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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한일경제전쟁
문준선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일본의 급작스런 수출규제 소식은 온 대한민국을 얼어붙게했다. 반도체에 쓰이는 부품을 거의 일본에 의존했던 한국은 정부와 주요 구매자였던 삼성 및 대기업들은 부리나케 뛰어다녔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한국은 국산화 속도를 서두르거나 다른 대체할 수 있는 회사를 물색하며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제 장기전으로 향하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뚫고 한국은 일본에 의존하던 소부장 산업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을 철저한 조사 끝에 《포스트 한일경제전쟁》 책을 출간하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의 저자 문준선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으로 주로 일본 관계 업무를 주로 소부장 정책실무를 14년 동안 담당한 전문가이다. "소부장"이란 소재, 부품, 장비 등을 줄인 말로 일본의 근원을 이루는 소부장 산업과 이를 토대로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일본이 소부장 산업의 강국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강국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단편적인 답변 밖에 내놓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2차 세계대전, 장인정신, 혹은 기업 오너의 도전정신 등의 피상적인 답변은 우리가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제대로 알고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말하며 이 답변부터 설명해 나간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군인 열대모를 제작하던 업체, 금속을 눌러 총알을 만들던 회사, 대포를 생산하던 기업 등은 전쟁 후 갈 길을 잃었다. 기로에 놓인 이 업체들은 자신들의 특화된 기술을 살려 다른 분야에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업들이 남극 또는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 도전하여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물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남극탐험대가 기간마다 소부장 산업 기술적 성과를 표로 작성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게 해 준다.

1장에서 일본의 소부장 강국이 될 수 있던 원동력을 설명했다면 2장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어떻게 한국에게 기회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만난 여러 100대 기업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과 극복 방안 그리고 해결 과정등을 자세한 사례와 함께 방법을 설명해 준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 잠식하고 있는 레드오션이 아닌 틈새를 이용해 입지를 확보하는 전략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을 위한 유용한 팁을 전수해준다.
2장에서의 사례를 통해 돌파구를 제시했다면 3장에서는 일본 기업의 명과 암을 자세히 분석하여 한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일본이 스포츠와 함께 발전해 나가 특수 소재로 만드는 기술은 소부장 산업이 어떻게 확대되어 나갈 수 있는지 설명해 주며 이 소부장 산업이야말로 경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함을 강조해준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결국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말한다. 일대기로에 서 있는 한국의 소부장 산업이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는 우리가 일본의 산업을 잘 알고 있느냐로 판가름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의 산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며 방향을 잡는 데 비해 한국은 일본의 경제 연구가가 드물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보완해야 할 과제임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코로나와 위축된 경기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을 돕고자 하는 저자의 열심이 돋보인다. 저자가 만난 일본의 기업들은 대기업도 있지만 거의 몰락 직전이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있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며 극복해 나갔는지를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며 한국의 기업가들이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진심이 엿보인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일본의 수출규제 소식을 듣고 반도체 기술에 쓰이는 소재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포스트 한일경제전쟁》은 나와 같은 일반인에게도 소부장 산업이 경제 전반에 어떤 범위로까지 쓰이며 우리가 이 소부장 산업을 극복한다면 어떤 기회가 올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반면 기업가들에게는 일본 산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해 주어 나아갈 방향을 도와준다. 기회가 된다면 이 후속 편도 마련되어 일본 산업과 한국 산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는 개정판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 때 우리는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소부장 산업의 진실을 알았다면 이제는 이길 차례가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 기회이다. 제대로 알고 준비하자.