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게일 캘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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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에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가정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에세이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의 저자 게일 캘드웰은 과연 어떠한 것들을 자신의 인생에서 반짝거림으로 표현했을까? 무엇보다 이 책의 부제처럼 '무례한/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것들이 바로 특별한 여성들의 우정과 성장이라는 사실에 끌렸다.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의 저자 게일 캘드웰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로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수 많은 책을 저술했지만 국내에는 이 책 이외 <먼 길로 돌아갈까?>라는 책만 출간되었을 뿐 한국에는 낯선 작가이다. 저자의 옆 집에는 다섯 살 소녀 타일러가 산다. 소녀는 작가의 반려견 튤라에게 푹 빠져 매일 작가의 집을 찾는다. 70대 작가와 꼬마 소녀 타일러와의 우정이 쌓여 간다. 작가는 그 즈음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글을 쓰며 다른 30대 이하의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이를 떠나 자신의 글에 공감하며 닮아 있는 그들을 통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로 나누기 위해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을 써내려갔다.

작가는 1951년생이다. 페미니즘이라는 개념도 성립되지 않았던 시기, 여성들에게 체육 활동도 허용되지 않았던 그 시기에서 태어난 게일 캘드웰은 이 책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는지 써내려간다. 처음부터 저자는 '여성운동'이 자신을 지켜주었음을 고백한다. 그 당시 가장 전통적인 결혼과 모성이라는 전통적 여성의 길이 아닌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자신의 과거를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여성 투쟁은 어렵게 얻어낸 것이었다.

여성들은 화를 내면화하다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얌전하고 친절하게 구느라 권력을 쟁취할 수 없다는 생각처럼,

너무도 쉽게 이론같이 받아들여진 관념들을 바꾸기란

잔인하리만치 힘들었다.


얌전하게 살 것을 강요받고 남자보다 덜 먹도록 길들어지고 여자끼리 미워하고 두려워 하도록 강요받던 그 당시 저자는 대학에 들어간 후 밤길 되찾기 운동 및 강간 또는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안전해 질 권리를 위해 싸우며 외친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고 항의한 여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여자들이 차량 정비공, 축구 선수 등 꿈을 꾸는 데 제약이 없을 수 있었음을 저자는 설명해간다.

특히 저자가 학생 시절 헤어진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안 이후 불법낙태를 위해 멕시코로 가서 수술한 경험은 그 때 당시로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아이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물론 이 사실에 도덕성을 따질 수 없겠지만 상황이 아닌 작가의 의지에 따라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있어 저자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

성추행 전력이 있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이 된 후 저자는 분노와 무력감을 책 곳곳에 표현한다. 여성운동에 참여했던 작가의 이력과 여러 남자들로부터 데이트 폭력, 성추행등을 겪어 본 피해자이기도 한 저자는 여성들이 이 트럼프의 행동에 침묵하는 것에 대한 허무함을 표출한다. 저자가 편집자 또는 기자로 일하면서 인터뷰한 유명 남자 작가를 취재하다 노골적인 성추행을 당한 일, 데이트 폭력으로 강간을 당하거나 성추행이 빈번이 겪어야 했던 저자는 침묵이 결코 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마흔을 넘기고 나서야

그때 했으면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몰라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에서야 진짜로 내뱉어 본다.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은 결국 여자이기에 포기해야 했던 그 때 여성성을 깨뜨리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던 여성운동으로 새겨진 그녀의 삶이었다. 얌전해라, 격에 맞게 생활해라, 순종, 모성, 결혼과 같은 기성관념을 거부하고 담배, 마리화나,스포츠 등 여성으로서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기억들이었음을 고백한다. 사랑했던 친구 캐롤라인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계기도 제한되었던 스포츠를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자살한 가족이 있는 저자의 가족력에도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강한 꿈이 있었기에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저자의 어머니가 저자에게 저자 또한 삶을 놓아 버릴까 봐 두려웠다는 말에 답한 저자의 반응이였다.


엄마, 나는 절대로 삶을 놓아 버리려고 한 적이 없어요.

절대로, 최악으로 치달은 날에도, 내겐 이곳이 중요했어요.

내가 북동부에서 첫해를 보내며 다락방에서 술에 취해 상심했을 때도,

관심이 있던 모든 것에서 소원해졌을 때도,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큼은 붙들고 있었으니까요."

다른 모든 이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도, 이 세상에 계속 머물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걸 찾아서 붙들어야만 한다.


저자의 이 글을 읽는 순간 오늘 아침 강남순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떠올랐다. 미국의 Texas Christian University 대학교수인 강남순 교수는 자살로 세상을 떠난 학생의 부고 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 이 절망의 시대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의 행복을 지켜내고, 만들어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결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조우해야 절망의 늪에 침식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저자 게일 캐드윌에게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이 저자가 침몰해 있을 때에도 항상 붙잡아 주었다. 그리고 저자와 강남순 교수는 바로 모두가 힘든 이 시대에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걸 찾아서 붙들라고 이야기한다.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은 결국 나를 나답게 해 줄 수 있는, 나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저자에게는 여성운동으로 되찾은 자신의 삶이였고 다른 여성들과의 우정과 연대였으며 작가로서의 꿈이였다. 그것들이 바로 지금까지의 무례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의 삶 속에서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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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미야시타 요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아토포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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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족에게 만약 내가 회생불가능하다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고 말한다. 그렇게까지 목숨만 유지하는 모습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을 때 가족들은 말한다. 그건 가족이 판단할 문제라고. 그러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결정하는데 왜 본인의 의사보다 의료진과 보호자의 선택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나는 납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논란중인 가장 적극적인 죽음 방법인 안락사 또한 이 점에서 항상 많은 질문을 낳고 있다. 과연 우리는 안락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 안락사가 죽음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일까? 《11월 28일, 조력자살》은 안락사를 이룬 일본인 고지마 미나씨의 안락사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11월 28일, 조력자살》이라는 제목에서 사람들은 이 날짜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미야시타 요이치의 책 <안락사를 이루기까지>를 통해 일본에 안락사의 현장을 취재한 르포르타주 출간했다. 그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 중 진지하게 안락사를 희망하는 여성 다계통 위축증 환자 고지마 미나씨와 말기암 환자인 남성 요시다 준씨였다.


다계통 위축증은 소뇌의 변이로 몸의 근육기관이 마비되는 병이다. 구음 장애가 발생하고 다리가 꼬이며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결국 자리보전해야만 하는 신세가 되는 이 병은 유효기간이 없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 암과 달리 10년 아니 20년이 갈지도 모른다. 다계통 위축증 병을 확정받은 후 고지마 미나씨는 의사에게 말한다.


"은근히 골탕 먹이는 병이네요? 시한부 선고보다 더 잔혹한 것 같아요."


미나씨의 말에 의사는 대답한다.


"잔혹하다고 느끼는 마음은 알겠지만, 금방 죽지는 않는 병이니 안심할 수 있지 않나요? 애초에 일본인 여성의 평균 수명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환자 분 연령이라면 어지간하면 앞으로 20년은 살 수 있어요.

일단 금방 죽지 않는다는 걸 기뻐하세요."


의료진들은 그녀에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둔감하다. 독립심이 강했고 아동 교육에 뜻을 품었던 고지마 미나씨는 고향 큰 언니집으로 내려와 생활한다. 그리고 급격하게 나빠지는 그녀는 이제 대소변도 제대로 못 받고 언니의 간호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목숨만 보전하는 삶, 이 고통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함으로부터 그녀는 자살 시도도 하고 안락사를 시행하는 단체 스위스의 라이프써클에 가입 신청을 밝힌다.

또 다른 희망자 요시다 준씨는 말기암 환자로 더 큰 고통이 오기 전에 죽음을 희망한다. 가족과 원만한 관계가 아닌 요시다 준씨는 치유 가능성 1퍼센트로 생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그는 안락사는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되도록 통증이 없는 상태로 생활하다가 수명을 다하고 싶었어요.

삶의 질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절차도 복잡하고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스위스에 가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요시다 준씨도 고지마 미나씨도 더 늦어지면 스위스에 못 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초조해진다.


《11월 28일, 조력자살》에서는 이 두 명의 이야기와 함께 과연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그리고 현재의 의료기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먼저 안락사를 희망하기 전 여러 방법을 충분히 알아보고 있는지 그리고 왜 안락사를 이루고자 하는지 진지하게 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안락사가 이루어지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저자는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도 이 안락사가 허용되기까지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친 역사를 거쳐왔음을 강조한다. 죽음에 대한 논쟁을 피하지 않고 왜 안락사, 조력자살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에 끊임없이 논의해왔고 대안의 선택이 없는 막바지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안락사가 끝내 허용되었음을 말한다.


그에 비해 일본은 한국과 같이 엄격하게 범법 행위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토론 또한 정치권에서는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 암환자면서 안락사 법제화를 찬성하는 하시다씨도 그리고 고지마 미나씨는 말한다.




한국 또한 안락사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이 책을 읽은 후 기사를 검색해보니 한국에도 안락사를 행한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찾았다. 생명은 귀하다라는 건 엄연한 진리이다. 하지만 그 진리 앞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암암리에 함구되어 왔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니 당연히 죽음 또한 말할 수 있어야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서야 죽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멈춰서 있던 문제 앞에 죽음에 관한 이슈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이 책은 안락사를 찬성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에게 안락사를 절대 권하지 않는다. 책에서 저자가 만난 고지마 미나씨와 요시다 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저자는 안락사가 법제화될 경우 죽음을 조장하는 길이 될 수 있음 또한 우려한다. 그 대신 죽음에 대해 정확히 알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를 그렇기 위해서는 의료진, 환자, 그리고 정치권등 활발한 토론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임을 이야기하며 성인의 80%가 찬성했다는 설문 조사를 보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마 저자는 이 책이 또 하나의 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직감할 것이다.


저자가 취재했던 환자들은 말한다.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 사회에 조그마한 돌멩이를 던지고 싶었다고. 멈춰서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죽음은 의료진이나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국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듣고 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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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 걷는사람 소설집 2
이경자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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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세끼 챙겨주는 것 가지고 더럽게 힘든 척 하네."


위의 인용구는 책의 등장인물의 대사가 아니다.

바로 나와 살고 있는 남편이 2주 전 내게 한 말이다. 코로나로 아이들 육아에 힘들다고 말할 때의 남편의 반응이다.

부끄럽지만 내가 이 남편의 말을 고백한 건 바로 이 말이 1992년에 출간되었다가 2020년에 개정되어 재출간된 소설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의 맥락과 같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건만 10년이 훌쩍 넘어 20년이 지났건만 과연 여자들의 현실은 얼마만큼 변했을까 라는 질문 속에 이 단편소설은 출발한다.

앞에서 밝혔듯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1992년에 출간되었던 이경자 소설가의 54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도 몰랐던 시기, 가부장적 사회제도가 정점이었던 1990년대 저자는 여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의 현실은 매우 거칠다. 저자는 다듬지 않고 그 때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다. 아들을 낳기 위해 별일을 다했건만 아들이 아님을 확인받는 순간 거침없이 낙태수술을 받는다.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미묘한 갈등, 워킹맘이건만 아내에게만 가해지는 집안일 등은 때론 읽기 불편할 정도로 생생하다. 또한 여직원을 이름이나 직급이 아닌 '미스 리' '미스 한'이라고 부르고 결혼한 여직원을 배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진다. 이런 성차별적인 언어를 내뱉는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지도 못한다. 소설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는 건 여자들 뿐이다. 잘못을 모르는 상대방은 문제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짐은 여자에게만 지워진다. 그렇게 저자는 각 짧은 이야기들을 마무리짓는다.

소설 속 여자들은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당신은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제주도를 가는 세상에 살지 않아요?

당신의 아내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해요.


제발 시대도 변하는 만큼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1992년의 질문을 2020년도에 다시 질문해본다.

과연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사회는 얼마만큼 변했을까? 물론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여성들 살기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여자들이 대학가고 아이 낳고도 직장에 다닐 수 있게 법적으로 보호해주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는 처지에서도 여전히 육아의 짐은 여성에게 주어진다. 집안일은 여자가 주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밥 세 끼 차려주는 노동의 가치를 우습게 아는 남편의 태도가 1992년도에 비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군대 가기 전 마음에 드는 여성을 잡기 위해 일부러 동침할 것을 자연스레 권하는 남성들의 조언은 여성의 몸을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그 때 당시의 인식과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폭력과 여성혐오와 비교했을 때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계속 질문한다. 과연 이 사회는 나아졌는가? 여자들의 세상은 좋아졌는가?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질문 앞에 직면하게 한다.

《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는 분명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짧은 소설집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여성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바로 우리 인간의 가식과 추악한 면을 폭로한다. 병원 환자 방문 생색내기 봉사를 하지만 치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환자와 사진 찍는데 열심인 그들의 모습, 가난한 사람을 돕는답시고 탁아소 봉사를 한다지만 필요한 물건이 아닌 쓸모 없는 물건 또는 '헌것' 따위 재고처분용으로 기부하는 이웃의 모습등은 우리 인간의 가면을 벗겨준다.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비싼 물건을 사면서 시장에서는 기를 쓰고 물건값을 깎으려는 여자의 행동에 시장 상인 할머니는 촌철 살인을 날린다.


콜라값은 한 푼 못 깎는 것들이 …


1992년도와 지금은 달라졌는가?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간다.

아니오. 나는 이 질문에 남편이 나를 향해 던진 한 마디로 대신한다.

"밥 세끼 챙겨주는 거 가지고 더럽게 힘든 척 하네."

십 년은 강산도 변한다지만 아직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 달라졌습니다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선 대체 몇 번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씁쓸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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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오바마 - 전설이 된 두 남자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정치 로맨스
스티븐 리빙스턴 지음, 조영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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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이제 조 바이든과 트럼프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독불장군 트럼프를 꺾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까지 나는 조 바이든이 대선후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오바마 시절 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조 바이든을 알지 못하지만 부통령 시절의 그의 이야기를 통해 향후 미국의 추세를 알고 싶은 궁금한 마음에 《바이든과 오바마》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표지 속의 인물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재직시의 모습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백인 부통령의 모습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바이든과 오바마》의 저자 스티브 리빙스턴은 <워싱턴포스트>의 논픽션 도서 편집자와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내셔널 해럴드트리뷴>에 기자 출신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취재한 오바마와 바이든의 파트너십과 우정과 그의 재직 시절의 모습을 통해 바이든 당선 이후 미국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제목에서 보여지다시피 이 책은 두 정치인에 관한 책이다. 먼저 오바마가 상원의원 당선 후 청문회에서 마주친 바이든에 대한 오바마의 첫 인상을 소개한다. 쉴새없이 질문하고 말하는 바이든의 모습을 보며 오바마는 말한다.

" 세상에, 그 양반 정말 말 많더군."

말 많은 양반 조 바이든. 오바마의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말이 많은 바이든은 그 후 자신의 말로 수많은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고 공격하기 좋은 표적이 되기도 한다. 저자 스티븐 리빙스턴은 바로 이런 조 바이든의 약점으로 그를 설명해간다. 그리고 그 약점이 어떻게 오바마와 바이든의 관계를 점차 공고하게 해 주었는지를 차례 차례 설명해간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초선 시 아내와 막내 아이를 잃은 슬픔을 함께 지켜내 준 동료 상원의원들로부터 위로를 받은 후 상원의회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입지는 외교 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나간다.

이에 반해 혜성처럼 등장한 오바마의 모습은 마치 노무현 전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흑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제시한 그의 모습에 열광하는 미국인의 모습은 기득권에 찬 정치인에 지쳤던 한국인들이 노무현에 열광했던 지지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든과 오바마》에서는 정치 입문부터 다른 그들의 차이점 속에 대중적 관심 속에 새로운 대권주자로 떠오른 오바마와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르지 못한 조 바이든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정치를 잘 알지만 새로움을 기대할 수 없는 조 바이든에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드디어 경선이 끝나고 오바마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고심 끝에 조 바이든을 부통령 러닝 메이트로 함께 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오바마가 지적한 조 바이든의 첫 인상이였다는 점이 인상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말이 많고 말실수가 잦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점을 단점이자 장점으로 평가하며 바이든에게 손을 내민다. 솔직함, 거짓이 없는 조 바이든. 술수가 가득한 정치 세계에서 오바마는 그 점을 높이 평가했고 또한 자신의 짧은 정치 경력을 메워 줄 파트너로 조 바이든을 지목한다.

사실 부통령은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이다. 나 역시 조 바이든이 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상원에서 인지도가 높은 그가 부통령을 받아들이기 위한 바이든의 제안은 그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명목상 부통령의 자리가 아닌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하고 회의에 동석하는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요구하고 오바마는 이에 흔쾌히 동의한다.

이 책에는 조 바이든의 말실수가 빈번하게 나오며 한 때 오바마와 바이든의 관계가 위험할 뻔한 에피소드 등을 들려준다. 그의 약점으로 백악관은 곤경에 빠질 때도 있고 언론은 그 점을 잘 이용한다. 이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과연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하지만 이 약점을 뛰어넘어 외교 안보 전문가인 조 바이든과 대통령인 오바마가 서로 시너지를 얻으며 협력하는 모습은 새로운 부통령상의 모습과 정치가들의 연대를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의 민감한 이슈인 인종 문제에 있어서도 스스럼없이 함께 하는 흑인 대통령과 백인 부통령의 모습으로 그들은 미국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주었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모습만으로 화합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은 오바마의 대통령 자유 훈장 수여라는 감동으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바이든과 오바마》는 이 두 정치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인들의 피말리는 기싸움 및 공격할 거리를 찾는 언론의 모습등을 통해 미국 정치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만약 조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고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오바마 시절 재직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게 해 준다. 다만 아무리 오바마와 실질적인 파트너십으로 행정을 꾸려왔다해도 대통령보다 부통령인 그의 역할은 미미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영화 또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 본다. 바이든의 가족이야기, 그리고 노련한 정치가와 풋풋한 정치 신인이 연대해 가는 과정이 영상으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될까? 이 책을 통해 조심스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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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이일영 외 지음 / 지식공작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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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나는 '시민'에 나를 대입했다.

나름 페미니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박원순의 성폭행 사건'은 혼란 그 자체였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진보인사들 사이에도 박원순 사건은 양측으로 갈라졌다.

비록 그의 마지막 행보가 매우 실망스럽긴 하나 그의 죽음에 대한 추모가 먼저라는 입장과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속히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피해자 연대 측의 주장은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그 혼돈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입장을 내세우면 다른 쪽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야했다. 이 상황 속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생각을 말하기보다 침묵을 택했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은 멈춰 버린 진실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고 생각을 나누며 그대로 멈춰 서지 말고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하는 기획으로 제작되었다. 처음 이 책은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일지>부터 가장 최근의 진행상황부터 시작하여 역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박원순 -> 문단계 미투 -> 안희정 -> 스포츠 -> 문화계 등 사건의 발생과 진행 상황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되어 한국 내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발달되어 있는지 독자의 이해를 돕게 해 준다.



이 책의 기획의도에 동의하고 참석한 이일영, 이인미, 이재경, 도이, 황인혁 다섯 명의 인사들로 이루어진 이 토론에서는 이 다섯 명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초대되었으나 거부한 사람도 있음을 밝힌다. 참석한 이 분들 또한 주변의 만류와 많은 고심 끝에 참여했음을 말하며 쉽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왜 이 사건에 대해 토론자들은 고심해야 했으며 지인들은 왜 굳이 나가고자 했을까?

바로 박원순이라는 상징성과 죽음 때문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쁜 인간이었다면 이 사건은 입장을 쉽게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며 여성 문제에 대한 인권변호사이기도 했던 박원순의 진실과 죽음 앞에서 그를 옹호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 그리고 침묵을 지키는 쪽으로 갈라졌다. 한 쪽이 이야기를 하면 다른 한 쪽이 맞받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침묵했다. 박원순의 죽음과 침묵 앞에서 이 사건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에서 모인 다섯 명의 토론자들 또한 이 부담감과 그래도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 앞에 무거운 발걸음을 하고 토론에 응했다.

하지만 이 다섯 명의 토론자들은 해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리고 이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 속에 이들의 토론은 앞부분만을 차지할 뿐이다. 다만 토론자들은 박원순 사건으로 갈라진 현 상황과 왜 진보라고 칭하는 정치인들 사이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예명을 쓰며 참석한 도이씨는 비서실에 근무했던 경험을 통해 안희정, 박원순 비서실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그 위계의 무거움을 토로하며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변호한다. 또 다른 연사는 처음에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박원순 전 시장이 정치의 옷을 입은 후 달라져가는 권위적인 모습을 비추어간다.

무엇보다 정의를 위해 헌신했지만 젠더 평등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진보 정치인들의 괴리 또한 연달아 발생하는 이 사건의 이면을 짚어 준다.

토론자들은 이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의 양분화를 가장 우려한다.

박원순의 죽음 앞에 갑자기 멈춰버린 이 진실은 진실 추구를 주장하는 측을 매정하다고 비판하고 추모하는 쪽은 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받는다. 서로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들의 논쟁만 있을 뿐 토론은 멈춰버렸다. 이에 대한 토론 없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걱정하며 극복하기 위해 어렵게 토론을 이어나간다.


이 문제가 복잡한 이유가

죽음이라는 너무 큰 장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잖아 라는 논리 앞에서

이야기는 멈춰버린다.

떼어놓고 보고 싶은데,

미투 사건은 미투 사건이고 공을 추모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에서는 이 진실에 반응하는 세대간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의 이면에 드러난 사회혐오 등이 있음을 밝혀준다. 결코 이 사건이 젠더 사건으로만 묻히는 것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박원순 사건을 시작으로 안희정 사건과 여러 미투 사건의 진실과 법정 판결문을 함께 기록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철저히 보여준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은 답을 말하지 않는다. 참여한 다섯 명의 토론자들 또한 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앞에 보여지는 이 진실을 뛰어 넘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서로 마음을 열어 놓고 토론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보자고 이야기한다. 침묵을 깨자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침묵 상태만을 고수할 수 없다. 말해야 하고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이 책의 기획 또한 많은 시민들의 침묵 상태를 깨고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이유이다.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침묵이 아니고 비판을 위한 토론이 아닌 개선을 위한 토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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