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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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한 때 많은 매니아를 열광케 했던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질투, 우정, 경쟁 속에 묻힌 여고의 비밀을 호러로 풀어낸 영화는 영화꾼 사이에 화자되곤 했고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명문여고 구드 학교의 기숙사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의 저자 J.T. 엘리슨의 이력은 독특하다. 정치,외교학과로 유명한 조지워싱턴대학교 석사학을 취득한 저자는 백악관과 상무부에서 근무하다가 저자의 오랜 소망인 스릴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테일러 잭슨>시리즈로 명성을 얻고 이제 자신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상류층들의 특징을 대거 반영하여 명문 구드 학교 여학생들에 반영한 《착한 소녀의 거짓말》을 출간하였다.

소설의 첫부분은 가장 안전하고 명문 아이비리그의 지름길로 불리우는 명문 여학교 구드 학교 교정 입구 철문에 여학생의 시신이 매달린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은 소녀를 확인한 학생들은 소녀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애쉬. 애쉬.애쉬. ​

애쉬의 죽음으로 강렬한 도입을 알린 후 소설은 애쉬가 처음 구드학교로 왔던 때로 다시 시작한다. 영국에서 부모님을 잃고 전액장학금으로 미국 구드학교로 전학 온 애쉬는 절대 자신의 입장을 남들에게 발설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비밀유지를 약속받는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굳건히 여학교를 고집하며 여성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포드는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꿈을 유보한 채 집안의 가업인 구드 학교의 학장을 맡고 있다. 포드 학장은 이 독특한 이력의 학생 애쉬 칼라일을 유심히 지켜본다.

애쉬는 터키 주재 대사를 아버지로 둔 카밀 섀넌과 룸메이트로 배정받게 되고 첫날부터 졸업반 선배인 베카의 주목을 받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친구 또는 선생님에게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하지만 오히려 더욱 관심대상이 되는 애쉬는 점점 불안해진다.

어느 기숙학교든 그런 전설 몇 개쯤은 있지 않아?

필수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지.

학교는 모름지기 어두운 과거가 좀 있어야 하고,

귀신도 나오고, 끔찍한 비극도 몇 개 있어야 해.

너도 책에서 읽었을 거 아니야.



애쉬의 동급생 파이퍼가 애쉬에게 학교에서 조심할 곳을 당부하는 파이퍼의 조언은 바로 이 구드 학교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예측하게 한다. 구드 학교의 어두운 과거, 귀신 그리고 끔찍한 비극이 이 소설에 펼쳐질 것을 독자에게 예고하고 기대하게 한다.

소설은 각 소챕터마다 인물의 시점이 바뀌며 전개된다. 상류층을 많이 만나 본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각 인물들의 위선과 비리를 이 구드학교의 학장을 비롯해 학생들에게 투영시킨다. 주인공 애쉬를 포함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의 비밀이 양파껍질을 벗기듯 펼쳐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카밀, 너마저.." "너까지!" 라며 각각의 비밀이 드러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이 소설의 묘미이며 누가 범인인지를 종잡을 수 없게 한다.

각 챕터마다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나고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며 독자를 휘어잡는 이 소설은 이제 범인이 밝혀졌다고, 끝났다고 생각할 때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하는 마지막까지 가장 강렬한 반전을 선사해준다.

책 소개부분에서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학원 스릴러"라는 부분은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에서 소설가가 되기를 원했던 포드 학장의 모습은 스릴러 작가를 꿈꿨던 작가의 모습을 투영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여학생들의 시기, 질투, 경쟁등의 심리를 적극 반영하여 더욱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사건을 끌지 않고 긴박감 있게 펼쳐져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다. 한 번 읽으면 절대 끝을 봐야만 하는 강렬한 소설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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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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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스릴러의 계절이다. 여름에 맞춰 다양한 추리 소설들이 출간된다. 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소설들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심리 스릴러가 대부분이다. 수십권씩 쏟아지는 이 같은 형태의 소설들과 달리 독특한 소재의 미스테리 소설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 어떤 분의 소개로 《그 환자》를 읽게 되었다.

소설 《그 환자》의 저자 재스퍼 드윗은 필명으로 자신의 본명과 신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베일에 감싸인 저자의 배경, 출발부터 이 책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그 환자》의 첫 페이지는 이 소설이 어떻게 소개될 수 있었는지 소개해 준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퍼지던 괴담과 달리 전문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 MDconfessions.com에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이야기의 시작은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소설의 주인공 파커는 정신과 의사이다. 다른 좋은 병원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연인 조슬린과 함께 있고 싶어 코네티컷 근처의 열악한 주립 정신 병원에 지원한다. 대부분의 사회 새내기들이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처럼 주인공 파커 또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곳이야말로 자신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다.

소설은 배경을 그리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병원에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알게 된 '그 환자'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많은 의료진을 미치게 하거나 혹은 죽음으로 몰고 간 그 환자, 최장수 입원환자이지만 한 두 명의 의료진을 제외하고 절대 출입할 수 없는 특별관리 대상 '그 환자' 이름마저 실명이 아닌 '조'라는 이름으로 관리되는 그 환자는 사명감에 불타는 나의 관심대상이 된다. 나라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라면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주인공은 호기심을 느끼고 몰래 그 환자 '조'의 진료 기록부와 처방전을 조사해간다.



병원에서 유일하게 그 환자의 병실을 드나드는 간호사 네시는 이 병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간호사이다. 베테랑답게 병원 대부분의 일을 해내는 든든한 존재이다. 파커는 간호사 네시에게 '조'를 치료하고 싶다고 운을 떼지만 매몰차게 반대하며 엄포를 놓는 그녀 앞에 파커는 그 환자에게 다가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다.

기회를 틈타고 있던 중 갑작스레 목숨을 끊은 네시로 인해 병원은 다시 한 번 혼란에 휩싸이며 파커는 본격적으로 그 환자 '조'의 담당의가 될 것을 지원한다. 자신의 결정에 호통을 치는 상사와 달리 병원장 로즈의 허락 하에 직접 조를 대면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출처가 전문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였던 만큼 소설의 초반부는 정신의학과 측면에서 접근해나간다. 우울증, 야경증, 또는 다른 전문적인 지식들로 그 환자 '조'의 상태를 설명해간다. 또한 파커가 '조'를 치료하기보다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게 하며 일종의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 의사가 이 심각한 장기입원환자의 말에 쉽게 믿을 수 있는 걸까라는 의아함과 더불어 파커가 '조'의 말을 믿고 진행하는 일들이 최고조에 달할 때쯤 사건은 반전되며 일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간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모든 게 공포 소설 같은 얘기가 분명하지만,

적어도 진짜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지는 않았으니까.

언제나 그렇듯, 괴물보다 무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학과 의학은 증명할 수 있는 것만 진실로 인정한다. 소설 《그 환자》의 의사 파커 또한 어머니를 도와줄 수 없었던 과거를 후회하며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되었고 환자 '조'를 치료해 가는 방법 또한 의학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절대 의학으로는 풀 수 없는 '조'의 상태가 의학적 지식을 모두 깨뜨리며 증명할 수 없는 것임을 드러냄으로 읽는 독자 즉 초기의 독자인 전문 의료진과 나와 같은 일반 독자의 예상을 깨뜨린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필명의 저자가 원제목이 "나는 어쩌다 의학을 포기할 뻔했는가"였을까로 웹 포럼에 기재하였음을 짐작케한다.

소설은 두껍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인물들간의 긴장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이 사건은 독자에게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최근 출간되는 많은 심리스릴러들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데 그치지만 이 소설은 사건이 더욱 역동적이며 암울한 분위기가 가미되어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려준다. 책의 표지 또한 이 분위기에 맞추어 결말까지 독자들에게 땀을 쥐게 한다.

이제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좀 더 색다른 장르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그 환자》는 신선한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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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김비.박조건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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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대방의 멋진 부분을 보거나 또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 이 사람만 있으면 완벽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그 기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약함이 드러날 때 우리는 혼란을 겪는다. 강함을 보고 선택한 사랑은 그렇게 혼돈을 경험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상대방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연약함으로부터 시작된 관계는 어떨까? 연약함으로부터 시작된 관계, 그 위태함과 연약함을 끌어안음으로 시작되는 관계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의 공동저자이자 부부인 김비씨와 박조건형 부부의 이야기이다.

《슬플 땐 둘이서 양산을》 성소수자 김씨와 우울증을 겪는 박조건형씨는 온라인상에서 알아오던 관계이다. 용인과 양산, 사는 지역도 다른 남과 여가 "영화나 같이 보실래요?"라는 박조건형씨의 용기를 낸 문자 하나로 시작된 첫만남부터 부부의 인연으로 1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겪는 순간순간의 기록이다.

이 부부의 키워드는 '연약함'이다. 성소수자로서 겪어야만 했던 과정들,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기까지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도 호르몬제 복용과 함께 살아가는 김비씨와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박조건형씨의 연약함. 처음부터 이 부부는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이들에게 약함은 남들의 눈에 고쳐야 하는 문제가 아닌 상대방의 일부였고 포옹해야할 존재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박조건형씨는 김비씨의 본명을 장난삼아 불러도 개의치 않고 박조건형씨도 우울증으로 힘겨워해도 아내 김비씨는 남편의 곁에 함께 해 준다.


그는 오늘도 자신의 방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지난번 다친 머리는 괜찮은지,

석회화되었다는 종양은 그를 괴롭히지 않는지·····

나는 그의 방 쪽으로 돌아눕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용히 그의 몸부림 소리를 듣는다.

그의 몸부림이 새근새근 잠에 빠진 숨소리로 바뀔 때까지

귀를 기울인다.

그는 그의 방에서, 나는 나의 방에서,

우린 그렇게 각자의 위태로움을 있는 힘을 다해 끌어안는다.


서로의 약함을 끌어안은 관계는 외부로 확장되어간다. 수술 후 호적을 정정하기까지 이 사회에 등록되지 않았던 아픔을 알고 있는 김비씨는 또 다른 소외된 자의 아픔을 나누고 우울증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박조건형씨는 또 다른 이들의 호소에 귀기울인다. 그들이 서로 환대하고 이웃으로부터 환대받으며 자신들도 남을 환대하며 나눔으로 그들의 삶이 더욱 풍성해져간다. . 끌어안다가도 붙잡아주는 김비씨로 인해 부부는 공동 저자로 책을 함께 하는 추억을 나누고 김비씨의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는 박조건형씨로 인해 김비씨는 작품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들 관계를 인정해주는 지인들과 공동체로 이 부부의 삶이 더욱 빛을 발한다. 김비씨와 박조건형의 만남으로 시작된 관계가 친구와 지인 그리고 공동체로 커져가며 서로의 삶을 나눈다

나를 완벽하게 해 주기보다 그저 곁에 있어줌으로 서로의 존재가 빛이 난다. 이 부부는 함께 한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 10년 후를 기약할 수 없기에 지금을 더욱 사랑하고 우울증을 앓는 우기의 고통을 알기에 평상시에 짝지 김비씨를 향한 사랑을 감추지 않는다. 어느 것을 기대하기보다 상대방의 현재를 묵묵히 받아주며 사랑한다.

사랑.. 이젠 흔한 말이지만 이 부부에게는 사랑이 곧 삶이다. 사랑하는 삶을 매일 살아가는 부부이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결코 사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들의 순간 순간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내 옆에 남편이 있지만 이 부부의 사랑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연약한 두 사람이 만나 완전함을 이루는 관계를 이 두 저자는 그들의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함께이기에 빛날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부는 앞으로도 빛날 것이다. 혼자 있으면 위태롭지만 그 위태로움을 끌어안음으로 잠시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그들은 통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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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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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는 재미있다. 작가의 작품을 생각하면 항상 웃음이 떠오른다.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과 상황을 따라 읽다보면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의 제목은 작가가 지었는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작가다운 제목이다. 그리고 연애소설은 연애소설인데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를 것임을 예상케 한다. 왜? 이기호 작가니까.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이 소설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지만 참 재미있는 연애 소설이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 작가의 짧은 소설 30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연애소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건 드라마에서 나오는 젊은 남녀 주인공의 애절하거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생각을 비튼다. 20대의 사랑부터 50을 향해 달려가는 중년 농부의 사랑 이야기, 인형과 사랑에 빠진 엄마, 연애를 책으로 배운 남자등 각양각색의 사람을 다룬다. 심지어는 이게 무슨 사랑이야기야?라고 소리지를 수도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작가의 상상력이 깃들인 이 짧은 소설들은 결국 삶이라는 게 사랑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첫 소설 <녹색 재회>는 헤어진 옛 애인을 녹색어머니회에서 재회하는 웃긴 해프닝을 그리고 <뭘 잘 모르는 남자> 는 사람도, 사랑도 잘 몰라 모든 것을 놓치는 사람이 나온다. 우리의 삶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임을 작가는 말해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란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사랑을 받고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친구, 동료, 애인, 부부 등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결국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게 인간의 삶이다. 삶이 사랑의 모습이라는 걸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말해준다. 그러하기에 이 짧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사랑한다.

영국으로 유학 가는 여자친구를 배웅하러 공항에 왔지만 자꾸 지연되는 비행기 연착과 전 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과 짜증이 슬슬 몰려오는 주인공의 태도는 여자친구 민지에게는 섭섭했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노라고 달래주기도 하며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 정성스런 김밥 한 줄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소박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이벤트나 사랑 고백 없이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그들 모두의 삶이 곧 사랑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짝사랑하던 여성과 연을 맺기 위해 일부러 강아지를 분양했지만 강아지 먹이고 똥 치우다보니 어느 새 그 여성보다 강아지에 정이 들어버린 남수와 부부 싸움 후 별거하지만 장소만 떨어져 있을 뿐 퉁명스럽게 서로를 챙겨주는 태민의 부모님의 모습은 삶을 나누는 사랑이 가장 크다는 걸 이기호 작가만의 유머스러운 문장으로 소화해낸다.

이 30편의 소설의 매력을 짧은 나의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 이야기들은 이기호 작가이기에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찡한 이야기들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 온오프라인 만남 후 달라진 연인,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알뜰하게 챙기는 외국인 사위 등등. 사랑의 모습이 사는 모습만큼 다양하며 다채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모습이 삶의 모습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것도 아울러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누가 뭐래도 《누가 봐도 연애소설》는 연애소설이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사랑을 한다. 우리의 삶이 결국 사랑임을 그리고 모두 삶 속에서 연애소설을 쓰고 있음을 말해주는 재미있는 연애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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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한일경제전쟁
문준선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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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급작스런 수출규제 소식은 온 대한민국을 얼어붙게했다. 반도체에 쓰이는 부품을 거의 일본에 의존했던 한국은 정부와 주요 구매자였던 삼성 및 대기업들은 부리나케 뛰어다녔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한국은 국산화 속도를 서두르거나 다른 대체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하며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제 장기전으로 향하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뚫고 한국은 일본에 의존하던 소부장 산업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을 철저한 조사 끝에 《포스트 한일경제전쟁》 책을 출간하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의 저자 문준선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으로 주로 일본 관계 업무를 주로 소부장 정책실무를 14년 동안 담당한 전문가이다. "소부장"이란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줄인 말로 일본의 근원을 이루는 소부장 산업과 이를 토대로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일본이 소부장 산업의 강국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강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단편적인 답변 밖에 내놓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2차 세계대전, 장인정신, 혹은 기업 오너의 도전정신 등의 피상적인 답변은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제대로 알고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하며 이 답변부터 설명해 나간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군인 열대모를 제작하던 업체, 금속을 눌러 총알을 만들던 회사, 대포를 생산하던 기업 등은 전쟁 후 갈 길을 잃었다. 기로에 놓인 이 업체들은 자신들의 특화된 기술을 살려 다른 분야에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업들이 남극 또는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 도전하여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물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남극탐험대가 기간마다 소부장 산업 기술적 성과를 표로 작성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게 해 준다.



1장에서 일본의 소부장 강국이 될 수 있던 원동력을 설명했다면 2장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어떻게 한국에게 기회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만난 여러 100대 기업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과 극복 방안 그리고 해결 과정등을 자세한 사례와 함께 방법을 설명해 준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잠식하고 있는 레드오션이 아닌 틈새를 이용해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을 위한 유용한 팁을 전수해준다.

2장에서의 사례를 통해 돌파구를 제시했다면 3장에서는 일본 기업의 명과 암을 자세히 분석하여 한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일본이 스포츠와 함께 발전해 나가 특수 소재로 만드는 기술은 소부장 산업이 어떻게 확대되어 나갈 수 있는지 설명해 주며 이 소부장 산업이야말로 경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함을 강조해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결국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말한다. 일대기로에 서 있는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는 우리가 일본의 산업을 잘 알고 있느냐로 판가름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의 산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며 방향을 잡는 데 비해 한국은 일본의 경제 연구가가 드물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보완해야 할 과제임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코로나와 위축된 경기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을 돕고자 하는 저자의 열심이 돋보인다. 저자가 만난 일본의 기업들은 대기업도 있지만 거의 몰락 직전이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있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며 극복해 나갔는지를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며 한국의 기업가들이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진심이 엿보인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일본의 수출규제 소식을 듣고 반도체 기술에 쓰이는 소재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도 소부장 산업이 경제 전반에 어떤 범위로까지 쓰이며 우리가 이 소부장 산업을 극복한다면 어떤 기회가 올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반면 기업가들에게는 일본 산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해 주어 나아갈 방향을 도와준다. 기회가 된다면 이 후속 편도 마련되어 일본 산업과 한국 산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는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 때 우리는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의 진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이길 차례가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 기회이다. 제대로 알고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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