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
오늘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랜서라고 하면 여유로운 워라벨 생활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안정하고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때론 호기롭게 직장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철없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의 저자 오늘 씨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가는 8년차 프리랜서이다.

그림 에세이로 펼쳐진 작가의 일상은 매우 소소하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호소하는 일자리의 부담감. 스스로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현실은 작가 또한 다르지 않다. 간혹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하는 곳에 열심을 기울이지만 돌아오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쉽게 낙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작가의 해결책은 쿨하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그냥 평균치만 일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지만 자기 탓을 하지만 다시 오늘을 시작하기 위해 일찍 잠을 자는 작가. 너무 멋지다.



부모님들은 아무리 자녀가 성공해도 결혼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딸에게는 더더욱 '결혼'이 인생의 전부인양 채근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결혼. 오늘 작가 또한 그 결혼의 굴레를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엄마가 자신의 프리랜서 생활을 이해해준다한들 미혼인 딸의 일상 기승전결 결혼으로 끝나는 엄마의 소리는 뒤늦게 결혼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한 공감이 된다.



직장에서 동네북 존재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많은 생각 끝에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다. 무작정 펼쳐진 자유와 불안감 속에 생기는 혼돈을 작가는 고백한다. 월급 받는 안정적인 생활도 좋지만 마음을 따라가기로 한다. 목표가 주어지던 조직생활에 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기로 한다.

직장인으로 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잘 붙어 있으라고. 바깥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프리랜서로 모든 걸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일이 재미가 없을 때는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꿈을 꾸고 간혹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이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믿으며 오늘 하루를 버티어간다.



작가의 선택은 간단하다. 바로 '오늘'이 행복한 선택을 하는 것. '내일'이 아닌 '오늘' 하루를 행복하기 위해 저자는 잠을 자고 여행을 한다. 비록 완벽한 성공이 아니다 하더라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저자의 '소확행' 일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하고 지금에 만족해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작가의 그림은 인생이 뭐 별 건 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비록 지금은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행복을 꿈꾼다.

이제 8년차에 들어선 작가는 프리랜서 지망생들을 위한 여러 팁도 제공해주는 친절함 또한 잊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문제. 일거리가 없을 때를 대비하여 평균 5개월의 생활비를 마련할 것과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방법, 프리랜서들이 놓치지 쉬운 세금 납부 등 작가가 좌충우돌 겪었던 경험등을 소개해 주며 지망생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지금 행복해 지는 것임을 작가는 깨닫게 한다. 유한한 인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지금을 즐기는 것 아닐까? 마음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작가는 말한다. 뭐라도 되겠지! 그냥 시작하고 마음을 따라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엄마가 된 후 책을 읽게 되었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여행이 힘들어졌고 취미생활을 할 여유도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유일한 활동이 독서였다. 책을 읽으며 고단한 시간을 버텨나갔고 위로를 받았다. 책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텨나가게 해 주는 약 같은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또한 생애 가장 위험한 시기를 책으로 버틴 사람이 있다. 나에겐 그저 한 순간이였다면 이들은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2차 세계대전의 악명 높은 아우슈비스 수용소에서의 도서관을 지킨 디타 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의 저자 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던 도서관 사서 디타 크라우스의 이야기를 듣고 다큐 형식으로 된 글을 기획한다. 하지만 역사 그 자체만 쓰기에 부족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수용소 안의 분위기와 공포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의 바램은 결국 디타 크라우스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작가가 수집한 여러 자료에 기초한 이 실화 소설로 출간되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말살시키기 위해 세운 악명 높은 수용소이다. 몇 만명의 유대인을 감금하여 가스실로 보내 학살하는 이 거대한 범죄가 매일 일어나던 곳, 죽음이 가까이 있는 그 곳에서 학교가 있었다. 유대인이자 구역장인 알프레드 허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제안하고 뜻밖에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학교가 운영된다. 단 교육은 허용되지 않으며 단순한 놀이만 가능하다. 당연히 책은 이 수용소 안에 존재할 수 없다.

아이가 이 민족의 미래라고 생각한 알프레드 허쉬는 나치의 눈을 피해 아이들 교육을 가르친다. 책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 비밀리에 입수한 단 여덟 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허쉬는 14살 소녀 디타에게 사서가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책을 들키는 순간 목숨이 위험한 이 수용소에서 디타는 위험을 끌어안고 사서의 임무를 수행해나간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이 여덟 권의 책을 빌려주고 보관하는 사서 디타 크라우스의 이야기지만 디타를 중심으로 수용소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그려진다. 나치 장교와 유대인 수용소의 사랑, 유대인의 생체 실험을 진행하는 멩겔르 박사, 나치를 공격하는 비밀조직 레지스탕스, 레지스탕스를 색출하기 위한 나치의 비밀첩자 등 한 수용소에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던 우리의 역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당장 지금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이렇게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특히 정신적 지주였던 알프레드 허쉬가 죽고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가스실에서 죽음을 당하고 난 후 디타를 포함한 많은 유대인들은 회의에 빠진다. 과연 이렇게 배움을 이어나가는 게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이 학교마저도 세계의 눈을 피하기 위한 가림막 장치였음을 알게 된 디타는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만다. 자포자기한 디타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네가 31구역의 사서잖니."

사서.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비록 친구들이 죽어 나갔지만 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임을 그들은 깨우쳐나간다. 공포를 무릎쓰고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상황에 굴복하지 않도록 해 준다. 어떤 희망도 없던 디타와 학교 아이들에게 책은 이 불행의 도피처이자 위로였다. 단 여덟 권의 파손이 심한 책이지만 책이 지닌 의미를 알기에 디타는 끊임없이 책을 보수해가며 책을 빌려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책을 지켜나간다.

도서관은 이제 디타의 구급상자고, 디타는 자신이 웃음을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그 약을 아이들에게 나눠 줄 것이다.

소설은 디타가족이 나치 점령 후 아유슈비츠에 오기까지의 여정과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자세하게 그려놓는다. 특히 어렴풋이 알고 있던 유대인 학살 전모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들에 대입하여 수용소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쌍둥이 생체실험을 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쌍둥이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으로 공감하게 되고 유대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파이와 암거래등은 일제 시대의 밀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하게된다.

인간성이 사라지고 공포와 이기심이 난무하던 그 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책을 지키고 읽고 배운 그들의 이야기는 책 한 권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흔하디 흔한 이 책들이 어떻게 희망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소녀 디타 크라우스가 있었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책은 내게 외로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나의 책에 대한 존재를 뛰어넘어 그들의 희망이었다. 가장 작은 권수를 보유한 가장 작은 도서관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큰 도서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일링 구독 서비스인 「책장 위 고양이」 시즌 2가 출간되었다. 시즌 1에서는 참여한 필진 7명의 저자가 모두 작가였다면 시즌 2에서는 작가 김겨울, 이묵돌, 음악가 박종현, 보통 직장인 제리, 그리고 가수 핫펠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이 모여 '언젠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고양이 , 삼각김밥, 북극, 망한 원고, 후시딘, 눈, 지하철, 버리고 싶은, 게임 등 여덟 가지 주제에 맞춰 그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주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고양이를 떠 올리면 무엇을 떠 올릴까? 고양이를 떠올리는 작가들에게 고양이는 품어주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김겨울 작가의 고양이 알레르기, 그 알레르기를 뛰어넘어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들의 이야기,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박종현 작가의 다짐, 반려견을 키우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찾아온 새끼고양이를 품게 된 핫펠트의 이야기 속에 고양이는 동물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오며 따뜻함을 자아낸다.

반면 삼각김밥은 편의점에서 홀로 때우는 이미지가 연상되어서일까 다섯 명의 작가들은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묵돌 작가는 연인과 헤어져 힘들어하는 친구가 울면서 삼각김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밥에 대한 의미를 복기한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해 주고 싶은 그 마음, 대충 먹는 삼각김밥이 아닌 정성이 들어간 밥과 반찬 속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자고 말하는 글 속에 한 끼의 식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여덟 편의 원고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언젠가, 망한 원고'를 추천한다. 흔히 "망한 원고"를 말할 때 결과물로 나온 글 중 부끄러운 글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은 "망한 원고"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특히 이묵돌 작가와 핫펠트 작가는 '망한 원고'란 없다고까지 정의한다.


망한 원고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147p



'망한 원고'라는 주제가 이런 위로가 될 수 있다니. 그리고 나는 얼마나 많은 망한 원고를 써 왔는지 생각해본다. 머리속에 떠오르지만 옮기지 못한 글들.. 더 이상 망하지 말자고, 빨리 시작해보자고 용기를 준다.

「책장 위 고양이 시즌 1」의 글들에 비해 다양한 필진들이 모여서인지 주제에 얽힌 이야기들이 다채롭다. 이묵돌 작가의 회사 폐업 후 방황에 얽힌 지하철 이야기도 공감이 되고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도록이면 아주 늦게 버리고 싶다는 핫펠트의 글에도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흐뭇해진다.

다섯 작가들의 시즌2가 끝나고 시즌 3의 새로운 작가들이 더욱 기다려진다. 과연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들이 그려질까. 시즌 3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즌 1과 2의 책들을 재독하며 부재를 견뎌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새로운 해를 맞는다. 2020년도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연말을 향해 신나게 달려가고 있다. 올해 가장 큰 이슈라면 단연코 '코로나'일 것이다. 코로나는 전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놓았고 올림픽까지 연기시키며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세상은 바뀌었고 그 변화의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바로 내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시기에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를 예언하기 주저한다.

『2030 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 교수 또한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움을 인정한다. 하지만 마우로 기옌 저자는 먼 미래는 말하기 힘들지만 곧 다가올 근미래 2030년도에 일어날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펜실베니아대의 와튼스쿨 국제경제학 교수이자 글로벌 트렌드 전문가인 마우로 F. 기옌은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으로 2030년대에 일어날 수 있는 8가지 거대한 물결에 대해 설명하며 준비할 것을 조언한다.

저자는 먼저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노령화, 인구 감소, 도시 성장, 기술 혁신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를 설명한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 현상들을 따로 생각할 것이 아닌 이 현상들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2030년대에는 어떤 형식으로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먼저 저자는 미래의 변화를 저조한 출생률에서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급격히 진행중인 저출산 현상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저자는 아직까지 출생률이 거의 변동이 없는 아프리카 또는 남아시아 지역의 높은 출생률이 곧 미래에 소비 세력의 지형 구조가 바뀌게 될 것임을 예측한다.

낮은 출생률은 미래의 노동력의 부재를 예고한다.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국가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한국 또한 출산비와 아동 수당을 지원하지만 역부족이다. 저자는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저출산 현상을 거스를 수 없음을 진단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이민자들의 수용으로부터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민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각국의 조처와 우려에 대한 사실을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진실을 밝혀준다. 또한 노령 인구의 증가로 돌봄노동 수요가 급격한 이 공백을 이민자들을 통해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8가지 변화 중 여성에 대한 변화 또한 흥미롭다. 저자는 높아지는 여성의 교육열과 더불어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회의 변화가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가령 동성 부부, 자발적 피임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들에 비해 수명이 더 긴 여성들이 유산 상속을 받아 부를 획득할 확률도 더 높다는 가능성 또한 제시한다. 이미 금융시장은 여성들에 맞추어 상품이 출시되고 주식 투자 또한 여성들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는 반론할 수 있다. 아직도 유리천장은 건재하며 일과 가사를 병행한다는 건 굉장한 노동력을 요구한다.

저자 또한 그러한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 아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격차가 크며 기혼과 미혼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현상을 인정한다. 그 차이가 2030년대에는 최고점을 그릴 수 있음을 예고한다.

2030년까지 낮은 출생률과

더 높은 교육 수준이라는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 없는 여성, 홀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기혼 여성, 이혼 여성이라는

네 부류의 여성들 간 차이점들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2030 축의 전환』 166p


하지만 여러 장애와 차별을 딛고 일어서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짐을 사회는 인식하고 있고 이미 많은 영역, 정치, 경제 여러 분야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꼬가 트이면 그 이후에는 여성들의 부와 영향력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미래의 가장 큰 소비 세력을 선진국에서는 실버 세대라고 보는 반면 '후진국'과 '낙후한 지역들에서는 어린 세대로 본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노령화는 노인들에 맞춘 소비 전략이 중요하고 아직까지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는 후진국의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이어나갈 세대들이므로 그들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다. 저자가 2030년 변화의 첫 단추로 낮은 출생률을 제시한 것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출생률 차이에 주목하는 건 바로 인구통계 변화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그야말로 완전하게 바꾸고 싶다면

기술적 혁신은 반드시 거대한 인구통계학적

혹은 경제적 흐름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

『2030 축의 전환』 269p


이 밖에도 저자는 기후 변화, 기술 혁신과 새로운 화폐 등 미래를 예측해준다. 누군가는 이 변화들이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이미 심각한 문제이고 기술은 지금도 재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현상들이 야기시킨 결과들을 수평적 기회로 바라봄으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데 있다. 8가지 변화는 각자 따로 진행되지 않는다. 수평적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낮은 출생률은 노년층의 증가를 불러 일으키며 노년층의 새로운 소비 세력을 일으키고 인구 변화는 새로운 중산층을 불러 일으킨다. 이들에 맞춘 새로운 소비와 경제 형태가 일어난다. 그 연결점을 제대로 알아내면 우리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2030 축의 전환』은 바로 그 방향성을 알려준다.

노년 증가에 대한 현상을 일본으로 예시한 부분이 인상깊었고 한국의 사례도 제시되어 흥미로웠다. 특히 여성,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 등은 저자가 미래에 제시한 여성의 밝은 미래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

이제 새해가 되면 2021년을 맞는다. 2030년이 되려면 9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결코 많지 않은 시간이다. 저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종을 울리며 빨리 변화의 흐름에 탈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이 미래를 바라보는 데 방향은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들에게 주말은 없다. 엄마 뿐이랴.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말은 무의미하다. 아이 또는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어제와 똑같은 날이다. 워킹맘인 내게도 마찬가지다. 평일은 회사에 가고 저녁에는 아이를 돌보지만 주말은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매여 있는 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게는 시간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이들이 빨리 자야 서평을 쓸텐데... 시간이 나면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어야지... 하지만 시간은 쉽게 나지 않는다. 책은 같은 페이지를 맴돌고 내 노트북은 커서만 깜빡거리고 있다.

김이설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집안일에 자신을 희생해 온 한 여인의 이야기다. 부모님 집에서 사는 주인공 나는 변변찮은 직업이 없이 조카들 육아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제부의 폭력을 본 후 참다 못해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온 후부터 나는 두 조카들을 맡는다. 군식구가 늘면서 아버지는 경비일을 하고 어머니는 청소일을 한다. 동생은 회계사 사무실과 퇴근 후에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가족들이 출근 후 아이들을 돌보는 일과 식사 빨래 청소 등 모든 일은 나가 맡아서 한다.

육아와 가사에는 퇴근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끝이 없고 매번 반복된다. 매번 닦고 밥을 차리고 씻기는 일이 반복된다. 퇴근이 없는 노동이지만 절대 티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집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밥순이, 집순이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주인공 나 또한 마찬가지다. 집안 식구들을 깨우고 밥상을 차리고 조카를 온종일 돌봐도 바깥에서 일하는 동생만 대우받는다. 심지어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 잠을 잘 자야 한다며 나의 방을 동생의 방으로 바꿔버리고 나를 거실에서 자도록 한다. 집안일 까딱하지 않는 엄마는 매일 출근 전 온갖 집안일을 명령하지만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24시간'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만을 위한 시간. 나에게 집중하고 온전한 휴식을 위한 시간. 엄마가 된 이후 나는 언제나 24시간이 고팠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는 필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를 쓰고 싶어 공부했고 매일 시를 필사하는 밤을 조카들을 돌보며 빼앗겼다. 깨어있는 동안 조카와 집안일에 매여있어야 하는 나의 일상은 더욱 지치게한다. 주인공을 버티게 해 준 필사의 밤들이 빼앗기며 주인공 또한 흔들린다.



자꾸 주인공을 통해 나를 대입하게 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또는 돌봄노동의 당사자로서 쫓기는 시간들, 주인공의 채우지 못한 노트에는 시간에 쫓겨 글을 쓰느라 엉망이 된 나의 글들을, 그 고단함을, 필사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더욱 초조해지며 힘들어하는 날들은 책을 읽으려다 한 장도 다 못 읽고 잠들어버린 나의 날들에 대입해가며 순간 순간 울컥함이 치밀어 오른다.

이 일상 속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동생만을 챙기는 엄마, 엄마는 주인공에게 말한다.

"너도 있으면 가. 안 말려, 아니지, 못 말리지. 내가 뭐라고 네 갈 길 막겠니."

엄마의 목소리는 남편의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시간을 달라고 할 때마다 "쉬어. 내가 언제 못 쉬게 했냐!"라며 말하는 말은 헛웃음만 맴돌게 했다.

많은 엄마들이, 또한 많은 돌봄노동자들은 희생을 강요받는다. 이름 없이 살 것을 요구한다. 아이들을 낳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어머니가 뒤에서 나를 부르셨던 때를 기억한다. "xx애미야." 아이를 낳은 후 나는 내 이름을 잃었다. 자연스레 이름보다 oo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그 생활 속에 누가 자신을 불러도 알지 못한다는 우스개 소리는 이제 일상사이다. 시간과 꿈과 이름까지 잃어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다.

조카 육아와 집안일에 함몰되어 가는 주인공에 무한 공감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짬을 내어 필사하고자 하는 몸부림에 응원을 하게 된다. 내가 힘들어 할 때 나를 응원해주었던 내 주변의 사람들처럼 주인공이 마침내 독립하며 자신의 삶을 찾아 걸어나갈 때 무한 박수를 치게 된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읽고 또 읽는다. 읽으면서 수십 번 주인공에 나를 대입해본다. 시를 비평할 재간도, 필력도 없지만 필사를 하며 버텨가는 주인공과 글을 쓰고 싶어 책을 읽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나를 본다.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갈등하며 초조해했다. 이 긴 시간 끝에, 주인공이 필사를 해 오며 쌓인 문장들 속에 머물지말고 자신의 시를 계속 써내려가야 함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보며 나 또한 남의 글을 읽는 데 머무르지 말고 나의 글을 써 내려가야 함을 함께 알아간다.

첫 장을 읽어나갈 때부터 주인공에 무한 공감을 해 가며 혹시라도 저자가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 책의 해설을 쓴 구병모 작가와 이 책의 저자 김이설 작가 또한 육아로 글 한 편 제대로 읽지 못했던 날들의 고통을 호소한다. 시간이 날 때 쓰는 게 아닌 "쓸 수 있을 때 그냥 쓴다"는 작가의 글은 돌봄노동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그 고단함을 알기에 김이설 작가는 주인공에게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허락하는 결말을 주었나보다. 함께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내자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위로해 주는 글을 아버지의 통화 "주저앉지 마"라는 한 마디로 위로해주었나보다. 다행이다. 주인공이 포기하지 않았듯 나도 포기하지 않으련다. 주인공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써야 겠다고 말하듯, 쓸 수 있을 때 쓴다는 구병모 작가처럼, 오늘 밤에도 써야겠다는 김이설 작가처럼 나도 나만의 글을 쓰련다. 나는 아직 미처 피지 못한 꽃이니까..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