 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 여성들을 같은 손녀인 자신이 이해하고 품어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지원 작가의 <에그, 오 마이 에그> 또한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결혼하라고, 더 나이 먹으면 아이 낳기 힘들다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한여름의 엄마를 보며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받은 검사에서 난소가 적다는 판정을 받으며 치료를 받으면서 임신을 하며 출산을 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눈에 들어온다.

여덟 명의 작가들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 모두 따뜻하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른다면 김서령 작가의 <언니네 빨래방>이 아닐까? 이혼한 둘째 딸의 이야기를 동네 사람들에게 숨기고 사는 경자는 자신이 중매를 했던 이웃집 딸 은주가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노인들만 사는 시골에 빨래방을 하겠다는 은주의 이야기가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 경자에게 은주는 말한다.

"아줌마."

"저, 도와주세요."

아... 도와주라는 그 한 마디에 경자는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나간다. 은주가 짚어내지 못한 동네 사람들의 특징을 알려주며 빨래방을 시작하는 은주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준다. 그리고 경자의 딸이 집으로 내려와 사업을 하겠다는 소식에 경자가 찾아간 곳은 바로 은주였다.

"은주야."

"네, 아줌마."

"이번엔 니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그럼요. 그래야죠."

도와달라든 말 한 마디에 내 일 마냥 팔을 걷어부친 경자, 그리고 도와주라는 말에 "그럼요"라고 화답하는 은주의 미소, 그들에게 도와달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을 내밀어주고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다.

아들이 제일이라고만 여기는 할머니 세대는 여자가 서로 연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했고 시대가 흘렀지만 직장에서도 여성의 적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깨달은 건 서로 싸울수록 여성들의 자리가 결코 커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라는 연대의식으로 여성의 자리는 점점 커져왔다. 미투 운동에도 함꼐 하는 동료가 있었고 사회는 조금씩 변화되어왔다. 『언니 믿지?』는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 세대부터 지금 세대의 모습을 아우르며 다양한 여성의 따뜻한 연대를 보여준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지금은 비록 깨지기 힘든 유리천장과 편견에 막힌 현실 속에서 연대하는 여성서사가 더 많지만 앞으로는 유리 천장이 없이 더욱 활개치며 개성을 펼치는 여성의 연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소설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활짝 도약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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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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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건을 함부로 던지는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네가 물건을 함부로 하면 얼마나 아프겠니? 소중히 다뤄줘야지."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은 "물건은 말을 못하는대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텔레비전이나 동화 속에서 보이는 물건들이 실제로 말을 하고 감정이 있다면 어떨까? 더구나 보통 물건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면?

SF소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미래의 인공 지능이 사람의 모습과 감정이 있다는 상상하에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제1회 카카오페이지 X 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카카오페이지 특별 선정작인 이 작품은 인공 지능 티스테와 룻의 우정이야기다.

소설은 25년 7일 14시간 전 주인이였던 다비드 훈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공 지능 정찰선 티스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주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우주 시대이지만 지구의 공기는 극도로 악해져 폐병이 최악의 불치병인 시대, 우주 경찰인 다비드 훈의 오랜 동료였던 정찰선인 티스테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다. 정찰선을 교체해준다는 당국의 명령에도 자신의 친구 티스테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다비드 훈은 토성에 순찰 중 딸 피치가 아이 출산한다는 소식에 곧 온다고 약속하며 먼저 지구로 떠난다. 끝내 오지 않는 훈을 기다리며 토성에 버려진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에 의해 감정을 입고 인간 모형을 한 안드로이드로 새롭게 태어난다.

시간은 흐르고 자신을 버린 주인 다비드 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품고 살아가던 티스테에게 훈의 손녀인 룻이 나타난다. 다비드 훈이 위독하다는 사실과 훈이 티스테를 보고 싶어한다며 함께 지구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원망도 컸지만 그리움이 더욱 컸던 티스테는 룻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길 결심한다. 이건 룻의 거짓말이며 티스테를 팔아 엄마 치료비로 쓰려고 한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렇게 룻과 함께 떠난 이들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다비드 훈과 티스테의 추억,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룻과 티스테의 모험과 우정 등이 그려진다. 자신을 버린 주인, 엄마를 치료하기 위해 티스테를 속이는 룻. 티스테는 훈에 대한 원망에 룻을 골탕먹이기도 하고 룻은 어서 빨리 티스테를 팔고 거액의 돈을 받고 싶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함꼐 해야 할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티스테와 룻은 할아버지 다비드 훈의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가르침을 실행해 나간다.

소설에는 시간과 선택이 나온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을 구걸하는 비참한 인생이었던 다비드 훈과 친구 타르, 타르가 거느린 아이 호럼, 그리고 티스테와 룻의 시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인공지능이자 정찰선인 티스테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

결코 자신의 삶을 놓지 않는 삶을 선택하길, 상상만 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버린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보여주는 이 소설은 룻과 티스테가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버림받았던 인공지능 티스테는 과거에서 벗어나 룻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 속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하며 그리워만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룻과 티스테가 그러했듯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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