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1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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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설명이 필요없는 추리소설의 대가이다. 스티븐 킹과 또 다른 추리작가 피터 스트라우브가 만나 펴낸 소설 『부적』이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었다. 세 권의 소설이 두 권의 두툼한 시리즈로 탄생한 이 소설은 톰 소여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영감을 얻어 쓰여진 이야기다.

스티븐 킹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피터 스트라우브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스티븐 킹 못지않게 다수의 상을 수상한 피터 스트라우브는 호러계의 고전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부적』은 소년 잭 소여가 아픈 엄마와 함께 도망치듯 쫓겨나간 후 펼쳐진 이야기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동업자인 모건을 피해 도망쳐 온 잭은 비록 어린 나이지만 엄마의 병세가 생각보다 위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호텔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하던 중 아버지의 동업자였던 모건의 전화를 몰래 엿듣게 되고 모건이 어머니에게 잭을 생각하라며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것을 회유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던 잭은 스피디 파커라는 노인에게 이 세상이 아닌 또 하나의 세상 '테러토리'가 있음을 알려주며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세상 '테러토리'로 모험을 떠나 부적을 찾아와야만 한다고 알려준다.


내 말을 들어 보렴.

너는 부적을 손에 쥐게 될 거야. 방랑자 잭.

그것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아,

마치 크리스털 공처럼 생겼단다.

방랑자 잭, 우리의 방랑자 잭,

캘리포니아로 가서 그것을 가져오렴.

하지만 그것은 책임이자 십자가란다.

잭, 그것을 떨어뜨리는 순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단다.


부적이 뭔지도 모른채 엄마를 살리겠다는 절박감에 잭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소설은 1장에서는 잭이 모험을 떠나기 전의 모습과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지는 2부로 나뉜다. 사실 1부는 잭의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라서 다소 읽기가 지루했다. 하지만 잭이 모험을 떠나기로 결정한 1부 마지막과 모험이 시작되기 전 잭의 위험을 예고하는 악의 축인 아빠의 동업자인 모건의 이야기가 막간극으로 그려지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어렴풋이 짐작했던 악의 실체가 막간극에서 실체를 드러내며 앞으로 잭의 모험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한 후 본격적인 잭의 모험으로 인도한다.

잭의 모험은 스피디 할아버지가 준 주스로 현실과 다른 세상 '테러토리'를 공간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흥미롭다. 전혀 다른 세상을 이동하며 시작되는 모험은 결코 순탄치 않다. 자신을 뒤쫓는 모건의 계략이 시작되고 공간 이동한 후 미성년자로서 술집에서 착취노동과 폭력을 당하는 등 잭은 모든 걸 순순히 감당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하는 외로움과 공포가 모험과 함께 버물러지며 모험은 흥미를 자아낸다.

모험과 함께 잭의 과거 속에서 의문을 갖고 있던 주변 어른들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와 동업자 모건 사이에서 이야기

했던 '테러토리'를 떠올리며 이 소설은 과거와 잭의 모험이 하나씩 연계되어 잭은 모건이 어떤 악을 품고 있는지를 드러내게 된다. 잭이 실체를 알아감에 따라 아저씨 모건의 추적 또한 집요해진다.

『부적』은 또한 그 당시의 미국 사회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잭은 자신에게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려준 흑인 할아버지 스피디 파커와 친하다는 이유로 호텔의 종업원에게서 조롱을 받는다. 지금보다 더한 과거에 미국의 인종차별이 만연했음을 종업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잭이 술집에서 일하던 오틀리에의 황량한 모습과 술집에서 비춰진 미국의 모든 깜둥이와 유대인을 이란으로 보내 버려! 와 같은 문구 이주민들의 직업등을 통해 이방인들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현실에서 다시 테러토리로 공간 이동하며 계속되는 잭의 모험은 스릴러와 판타지를 함께 품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잭의 모험은 늑대인간 '울프'를 만나며 또 다른 전개가 시작됨을 예고하며 끝난다. 1권의 모험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잭의 이야기가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케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1권을 읽으면 2권을 안 읽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 1권만으로 결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빨리 2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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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 외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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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은 마흔을 통과하며 나를 지배하는 물음이다. 주변에서 나이값을 하라는 둥, 나이에 맞지 않게 미성숙한 나의 모습은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질문과 일치했고 그 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물음에 답하는 책이 아니였다. 이 책은 내 개인적인 답보다는 이 사회의 구조에서 답을 찾아가는 책이였다. 우리가 어른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의 원인을 "잘못된 권위"라고 말하며 올바른 권위가 필요함을 말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의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임상 심리학자로 한국에서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만성화된 번아웃, 육아의 질 저하, 갈수록 후퇴하는 정치 등 왜 기술은 발전하지만 삶은 개선되지 않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바로 우리 안에 잘못된 권위가 있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의 내용은 내게 다소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고심했지만 부모로서 저자가 진단한 <집단으로서의 부모>의 내용을 위주로 이 책을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정치, 여성, 가정, 육아 등 각 키워드에 맞추어 현상을 설명해간다. 그 중 부모의 입장으로서 읽는 저자의 내용은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뒤집는다. 먼저 저자는 아동심리학자들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교육시스템을 꼬집는다. 먼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가 있다. 많은 육아 프로그램에서 부모가 할 수 없었던 아이의 행동 교정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와의 상담은 몇 달 후에나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는 이 현상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바로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임상학자에게 넘겨버리는 현상이 바로 잘못된 권위라고 강조한다.

심리학자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새로운 권위자가 된다.

학교와 교사는 물론 부모까지도 자신들의 권위를 순순히 넘겨준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의 이런 말은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나 역시 첫째 아이의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상담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더욱 의아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저자는 나의 놀라움에 더 한 발 앞서간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아예 또는 거의 요구하지 않는 일명 '칭찬 육아'는 사실 육아라고 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육아 방식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아이가 나중에 커서 더 큰 문제를 겪을 확률을 높인다.

육아란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상담선생님과 이야기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대답은 바로 '칭찬'을 해 달라는 것이였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칭찬을 해 주라는 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칭찬이 아닌 올바른 훈육의 부재야말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야기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부모 또는 심리학자에게 치중된 피라미드 권위를 수평적 권위로 바꾸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수평적 권위를 강조하며 저자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을 인용한다. 바로 위로 치중된 권위를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심리학자등 집단으로서 육아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의 어릴 적 경험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어린시절 내가 완전한 왼손잡이였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이 나를 윗집 어른께 맡겼을 때 나의 왼손잡이를 보시고 오른손잡이 교육을 시켜주셨다고 알려주셨다. 물론 왼손잡이가 잘못이라기보다 자신의 아이마냥 가르치고 돌보아주셨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부모에게만 치중된 육아로 이러한 집단으로서의 육아는 기대하기 힘들다. 저자는 집단, 모두 함께 의논하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수평적 권위가 주어질 때 아이들이 바로 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수평적 권위는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적 권위또한 남자에게만 치중된 일방적인 권위가 많은 고통을 발생시켰다. 회사에서도 피라밋형 구조는 불투명성, 불공정의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수평적 권위를 확보함으로 투명성과 양방소통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한 쪽으로만 치우친 권위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게 하고 번아웃, 외로움의 원인이 되었다.

피라밋형에서 수평적인 위치에서 올바른 권위를 확립할 것을 주장하는 저자의 글은 이 사회에서 특히 정치와 육아적인 부분에서 공감을 주게 한다. 대통령과 국회, 법원등에 치중된 구조에서 함께 나아가는 숙의 민주주의와 집단으로 아이를 돌보는 구조가 이루어진다면 지금처럼 무기력한 사회를 막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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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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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큰 이슈는 단연코 의료계의 파업이었다. 의료의 공공성 확대, 의사 정원 확대등에 대한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의료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의료인들의 파업은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환자의 죽음을 야기했다. 이 현실에 국민들은 분노했으나 그들은 강경했다. 이 파업에 의대 교수들이 의대생들을 부추겼고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 속에 가장 상처받은 건 바로 환자들이였다. 사람을 살리는 학문을 배우는 그들은 그들 때문에 죽은 환자의 생명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코로나시대, 이 바이러스는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이웃 혐오, 코로나 전염병 환자 혐오가 들끓었다. 무엇보다 취약층에 대한 소외가 극도로 치솟았다. 장기화가 되감에 따라 이 현상은 더 심화됐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신영진 교수는 《퓨즈만이 희망이다》를 통해 풀어나간다.

《퓨즈만이 희망이다》는 한양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영진 교수가 한겨레 신문에서 쓴 칼럼을 엮어 출간한 산문집이다. 성찰, 책임, 자본, 건강, 평화, 경계, 싸움, 희망 여떫 가지 키워드로 쓴 이 책은 이명박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한국과 세계의 의료 정책을 돌아보며 이 때야말로 서로를 향한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책이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과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간다. 3월 4일 오전 현재 사망자 32명 중 7명이 폐쇄병동의 환자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가난하고 병든 외로운 노인이었다. 그들 모두는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죽어서야 겨우 신문의 몇 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가짜가 아닌 진짜 메시아가 이 땅에 온다면 바이러스처럼 그/그녀도 제일 먼저 그들을 찾을 것이다.

환자는 가해자가 아니다. 가해자는 따로 있다.

전염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대통령이자 억대 부자인 트럼프와 영국 수상까지 감염되는 등 모든 이들에게 침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전염병 환자들에 대한 연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너 때문에 내가 피해보았다라는 피해자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완치되었다한들 직장에서의 복귀는 힘들어지고 이웃들은 환자들을 피한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위기의식은 문을 닫게 했고 우리 사회의 취약층인 외로운 노인들이 쓸쓸히 죽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 또한 뉴스 한 토막에 나오는 사망자 수치로만 확인될 뿐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죽음에 무감각해지고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이웃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지금, 우리는 그동안 연결하고 있던 연결 고리마저 끊어내고 있다.

전 지구적 빈곤과 건강 불평등 속에서 한국 사회의 역할,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희망의 메시지 등을 발굴해 내고 이를 구체적인 작업으로 이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함께 건강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건강할 수 없다"는 정신을 그 중심에 두는 작업이다.

코로나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부터 공격했다. 가난은 모든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건강불평등'을 강조한다. 금연도 부유한 사람들의 성공률이 더 높고 의료서비스 또한 비교할 수 없다. 보건소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운영되고 민간자본이 투입된 의료서비스는 부자들에게만 관대하다. 가난한 이들은 의료 사각 지대에서 홀로 고통받고 있다. 저자는 이 '건강불평등' 격차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전사회적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환자 개개인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 사회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내야 모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말한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법정이자에 허덕인다. 철탑 고공농성 노동자들은 아직도 농성중이다. 또한 최근 학교 정규직 선생님들은 자택 근무 등 복지 편의를 받는데 비해 기간제 선생님들은 매일 출근하며 불합리한 처사를 받는다. 이 사회가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나만 건강할 수 없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이 시대, 질병의 치료보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 시스템 확립을 외치며 이에 역행하는 시대의 아픔을 토로한다. 갈수록 수많은 아픈 이들을 양산하는 이 사회 구조가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공격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정치 논리에 의해 가장 먼저 중단되어버린 북한 아이들의 예방접종, 민간자본에 잠식되어가는 공공서비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타겟인 빈곤층 노인들... 그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강하게 외친다. 바이러스가 문제가 아니다. 백신 개발이 정답이 아니다. 바로 이 사회가, 우리의 이기심이 문제다. 그리고 말한다. 이 사회의 모습에 역행하는 길만이 바로 이 건강불평등과 사회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길임을 말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과부하가 걸리는 순간 가장 먼저 망가지는 부품은 퓨즈이고, 점증하는 사회불평등과 '강등된 인류(약자)'의 고난이라는 요소로 구성된 폭발성 혼합물이 현 세기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 확신했다. 이런 약자들이야말로 현재의 모순을 가장 농축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존재이기에 그들에게 답을 물어야 한다.

백신과 같은 치료법보다는 약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약자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만이 희망이다. 더 이상 아픈 이들이 생겨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 소외되고 아픈 이들과 함께 하는 사회만이 정답이고 희망이다.

《퓨즈만이 희망이다》를 읽으며 의료계 파업 행태 속에서 이토록 약자들을 위하는 극소수의 의료진이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면서도 감사했다.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문제는 아픈 이를 양산하는 사회와 우리의 이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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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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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조류학자인 글레디 벤더라가 첫 데뷔작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을 제치고 아마존 작가 랭킹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내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떠오르게 한다. 생태학자인 데일라 오언스가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저자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며 생기를 불어넣었다. 《숲과 별이 만날 때》의 저자 글레디 벤더라 또한 조류학자인 저자의 경험을 되살려 일리노이 주에서 펼쳐지는 자연과 조류의 세계를 이 소설 속 인물들에 매개체가 되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교수님의 산장을 빌려 새 둥지를 조사하는 조 (조애나 틸의 애칭)가 숲 속에 버려진 소녀 '얼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조의 질문에 '헤트라예'라는 별에서 왔다는 소녀는 자신이 다섯 가지 기적을 본 후에야 자신이 왔던 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얼사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경찰에 신고도 하고 아이를 찾는 실종 신고가 되어 있는지도 조회하지만 아이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소녀의 행방에 도움을 찾기 위해 계란 장사를 하는 이웃 게이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게이브 역시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

얼사는 어디에서 왔을까?

얼사의 부모님은 누구일까?

얼사는 정말 '헤트라예'라는 별에서 왔을까?

얼사가 말한 다섯 가지 기적은 무엇일까?

소설은 독자들에게 얼사에 관한 의문점을 끝까지 지닌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조와 게이브 또한 얼사에 대한 정체를 알기 위해 주력했지만 이들은 어느 새 얼사를 중심으로 한 마음이 되어 간다. 그들이 얼사를 서로 양육함으로 서로의 아픔이 드러난다.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겠지만 조와 게이브 그리고 얼사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문제가 서로에게 흠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겐 아픔과 결점이 서로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고 연대가 되어 준다.

왜 소녀 얼사는 조에게 다가왔을까? 이 대답은 게이브가 조에게 얼사를 빨리 경찰에 알려야 한다며 재촉할 때 조가 한 대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엄마와 똑같은 아픔을 겪고 끝까지 사랑하였던 조에게는 그 경험이 정체불명의 소녀 얼사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힘이였다. 조가 아닌 다른 사람이였다면 얼사는 과연 끝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조가 아니였다면 얼사는 다섯 개의 기적을 볼 수 있었을까?


《숲과 별이 만날 때》는 각 인물들의 아픔이 드러나며 그 안에 또한 숨겨져 있는 비밀이 드러나며 읽는 이들을 또 다른 이야기장으로 인도한다. 그 비밀 속에 서로 찢겨져 있던 아픔들이 결국 숲과 별이 만날 때 비로소 온전히 드러나고 하나가 되어 간다. 단순히 빨리 돌려보내야 할 아이로만 생각했던 얼사가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면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전함이 아닌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임을 알게 해 준다.

소설은 얼사에 대한 의문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후반부로 갈수록 얼사에 대한 의문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조와 게이브 그리고 얼사가 만들어가는 이들의 연대가 더욱 빛을 발하며 후반부를 힘있게 끌고 나간다. 이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화려한 조류들의 이야기와 자연은 이 세 명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리고 혼자라고 느낄 때 이 소설은 나 자신부터가 남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격려해준다. 그 사랑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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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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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한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주6일에서 5일로 바뀐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쉼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주말에도 사람들은 끊임없는 활동을 지향하고 몸과 마음이 쉬는 휴식을 게으름인양 지양한다. 이러한 활동 속에 사람들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쉬는 방법이 잘 못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휴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쉬는 휴식법 또한 우리에게 필요하다.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신작 《잘 쉬는 기술》은 자신에게 맞는 휴식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휴식법 설명서이다.

《잘 쉬는 기술》은 저자 클라우디아 해먼드가 진행하는 두 개의 BBC 라디오 프로그램 <마음의 모든 것>과 <건강 체크> 프로그램에서 현재 휴식 시간과 이상적인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활동에 관한 "휴식 테스트"를 설문조사한 결과 나온 상위 10위의 활동등에 관한 설명서이다. 135개국에서 총 1만 8천 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과연 참여자들은 어떤 활동을 최상의 휴식이라고 답했을까?



이 설문조사에서 독서가 1위를 차지한 놀라운 사실과 상위 5위 안의 휴식이 타인과 하는 활동이 아닌 혼자 하는 행위임에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위부터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며 각 휴식에 맞는 연구 결과와 휴식법을 하나씩 설명해간다.

저자는 먼저 수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이 이루어졌지만 정작 휴식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좋은 수면의 중요성은 강조되어 왔지만 좋은 휴식에 대한 중요성은 가려져 있는 현실을 통해 우리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10위를 기록한 마음 명상부터 그동안 이루어졌던 연구 결과와 그에 대한 반박 또는 어떤 사람에게 이 휴식이 알맞는지 또는 해로울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행위의 유익보다 어떻게 휴식이 되어 줄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가령 텔레비젼을 생각하면 보통 학자들은 바보 상자라고 비하하거나 또는 단점만을 강조한 연구 결과가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 텔레비젼이 외롭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외로움을 잊게 해 줄 수 있으며 프로그램을 함께 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휴식처라고 말한다.



학창시절, 텔레비젼 드라마를 본 후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배우를 이야기하며 다음 내용에 대한 설렘을 이야기했던 경험 모두 한 두 번씩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프로그램을 봄으로 감정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됨은 확실하다.

물론 이 텔레비젼에 대한 환상도 있지만 저자는 시청 기간이 길수록 나타나는 악영향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적절한 시청 시간을 찾는 균형을 찾아가야 함을 강조해준다.

《잘 쉬는 기술》은 이 10가지 휴식이 각자 독자적인 활동인 듯 보이지만 서로 연개되어 있음을 알게 해 준다. 가령 휴식 8위를 기록한 잡념의 경우 이 잡념이 1위를 기록한 독서를 통해서도 가능함을 설명해주며 일거양득의 휴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설명해준다. 또한 3위인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2위인 자연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을 설명해주며 각자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적인 휴식 1위가 "책을 읽는 시간"이라는 사실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외일 수 있게 한다. 또한 독서를 연구한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독서'는 뇌를 쉬게 하기는 커녕 활발히 움직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의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독서는 휴식이라고 하기에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가 휴식이라는 사실에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엄마가 된 후 육아에 지친 내게 돌파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공간에 제약이 있는 내게 유일한 돌파구는 책읽기였다. 책은 이 상황을 벗어나 다른 상황으로 나를 데려가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해 주며 때론 나를 위로해 주고 울리게 했다. 때때로 잡념도 허용하게 해 주며 공상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활동이였다. 저자 또한 이 독서의 힘을 몰입과 잡념 그리고 친구가 되어 주는 이 장점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이 휴식법을 따라가다보면 때때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텔레비젼에 대한 부분에서는 친구와 함께 즐겁게 감상을 떠올리던 기억이 생각나고 자연의 회복력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즐겨 놀던 외가집 뒷동산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에 된다. 목욕 또한 홀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발을 담그며 잠시나마 쉼을 얻는 등 휴식을 취해 본다.

모든 휴식 중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휴식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을 찾았다면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어야 우리는 제대로 쉴 수 있다. 《잘 쉬는 기술》은 휴식을 강조하지만 무조건적인 휴식보다는 올바른 휴식을 찾을 수 있도록 각 장단점 또한 함께 설명해줌으로 잘 쉴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호소한다. 이 때야말로 우리에게 올바른 휴식으로 재충전을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데로 한 번씩 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쉼에 대한 유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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